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에서 추출한 성장호르몬 맞은 뒤 알츠하이머병에?
시신에서 추출한 성장호르몬 맞은 뒤 알츠하이머병에?
  • 황교진 기자
  • 승인 2024.02.02 1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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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병의 인간 간 전염 가능성 사례 보고
아밀로이드-베타 병리학의 전염 연구 결과 'Nature Medicine' 게재
뇌 영상, 기사 내용과 무관함 / 퍼블릭도메인
뇌 영상, 기사 내용과 무관함 / 퍼블릭 도메인

29일, 글로벌 의학정보 사이트 메드스케이프(Medscape)는 알츠하이머병의 새로운 사례로, 감염으로 인해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은 연구 결과를 보도했다.

영국에서 수십 년 전에 성장 호르몬 치료를 받은 5명이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았다. 이는 감염에 의한 의학적 연구로 발견한 알츠하이머 진단의 첫 번째 사례다. 외부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 결과를 조심스럽게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이들은 어렸을 때 시신의 뇌하수체에서 추출한 성장 호르몬(c-hGH) 치료를 받았다. 1958년부터 1985년 사이 전 세계적으로 약 3만 명(주로 어린이)이 유전 질환 및 성장 호르몬 결핍 때문에 c-hGH 치료를 받았다.

이 치료법을 받은 3명의 미국인이 프리온(RNA와 DNA 없이 단백질로만 구성된 전염원)에 오염된 c-hGH를 투여받은 뒤 크로이츠펠트-야콥병(Creutzfeldt-Jakob Disease, CJD)이 발병해 사망했다. 그 때문에 1985년 이후로는 중단된 치료다.

연구팀은 c-hGH 배치에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도 포함돼 있으며 이 단백질이 수십 년 후에 알츠하이머를 일으키는 전염원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5명의 사례는 수석 연구원이 이끄는 프리온 클리닉이 검토했다.

연구팀은 다른 의학적 수술적 절차를 통해 아밀로이드-베타가 전염됐다는 보고는 없으며 일상적인 환자 치료나 일상 활동 중에 아밀로이드-베타가 전염될 수 있다는 증거도 없다고 했다.

수석 연구원 존 콜링(John Collinge) 박사는 “드문 상황이긴 하지만, 아밀로이드-베타 전염이 의심되면 우리는 향후 발병 사례가 나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우발적인 전염이 되지 않도록 조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University of College London Institute of Prion Diseases 소장이자 영국 국립 프리온 클리닉(National Prion Clinic)의 리더다.

콜링 박사는 “우리 연구는 알츠하이머병과 일부 신경학적 질환이 CJD와 유사한 질병 과정을 나타낸다는 점에 주목했고, 향후 알츠하이머병을 이해하고 치료하는 데 중요한 의미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네이처메디신>(Nature Medicine) 1월 29일 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이전 연구를 기반으로

콜링 박사 연구진은 앞서 2015년 9월 네이처에 알츠하이머성 치매가 사람 간 전염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알츠하이머 유발 단백질인 베타 아밀로이드가 전염돼 침착 된 사례를 인간 광우병으로 사망한 환자 8명에서 찾았다.

연구진은 인간 광우병으로 사망한 환자 8명을 부검했다. 이 가운데 4명의 뇌조직에서 알츠하이머 유발단백질인 베타 아밀로이드를 발견했다. 사망자의 대부분이 알츠하이머와 관련된 뇌 질환, 대뇌 아밀로이드 혈관병을 앓고 있기도 했다. 숨진 환자들은 1958년부터 1985년 사이에 왜소증 치료를 위해 장기 기증을 한 사람의 뇌하수체에서 뽑아낸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은 적이 있었다. 연구진은 수술과정에서 뇌하수체에 있던 베타 아밀로이드가 환자에게 전이돼 알츠하이머를 전염시켰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을 했다.

따라서 이번 연구는 c-hGH 샘플이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로 오염됐다는 사실을 발견한 연구자들의 2015년 연구를 기반으로 했다. 2018년 쥐 연구에 따르면 수십 년 동안 보관된 c-hGH 샘플이 주사를 통해 아밀로이드-베타를 전달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오염된 c-hGH에 노출됐으나 CJD로 사망하지 않은 개인에게 알츠하이머가 발생한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에 참여한 환자들은 38세에서 55세 사이로 알츠하이머와 일치하는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났다. 2017년부터 2022년까지 개별 사례는 영국 국립 프리온 클리닉의 전문가가 검토했다. 8명의 사례 중 3명은 이미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다. 다른 두 명은 알츠하이머 진단 기준을 충족했다. 그리고 3명은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전체 환자 중 3명(그중 2명은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음)은 현재 사망했다.

연구에 참여한 모든 환자는 빌헬미(Wilhelmi) 또는 Hartree-modified Wilhelmi 제제라는 방법으로 제조된 c-hGH를 받았다.

