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 치료, 이상행동 특효약? "세계는 가상현실 삼매경"
VR 치료, 이상행동 특효약? "세계는 가상현실 삼매경"
  • 조재민 기자
  • 승인 2022.10.25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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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치료제 실패 장기화 속에 새로운 기대주 부상
▲출처. AVING KOREA
▲출처. AVING KOREA

치매 치료제의 개발 실패 장기화로 다양한 치료 대안이 주목받는 가운데 VR 치료에 대한 세계 각국의 관심이 뜨겁다. 

VR 치료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가상현실 공간에서 기억을 되찾거나 개선하기 위한 목적이다. 행동심리증상(BPSD) 개선 및 치료법의 디지털화에 대한 기대가 높은 분야다.

BPSD는 치매 돌봄 부담을 가중하는 주요인인 만큼 이를 조절할 수 있는 치료법을 만들 시 치매관리 영역에 효과적인 수단을 얻게 된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최근 일본의 SOMPO 미래 연구소의 에가시라 타츠마사 수석연구원은 '가상 현실 경험과 치매 치료의 가능성'을 통해 VR 치매 치료의 효과를 조명했다.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은 CG로 만들어진 세계나 360도 동영상 등의 실사 영상을 통해 실제 장소에 있는 듯한 몰입감을 제공하는 기술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시장 리서치 전문기관 Fortune Business Insights에 따르면 VR은 현재 헬스케어, 자동차, 게임, 엔터테인먼트 등의 산업에서 이용된다. 세계 시장 규모는 2021년 기준 116.4억 달러(한화 17조 원)로 추산되며, 연평균 성장률은 45.2%로 오는 2029년에는 2,273억 달러(한화 327조 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에가시라 타츠마사 수석연구원은 "치매 치료제인 아두헬름이 미국에서 승인됐지만, 유효성을 두고 논란이 존재한다"며 "오랜 과제였던 치매 치료에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VR 치료가 가능성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세계 각국은 VR을 활용한 치매 치료에 도전하고 있다. 미국, 영국 등이 관련 업계의 선두 주자로 꼽힌다. 

SOMPO 미래 연구소는 영국 옥스퍼드대학 출신 연구원들이 설립한 스타트업 Virtue Health의 행보를 주목하며 기대주로 지목했다. 

Virtue Health는 VR을 이용해 치매 환자를 지원하는 디지털 요법 플랫폼 'LookBack'을 개발한 업체다. LookBack은 옥스퍼드 대학의 치매케어 전문가와 연수원들이 공동 개발했고 수백명의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효과를 입증해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 

LookBack은 VR을 이용해 과거의 이미지, 음악, 영화 등을 제공하며, 파티나 해변의 리조트 환경을 만들어 회상 효과를 통해 인지력을 자극한다. 

Virtue Health의 공동 창립자인 Scott Gorman은 "스마트폰이 진화하고 VR 헤드셋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영향력 있는 VR 치료에 대한 활용을 확장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2018년에 실시된 LookBack의 평가에서도 긍정적인 혜택을 도출했다. 전체 사용자의 60%에서 커뮤니케이션 능력의 향상과 건강 상태의 개선을 확인했고, 80%에서는 인지 기능의 자극 징후를 포착했다. 

또 주목할 대목은 영국의 공적보험 제도인 국민보건서비스(National Health Service, NHS)가 LookBack을 활용한 치매 치료 테스트를 진행한다는 점이다. NHS는 2018년부터 약 1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VR의 효과성을 시험 중이다. 

미국에서는 지난 2016년 탄생한 스타트업 Rendever가 VR 치매 치료에서 주목받고 있다.

Rendever는 VR과 공유 체험을 통해 사회적 고립을 극복하고 기억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치매 증상 개선을 도모한다. 지난 5년간 미국, 캐나다, 호주 등 400개 이상의 고령시설에 가상 현실 플랫폼을 도입해 100만 회 이상의 VR 체험을 제공한 실적을 보유했다.

Rendever는 이를 바탕으로 지난 2022년에는 TIME 잡지에서 선정한 가장 영향력이 있는 기업 100사에도 포함된 바 있다. 

Rendever의 플랫폼은 맞춤형 회상치료 도구를 이용한다. 시설 입주자가 어린 시절의 집, 결혼식장 등 추억의 장소를 다시 방문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이다. 플랫폼 사용 후 이용자의 40%에서 행복감이 향상됐고, 일부는 의사소통이 개선됐다는 사례도 보고됐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Nancy Collins 박사는 Rendever의 플랫폼을 사용 시 인지기능에 장애가 있는 고령자에게서 신뢰감이 개선돼 사회관계 구축 의지가 상승했다고 해석했다. 

Rendever사는 미국 국립위생연구소(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NIH)나 미국 국립노화연구소(National Institute on Aging, NIA)로부터 연구자금을 지원받고 있으며, 노인단체인 미국 은퇴자 협회(American Association of Retired Persons, AARP)와 제휴를 체결하는 등 적극적인 사업 확대 행보를 걷고 있다. 

▲VR 치료 기대감 높지만, 불안요소 상존

VR 기기를 활용한 치매 치료에 대한 기대감은 높지만, 그렇다고 만능의 영역은 아니다. 미결 과제가 아직 다양하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VR 기기가 모든 치매 증상에 대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또 사용 시 VR에 반응한 메스꺼움이나 불쾌감, 불안감 유발도 해결 과제다. 

또 수많은 VR 치료기기 가운데 환자에게 최적의 소프트웨어와 장비를 선택하는 문제도 중요한 과제다. VR 치료를 위한 개인맞춤형 시스템 구축도 필요하다.

에가시라 타츠마사는 수석연구원은 "임상 연구를 통해 VR 치료의 효과 규명이 활발하지만, 여전히 알츠하이머형 치매환자에 대한 효과성은 명확하지 않다"며 "하지만 치매 치료의 가능성은 긍정적이기 때문에 추가 연구, 개선 효과의 규명, 근본적 치료제 개발과의 병행 등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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