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초읽기] ⑧ 노인을 위한 맞춤형 주거 ‘실버타운’의 실제 _이한세 스파이어리서치앤드컨설팅 대표(上)
[초고령사회 초읽기] ⑧ 노인을 위한 맞춤형 주거 ‘실버타운’의 실제 _이한세 스파이어리서치앤드컨설팅 대표(上)
  • 황교진 기자
  • 승인 2024.10.08 1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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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타운, 요양원, 요양병원에 대한 이해와 좋은 곳을 선택하는 정보 제공
노인의 삶의 질 위해 건강수명 늘리면서 공적자금 절약하는 현실적 대책

65세 이상 인구 천만 명 시대에 노인 돌봄과 노인 주거 환경 문제는 해결해야 할 큰 숙제다. 자녀들에게 부담 주기 싫어하는 노인은 늘고, 부모를 모시고 살아가는 가구는 축소되는 분위기에 고령 인구가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실버타운이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시니어들에게 필요한 건 ‘시설’이 아니라 ‘집’이다. 상위계층이 누릴 수 있는 프리미엄 시설로 실버타운이 알려졌지만, 실버타운을 부유층의 전유물로 생각하는 건 오해다. 실버타운, 실버스테이, 고령자복지주택 등 시니어 레지던스의 개념과 실제 모습을 알아보기 위해 이한세 스파이어리서치앤드컨설팅 대표(숙명여대 특수대학원 실버비즈니스학과 초빙교수)를 만났다.

 

이한세 박사 / 황교진 기자
이한세 스파이어리서치앤드컨설팅 대표 / 황교진 기자

Q. 디멘시아뉴스 독자에게 이한세 박사님을 소개해 주세요.

주된 현업은 스파이어리서치앤드컨설팅 한국지사 대표입니다. 골드북스(Goldbooks)라는 출판사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겸업으로 숙명여대 특수대학원 실버비즈니스학과에서 초빙교수로 대학원생에게 강의하면서, 노인 주거와 돌봄 주제로 주기적으로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스파이어리서치앤드컨설팅 한국지사 대표를 맡은 지는 2003년부터니까 20년이 좀 넘었네요. 본사는 싱가포르에 있습니다. 여러 나라에 지사를 둔 리서치 회사인데 싱가포르 창업자가 과거에 저와 외국계 리서치 회사에서 근무한 동기였어요. 당시 제가 한국 팀장이었고 그 친구가 싱가포르 팀장을 했죠. 본사 행사 때 홍콩이나 싱가포르에서 만나면서 서로 친해졌습니다. 세월이 지나 둘 다 2000년에 창업해서 3년 정도 흘렀을 때, 그 친구가 자기 일을 도와달라고 요청해 제가 그 회사 한국지사를 맡아 독립적으로 경영하게 됐어요. 본사 대표인 그는 옥스퍼드 대학을 나온 수재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인디아 등 여러 나라에 지사를 확장하며 성장해 가고 있습니다. 한국지사는 한국고용정보원의 위탁을 받아 《직업 사전》 편찬을 비롯해 직업연구를 10년 정도 했으며, 직업에 대해서는 가장 많이 아는 리서치 회사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Q. 노인 주거, 복지, 의료와 돌봄 등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노인 복지 관련 일을 하게 된 것은 2013년에 한국 로봇 회사들과 일하면서부터입니다, 로봇산업에는 산업용 로봇, 군사용 로봇, 서비스로봇 등이 있는데 청소기를 비롯해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서빙 로봇이 서비스로봇이죠. 서비스로봇을 연구·개발하던 회사에서 본인들이 개발한 로봇에 대한 시범사업을 의뢰해 왔어요.

당시 개발한 서비스로봇이 이동 보조 로봇이었습니다. 일종의 전동 휠체어 같은 것인데 일반 전동 휠체어와는 매우 달랐고 외양은 전동 스쿠터에 가까웠습니다. 제자리에서 회전하는 기능도 있어서 엘리베이터에 타도 뒤로 나올 필요 없이 바로 회전이 가능해 다시 앞으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또한 핸들 중앙 터치패널에 목적지 정보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도록 설계됐습니다. 수동으로 조절해도 되고, 자동 입력 정보를 넣으면 노인들이 타고 있기만 해도 자동으로 원하는 장소로 탑승자를 이동시켜 주는 기능까지 갖추었죠. 이동 보조 로봇 개발회사에서 개발한 시제품으로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시범사업을 성공리에 마치고, 한국에서 향후 완제품으로서의 판매 가능성을 알아보고 싶어 했습니다. 물론 그렇게 되면 한국뿐만 아니라 외국으로 수출도 가능했고요.

