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산업계·정부기관 등 전문가 모여 최신 동향과 사례 공유...현장과 괴리 우려도
국내 시니어 헬스케어 산업에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기회와 위험이 공존하는 현실을 두고 학계와 산업계, 정부 기관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최신 동향과 사례를 공유했다.
지난 21일 오후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한국에자이가 주최한 심포지엄에서는 ‘시니어 서비스 디지털 전환의 새로운 가능성’을 주제로 국내 전문가들의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뇌 건강(Brain Health)’을 주제로 한 1부에서 첫 발제를 맡은 박영란 강남대 실버산업학과 교수는 “노인복지관이 전국에 400개 정도가 있고 경로당은 6만 7,000개 정도”라며 “장기 요양 시설과 관련해서는 지난 10년 안에 놀라울 정도로 우리 주변에 양적으로 늘어난 것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이후부터는 비대면 서비스가 익숙하지 않은 사회 서비스 현장에도 급속도로 디지털 세상이 접목되고 있다”며 “이제는 시니어 복지의 디지털 전환이 의미하는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스마트 복지를 위해서는 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서비스를 하도록 일하는 방식 변화와 이용자 관리 등에 엄청난 전환이 이뤄져야 하는데 현장에서는 이렇게 난도가 높은 일을 하기에 아직 여러 가지 면에서 열악한 것이 현실”이라며 “한꺼번에 큰 성장 동력이나 엔진을 만들지 않으면 현장에서 발생하는 고령자 문제들을 해결할 시간이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두 번째로 발제를 한 김형원 한국에자이 차장(헬스케어 에코시스템 디자인팀)은 디지털 전환 시대에 맞춰 IT를 기반으로 한 ‘치매’ 친화적인 에코 시스템 구축에 대한 계획을 발표했다.
모기업인 일본법인 에자이의 치매 치료제 신약 ‘레켐비’(레카네맙, Lecanemab)는 미국, 일본, 중국에 이어 국내에서도 연내 상용화가 이뤄질 전망이다. 레켐비는 국내에서도 고가로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
김 차장은 레켐비의 가격 진입 장벽을 낮추는 부분에 대해 “예를 들어 보험사와 연계해 민간 보험 상품을 만들어 환자의 비용 부담을 줄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앞 단계까지 연계해 질병에 걸리지 않는 상태를 오래 유지하게 하면서 추후 가격 부담도 덜 수 있는 상품을 마련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협업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자이는 뇌건강 관리 헬스케어 에코시스템 파트너십을 통해 치매를 예방하고 관리하는 영역에서도 솔루션을 만들어 예방과 치료의 중간 영역을 파고든다는 사업 전략도 세웠다.
이를 위해 지금까지 파트너사와의 협업으로 얻은 정보를 취합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뒤, 데이터 가공과 시각화를 추진해 연내 플랫폼을 만들 예정이다.
세 번째 발제는 스마트 경로당 사업을 운영하는 DKI테크놀로지의 유호영 건강코칭센터 부장이 맡았다.
스마트 경로당은 기존 경로당에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나 스마트팜 등 각종 스마트 기술을 접목한 곳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2021년부터 부천과 대전시를 시범 사업으로 시작해 올해로 4년차에 접어든 사업이다. 현재는 25개 지방자치단체에서 300억 규모의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유 부장은 “현재 서비스는 결국 경로당이라는 오프라인 베이스 안에서 여가 복지 서비스와 보건 의료 서비스 그리고 디지털 서비스로 이뤄져 있다”며 “보건소나 구청, 스마트 디지털이 각각 전혀 다른데 서로 연결돼 한계는 있지만 내년쯤이면 극복해 융합 서비스가 제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디지털 헬스케어의 효용에 대해서도 “AI·IoT 디바이스별로 어르신들이 관리해 봤더니 혈압 개선에 있어서는 방문 케어보다 좋았다”면서 “허약 관리도 방문으로 직접 잔소리하는 것보다 디바이스를 대상으로 어르신을 관리하는 게 훨씬 개선 효과가 있다는 실질적 결과가 나온 상태”라고 평가했다.
1부 강연 뒤 이어진 패널 토론 세션에는 노유헌 이모코그 대표, 최윤정 플래닛350 대표, 박란이 대전시사회서비스원 부장이 참여했다.
노 대표는 “기존 디지털 헬스케어 회사들이 좋은 제품을 만들고 임상시험까지 진행해도 실제 소프트웨어나 AI를 이용한 제품 구입에 들이는 재원이 의료 현장이나 케어 서비스 내에 별로 없다”고 아쉬워했다.
박 부장은 “디지털 기술은 투자와 개발에 굉장히 비용이 많이 드는데, 이 서비스를 현장에서 어르신께 전달하는 과정에서는 그동안 대부분 복지관이나 경로당을 통해 무료로 제공돼 비용 발생에 대한 접근이 가장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보건복지부와 함께 정했던 미션에서 최소한의 이용자 부담금을 낼 수 있도록 구조를 변화시키는 역할이 가장 컸다”며 “단계적으로 비용을 조금 올리고 좋은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비용이 발생한다는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부 강연은 ‘스마트 케어(Smart Care)’를 주제로 진행됐다.
김영주 가천대 바이오의료기기학과 교수는 공급자 중심의 디지털 전환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사용자의 아날로그적 눈높이를 맞추는 쪽으로 다시 한번 진화해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이어 일본 방문에서의 경험을 들어 “일본이 기술이 아니라 경험이 20년 정도 앞서 있다”면서 “일본은 디지털 전환이 늦다고 하지만 일단 경험을 해보고 디지털로 설계한다는 관점으로도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어서 조아라 앤씰 대리는 자사 매트리스와 IoT 시스템, 앱을 통한 시니어 수면 관리 서비스를, 임은채 크리플 대표는 시니어 인지기능 향상 학습 프로그램을 탑재한 ‘스마트 테이블’을 소개했다.
정승룡 SK텔레콤 부장은 SKT의 시니어 돌봄 사업으로 진행 중인 ‘AI 콜’ 서비스의 추진 현황을 짚었다.
SKT는 AI 스피커를 통해 5년간 인공지능 돌봄 사업을 해왔고, 현재 국내와 미국에서 총 2만 가구의 이용자를 확보했다. 최근에는 미국 뉴욕 교민 어르신 가구 100여 곳에 서비스를 시작했다.
정 부장은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에서 돌보는 어르신 수가 약 55만명 정도”라며 “그중에 저희가 올해 3월까지 약 5만여명에게 전화를 걸어 생활지원사들의 업무를 덜어주는 효과를 거뒀다”고 호평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허영 한국스마트의료기기산업진흥재단 부이사장은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아직 아날로그와 갭이 굉장히 크다”며 “헬스케어든 고령화 산업이든 실제 현장에 너무 사람이 없다”고 밝혔다.
디지털 덴탈케어 기업 키트플래닛 최종호 대표는 “스타트업을 7년간 하면서 ‘디지털 전환’이라는 게 지금까지는 1라운드였다고 느낀다”며 “이제는 뭔가 새로운 걸 만들기보다는 여태까지 나온 것들을 잘 활용해 본 사업으로 가야 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노화는 질병이 아니고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한다면, 디지털은 마법이 아니고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