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23일, 인기 강사 김창옥(51세) 씨는 자신의 유튜브 정기강연 채널에 <생각지도 못한 위기가 내 인생을 뒤흔들 때>라는 제목으로 “내가 50살이 됐다. 뭘 자꾸 잊어버려서 뇌신경외과에 다녀왔다. 처음에는 숫자를 잊어버렸는데 숫자를 기억하려고 하면 엄청 스트레스를 받았다. 집 번호, 전화번호, 집이 몇 호인지도 잊어버려서 정신과가 아닌 뇌신경센터를 가게 됐다. (병원에서) 치매 증상이 있다며 MRI와 PET을 찍자고 했다. 지난주에 결과가 나왔는데 알츠하이머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더라”고 밝혔다.
김창옥 씨는 “기억력 검사를 했다. 내 또래는 70점이 나와야 하는데 나는 0.5점과 또 하나는 0.24점이 나왔다. 기억을 잘 못하는 거다. 사람 얼굴이나 숫자, 생일, 이런 걸 기억하려고 하면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았고 기억도 못한다. 알츠하이머 검사를 12월에 다시 한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라고 언급했다.
뒤이어 “강의하기가 버겁다. 알츠하이머의 원인은 알코올과 스트레스라고 하던데 나는 술을 아예 안 마시고 담배도 안 피운다. 여러 생각이 들더라. 처음엔 멍했다. 어떤 것에 스트레스를 받았을까 생각했다. 나는 엄마에 대한 죄책감이 큰 것 같다. 아버지가 엄마를 때리는 상황이 많이 있었고 엄마는 힘들어했는데 나는 그 삶을 구원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있다. (그 스트레스가) 도미노처럼 벌어진 것 같다”라며 자신의 인지기능 저하 증상에 대한 원인을 분석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강의를 못하겠다. 12월까지 예정된 강의는 소화하고 그 이후는 격월에 한 번만 강의하려고 한다”고 부연했다.
그는 “12월에 결과가 나오면 알츠하이머가 아닐 수도 있지만 맞을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뉴스 채널마다 김창옥 씨가 알츠하이머로 강의를 중단한다는 소식을 쏟아냈다. 김 씨는 11월 29일 서울의 한 교회 강연에서 “검사를 받는 것은 맞지만 아직 알츠하이머로 확진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름난 소통 전문가로서 평소 정신건강의 중요성을 역설해 왔기에 그의 알츠하이머 의심 언급은 초로기치매에 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해당 강연이 올라간 후 많은 팬이 그의 건강을 걱정하며 치료와 회복을 기원했다. 언론에서는 “김창옥 강연 중단”, “소통 전문가의 치매 증상 충격 고백”, “기억력 70점 정상인데 0.5점”, “알츠하이머 유전자 있다. 어머니 못 알아보면 어떡하지”와 같은 자극적인 억측성 제목의 보도를 쏟아냈다.
올해 2월 8일 “김창옥쇼2” 1회에서 <김창옥의 알츠하이머, 그 후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난 놀면 병나. 강연은 자가 치료하려고 하는 거야”라며 대중을 안심시키는 모습으로 등장했다. ‘갈등 종결 강연쇼’라는 이름으로 “나는 유튜브와 강연은 못하고 질문만 받으며 하겠다고 했는데 어떤 기자가 강연 못한다는 내용으로 기사를 냈다. 그리고 은퇴가 언급됐고, 3일째 되는 날은 김창옥이 자연으로 돌아갔다는 내용이 실렸다. 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알츠하이머 유전자는 있지만 알츠하이머는 아니라는 진단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단기 기억 상실이 있고, 트라우마를 많이 경험했거나 오랫동안 스트레스를 받으면 나타나는 증상을 치료받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가 밝힌 또래 평균 70점에 0.5점이 나왔다는 그 검사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여전히 공개하지 않았다. 마치 100점 만점에 평균 70점은 나와야 정상인데 0.5점이 나온 것이라는 인상을 주며 인지 기능이 크게 손상된 것처럼 전달돼 있다.
당시 김 씨의 치매 관련 발언으로 치매와 알츠하이머병, 특히 초로기치매의 관심이 높아졌다. YTN 뉴스에서는 임현국 여의도성모병원 뇌건강센터장(정신건강의학과)을 초대해 “‘50세’ 김창옥 ‘알츠하이머 의심’...‘젊은 치매’ 발병 원인은?”을 보도했다. 앵커는 “원래는 또래에 70점이 나와야 되는데 본인은 0.5점이 나왔다는데 테스트에서 몇 점이 기준이 되는 겁니까?”라고 질문했고, 임 교수는 “제가 70점이 나오는 검사가 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영상 검사, 혈액 검사 등 여러 검사로 종합적으로 진단합니다”라고만 답했다. 이후 임 교수는 경도인지장애, 알츠하이머병의 원인과 단계별 증상 등을 설명했다.
