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병으로 오인하는 새로운 기억장애, ‘LANS’
알츠하이머병으로 오인하는 새로운 기억장애, ‘LANS’
  • 황교진 기자
  • 승인 2024.08.13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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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장애 초기 진단에서 알아야 할 기억력 질환
메이요 클리닉 연구진, 변연계 우세 기억상실 신경퇴행성 증후군 'LANS'의 진단 기준 확립
이미지 출처: www.anilocus.com/tag/alzheimers-disease
이미지 출처: www.anilocus.com/tag/alzheimers-disease

 

임상의와 의학 과학자에게 의료 정보를 제공하는 메드스케이프(Medscape) 신경학 코너에 “Not Alzheimer’s: Have You Seen This ‘New’ Memory Condition(알츠하이머가 아닌 ‘새로운’ 기억장애를 보셨나요)?”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여기서 말하는 새로운 기억장애는 LANS(Limbic-predominant Amnestic Neurodegenerative Syndrome)라고 불리는 ‘변연계 우세 기억상실 신경퇴행성 증후군’이다. 변연계(邊緣系 Limbic System)는 사람의 뇌를 겉에서 보았을 때 귀 바로 위쪽(또는 측두엽의 안쪽)에 존재하는 대뇌 피질과 시상하부 사이에 있는 구조물을 가리킨다. 주로 감정, 행동, 욕망 등의 조절에 이바지하며 기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LANS는 알츠하이머병으로 오인하지만 다른 질환이다.

미네소타주 로체스터에 있는 메이요 클리닉 신경과 전문의 데이비드 존스(David Jones) 박사는 일련의 조사를 거친 많은 환자가 다른 유형의 신경 퇴행성 증후군, 즉 주로 기억력 상실에 국한돼 있고 검사 결과 변연계에만 영향을 미치는 질환에 걸린 사실을 발견했다.

진단 소식은 알츠하이머병을 의심한 환자에게 안도감을 주었다.

존스 박사는 “기억력 문제가 항상 알츠하이머병은 아니다”라며 “노년기에 뇌 기능 문제를 겪는 환자를 위해 감별 진단 범위를 넓히고 진단의 명확성과 정확성을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존스 박사와 동료들은 지난 7월 17일 LANS에 대한 진단 기준을 발표했다. 연구 결과는 <Brain Communications> 2024년 6권 4호에 실렸다.

한편 LATE(Limbic-predominant Age-related TDP-43 Encephalopathy)는 미국 켄터키대학교 치매 연구진이 명명한 새로운 유형의 치매로 ‘변연계 특이 노인성 TDP-43 뇌병증’이다(2019년 뇌과학 저널 <Brain> 4월 30일 자 게재). 켄터키대학교 치매 연구진은 논문에서 “LATE는 알츠하이머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80세 이상 노인의 상당수가 LATE라는 다른 유형의 치매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변연계의 퇴행을 유발하는 다양한 기저 병인이 있는데, 가장 흔한 원인이 변연계 특이 노인성 TDP-43 뇌병증 신경병리 변화(LATE-NC)라고 하는 TAR DNA 결합 43(TDP-43) 단백질 침전물의 축적이다. LATE-NC는 편도체, 해마, 중간 전두회 순으로 영향을 미치며 85세 이상 사람의 부검 뇌의 약 40%에서 발견됐다.

반면, 신피질 변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기억상실 증후군은 주로 알츠하이머병의 신경 병리학적 변화로 인해 발생하며, 종종 기억과 무관한 특징을 보인다.

 

LANS 진단 기준

* 핵심 임상 특징:
환자는 상대적으로 느리고, 기억상실이 있는 우세한 신경 퇴행성 증후군을 보여야 한다. 즉, 2년 이상에 걸쳐 점진적으로 진행되며 자신도 모르게 시작된 증상이면서 임상적 결함을 더 잘 설명할 수 있는 다른 질환이 없어야 한다.

