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본 치매 이야기 ① 엄마 미안해
책으로 본 치매 이야기 ① 엄마 미안해
  • 황교진 기자
  • 승인 2023.11.08 17: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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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공적간병제도, 치매 간병은 가정에서 해결할 수 없다
엄마, 사랑해 책 표지 / 교보문고
엄마 미안해 표지 / 교보문고

2018년 일본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이며 NHK, 닛케이BP 등 일본 언론이 극찬한 치매 수기 책이 《엄마 미안해》다.

책의 부제는 "내 멋대로 살던 나, 엄마를 돌.보.다."다.

80대 치매 어머니를 돌본 50대 아들의 간병기가 초고령사회 일본 열도를 흔들었다. 치매 어머니를 간병한 아들의 실제 경험담에 우리나라의 치매 가족에게 귀감이 되는 포인트가 가득하다. 치매 가족을 위한 디멘시아뉴스와 연관성이 깊어 <책으로 본 치매 이야기> 시리즈 첫 편으로 소개한다.

저자 마쓰우라 신야는 1962년 생으로 우주개발을 전문으로 취재하는 과학 칼럼니스트다. 그의 어머니는 영문학을 전공한 엘리트이며 80세 들어 치매 판정을 받았다.

큐슈대학이 작년에 발표한 ‘일본의 치매고령자 인구 장래 추계에 관한 연구’에 의하면, 일본은 2025년에 65세 이상 노인의 19%인 675만 명이 치매 환자라고 추정했다. 일본의 고령자 5명 중 1명이 치매 환자다. 65세 이상 10.3%의 치매 유병율인 우리나라에 비해 약간 높은 수준이다. 일본의 현 상황이 곧 우리가 마주할 상황으로 빠르게 덮쳐오고 있다.

과학 관련 글로 생계를 해결하며 50대까지 홀로 자유롭게 살던 저자는 치매 판정을 받은 어머니를 돌보기로 결심했다. 간결하고 논리적인 문체로 간병기를 기록했다. 저자는 해외에 사는 동생 몫까지 대신해 치매 어머니의 재가 케어를 도맡는다.

저자의 간병기는 발병 직전부터 시간순으로 배열돼 있다. 우리나라처럼 일본도 어르신들이 초기 치매 판정을 받아들이기 어려워 한다. 자식도 건망증이라고 생각하고 치매 초기의 중요한 치료 시기를 놓친다.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으로 여긴 노모는 반복되는 단기 기억 상실의 사고를 겪으며 치매 환자임을 인식한다. 하지만 초기 치매 시기의 중요한 치료와 뇌 학습 운동을 충분히 하지 못하면 중증 치매 환자로 넘어가는 것은 순식간이다.

노모의 치매는 점점 심해졌고 큰 낙상 사고까지 겪었다. 인지 기능뿐만 아니라 운동기능도 저하되는 단계에 이르며 재가케어에 최선을 다한 저자는 죄책감과 짜증으로 스트레스 한계치에 도달한다. 2년 반의 간병 기간에 결국 아들로서 인내심의 극한을 경험하며, 순간적인 자제력을 잃고 어머니 뺨을 때리고 말았다.

그 자책의 순간에 저자는 펑펑 울며 외국에 있는 동생에게 전화한다. 동생은 형이 혼자 분투한 현실에 대해 먼저 위로한 후 미안해하며 조언한다.

“형, 엄마를 공적간병제도에 맡기고, 집에서 증상이 심해지는 엄마를 돌보며 혼자 짊어지려고 하지 마”.

엄마 뺨을 때린 형의 슬픈 언어에 휘둘리지 않고 그 심적 고통을 위로하는 동생도 인간적이다.

그 상황의 보호자들 중에 형제끼리 서로 분노를 표출하며 원수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독박 간병을 하는 이에게 도움이 되기보다 멀찍이서 모진 말을 쏟아붓는다. 저자는 동생의 조언에 따라 공적간병제도 도움을 받는다.

