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美대통령, 치매 의혹 딛고 재선 도전할까?
조 바이든 美대통령, 치매 의혹 딛고 재선 도전할까?
  • 양인덕 기자
  • 승인 2023.11.24 1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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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게 연로한 대통령은 불안하다”, 불출마 선언 촉구 잇달아
올해 추수감사절 행사장 실언으로 또 구설수에 올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81세 생일을 이틀 앞둔 지난 18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사설을 통해 “고령의 바이든이 재선에 출마한다면 극히 이기적인 처신”이라며 불출마를 주문했다. 그리고 “AP통신의 여론조사에서 공화당원 89%, 민주당원 69%, 무당층 74%가 현 대통령이 재집권에 나서기엔 너무 고령이라고 응답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통령 취임 당시 76세로서 로널드 레이건(69세)의 최고령 기록을 이미 경신했다. WSJ은 “바이든은 카메라 앞에 서는 데 무척 힘겨워 보이고, 대통령으로서 공식 일정을 소화하기에도 무리가 따른다”면서 “재선에 성공하면 임기 만료인 2029년 그의 나이 86세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만일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고령인 그가 대통령으로서 적절한 의사결정과 조치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보수성향의 WSJ은 “여론조사 결과를 감안할 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권 탈환 가능성이 크다”면서 “바이든이 재집권해도 임기 중 유고로 인해 부통령이 그 권한을 대행할 확률이 크기에 미리 출마를 포기하도록 참모들이 건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그가 현직에서 아예 사퇴하도록 권고하고, 더는 그를 감싸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변했다.

사실 그간 유권자들의 걱정은 바이든이 고령이란 점뿐만 아니라 그의 불안정한 언행에서 종종 빚어졌다. 우크라이나를 이라크로 지칭하고, 여러 차례 만난 윤석열 대통령을 '룬‘ 대통령이라 호칭하기도 했다. 지난 6월 공개연설에선 진작 서거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을 불현듯 지명해서 좌중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연설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가다 무대에서 넘어지거나, 계단을 오르내리다 크게 휘청거린 적도 여러 번이다. 작년 10월 28일 백악관 행사에선 직전 교통사고로 숨진 하원의원을 호명해 구설에 올랐으며, 지난 4월 연설 직후 허공을 향해 갑자기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이에 공화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진영은 당시 그의 치매 의혹을 집중 제기했다.

 

추수감사절 백악관 행사장에서 칠면조 ‘리버티’와 함께한 조 바이든 (사진출처: The White House)
추수감사절 백악관 행사장에서 칠면조 ‘리버티’와 함께한 조 바이든 (사진출처: The White House)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나이나 실언 등으로 인해 불안한 모습이 드러나지 않도록 작년 80회 생일을 비교적 조용히 보냈다. 하지만 올해 생일(20일, 현지 시각)에 열린 추수감사절 ‘칠면조 사면행사’에서 유명 팝가수 테일러 스위프트를 다른 가수와 혼동했다. 그는 “칠면조 '리버티'가 백악관에 오기까지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했다”면서 “사면 대상으로 선정되는 게 르네상스 투어나 브리트니의 공연 티켓을 구하기보다 더 힘들다고 말할 수 있다. 그녀는 지금 따뜻한 브라질에 내려가 있다”라고 발언했다. 최근 브라질에서 공연한 테일러 스위프트를 비욘세와, 2018년 이후 활동이 없는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헷갈린 것으로 보인다. 르네상스는 2022년에 발매한 비욘세의 앨범 명으로 르네상스 투어는 비욘세의 투어다. 자신이 너무 늙어 대통령으로서의 업무수행 능력에 대한 불안감이 세간에 번지는 상황에서 재차 실언을 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한편으론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진보 진영에서조차 출마 반대 기류가 형성될 조짐이 최근 일기 시작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백악관 선임고문을 역임하며 킹메이커로 불린 데이비드 액설로드는 소셜미디어 엑스에 올린 글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내년 대선 경선에서 하차하는 것이 현명할 수 있다”며 사실상 불출마를 촉구하고 나섰다. 그는 “오직 바이든 대통령만이 그런 결단을 내릴 수 있다”며 “혹여 출마를 고집한다면 민주당 대선후보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과연 자신과 국가를 위한 현명한 결정인지 가늠해봐야 할 것”라고 지적했다.

내년 11월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고령과 언행 실수’는 결국 상당한 부담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백악관이 가급적 그의 연령 문제가 불거지지 않도록 보호재로 감싸는 ‘버블랩(bubble wrap, 속칭 뽁뽁이 비닐) 전략’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벌써 캠프 일각에선 내년 선거 때까지 대통령이 최대한 쉴 수 있도록 해야 하고, 해외 출장 일정도 되도록 줄여야 한다는 말이 새어 나온다”며 “이처럼 내년 대선까지는 대통령을 둘러싸서 그가 쓰러지지 않도록 꼭 붙들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버블랩 전략’이 요구된다”고 부연했다.

한편 칠면조 사면행사는 1947년 해리 트루먼 당시 대통령이 칠면조협회에서 칠면조를 선물로 받은 데서 유래됐다. 당시에는 칠면조를 식사용으로 받았지만, 1963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계속 살게 두자"며 칠면조를 '사면'했고 이후에는 백악관에서 칠면조를 받은 뒤 어린이농장에 풀어주는 게 관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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