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걸리신 부모님들이 먹는 약 이야기[11]
치매 걸리신 부모님들이 먹는 약 이야기[11]
  • DementiaNews
  • 승인 2018.06.18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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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용태 효자병원 신경과장/연세대 외래교수

항정신병 약물

2002년 개봉된 하워드 론 감독, 러셀 크로우 주연의 ‘뷰티풀 마인드’라는 영화에서는 심각한 정신질환인 조현병(정신분열병)을 앓고 있는 천재 경제학자 존 내시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보면 존 내시는 스스로 가상의 인물을 만들기도 하고 대화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는 이것이 병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약을 먹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약을 먹는 존 내시는 행복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부인 모르게 약을 안 먹기도 합니다. 결국 그러한 행동은 망상과 환각을 다시 불러 오게 되지요. 그러면 왜 존 내시는 약을 먹으려고 하지 않을까요?

망상은 잘못된 믿음을 말하며, 환각은 지각의 장애이지요. 즉 남편이 바람 피웠다는 것은 망상일 수도 있고 실지로 보지 못한 것을 보았다고(환시) 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둘이 같이 섞여 나오기도 하고 구분이 되지 않기도 합니다. 이런 것들이 왜 생기는지는 아직도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중 한가지 가설이 뇌 내에 도파민이라는 물질과 연관된 신경계의 활성화가 망상과 관련 되었다는 것이지요. 도파민이라는 화학물질은 정신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도파민이 뇌에서 하는 역할은 보상(reward)과 강화(reinforcement) 입니다. 좋은 음식, 안락함, 섹스, 마약 등에서 즐거움과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은 바로 도파민 때문입니다.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지 않더라도 기대만으로 도파민 분비가 증가되며, 도파민 분비가 증가되거나 도파민에 대해서 신경계가 과민 반응을 하게 되면 즐거움,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기대, 꿈, 행복, 쾌락이 모두 도파민의 분비와 관계가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도파민은 동기부여 현저성(motivational salience)과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1 물론 누가 보아도 중요한 현상에 대해서 동기부여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예를 들어 프로포즈가 받아들여진다 던지, 사법시험에 합격하든지.. 등등) 만약 별로 중요 하지도 않은 일에도 도파민 신경계가 과도하게 활성화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부인의 귀가가 조금만 늦어도 부정을 의심하고, 밤에 어스름하게 비치는 그림자를 보고 돌아가신 어머니가 서 있다고 하는 등 망상과 환각에 노출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일부의 환자에게는 병의 초기에는 감각이 예민해지거나 전혀 생각하지 못하던 것을 떠올리기도 하지요. 내시가 약을 안 먹는 이유는 이러한 창의성이 손상되는 것을 느꼈기 때문일 것입니다. 망상이나 환각을 주로 치료하는 항정신병 약물은 뇌 내에 도파민 신경계의 수용체를 차단합니다. 그러면 쏟아져 들어오는 의미나 감각들이 서서히 줄어들게 되지요. 동시에 망상이나 환각 등이 감소하게 됩니다. 하지만 대가를 치루어야 합니다. 뇌 내의 도파민 신경계는 크게 중변연(mesolimbic) 흑질선조(nigrostriatal) 도파민 신경계로 나누어 지는데 중변연 도파민계가 주로 정신 현상과 연관되어 있다면 흑질선조 도파민계는 운동기능과 관련이 있지요. 그래서 항정신병 약물을 복용하게 되면 망상, 환각과 같은 정신과 증상은 좋아지지만 용량을 올리게 되면 서서히 몸이 굳어지고 손이 떨리는 파킨슨 증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또한 생각의 속도도 늦어지고 감정의 기복이 없어지고 평탄화 됩니다. 알츠하이머병 치매와 심한 망상을 보이는 환자가 이 약을 복용하게 되면 며느리를 괴롭히는 것은 줄어들거나 없어지지만 움직임이 둔해 지거나 넘어지는 등 몸 안에 갇혀 버리게 됩니다. 물론 모든 환자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의사들은 정신증상은 호전시키지만 몸이 굳는 것 같은 운동기능부작용을 없애고자 필사적으로 용량을 조정합니다. 또 제약회사에서는 원하는 증상만을 조절하고 부작용이 없거나 적은 다양한 2세대 항정신병 약물을 개발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비교적 부작용이 작은 약들이 개발되고 치료 매뉴얼도 많이 향상되었습니다. 하지만 완전하지는 않습니다. 특히 심한 행동장애의 경우는 어떤 약을 사용하더라도 그 부작용을 피할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과연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출처: 픽사베이

1836년 덴마크의 작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이 쓴 인어공주 동화에는 선택이라는 화두가 나오지요. 다리를 얻고 목소리를 잃어버리는 선택이 첫번째 선택이며, 왕자가 다른 여자를 신부로 받아들일 때 왕자를 칼로 찔러 죽이는 대신 그녀가 사는 것이 두번째의 선택입니다. 어떤 선택이 옳았는지 틀렸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하나를 얻고 하나를 잃을 때는 기본적인 목표가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즉 인어공주에게 있어서 기본적인 목표는 진실로 왕자를 사랑하는 것입니다. 의사나 가족이 환자에게 바라는 기본적인 목표는 어떤 선택이 진실로 환자의 행복을 위한 것이냐는 것이겠지요. 매일 할머니에게 적당히 욕 먹으면서 공존할 것인지, 아니면 욕은 하지 않으나 종종 넘어지는 것과 공존할지. 또 어떤 경우에는 매일 극심한 부정 망상에 고통 받을지 침상에서 손을 떨지만 심리적으로는 편안하게 있을지 우리는 항상 선택의 문 앞에 있습니다. 그리고 인어 공주에서는 그 선택이 두번으로 끝나지만 환자는 수없이 변화하기 때문에 우리는 수없이 선택을 강요당합니다. 자 당신은 무엇을 선택할 건가요?

참고문헌

Kapur S, Mizrahi R, Li M. From dopamine to salience to psychosis--linking biology, pharmacology and phenomenology of psychosis. Schizophr Res. 2005 Nov 1;79(1):5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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