그 이동 보조 로봇의 주 잠재고객이 노인과 노인 시설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요양원, 요양병원, 노인복지관, 실버타운 등을 방문해 이동 보조 로봇이 노인분들에게 유용하게 사용되는지 시범사업을 시행했고요. 그때가 2013년이었어요.

당시 15곳의 실버타운을 방문했는데 그중 한 곳이 삼성노블카운티였습니다. 처음 갔을 때 대한민국에 이런 곳이 다 있구나 매우 놀랐어요. 실버타운이 있다는 사실도 놀라웠고 그렇게 좋은 곳이 있다는 사실에 또 놀랐죠. 이런 실버타운의 존재를 전 국민에게 특히 어르신들께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저같이 리서치에 몸담은 사람도 실버타운이 있는 줄 모르는데 일반인은 오죽하겠어요. 실버타운이 꼭 필요한 분들이 입주해서 노후를 행복하게 보낼 수 있도록 돕고 싶었죠. 그래서 이동 보조 로봇 시범사업을 끝내고 15곳의 실버타운뿐만 아니라 전국의 실버타운을 모두 조사해서 실버타운 정보 책을 출간하기로 했습니다.

그 책이 《실버타운 간 시어머니 양로원 간 친정엄마》예요. 2013~14년에 전국 30곳의 실버타운 기능을 갖춘 노인복지주택과 양로원을 직접 탐방해서 680페이지 분량으로 출간했어요. 조사하는 데만 6개월 이상 걸렸죠. 책은 나름 잘 팔렸고 2년쯤 지나자 완판돼 2쇄를 찍으려고 했는데 그 사이 책에 실은 실버타운이 전업과 폐업을 한 곳이 있어서 정보를 업데이트해야 했죠. 제가 출판이 본업이 아니고 리서치가 본업이다 보니 업데이트할 여유가 없었어요.

2014년 당시 낸 책에 대해 언론에서 많은 관심을 주어 SBS 뉴스에 소개됐고 이후 실버타운 관련 인터뷰 요청이 계속 들어왔어요. 자연스럽게 실버타운과 함께 요양원, 요양병원에 관한 대담이 많아지면서 실버타운에 이어 요양원과 요양병원도 조사하며 연구해 갔죠. 여러 매체에 관련한 칼럼을 쓰면서 노인 주거 전문가로서의 의견을 제시하게 됐습니다.

 

《실버타운 사용 설명서》 표지

Q. 리서치 회사 대표로서 실버타운의 현황에 대해 어떤 점이 눈에 띄었나요?

언론에 실버타운 현황에 대한 자문을 드리는 일을 하다 보니 노인 문제 전반으로 주제를 넓혀 갔습니다. 2020년이 되면서 실버타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특히 외국에서 이민 생활을 하던 동포들이 은퇴 후 여생을 한국에서 살고 싶어 했고 그분들에게 실버타운은 아주 적격이었죠. 그 결과 2013년 당시에는 실버타운 공실이 많았지만, 2020년이 지나면서 수도권 실버타운이 모두 만실이 됐고 인기가 높은 곳은 몇 년씩 대기해야 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2014년에는 실버타운을 양로원 정도로 생각했는데 인식이 바뀌면서 관심도가 10배 이상 높아졌습니다. 자연히 대기업들도 실버타운 산업에 뛰어들었고, 2025년에 대규모 실버타운이 네 곳이나 오픈 예정이랍니다. 그런데 이러한 시류를 타고 일부 유튜버들이 구독자 관심을 끌기 위해 정확하지 않은 실버타운 정보를 흘리고 이곳저곳 블로그나 SNS에 실버타운에 관한 잘못된 자료가 넘쳐나는 것을 보면서 리서치 회사로서 실버타운의 정확한 정보를 책으로 출간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1년 넘게 실버타운을 전수조사한 결과물인 《실버타운 사용 설명서》를 10월 중순경 펴낼 예정입니다. 1부 실버타운 100문 100답, 2부 34곳 실버타운 상세 분석으로 구성했습니다.