바이오마커 분석을 통해 2명의 환자에서 알츠하이머가 진단됐다. 다른 사례에서는 뇌 영상에서 점진적인 뇌 용적 감소, 뇌척수액 총 타우 및 인산화 타우가 증가했고, 부검에서 아밀로이드-베타 침착의 증거가 나타났다.

 

잠재적으로 전염 가능

이 연구에서 일부는 증상이 없었고 일부는 산발성 알츠하이머에 대한 현재 진단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치료 기간과 빈도는 연구에 참여한 사람들 사이에서 달랐고, 치료 시작과 완료 시점의 연령도 달랐다. 연구팀은 이러한 요인이 개인에게 기록된 다양한 표현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사관들은 치매 위험과 관련이 있는 아동기 지적장애, c-hGH 치료를 촉발한 기저 질환, 성장 호르몬 결핍 및 두개골 방사선 요법을 포함해 개인의 인지 증상을 설명할 수 있는 다른 요인들을 배제했고 유전병도 배제했다.

이번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다른 프리온 질환과 마찬가지로 알츠하이머에도 산발성, 유전성, 희귀 후천성 알츠하이머, 즉 의인성 알츠하이머의 세 가지 병인이 있음을 보였다.

연구팀은 “이들 개인에 의해 발병된 임상 증후군은 의인성 알츠하이머병으로 명명될 수 있으며, 이제 알츠하이머병은 잠재적으로 전염될 수 있는 장애로 인식해야 한다”라고 발표했다.

또한 “프리온 질환에서 관찰되는 것과 유사하게 알츠하이머병의 의인성 형태는 산발성 및 유전적, 표현형적으로 달랐다. 일부는 아밀로이드-베타 종자에 노출됐음에도 불구하고 무증상으로 남아 있었다. 따라서 현재는 알 수 없다”고 했다.

 

회의론이 있지만

독일 튀빙겐 대학교 허티 임상 뇌 연구소의 마티아스 주커(Mathias Jucker) 박사와 미국 애틀랜타 에모리 대학교 신경학과 래리 C. 워커(Lary C. Walker)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에 회의적이라고 전했다.

“제시된 사례는 다양하고 복잡하다. 개인은 생애 초기에 여러 장애에 대해 다양한 의학적 개입을 받고, 이러한 상황이 수년 후에 나타난 복잡한 질병 표현형에 기여한다는 사실은 배제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들은 “연구 결과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덧붙였다.

두 박사는 “실용적 관점에서 볼 때, 이 보고서는 조기 예방을 위한 표적으로 아밀로이드-베타 종자의 잠재력을 유념하고, 특히 수술 기구 준비, 조직 취급, 치료용 생물학적 제제의 시행에 있어 사전 주의가 중요하다는 점을 제시해 준다. 본질적인 유의가 필요하다”라고 했다.

메드스케이프 메디컬뉴스(Medscape Medical News)의 연구 결과에 대해 알츠하이머협회의 글로벌 과학 이니셔티브 이사인 크리스토퍼 베버(Christopher Weber) 박사는 아밀로이드-베타가 개인 간에 전염될 수 있다는 아이디어는 이전에 제시된 바 있다고 했다.

“우리는 아밀로이드-베타를 동물의 뇌에 주입하면 알츠하이머병에서 나타나는 것과 유사한 비정상적인 아밀로이드 축적이 동물의 뇌에 생성될 수 있다는 것을 전부터 알고 있었다. 또한 인간의 알츠하이머병 유전자를 동물에 전달해 연구했고, 뇌에는 알츠하이머병과 유사한 비정상적인 과정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아밀로이드가 개인 간에 전달될 수 있다는 생각은 새로운 논문으로 암시될 만큼 신선한 주제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베버 박사는 “이 연구는 아밀로이드-베타의 우발적인 전염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 조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과학계와 임상계가 가능한 한 위험을 이해하고 모든 전염 방법을 제거해야 한다는 것은 합리적이고 중요한 주의점”이라고 말했다. “실수로든 고의로든 베타-아밀로이드를 사람의 뇌에 주입해서는 안 되며,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적절한 조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의학연구위원회, 영국국립보건연구소(NIHR), 런던대학병원 생물의학연구센터, 영국 알츠하이머 연구기관 및 뇌졸중협회의 지원을 받았다. 존 콜링 박사는 프리온 질환 진단, 오염 제거 및 치료 분야에서 활동하는 학술 스핀아웃 회사인 D-Gen, Ltd.의 주주이자 이사다.

 

메드스케이프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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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멘시아뉴스는 2021년 12월 29일 문민호 건양의대 생화학교실 교수 인터뷰로 알츠하이머 감염 가설 연구를 다룬 바 있다. 아밀로이드-베타나 타우 가설을 기반으로 하는 표적 치료제 임상들이 기대와 달리 성과가 아쉽거나, 더딘 개발 상황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학계에서는 이미 발생 병리에 있어 감염 가설 논의가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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