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성 ㈜기억산책 공동대표는 25년간 우리나라 영상, 게임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이룩한 소프트웨어 개발사 ㈜씨투몬스터를 이끌어왔다.
그는 9년 전 삼성서울병원 재활의학과 김연희 교수와의 만남을 계기로 치매 디지털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김연희 교수는 최 대표 회사의 실무진과 1년여간 경도인지장애 스터디를 진행하며 인지훈련 프로그램 개발 필요성을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최 대표는 치매가 타 질병에 비해 심각한 재난에 가까운 병이며, 사회적·경제적으로 어마어마한 손실을 일으키는 데도 무방비에 가까운 병임을 접했다. 그로부터 치매로 인한 가족의 상실감, 우울증, 가정 파탄에 이르는 여러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콘텐츠 개발에 착수해, 한국인에게 맞는 통합형 인지훈련 프로그램 솔루션을 선보였다.
최 대표가 김연희 교수를 만날 당시 의료기관에서 쓰는 치매 진단 프로그램은 주로 의료 선진국에서 도입한 소프트웨어였다. 김연희 교수를 통해 한국형 치매 인지훈련 프로그램의 필요를 절감하고, 당시 디지털치료제 시장이 성숙하지 않은 시점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중소벤처기업부의 기술 개발과제를 따내 ㈜기억산책을 탄생시켰다. <사회적기업가에게 치매를 묻다> 네 번째 기업으로 기억산책을 선정해 그 걸어온 길을 같이 산책해 본다.
1. 기억산책을 소개해 주세요.
㈜기억산책은 영상, 게임 기반 회사 ㈜씨투몬스터를 모체로 한 벤처회사로, 지난 9년간 인지능력 저하를 지연하는 인지훈련 프로그램을 만들어 왔습니다.
암에 대해서는 많은 부분이 규명되어 치료법도 있는데, 치매는 다양하고 원인 규명이 어려운 데다 한번 발병하면 죽을 때까지 회복이 안 됩니다. 치매 예방을 위한 콘텐츠 개발은 공공성이 매우 높은 가치 있는 작업이죠. 9년 전 선진국에서 들여온 치매 진단 프로그램은 너무 지루하고 재미가 없었습니다. 이야기가 있는 게임처럼 음악과 미술 요소를 더해 시니어 분들에게 흥미를 드리고 싶었어요.
그렇게 시작한 기억산책의 인지훈련 콘텐츠는 삼성서울병원, 가천대길병원,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차의과학대학교, 건국대학교병원, 인제대학교일산백병원, 인하대병원 등 8개 종합의료기관과 공동 기획·설계해 개발했고, IRB(Institutional Review Board, 임상시험심사위원회) 승인과 임상 실증을 거쳐 2022년부터 상용화 서비스를 개시했습니다. 2023년 2월 ㈜씨투몬스터에서 시작한 디지털 치료제 개발 노하우로 ㈜기억산책을 본격적으로 출범시켰습니다.
기억산책의 대표적인 인지훈련 콘텐츠는 ‘메타360’, ‘청춘만세’, ‘행복한일주일’입니다.
메타360은 ICT 기술을 적용한 인지훈련 앱으로 인지 유연성, 작업 기억 능력, 주의력, 시·지각 기억력, 문제 해결력, 언어 유창성을 훈련합니다. 게임 형태로 재밌게 미션을 수행하는 방식이죠.
청춘만세는 노인들이 걸릴 수 있는 질병에 대한 정보와 예방법, 증상과 치료 방법, 식단 등을 소개받고 건강 관련 퀴즈를 풀며 인지훈련을 하는 게임 프로그램입니다
행복한일주일은 귀여운 강아지와 함께 일주일 단위 목표를 정하고 다양한 퀴즈 여정을 풀어가는 프로그램으로 글을 알지 못하더라도 인지훈련이 가능한 미니게임입니다.
영역별로 치매 예방훈련을 재밌게 수행합니다. 콘텐츠에 따라 성격이 조금씩 다른데, 어르신들 눈높이와 필요에 맞춰 쉽고 재밌게 인지훈련을 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기억산책은 AI 개발팀, 콘텐츠 개발팀, 의학 자문팀을 비롯해 노년층 사용자 중심의 UX(사용자 경험)·UI(사용자 상호작용) 전문가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현재 국내 특허등록 5건, 상표권 등록 1건을 비롯해 국내외 특허출원 5건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개발한 치매 개선용 인지훈련 프로그램들은 국내외 논문, SCI 등재로 의학적 검증을 받은 상태입니다.