이어서 요양원과 요양병원도 어떤 곳이 좋은지 어떻게 선택해야 하는지 모르는 분들을 위해 지난 1년간 전국의 기관을 방문해 자료조사를 마치고 원고 정리 단계입니다. 《실버타운 사용 설명서》와 비슷한 형식으로 《요양원 사용 설명서》(12월 출간)와 《요양병원 사용 설명서》(2025년 2월 출간)도 순차적으로 준비 중입니다. 모두 7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이며, 리서치 회사의 노하우가 담겨 있습니다.

 

Q. 좋은 실버타운이나 요양병원, 요양원을 잘 소개하는 게 중요해 보입니다. 아울러 반드시 피해야 할 곳, 시행착오를 막는 데 도움이 되는 정보도 필요하고요.

맞습니다. 좋은 요양병원, 요양원에 가는 것보다 중요한 건 나쁜 데를 안 들어가는 것이죠. 예를 들어 1인분에 2만 원을 내고 소갈빗살을 주문했는데 원가가 4만 원인 한우 생등심을 주는 식당은 없습니다. 반대로 2만 원을 받고도 병으로 죽어 식용할 수 없는 젖소 갈빗살을 버젓이 주는 식당은 있을 수 있습니다. 음식값으로 2만 원을 내면 적어도 2만 원 가치가 있는 고기를 먹어야 하는데 5천 원도 하지 않는 병사한 젖소고기를 먹으면 탈이 나고 맙니다. 그래서 어떤 식당이 정상적인 소갈빗살을 식재료로 쓰는지 알기만 해도 병사한 젖소고기를 눈속임으로 판매하는 곳은 피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안 좋은 곳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기에 객관적 데이터로 평가해서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들어가 보면 요양병원을 평가해 1~5등급이 매겨져 있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장기요양기관 찾기’에 들어가 보면 요양원도 A~E등급으로 분류돼 있습니다. 그런데 일반 국민 대다수는 이렇게 정부에서 이미 요양병원과 요양원을 평가해 수능점수처럼 등급을 매겨 놓은 사실을 모릅니다. 물론 정량적 평가이기 때문에 최상위 등급 요양병원과 요양원이 모두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적어도 1등급 받은 요양병원이 4~5등급 받은 곳보다, A등급 받은 요양원이 D~E등급 받은 요양원보다 좋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4~5등급 요양병원이나 D~E등급 요양원이 다 나쁜 곳이라 보기는 어렵지만 나쁠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죠. 이렇게 버젓이 등급이 매겨져 있는데 굳이 1등급 요양병원과 A등급 요양원을 두고 다른 데를 갈 이유는 없는 거죠.

같은 1등급 요양병원과 A등급 요양원이더라도 특징이 있어요. 두 곳 모두 정식으로 허가받은 소갈빗살을 판매하는 곳으로 식재료는 같아도 위생 상태가 안 좋은 곳이 있고, 직원이 적어서 오래 기다려야 하는 식당도 있습니다. 제대로 된 서빙을 받지 못할 수도 있고요. 또 어떤 식당은 직원들이 불친절할 수도 있으니 식재료인 소고기는 같지만 식당의 퀄리티는 다른 요소에 의해 결정될 수 있습니다.

요양원을 예로 들어 볼게요. 요양원은 입소한 어르신과 요양보호사 비율을 2.3:1 이상이 되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어요. 식당으로 치면 고객 2.3명당 1명의 서빙 직원이 있어야 하는 거죠. 그런데 어떤 요양원은 A등급인데 간신히 2.3:1의 비율을 지키고 있고, 어떤 곳은 서비스 질을 높이려고 요양보호사를 규정보다 많이 고용해 2.0:1 이하인 곳도 있어요. 2.3대 1과 2.0대 1은 어마어마한 차이인데 일반인은 그 숫자가 무슨 의미인지 모릅니다.

