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정복 나선 K-바이오텍] ④ 아델 윤승용 대표
[치매 정복 나선 K-바이오텍] ④ 아델 윤승용 대표
  • 이석호 기자
  • 승인 2024.10.02 1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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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병 연구 20년...기초의학부터 임상에 이르기까지 R&D 전주기 경험
타우 표적 항체 치료제 ‘ADEL-Y01’ 美 임상 1상...β2M·APOE4 파이프라인 구축

127개, 14년, 3,600억 달러

미국 알츠하이머협회(AA)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 기준으로 글로벌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 파이프라인은 총 127개다. 또 개발부터 임상 3상 시험을 거쳐 미국 식품의약품청(FDA) 최종 승인까지 걸리는 평균 기간은 14년에 달한다. 미국에서 올해 알츠하이머병이나 다른 질병에 따른 치매 환자 관리에 드는 비용은 무려 3,600억 달러(한화 약 496조 2,600억 원) 규모다. 가족 돌봄 등의 비공식 간병 비용은 제외한 금액이다.

우리나라로 눈을 돌려보자. 올해 국내 65세 이상 인구는 1,000만 명을 넘길 것이 확실하며, 치매 환자 수는 1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한다. 독거노인도 200만 명에 육박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사적 간병비는 총 10조 원으로 추산되지만, 일부 전문가는 이를 훌쩍 넘어 15조 원 이상까지도 내다본다. 문제는 고령화 속도다. 2030년에는 국민 4명 중 1명꼴로 65세 이상 노인이고, 치매 유병률이 40%에 가까운 85세 이상도 15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초고령화와 치매는 보폭을 넓히며 우리 곁에 성큼 다가오고 있다. 어떻게든 극복하지 못하면 한 국가의 사회·경제적 자원을 모조리 집어삼킬 것이다. 그 최전선에, 이 무시무시한 숫자의 숲을 헤치며 글로벌 치매 정복에 나선 K-바이오텍 수장들이 있다. <디멘시아뉴스>가 그들을 찾아 희망을 만나본다. [편집자주]

오랜 기간 암흑기를 거친 알츠하이머병 신약 개발사(史)에서 최근 아밀로이드 베타(Aβ) 표적 항체 치료제인 레카네맙(Lecanemab, 상품명 레켐비 Leqembi)과 도나네맙(Donanemab, 상품명 키선라 Kisunla)이 연이어 상업화의 물꼬를 트면서 치매 환자와 돌봄 가족, 의료진 등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질병 진행을 늦추는 항아밀로이드 항체 신약의 효능보다 약물의 부작용 등 위험성이 더 커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한계로 지적하는 시각에도 힘이 실리면서 이와 관련된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또 다른 병리 단백질인 타우(Tau)를 표적으로 하는 항체 치료제 개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변형된 타우(Tau)가 응집하면 뇌 신경세포에 손상을 주고 인지 기능도 떨어뜨릴 수 있다.

국내 바이오텍인 아델(ADEL)은 아직 미개척지나 다름없는 타우 표적 항체 신약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윤승용 아델 대표는 2002년 울산의대 졸업 후 모교 기초의학교실에서 20년 넘게 알츠하이머치매 연구에만 몰두한 뇌신경과학 전문 의사과학자다. 서울아산병원 뇌과학교실 교수도 겸직 중이다. 윤 교수는 SCI급 논문만 70여 편에 이를 정도로 연구 성과가 화려하다. 특히, 그의 경력은 기초의학부터 중개의학, 비임상, 임상에 이르기까지 R&D 전주기를 경험했다는 점에서 독보적이다.

그는 2012년부터 타우 표적 알츠하이머병 항체 신약 개발에 매달리다가 2016년 11월 교원 창업으로 아델을 설립했다. 회사 이름은 ‘Alzheimer’s Disease Experts Lab‘의 영문 앞 글자를 따서 그가 직접 지었다. 아델은 2020년부터 첫 번째 파이프라인인 타우 항체 ‘ADEL-Y01’의 연구개발 및 상업화를 위해 원개발사로서 오스코텍과 공동연구개발 중이다.