일본은 7단계의 간병 프로그램이 있다. 간병 살인, 간병 자살의 문제가 심각해지지 않도록 국가가 세부적으로 사회 시스템을 만들었다. 지역포괄지원센터, 케어 매니저, 헬퍼, 데이 서비스, 단기 스테이 등 치매 환자의 병증에 따른 세밀한 단계별 조치, 간병용품 임대 사업, 특별노인요양원이나 그룹 홈 등의 입주형 시설, 그리고 그것들을 지원하는 공적간병제도. 일본은 이런 사회 케어 시스템으로 고령자 간병의 선진화를 이뤘다. 우리의 고령자 간병은 어렵다. “자녀가(가족이) 최선을 다하면 된다”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책 제목이 “엄마 미안해”다. 치매 어머니가 반복적으로 사고를 치며 아들에게 분노의 감정을 쏟아내는 막말을 퍼붓는다. 분을 참지 못한 아들은 갑자기 인내심을 잃고 어머니의 뺨을 때리다가 정신을 차린다. 그리고 자책감에 빠지는데 스트레스의 행위로는 좀 지나치다고 볼 수 있지만, 치매 가족의 현실에선 공감하지 못할 일도 아니다. 저자는 공적간병제도의 도움을 이미 요청했어야 했다. 공공 시스템이 있는데도 더 감당해 보려는 의지가 결국 심각한 죄책감을 안겼다.

저자는 어머니를 사랑했고 온 힘을 다했다. 저자의 조언에서 우리가 귀 기울여야 할 부분이 있다. 노인 인구는 계속 늘어가고 출산율 감소로 젊은 층은 줄어드는 사회에서 계층을 구분하고 악감정까지 형성되는 구도에서 문제 원인을 찾으면 안 된다(일본도 정치인 중에 노인 때문에 청춘의 짐이 무겁고 고통이 크다는 식으로, 청춘의 고통 원인을 노인에 둔 이가 있다). 건강한 수명을 늘리고자 사회 구성원 전체가 함께 애쓰고 이해하는 정신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누구나 노인이 되고 치매에 걸릴 수 있다. 우리나라는 80세 이상 세 명 중의 한 명, 65세 이상 열 명 중 한 명의 치매 유병률을 보이고 있다. 우리 공동체의 일이고 각자도생으로는 외면할 수 없는 일이다. 더는 분리와 고립으로 해결할 수 없는 고령 사회의 과제다.

《엄마 미안해》의 저자처럼 고통스럽고 답답하고 극도의 스트레스를 참는 이들이 우리 사회 안에 늘어가고 있다. 

기자는 뇌출혈로 식물 상태가 된 어머니를 1997년부터 간호하며, 2008년에 선진국형 사회보장제도라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시행되자마자 1등급을 받았다. 실제로 아무 도움이 안 돼 크게 실망했다. 의료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환자는 예나 지금이나 건강보험뿐이다. 부족한 서민 월급으로 빚을 계속 지면서 병원비를 감당할 수밖에 없었다. 가장 힘든 간병을 몸으로 마음으로 열정으로 커버해야 했다.

어머니가 하늘의 부르심을 받던 날 많이 울었고 안도했다. 좁은 병상에서 20년을 계신 어머니가 더는 고생하지 않게 되신 것이 다행스러웠다. 일본의 베스트셀러 간병 수기 《엄마 미안해》의 제목과 달리 《엄마 사랑해》로 말할 수 있는 사회가 한국 사회이길 바란다. 존엄성, 인격이 있는 어르신을 가족이 끝까지 손잡아 드리다가 홀가분하게 보내드릴 수 있는 한국형 공적간병제도가 도입되길 바란다. 사회 어느 계층이나 살아가는 현실의 무게가 만만치 않다. 사회 각 계층의 고통에 관해 가장 공감능력이 뛰어나야 할 국회가 좀더 예민하고 기민해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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