특히 중요한 것이 의학적 검증이죠. 의료기기 품질관리 심사 인증과 국내외 디지털치료제 승인을 위한 실증데이터를 확보하고자 실증시범사업을 진행했고, 2025년에는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를 비롯한 미국 FDA의 디지털치료기기 승인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매출은 2023년 설립 1년 만에 5.2억 원을 달성했고, 2024년부터 매년 100% 이상의 매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매진하고 있습니다.
기억산책은 2022년 1월부터 8월까지 경기도광역치매센터가 경기도 전역의 노인복지관을 대상으로 진행한 “치매, 스마트하게 예방하다”의 실증시범사업자로 선정됐습니다. 경기도 전역의 어르신들에게 테블릿과 모바일폰으로 인지훈련 시범사업을 실행해 호평을 받았습니다. 의학적으로 인지 개선 효과를 입증하는 결과를 얻기도 했고요. 국내 광역권 최초의 실증시범사업으로, 코로나19의 상황에서 성공적인 시범사업으로 평가받았습니다.
2. 선진국과의 비교해 우리나라 IOT(Internet of Things, 무선 통신을 통해 각종 사물을 연결하는 기술)는 어떤 수준인가요?
저는 25년간 디지털콘텐츠 분야의 컴퓨터그래픽 소프트웨어 쪽에서 일했습니다.
세계적인 컴퓨터그래픽전시회인 시그라프(Siggraph)에 참가해 생산 공정관리, 3d 스토리보드, 저작 소프트웨어 등을 전시하며, 삼성서울병원과 개발한 ‘젊어지는여행’이라는 테블릿으로 즐기는 여행 테마의 인지훈련 제품을 선보였습니다. 미국 의대 교수, 의료기관 전문가들이 부스에 방문해 관심을 보였고, 당시 정년퇴임한 한 미국인 의대 교수는 ‘젊어지는여행’과 같은 인지훈련 프로그램을 만들고자 온갖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국 성과를 얻지 못했다면서, 기억산책이 개발한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 평가해 주었습니다.
한국의 콘텐츠 개발 수준은 전 세계 선두에 자리합니다. 의료기관에서 개발하는 인지훈련 프로그램의 ICT(IT[Information Technology]에 통신[Communication]이 더해진 개념)와 그래픽 제작 능력은 우리나라가 게임, 드라마, 영화 등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에 도달했음을 입증했습니다. 특히 한국은 급한 성격에 빠르게 성과를 내고 마는 성향이 강한 덕분에 단기간에 ICT 수준을 세계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죠.
현재는 우리의 ICT 기술을 어떻게 잘 구현해 적용하느냐의 방법론과 개발 경험 노하우의 축적이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잘 준비해 온 토대 위에 글로벌 시장 진입을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 그리고 투자 그룹의 공격적인 투자 자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3. 정부에 제안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초고령사회를 앞둔 한국은 치매를 비롯한 노년층의 기저질환 문제를 해결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특히 치매 이전 단계에서 대응하는 의학적 검증이 확보된 프로그램 설계와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개발비 투입과 산출 결과물의 상용화에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길 바랍니다.
치매를 비롯한 만성질환은 ICT 기술을 비롯한 감성 로봇, AI 클라우드 등 다양한 혁신 기술이 수반되는 총체이기에 개발사들이 협업해서 효율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해 내는 데 정부의 개입과 많은 투자가 필요합니다.
4. 최진성 대표님의 보람과 꿈은 무엇인가요?
치매안심센터 담당자를 만나 보면 개별 앱은 좋아하지 않지만, 통합관리 시스템은 무척 선호합니다. 우리 제품을 들고 복지관 어르신들을 만나면 애 많이 썼다며 칭찬과 감사 인사를 듣습니다. 부모 세대를 케어하는 프로그램으로 분명한 인지기능 개선 효과를 얻었다는 피드백을 들으면 보람 있죠. 수익성이 높은 일은 아니어도 우리의 원천 기술이 어르신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데서 얻는 감동은 큽니다.