오스코텍은 국내 개발 항암제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청(FDA)의 승인을 받은 폐암 치료제 '레이져티닙(국내명 렉라자 Leclaza, 미국명 라즈클루즈 Lazcluze)'을 자회사 제노스코와 공동개발해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역사를 새로 쓴 회사다. ADEL-Y01은 올해 미국에서 임상 1a상 투약을 개시했다. 창업 후 8년 차를 맞은 아델은 최근 누적 300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가 윤 대표에게 아델이 걷는 알츠하이머병 치료 신약 개발의 길을 물었다.

 

윤승용 아델 대표 / 이석호 기자
윤승용 아델 대표 / 이석호 기자

 

Q. 대표님이 타우 표적 항체 신약 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시점은 언제일까요? 아밀로이드보다 타우 병증에 더 집중하게 된 이유는?

2014년쯤인 것 같아요. 그땐 주로 아밀로이드 항체들이 연구되고 있었고, 타우와 관련해서는 그 다음 해에 로슈의 C-말단(C-terminal) 표적 항체가 임상 1상에서 중단된 정도였던 걸로 기억해요. 당시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 실제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치료제 개발 전략을 짜다가 아밀로이드보다 타우가 더 적합한 표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항아밀로이드 치료제는 이미 많은 후발주자가 연구하고 있어서 포화 상태라고 생각했어요. 항아밀로이드 치료 효과에 대한 의문도 있었습니다.

Q. 타우 항체 개발 과정에서 어떤 전략을 세우셨나요?

타우 항체 개발에 들어갈 때 가장 어려웠던 점은 항원결정부위(에피토프, epitope)를 결정하는 것이었습니다. 환자에게서 증가한 ‘변형된 타우’를 타깃으로 정했습니다. 이를 위해 타우 형질 전환 마우스를 대상으로 한 생체(in vivo) 모델에서 효과가 있는 타깃을 먼저 설정하기로 하고, 4개 정도의 에피토프를 테스트했는데 이 중 아세틸화(Acetylation)된 타우(Tau-acK280)가 가장 효과가 좋았죠.

Q. 타우 표적 항체 신약 후보물질인 ‘ADEL-Y01’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타우 단백질은 441개 아미노산으로 구성되는데, 왼쪽 N-말단(N-terminal) 타깃에서는 대개 실패했어요. 요즘에는 미세소관 결합 부위(Microtubule Binding Region, MTBR)를 타깃하는 방향으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ADEL-Y01는 타우의 MTBR 내 아세틸화 변형 라이신 280(acetylated K280) 위치를 타깃하는 단일 클론 항체 신약입니다. 아세틸화된 타우를 인식하고 결합해 파종(seeding)과 응집(aggregation)을 억제하고, 미세아교세포에 의한 타우 제거를 촉진하죠. MTBR은 타우가 응집하는 데 중추적인 부분이고, 에자이(Eisai)나 BMS 등도 MTBR 표적을 연구하는 것으로 알려졌어요. 단, 아세틸화된 MTBR을 표적으로 한 항체를 개발하는 바이오텍은 우리가 세계에서 유일합니다.

Q. 아밀로이드 연구보다 타우 연구가 더 늦은 이유가 있다면?

기초 과학 측면에서 보면 아밀로이드 분야가 훨씬 더 많은 연구 결과를 축적했죠. 또 실제로 실험실에서 하는 연구에서 타우보다 아밀로이드가 용이한 면도 있는 것 같아요. 일단 타우는 아밀로이드보다 10배 이상 긴 단백질이고, 세포 안에서 발현시켜야 해서 연구 난도가 높아요. 가격도 비싸고요.

Q. BBB(뇌혈관장벽) 투과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접근하고 있나요?

당연히 타우 항체도 아밀로이드 항체와 비슷한 투과율을 보입니다. BBB 셔틀 기술 등을 통해 투과성을 높이는 연구를 진행 중이에요. 최근 승인된 아밀로이드 항체들의 사례를 보면, 낮은 투과율에도 표적에 작용해서 효과가 있다는 게 증명됐습니다. 그래도 투과율을 더 높이는 게 도움이 될 거라고 기대하고 연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윤승용 아델 대표 / 이석호 기자
윤승용 아델 대표 / 이석호 기자

 

Q. 아델의 타우 항체 치료제가 아밀로이드 항체 치료제와 비교하면 어떤 강점이 있나요?

일단 아밀로이드 항체 치료제의 ARIA(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 부작용은 타우 항체에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치료 효과 측면에서도 단일 요법으로는 타우 쪽이 더 기대 효과가 클 것으로 봐요. 다만 441개 아미노산 중 어디를 정확하게 타깃하는 지가 가장 중요한 요소죠. 정확한 타깃을 찾는다면 레카네맙이나 도나네맙보다 쓰임새가 더 많은 치료제가 나올 거예요. 예방 측면에서도 환자가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아밀로이드가 많이 쌓였을 가능성이 높죠.

