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헬리코박터 위궤양 환자, 치매 위험 3배 높아"
국내 연구진 "헬리코박터 위궤양 환자, 치매 위험 3배 높아"
  • 황교진 기자
  • 승인 2024.09.13 15: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성모병원 강동우·여의도성모병원 임현국 교수 연구팀
소화성궤양 환자 장기 추적 분석, 60~70대 알츠하이머병 치매 발병도 높아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 지연 시 치매 위험 2배 첫 확인
강동우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제1저자)와 임현국 여의성모병원 뇌건강센터 교수(교신저자) /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헬리코박터 감염으로 인한 위궤양이 치매에 위험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서울성모병원 강동우 교수와 여의도성모병원 임현국 교수 연구팀은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를 조기에 시작해야 치매 위험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제로사이언스>(GeroScience)에 게재했다.

장 건강을 위한 헬리코박터 균 치료가 뇌 건강까지 지키는 새로운 치료 전략이 될 것으로 보인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elicobacter pylori) 소화성궤양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균으로 위와 십이지장 점막에 서식한다. 몇 개의 편모를 가지고 있는 나선형 세균으로, 위장 점막에 주로 감염되어 위염, 위궤양, 십이지장 궤양, 위암, 위 림프종 등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혈관뇌장벽을 통과해 뇌내 신경염증을 유발하고,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병리인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과 타우 단백질의 침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헬리코박터 감염 소화성궤양은 신경세포 재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영양소의 흡수를 방해하고, 장내균총(Microbiome)에 변화를 일으켜 치매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강동우 교수(제1저자), 여의도성모병원 뇌건강센터 임현국 교수(교신저자)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55세~79세 총 47,628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 여부에 따른 치매 발병 위험도를 연령 분포 별로 평가했다.

해당 연령 범위에서 최초로 분석 결과, 소화성궤양 환자는 건강 대조군과 비교해 5년 및 10년 추적관찰에서 고혈압, 당뇨, 허혈성 심질환, 고지혈증과 같은 치매 위험인자를 통제한 뒤에도 전반적인 치매 발병 위험도가 3배가량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연령별 세부 분석 결과 60대와 70대의 연령 분포에서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치매의 발병 위험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서 연구팀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 치료가 위암 발병 위험을 낮춘다는 기존 연구 결과에 주목해, 제균 치료 시기와 치매 위험도를 평가했다.

위궤양 진단 이후 6개월 이내에 제균 치료를 시작한 조기 제균 치료군과 1년 이후에 제균 치료를 시작한 지연 제균 치료군을 5년 및 10년 추적 관찰해 치매 관련 위험 요인을 통제한 뒤 치매 발병 위험도를 비교했다. 그 결과 제균 치료가 지연된 군은 적시에 제균 치료가 시작된 군에 비해 치매 발병 위험도가 2배 이상 높아지는 것을 확인했다.

헬리코박터 감염은 대부분 특별한 증상이 없으며, 우리나라 성인의 50~60% 이상이 가지고 있는 질환이다.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는 주로 항생제와 위산 억제제를 복용한다. 치료 후 세균이 완전히 제거됐는지 확인이 필요하며, 재발할 수 있어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강동우 교수는 “이번 연구는 소화성궤양 질환과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 치료가 치매 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한 초기 연구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이 신경퇴행성 질환의 병인과 연관성을 제시했으며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강 교수는 “발효 음식이나 매운맛을 즐기는 한국의 전통적인 식습관이 위점막을 자극해 헬리코박터 균 감염을 높일 수 있으며, 최근 진단 기술 발전으로 감염 여부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만큼, 장 건강뿐 아니라 뇌 건강을 위해 조기진단과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임현국 교수는 “소화기 질환과 신경퇴행성 질환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고려할 때 감염성 위장 질환이 치매 발병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며, “본 연구는 이러한 연관성을 규명하는 첫걸음이며, 위장관 건강과 신경 건강 상호작용의 이해를 통해 치매 예방과 치료 전략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콘텐츠진흥원 과제 및 한국연구재단 창의도전연구 과제를 통해 수행했으며, 연구 결과는 미국노화학회 공식 학술지인 <제로사이언스>(GeroScience) 최근호에 게재됐다.

 

 

논문
Kang, D.W., Lee, JW., Park, M.Y. et al. Impact of Helicobacter pylori eradication on age-specific risk of incident dementia in patients with peptic ulcer disease: a nationwide population-based cohort study. GeroScience (2024). https://doi.org/10.1007/s11357-024-01284-z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