비만 치료제의 효과,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 치료 열릴까?
비만 치료제의 효과,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 치료 열릴까?
  • 황교진 기자
  • 승인 2024.01.29 0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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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P-1 수용체 작용제에 뇌와 장기 등 염증 감소 효능 있어...네이처 보도
피부 표면, 폐, 뇌, 치아, 신장, 편도선 등 모든 종류의 조직에 발생하는 염증 세포의 주사 전자 현미경(Scanning Electron Microscope) 사진. 보라색이 만성 염증의 원인인 면역 세포다 / Steve Gschmeissner(Science Photo Library), 네이처(2024.01.26.)
피부 표면, 폐, 뇌, 치아, 신장, 편도선 등 모든 종류의 조직에 발생하는 염증 세포의 주사 전자 현미경(Scanning Electron Microscope) 사진. 보라색이 만성 염증의 원인인 면역 세포다 / Steve Gschmeissner(Science Photo Library), 네이처(2024.01.26.)

당뇨병 치료와 체중 감량 효과로 전 세계를 강타한 GLP-1(Gloucagon-like peptide-1, 글루카곤유사펩티드-1) 수용체 작용제에 염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내용이 보도됐다.

무자로(Mounjaro)와 웨고비(Wegovy) 등의 브랜드로 출시된 이 약물들에 간, 신장, 심장의 염증을 줄일 수 있다는 증거가 나온 것이다. 심지어 뇌의 염증도 줄이는 것으로 보여 과학자들은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을 치료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고 보고 연구 중이다. 두 질환의 치료법으로 GLP-1 수용체 작용제 약물로 탐색하는 임상시험이 스무 개 이상 진행 중이다.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내분비학자인 다니엘 J. 드러커(Daniel J. Drucker)는 “이 비만 치료제는 새로운 염증 경로를 줄이는 데 효과적인 표적치료로 사용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지난달에 비만 치료제로 염증을 완화하는 방법의 연구 논문 <세포 대사(Cell Metab)>를 공동집필해 발표했다.

 

전신 효과

GLP-1 수용체 작용제는 ‘세마글루티드’ ‘티르제파티드’가 있다. 세마글루티드는 비만 치료제 웨고비(Wegovy)와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Ozempic)으로 판매되고, 티르제파티드는 비만 치료제 젭바운드(Zepbound)와 당뇨병 치료제 무자로(Mounjaro)로 판매된다. 이 약물들은 혈당 수치를 조절하는 것 외에 뇌에 작용해 식욕을 억제하는 글루카곤유사펩티드 1(GLP-1)이라는 내장 호르몬을 모방한다.

지난 몇 년간 많은 연구에서 이 약물들이 면역 세포와 면역 체계 화학 물질을 맹공격해 염증을 진정시키는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리라글루티드(Liragluide)'라는 GLP-1 수용체 작용제는 지방간이 있는 쥐의 간 염증을 완화시켰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파일럿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관찰했다. 쥐를 대상으로 한 다른 실험에서 리라글루티드는 신장과 심장의 항염증 효과를 보였다. GLP-1 자체가 비만 및 당뇨병이 있는 쥐의 지방 조직의 염증을 감소시킨 것이다.

다니엘 J. 드러커는 “우리는 동물과 인간 연구에서 GLP-1 수용체 작용제가 많은 곳에서 염증을 감소시키는 것을 관찰했다”며, "그 약물로 인한 체중과 혈당 감소는 아마도 염증 조절에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약물의 항염증 효과는 체중 감량이 이루어지기 전에 시작됐다. 이것이 바로 과학자들이 별도의 메커니즘이 있다고 생각한 이유다.

 

뇌의 염증 완화

다니엘 J 드러커 연구팀은 잠재적인 단서를 발견했다. GLP-1 수용체와 그 유사체가 염증을 감소시키는 많은 조직의 면역 세포에는 부족하지만, 뇌에는 풍부하다는 것이다. 드러커 연구팀은 신경계를 테스트하기 위해 생쥐의 전신에 염증을 유발해 연구를 시작했다.

드러커는 “GLP-1 약물은 쥐의 염증을 감소시켜 상태를 개선했다”라고 밝혔다. 한편 유전적 방법이나 약물을 쥐에게 사용해 뇌의 GLP-1 수용체를 차단하자 더는 여러 조직의 염증을 감소시키지 못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작년 12월 2일 <세포 대사(Cell Metabolism)>에 게재했다.

미국 국립보건원의 약리학자 나이젤 그레이그(Nigel Greig)는 “이 논문은 생쥐에서 GLP-1 수용체를 통해 직접적인 항염증 효과를 일으켰고, 뇌에 의해 매개된다는 것을 입증함으로써 관련 치료 분야를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레이그 박사는 “약물의 일부만 뇌에 전달되지만, 뇌와 전신에 항염증 작용을 일으킨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병리학적 단백질 표적화

GLP-1 약물의 항염증 능력은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과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 치료에 유망하다. 현재까지 두 병의 효과적인 치료법은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두 질환 모두 병리학적 단백질(알츠하이머병의 베타-아밀로이드, 파킨슨병의 알파-시누클레인)이 뇌의 특정 수용체와 상호 작용해 염증을 일으키는 공통점이 있다.

그레이그 박사는 과도한 염증이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했고, GLP-1 수용체 작용제는 뇌의 염증을 억제하는 능력이 있어 새로운 뉴런의 탄생과 같은 중요한 과정이 계속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임상시험에서 엑세나티드(Exenatide)라고 불리는 GLP-1 수용체 작용제는 위약보다 파킨슨병 환자의 운동 능력을 크게 향상시켰다. 현재 더 많은 파킨슨병 환자를 대상으로 약물 치료를 시행한 임상시험이 올해 완료될 예정이다. 현재 초기 알츠하이머병 치료법으로 세마글루티드의 효과를 테스트하는 두 개의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브라질 오스왈도크루즈연구소의 생물학자 비니시우스 데 프리아스 카르발류(Vinicius de Frias Carvalho)는 이 약물의 항염증 작용은 당뇨병과 비만 개선 효과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고 했으며, 두 질환 모두 ‘염증성 질환’으로 세마글루티드의 항염증 작용은 비만인의 심혈관 질환에 강력한 보호 작용을 한다고 밝혔다.

그레이그 박사는 “염증 관련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GLP-1 약물은 심각한 부작용이 없다는 점에서 치료 확대에 큰 강점을 지니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염증으로 인한 전신 장애가 너무 많다.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으면 그러한 장애에 GLP-1을 사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다”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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