Q. 병용 치료에 대한 계획은 있으신가요?

현재는 단일 치료로 임상을 진행 중이지만, 병용 치료도 당연히 고려하고 있습니다.

Q. 기초 연구부터 임상까지 전 과정을 수행하는 것의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장점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파이프라인을 많이 발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단계마다 큰 비용이 들기 때문에 모든 파이프라인을 끝까지 진행하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초기에 파트너링을 통해 개발을 진행하거나 기술 이전을 하는 등의 전략이 필요합니다.

Q. 또 다른 파이프라인인 ‘ADEL-Y03’도 소개해 주세요.

ADEL-Y03는 베타2마이크로글로불린(beta-2-microglobulin, β2M)을 타깃하는 항체입니다. β2M은 MHC-1(Major Histocompatibility Complex class 1)과 결합해 세포 표면에 나타나는데, 기초 연구를 하던 2011년께부터 MHC 1의 역할에 주목했어요. β2M이 신경세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의심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2015년 네이처 메디신에 토니 와이스 코레이(Tony Wyss-Coray) 스탠퍼드의대 교수팀의 연구가 실리면서 β2M이 노화 관련 인지 기능 저하의 주요 인자라는 점을 확인했죠. 그러면서 MHC 1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β2M만 타깃하는 방식으로 특정 에피토프를 겨냥하는 항체를 개발했습니다. 최근 다른 연구팀들에서도 β2M이 알츠하이머병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를 내고 있어서 치료제로서의 접근이 유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Q. 이 외에도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이 많습니다.

ADEL-Y04는 아밀로이드 베타, 타우와 함께 알츠하이머병 병리 특징인 ApoE4를 타깃하는 항체 치료제입니다.

자가포식(Autophagy)을 활용한 표적 단백질 분해(Target Protein Degradation) 플랫폼 기술로 저분자화합물인 ADEL-Y07을 개발 중이고요. p-Tau217 항체 진단 제품인 ADEL-D01도 연구하고 있습니다.

 

출처 : 아델 IR 자료
출처 : 아델 IR 자료

 

Q. 아델의 강점과 향후 전략은 무엇인가요?

우리의 강점은 기초 연구부터 임상까지 전 과정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파이프라인을 발굴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모든 파이프라인을 끝까지 진행하기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초기에 파트너링을 통해 개발을 진행하거나 기술 이전을 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또 아델은 연구 중심의 역량을 가진 회사로 성장하면서 동시에 점차 상업화를 위한 조직 구조도 갖춰 가고 있습니다.

Q. 창업 후 보람 있던 순간은?

이번에 직접 미국 임상을 진행하면서 큰 보람을 느꼈어요. 창업을 해보지 않았으면 경험하지 못할 일이죠.

Q. 대표님께서 생각하는 ‘치매’란 어떤 병인가요?

언젠가 동료 교수님과 학회에서 얘기하는데, 그분이 ‘치매는 어차피 불치병이고, 운명 같은 것’이라고 말씀하셔서 깜짝 놀랐어요. 그분 말씀에 따르면, 치매는 나이 들면 걸리는 노화의 한 과정이고 치매에 걸리기 전에 죽느냐 마느냐의 문제라는 거죠. 즉, 치료가 가능하지 않은 질병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저는 앞으로는 치매도 치료 가능한 질병이 될 것이라고 확신해요. 암 정복도 눈앞에 있잖아요.

Q. 마지막으로 <디멘시아뉴스> 독자에게 전하는 말씀.

아델의 미션은 ‘우리는 치매 없는 세상을 꿈꿉니다(We dream of a world without dementia).’입니다. 알츠하이머병으로 고통받는 환자와 가족, 사회를 위한 치료·진단 연구개발 회사로 세계 최고가 되겠습니다.

 

윤승용 아델 대표
윤승용 아델 대표 / 이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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