2.3대 1은 요양원 정원이 230명일 때 요양보호사 100명을 고용하는 것이고, 2.0:1은 정원이 230명이면 요양보호사 115명을 고용하는 곳으로 15명이나 더 많은 요양보호사가 일하는 곳입니다. 정부에서 100명만 고용해도 괜찮다고 했는데 15명이나 더 고용한 요양원은 당연히 어르신 돌봄을 더욱 잘 해드릴 수 있는 곳이죠. 15명이 별것 아닌 것 같아도 1인당 급여로 최소 연봉 3,000만 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따지면 연간 4억 5천만 원이나 더 투입하는 셈입니다. 굳이 연간 4억 5천만 원의 순이익을 포기하면서 운영하는 요양원이 있다면 그 요양원의 서비스는 보장돼 있다고 봐야죠.

이렇게 같은 A등급 요양원이라 하더라도 요양보호사가 많으면 마치 식당에 직원들이 많아서 서비스를 잘 제공하듯이 요양원에서도 요양보호사 손이 부족하지 않아서 좋습니다. 그밖에 식당의 예를 들면 직원만 많아서 되는 것이 아니고, 직원들이 친절해야 하고, 위생 상태가 좋아야 하며, 조리사가 음식을 맛있게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식당의 여러 요소가 있듯이 요양원도 단순히 요양보호사 숫자 외에 여러 특징을 찾아낼 수 있는데 그러한 것을 저희가 분석해서 착한 식당 알려주듯이 착한 요양원 리스트를 만들고자 한 것입니다.

전국에 약 4,300개의 요양원이 있습니다. 전부 엑셀에 집어넣고 분석했어요. 그 분석 기법은 정부 기관의 공개자료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A등급 요양원은 전국에 650개 정도 나왔고요. 상위 등급에다 요양보호사 근무자 비율이 높은 곳이 안전합니다. 지금 말씀드린 건 한가지 항목이고 거기에 세부 항목으로 요양보호사의 이직률 등도 소개합니다. 그런 분석 툴로 10개 정도 항목을 만들어 결과치를 분석하면 베스트 요양원은 아니어도 나쁜 곳은 피할 수 있죠. 이런 방식으로 실버타운, 요양병원, 요양원의 백서를 출간해 많은 분께 유익을 드리고자 합니다.

 

Q. 한국의 노인은 행복도가 낮고 노인 자살률도 높습니다. 그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시는지요.

한국은 OECD 국가 중 노인뿐만 아니라 전 세대에서 자살률이 높은 편입니다. 출산율은 최저이고요. 꼭 노인에게 한정해 왜 자살률이 높을까 하기보다는 큰 틀에서 논의해야 합니다. 이 노인이라는 카테고리를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65세 이상이 천만 명인 시대잖아요. 천만 명이면 한국 인구의 20%가 넘습니다. 그냥 ‘노인’ 한 단어로 묶기 어렵죠. 노인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요?

첫째, 경제적으로 상중하, 건강상으로 상중하 기준만으로 아홉 개로 나눌 수 있어요. 건강하고 부유한 노인에서 병들고 가난한 노인, 부유한데 건강이 안 좋은 분 등이 존재하죠. 그 아홉 개의 세그먼트 중에 누구를 대상으로 이야기하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선정해 놓고 논의를 시작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통째로 일반화해 규정하면 현실을 제대로 분석하지 못합니다.

건강 3단계, 경제력 3단계로 가로세로 매트릭스를 만들면 9개로 노인을 분류할 수 있고, 여기에 사교성 3단계(상중하)를 넣으면 3x3x3=27개의 세분된 노인 세그먼트를 만들 수 있어요. 필요에 따라 변수를 건강이나 경제력이 아닌 활동성이나 종교 등으로 대체할 수 있고요. 결국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기 식으로 노인 문제에 접근하면 안 됩니다. 코끼리의 코를 이야기하는 것인지, 다리를 이야기하는 것인지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하는 것처럼 노인도 독거노인을 이야기하는지, 경제적 약자를 이야기하는지 아니면 경제력 좋은 액티브 시니어를 이야기하는지 구체적으로 대상을 정해 놓고 이야기해야 합니다.