9월 17일 tvN에서 <김창옥쇼3>를 시작했다. 프로그램 홍보 효과로 18일 방송된 MBC 예능 <라디오스타>에서 김 씨는 현재 건강 상태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PET-CT, MRI, 인지 검사까지 다 했다”며 “결과는 ‘알츠하이머 유전자가 있지만 아직은 아니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단기 기억 상실로 판정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단기 기억 상실에 대해 “선생님 말씀으로는 ‘어린 시절에 부모님이 다투는 모습을 많이 본 것이 원인이 된 것 같다’고 하시더라”며, “트라우마는 뇌가 아니라 몸이 기억하는 것이라고 하더라. 지금은 괜찮다”며 이미 설명한 내용을 다시 전달했다.
그를 아끼는 많은 팬이 큰 충격을 받으며 우려했지만, 다행히 초로기치매가 아니라 단기 기억 상실인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렇다면 기억력 검사 0.5점은 어떤 검사이며 점수일까?
치매 검사 도구는 여러 가지다. 그래서 정확하게 어떤 검사에서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는 매우 중요하다. 신경과 전문의에게 문의해 본 결과, 기억력 검사 0.5점이 무슨 검사의 결과인지 모호해 특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중요한 건 강사는 자신의 논리를 설명할 때 명확한 근거를 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일반 청중이 확인하기 어려운 내용의 수치로 자신이 심각한 치매 증상이 있을지 모른다고 표현한 것은 여러 측면에서 문제가 된다. 이에 대해 치매 전문가에게 받은 의견이다.
1. 의학적 측면에서의 문제
김창옥 씨는 본인이 무엇을 자주 잊어버리는지에 대해서는 비교적 상세히 말하고 있다. 그가 경험한 증상은 단순한 건망증에 가깝다. 이를 치매 증상이나 ‘단기 기억 상실’이라는 용어로 구체화하고 있다. 그러나 단기 기억 상실은 흔히 사용하는 용어가 아니며, 실제 치매의 특징적 증상은 더 복잡하다. 치매는 기억력 저하뿐만 아니라 인지 기능 전반에 영향을 미치며,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준다. 또한 김 씨가 어린 시절 트라우마와 치매 증상을 연결하는 발언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 트라우마는 주로 정신건강과 관련된 문제를 일으키지만, 성인의 기억 장애와는 직접적 연관이 적다.
2. 검사 결과에 대한 의문
김창옥 씨는 기억력 검사에서 ‘0.5점’과 ‘0.24점’을 받았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일반적인 검사 방식과 일치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대중이 혼란을 겪을 수 있으며, 자신의 상태를 부정확하게 설명하는 것은 의료 정보에 대한 오해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 검사 결과와 수치에 대한 명확한 정보로 전달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김창옥 씨의 발언은 알츠하이머치매와 같은 심각한 질병을 지나치게 단순화해 자기 강연의 집중 포인트로 삼은 결과를 낳았다. 공인의 발언은 대중에게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자신의 증상을 아직 확실한 진단이 내려지기 전에 심각한 치매로 인식할 우려를 그대로 전달하는 것은 위험하다.
이러한 방식은 치매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강화할 수 있으며, 대중이 실질적인 의료적 판단 없이 공포를 느끼게 만들 수 있다. 할리우드 배우 브루스 윌리스의 경우 실어증 진단을 받고 더는 배우 생활이 어려워 은퇴 발표를 했고, 1년 뒤 전두측두엽치매 판정을 받은 뒤에 대중에게 사실을 알렸다.
트라우마를 설명하기 위해 현재 치매 검사받은 이야기를 꺼냈다면, 본인이 받은 검사는 무슨 검사이고 어떤 상황인지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특히나 중증 치매로 진행된 것으로 오인하게끔 전달해서는 안 된다.
김 씨는 성장기의 트라우마가 본인의 치매 위험 원인으로 분석했는데, 전문가의 소견으로는 과거 어려웠던 가정사로 부모님이 심하게 다툰 고통의 기억 때문에 성장해서 단기 기억 상실을 일으키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한다. 트라우마는 PTSD 등으로 인한 정신 증상(우울, 불안, 불면 등)을 주로 일으킨다.
그는 심각한 치매가 왔을 가능성이 높다는 언급을 한 후, 앞으로는 강연이 힘들어 질문 위주로 격월에 한 번 할 것이라고 했지만, 전국 순회강연을 하는 등 활동을 꾸준히 이어갔다.
일반 대중이 잘 모르는 치매 검사에서 70점 평균에 0.5점과 0.24점이 나왔다면 누구라도 인지기능이 크게 훼손된 상태로 파악할 것이다. 수많은 팬의 주목을 받는 강사가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결론 도달에 필요한 경험을 꺼내야 한다면, 정확하고 사려 깊은 전달이 필수다. 잘못 전달한 이야기의 파장이 어떻게 튈지 예상해야 하며, 치매로 고통받는 많은 실제 가족을 생각하며 전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