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소체 치매의 역사: 로빈 윌리엄스와 루이소체병
2014년 8월 11일 미국의 배우 로빈 윌리엄스가 자택 화장실 문에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되었다. 그는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1989), <굿 윌 헌팅> (1997), <박물관은 살아 있다> (2006) 등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인물이다. 윌리엄스는 자신이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줄로 알 며 살았으나, 사후 부검결과 루이소체병으로 진단되었다. 생전에 그는 파킨슨 증상 외에도 불면증, 우울증, 편집증, 망상, 기억장애 등으로 고통을 겪었는데, 그의 부인은 그 병의 원인을 ‘뇌에 침입한 테러범때문이라고 하였다.
미국만 하더라도 1천 5백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루이소체병을 앓고 있다. 이처럼 루이소체병으로 인한 치매(루이소체 치매)는 흔한 질환이지만 의외로 한국에선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신경퇴행성 질환에 의한 치매 중에서 가장 흔한 유형은 알츠하이머병으로 대략 70% 정도를 차지한다. 그 다음으로 흔한 치매 유형이 루이소체 치매이며, 신경퇴행성 치매의 20% 정도를 차지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루이소체 치매 환자의 수가 얼마나 되는지는 지금껏 제대로 파악조차 되지 않은 실정이다.
루이소체 치매는 의식 및 인지기능의 심한 기복, 환시 등의 주 증상과 함께 흔히 파킨슨 병의 증상도 동반한다. 이 질환에는 피해망상과 수면장애(꿈을 꾸다가 소리를 지르거나 꿈을 꾸면서 꿈의 내용대로 움직이는 증상)가 흔히 동반된다. 환자의 이상행동을 조절하기 위하여 신경이완제가 처방되는데, 루이소체 치매 환자는 그 약제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여 혼수상태에 이르기도 하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과 더불어 약제 사용에 신중을 기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 병은 알츠하이머 치매에서 보이는 인지 장애 증상(기억력 장애, 공간감각 저하, 사물 인식능력 저하 등)과 파킨슨병의 운동 장애 증상(느린 동작, 손 떨림, 몸이 뻣뻣해지는 증상, 보행 및 균형장애)이 동시에 수반되는 특이 질환이다. 그렇기 때문에 적절한 진단을 내리기가 어렵고, 그러다 보니 부정확한 진단이 빈번히 내려지기도 한다. 실제 로빈 윌리암스도 파킨슨병으로 진단받았으나, 부검결과 결국 그의 질병은 루이소체 치매였음이 밝혀졌다.
루이소체병의 발견
코사카 켄지(Kosaka Kenji)는 진행성 치매와 파킨슨 증상을 보인 초로기 치매 환자의 부검을 통해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유형의 치매를 발견하였다. 처음에는 그 환자에게 비전형적인 초로기 알츠하이머병이라 진단하였으나, 사후 부검을 통해 그의 대뇌피질에서 ‘루이소체’가 처음으로 발견된 것이다.
코사카 켄지는 1939년 일본에서 태어나 1965년 가나자와 대학교를 졸업한 정신과 의사이다. 이후 그는 나고야대학 정신과학 교실에서 치매에 관한 신경병리 연구를 시작하였다.
도쿄 정신과학 연구소에서 근무하던 중, 1976년 세계 최초로 부검을 통해 루이소체 치매를 보고하였다. 뮌헨의 막스 플랑크 정신과학 연구소에서 근무하던 1979년에는 루이소체 치매의 부검 사례를 유럽 최초로 보고하였다. 1980년엔 루이소체병(Lewy body disease)이라는 용어를 제안하였고, 이 진단명은 1995년 열린 국제학술회의에서 처음으로 공식 채택되어 오늘날까지 쓰이고 있다. 1991년부터 요코하마 의과대학의 교수로 재직하던 중, 루이소체 치매를 발견한 과거 공로가 인정되어 2013년 아사히 상을 받았다. 현재 그는 요코하마 시립대학교 명예교수로 재직 중이다.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의 병명이 발견자의 이름을 본딴 것을 감안하면, ‘루이소체병(Lewy body disease)’ 또는 ‘루이소체 치매(Lewy body dementia)’보다는 ‘코사카병(Kosaka’s disease)’ 혹은 ‘코사카 치매(Kosaka’s dementia)’라는 명칭이 더 적절하리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