그런데 신문방송에서 노인을 언급할 때 대부분 저소득 외로운 노인을 대상으로 하면서 전체 노인인 것처럼 말하는데 통계학적으로도 맞지 않습니다. 65세 노인인구 중 76%가 자가 소유의 집을 가지고 있지만, 30대의 주택 자가 소유율은 42%입니다. 집만 놓고 본다면 65세 이상 노인이 30대보다 부유합니다.

가장 이상적인 노인은 돈도 많고 건강하고 굉장히 활발하게 잘 어울려 지내는 분입니다. 한편 가난하고 아프고 고립된 최악의 경우도 있고요. 이렇게 세부적으로 표적화해서 해결책을 제시해야 현실을 제대로 개선할 수 있어요.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유병 기간도 길어졌고, 자녀에 대한 기대치와 현실과의 괴리, 경제 활동의 단절 등 이 시대 노인은 여러 심리적 고충을 겪고 있습니다. 혼자서도 재미있게 살 수 있는 바탕이 되는 취미, 독서, 철학적 사고를 할 토양이 부족합니다. 사회적인 고립감, 특히 핵가족화로 젊은 세대와 융합해서 살아본 적이 없기에 젊은 세대의 이해를 받기 어렵습니다. 원래 조부모 사랑이 부모 사랑보다 깊은데, 조부모와 같이 살아본 경험이 없는 젊은 세대는 노인을 이해하기 어렵죠. 이러한 단절을 무너트리는 소통과 이해가 접목된 이벤트가 필요합니다.

 

Q. 당면한 여러 노인 문제 중 가장 심각한 것은 무엇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하여 시행하면 좋은 정책은 무엇일까요?

추상적이고 원론적인 말보다 현실에서 힘을 발휘하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경제 문제의 대책으로 기초연금(노령연금) 인상 등은 원론적인 이야기입니다. 경제적 지원을 하면 좋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재원 확보가 문제지요. 단순히 재원을 늘릴 방법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어떤 세대에게 경제적으로 더 지원해 주면 좋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적은 미사여구에 불과하죠.

노인 문제의 핵심은 아이러니하게도 평균수명이 길어진 데 있습니다. 평균수명이 길어진 것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축복인 동시에 잘 관리하지 않으면 개인적이나 국가적으로 재앙이 될 수 있습니다. 현재 한국의 평균수명은 84세 정도입니다. OECD 평균인 80세보다 4년이 높고 상위권에 속합니다. 이제는 평균수명을 더 늘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병원에 다니면서 엄청난 의료비를 쓰는 유병 기간을 짧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죠. 현재 건강수명은 발표하는 곳마다 차이가 있지만 73세 정도입니다. 그러면 11년이 건강하지 않은 삶, 즉 유병 기간입니다.

이 기간에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 입원하면 공적자금만 연간 2천만 원 이상이 들어갑니다. 노인 한 분이 10년간 건강 문제로 요양원/요양병원에 있으면 공적자금 2억 원을 사용하게 됩니다. 이렇게 정부에서 2억 원을 사용하지 말고, 예방책으로 5천만 원을 사용하고 1억 5천만 원을 절약하는 제도를 제시할 수 있습니다. 그 노인 한 분 5천만 원 예산으로 노인 건강수명을 늘리기 위해 중저가 실버타운, 고령자복지주택을 많이 짓고 노인복지관 등을 활성화하는 것이 경제적이면서 현실적인 대책입니다. 노인들도 나중에 아파서 병원에 누워서 지내는 것보다 건강할 때 활동하는 것이 개인적으로 훨씬 더 좋고요. 건강이 무너지기 전에 삼시세끼를 잘 챙겨 드시는 주거환경에서 사시도록 하면 건강수명은 늘어나니까요.

또한 정부의 공적 돌봄에서 지역사회 중심의 돌봄으로 범위를 넓히는 것이 필요합니다. 교회, 성당, 지역사회, 각종 단체에서 독거노인을 위한 서비스가 확대되도록 연계 지원하고, 재가 돌봄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죠. 아울러 치매에 대한 이해를 확장해 지역의 치매 노인을 배려하고 이해하는 캠페인을 늘려야 합니다.

(하편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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