초고령사회에서 노년층의 치매, 다양한 기저질환을 예방하고, 조기에 개선 가능한 개인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해 치매 가족에게 행복한 삶을 영위하게 하는 착한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싶습니다. 현재 저희 앱들이 한국어를 기본으로 제공하며, '젊어지는여행'은 영어와 중국어 버전으로도 구글플레이에 출시돼 글로벌로 뻗어가고 있습니다. 디지털치료제 분야의 유니콘기업을 꿈꾸고 있습니다.
5. 국내 치매 가족에게 가장 필요한 것, 사회적 인식 개선은 무엇일까요?
치매는 우리 모두의 숙제입니다. 국가적 관심이 필요하죠. 저소득층 가족이 치매에 걸리면 심각한 경제적·정신적 문제를 수반합니다. 가난한 가족이 케어하기는 어렵습니다. 사회적으로 국가적으로 시스템을 만들어 돌봐야 하죠. 그 단계에서 저희는 테블릿이나 스마트폰으로 체킹해 결과 데이터를 볼 수 있고 지자체 전담 병원에서 전문 관리해 시간과 비용을 아끼는 효과를 드릴 수 있습니다.
치매 유병률이 높아지는 60세 이상은 다양한 인지훈련 프로그램을 수행해 사전에 대비할 수 있습니다. 의학적 진단과 함께 관리할 수 있죠. 그리고 치매와 별도로 노인 인구 50% 이상이 만성질환을 두 개 이상 보유하고 있으므로 매일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 및 다양한 사회 활동으로 질병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이는 한 개인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고 기억산책과 같은 벤처기업, 치매센터, 보건소, 노인복지관 등 다양한 지원기관의 온오프라인 방식으로 협업해 실천해야 효과적입니다.
따라서 의학적 검증을 거친 효능 있는 콘텐츠를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한국이 인터넷 강국임에도 아직 노인 돌봄 분야에서는 이러한 혜택의 사각지대이기에 많은 관심과 개선이 필요하죠.
사회적으로는 노년층 문제만이 아닌 온 가족의 문제 그리고 사회적인 문제로 인식 개선이 필요하고, 독거노인, 저소득 노인 등에 대한 지역사회의 공적 돌봄 시스템 구축 등 빈 곳이 없는 돌봄 서비스 개발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6. 작년에 가장 감사한 성취와 올해 계획은 무엇인가요?
작년에 기억산책이 개발한 치매 인지훈련 프로그램을 상용화했고 이를 확대하는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SK텔레콤(행복커넥트)의 어르신 위한 인공지능 스피커 NUGU Nemo2 AI돌봄서비스에 기억산책 통합 인지훈련 솔루션과 통합 정보관리 시스템이 탑재돼 서비스했다는 것, 정부의 스마트빌리지 사업 일환으로 충청북도 시니어스마트체험존을 우리 통합 인지훈련 솔루션을 기반으로 설계해 기존의 스마트경로당 구축사업의 틀을 벗어나 ICT 혁신 기술이 적용된 인지훈련, 운동, 미술 요소를 적용한 VR, AR 실감형 콘텐츠를 제공해 어르신들이 즐겁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설계했습니다. 이 체험 과정에서 추출한 다양한 인지훈련과 운동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해 개인별, 기관별로 분석결과 보고서를 시각화해 제공했습니다.
이 시각화된 그래프로 인지영역별, 연령별, 지역별, 학력별 다양한 지표를 분석한 데어터를 보면서 앞으로 어떤 인지훈련을 해야 하고, 적절한 운동량과 운동 방법이 무엇인지 추천이 가능해집니다. 이러한 시니어스마트체험관을 2024년 2월부터 충청북도노인종합복지관에 제공할 예정입니다.
7. 치매 공감 전문 채널인 디멘시아뉴스에 당부하고 싶으신 것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어르신을 포함한 다양한 세대에게 치매를 비롯한 기저질환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채널이 되길 바랍니다, 치매를 비롯해 어르신들의 건강, 고독, 경제적 문제 등 다양한 사회 문제를 개선하고자 솔루션을 개발하는 기업들을 소개해 주셨으면 합니다. 특히 잘못된 정보에 대한 검증과 진정성 없는 업체들을 잘 가려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