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과 신화-기억, 건망증, 므네모시네
기억과 신화-기억, 건망증, 므네모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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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3.29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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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건망증, 므네모시네

인간은 과거의 경험 등 온갖 정보를 자신의 기억 속에 저장하고 필요할 때마다 불러낸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점차 기억 및 정보 소환능력이 떨어진다. 어떤 일을 이미 해놓고도 잊어버린 채 다시 하는가 하면, 물건을 분명 어딘가에 두고도 그곳을 몰라 찾아 헤맨다.

가스 불 위에 음식을 올려놓은 것을 다 태우고 나서야 허겁지겁 할때도 있고, 심지어 자주 만나던 사람의 면전에서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 말문이 막히기도 한다.

단순 건망증의 단계를 넘어 기억력이 동년배에 비해 상당히 떨어진다면 경도인지장애라고 한다. 경도인지장애는 치매의 전단계로 알려져 있으며, 기억력 등 인지기능은 대체로 저하되어 있지만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그러나 인지기능이 크게 저하되어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초래한다면 이는 치매단계에 도달한 것이다. 가장 흔한형태의 치매인 알츠하이머병의 핵심증상이 바로 기억장애다.

그런데 기억이란 과연 무엇인가? 우리는 신화에서 기억과 건망증의 유래를 찾아볼 수 있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기억의 여신 '므네모시네(Mnemosyne)' [ 이미지 출처 : 구글검색 ]

건 망 증 을  의 미 하 는 영 어 ‘amnesia’는 부정을 뜻하는 ‘a’와 기억을 의미하는 ‘mne-’, 그리고 상태를 가리키는 ‘-ia’의 조합어다. ‘Mne-’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기억의 여신 므네모시네(Mnemosyne)에서 유래했다.

므네모시네는 하늘의 신 우라노스와 땅의 여신 가이아 사이에서 태어났다. 우라노스는 가이아의 아들인 동시에 남편이다. 기원전 8세기경 헤시오도스가 저술한 신들의 계보에 관한 책 ‘신통기(Theogonia) ’에 따르면 가이아로부터 우라노스와 폰토스가 나왔고, 다시 가이아는 우라노스와의 사이에서 열둘의 티탄과 키클로페스 삼형제, 그리고 헤카톤테이르 삼형제를 낳았다.

므네모시네는 티탄 중 하나로 시간의 신 크로노스의 누나이자 제우스의 고모다. 므네모시네는 조카인 제우스와의 사이에서 아홉의 뮤즈들을 낳았다. 그 시대에는 아직 문자가 없었기에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기록으로 남길 방도가 없었다. 따라서 선사시대의 구전문학처럼 모든 것이 오직 기억에 의해서만남겨지고 전해졌다.

이들은 어머니 므네모시네로부터 물려받은 완벽한 기억력 덕분에 음악은 물론 신들과 인간 세상의 모든 예술을 관장했으며, 천지간에 벌어지는 온갖 일을 후대에 전할 수 있었다. 므네모시네의 은혜를 입지 못해서인지 우리 인간은 건망증에 시달린다. 하지만, 기억의 상실로 인해 과거의 괴로움을 떨쳐낼 수가 있고, 삶을 계속 이어갈 새로운 힘을 얻기도 한다. 망각(Lethe) 을 통해 인생의 고통과 번뇌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대체로 사람은 노화를 거쳐 죽음에 이른다. 그리고 닥쳐올 죽음을 두려워한다. 치매에 의한 기억장애를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인간이 죽음에 대한 공포를 모면할 수 있도록 마련해 둔 신의 자비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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