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치료제의 반격, 치매 정복기 새역사 온다?
당뇨병 치료제의 반격, 치매 정복기 새역사 온다?
  • 조재민 기자
  • 승인 2023.02.24 17: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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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보노디스크 세마글루타이드 치매치료제 전환 예고 등 관련 연구 활발

당뇨병 치료제를 치매 치료에 적용하는 시도가 이어지면서 치매 정복의 새로운 전기를 써 내려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핵심은 이렇게 요약된다. 당뇨병 치료제의 염증 활성화 감소 효과가 치매에 대해 별도의 약리작용을 펼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치매의 유병률 감소에 이바지할 것이란 기대다.

최근 노보노디스크는 100주년 간담회를 통해 자사의 당뇨병·비만 치료제인 세마글루타이드를 활용해 알츠하이머 치료제 연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에서도 당뇨·비만으로 인해 향후 알츠하이머 치매 발병 가능성이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여러 임상 시험이 진행 중이다.

건국대병원 신경과 한설희 교수는 "당뇨와 비만을 치료하면 알츠하이머 치매 발병률도 낮출 수 있다"며 "세마글루타이드가 노화와 치매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염증을 없애는 데 큰 효과를 보여 알츠하이머 치매의 근원적 방지를 위해 연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당뇨병으로 치매 발병을 낮추는 트렌드는 대학병원의 연구에서도 관측된다. 최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어수 교수 연구팀은 당뇨병 치료제 ‘피오글리타존’의 복용 시 치매 위험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국민건강보험 데이터를 기반으로 당뇨병을 처음 진단받은 9만 1,218명을 약 10년간 추적한 결과, 피오글리타존 복용군이 미 복용군에 비해 치매 발병 위험도가 16% 낮았다. 

세부 혜택은 또 있다. 뇌혈관이 막힌 뇌졸중 당뇨 환자가 피오글리타존 복용 시 치매 위험성이 43% 감소했고, 관상동맥 혈류 장애로 인한 허혈성 심장질환 병력이 있는 환자의 경우 54%가 줄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의 원인을 피오글리타존 기능에서 찾았다. 피오글리타존은 혈당을 낮춰 당뇨병을 완화할 뿐만 아니라 혈관 기능도 개선한다는 것이다.

김어수 교수는 "약물 사용과 치매 발병률의 연관성을 밝힌 이번 연구에 더해 당뇨병 치료제의 치매 억제 기전을 밝히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며 “효과적인 치매 예방 약물을 개발하기 위한 후속 연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여러 연구에서 당뇨병이 뇌의 혈관을 손상하고 염증 반응을 촉진해 치매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당뇨병의 염증 활성화를 감소시키는 것이 치매 예방과 치료에 유리할 수 있다는 가설에 도달한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치매 고위험군에 규칙적인 운동과 건강한 식습관 유지를 강조한다. 또 혈당 관리와 합병증 예방을 위해 당뇨병 치료를 지속하는 것도 치매 관리의 중요한 요인으로 꼽는다.  

◆치매 원인은 '염증'으로 시작된 '변화', 현재 진행형

당뇨병 치료제의 이 같은 도전은 치매의 원인을 염증 작용에서 찾은 것에서 출발했다. 

염증은 일종의 면역 반응으로 뇌 속에 염증이 생기면 치매 등 퇴행성 뇌 질환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해석이다. 뇌 속에 염증을 유발하는 '미세아교세포(microglia)'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신경이 손상되거나 기억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뇌 속 염증은 신경세포 손상과 뇌세포 간 통신을 방해해 뇌 기능을 저하하고, 이로 인해 기억력 상실, 인지력 저하, 행동 및 감정 변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는 것. 뇌 속 염증의 원인으로는 외부 요인인 감염, 손상, 독성 물질 등이 있을 수 있으며, 또 일부 유전적인 요인도 관련성이 추측된다.

최근 연구에서는 일부 유전자가 뇌 속 염증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 제기돼, 이를 통해 새로운 치매 치료법의 개발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치매의 새로운 치료적 대안으로 신경계 염증 조절을 표적으로 한 신약개발 전략의 임상 진입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항아밀로이드 치료제부터 당뇨병 치료제의 적용 등에 이르기까지 치매 치료 개입 시기의 대변화가 예고된 만큼 치매 정복에 한 걸음 다가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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