* 표준 특징:
1. 평가 시점의 나이가 많다
 - 대부분 환자는 적어도 75세 이상이다. 나이가 많을수록 변연계의 퇴행으로 인한 기억 상실 증후군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
2. 경미한 임상 증후군
 - 첫 방문 시 경도인지장애 또는 경미한 건망증 치매 진단(즉, 임상 치매 평가 상자 합산 점수[CDR-SB]에서 4점 이하)을 받은 경우.
3. 증후군의 중증도에 비해 해마 위축이 심각
 - CDR-SB 점수에 비해 MRI에서 해마의 부피가 예상보다 작다.
4. 의미 기억이 약간 손상

* 고급 특징:
1. 플루데옥시글루코스-18-PET 영상에서 변연계 저대사 및 신피질 퇴행성 패턴의 부재가 나타난다.
2. 심각한 신피질 타우 병리의 가능성이 작다.

 

존스 박사와 동료들은 LANS 진단을 내릴 때 확실성의 정도를 분류했다.
LANS의 가능성이 가장 높은 환자는 핵심, 표준, 고급 특징을 모두 충족한다.
LANS의 가능성이 높은 환자는 핵심 특징과 최소 3개의 표준 특징 및 1개의 고급 특징을 충족하거나 핵심 특징과 최소 2개의 표준 특징 및 2개의 고급 특징을 충족한다.
중간 가능성이 있는 환자는 핵심 특징과 최소 3개의 표준 특징을 충족하거나, 핵심 특징과 2개 이상의 표준 특징 및 1개 이상의 고급 특징을 충족한다.
LANS의 가능성이 낮은 환자는 핵심 특징과 2개 이하의 표준 특징을 충족한다.

이러한 기준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진은 메이요 클리닉 노화 연구(Mayo Clinic Study of Aging)다기관 알츠하이머병 신경영상 이니셔티브(Alzheimer's Disease Neuroimaging Initiative)의 데이터베이스에 참여한 218명의 부검 환자를 선별했다. 연구진은 신경 병리학적 평가를 실시하고, 뇌의 MRI와 PET 스캔을 검토했으며, 뇌척수액 샘플에서 체액 바이오마커를 연구했다.

존스 박사는 LANS에서 신피질은 정상적인 기능을 보인다고 말했다. 높은 수준의 언어 기능, 시각적 공간 기능 및 실행 기능이 보존되며 질병이 수년 동안 경미하게 유지된다는 것이다. LANS는 아직 바이오마커가 없는 LATE와 관련이 있다.

연구진은 LANS를 일으키는 근본적인 원인은 다양할 수 있지만 변연계 위주로 신경 퇴행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며, LATE-NC도 이러한 방식으로 LANS를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23년 5월 미국 국립노화연구소는 LATE에 관한 워크숍을 개최해 진단에 도움이 되는 기준을 발표하기 위한 합의 그룹을 구성했다. 존스 박사는 LANS에 관한 많은 연구 결과가 이 합의 그룹이 발표할 간행물에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저자들은 전향적 연구 수행과 인지적 특징에 민감하면서 구체적인 임상 도구 개발 등 LANS의 정의를 개선하기 위한 몇 가지 단계가 남아 있다고 썼다. 존스 박사 연구진에 따르면 LANS를 LATE-NC가 주도하는 질병 상태에 포함하기 위해서 TDP-43 병리의 생체 내 진단 마커 개발해야 한다고 전했다. LANS가 새롭게 정의됐기에 최상의 치료법을 결정하기 위한 임상시험이 필요하다.

텍사스대학교 보건과학센터의 행동 신경학자이며 알츠하이머 및 신경퇴행성 질환을 위한 글렌 빅스 연구소의 창립 이사인 수다 세샤드리(Sudha Seshadri) 박사는 “우리는 노인의 치매 증후군이 이질적이라는 것을 점점 더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샤드리 박사는 “LANS는 조기에 진단해야 할 뿐만 아니라 인지 결함의 패턴, MRI에서 뇌 수축의 패턴 그리고 1년 동안 질병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평가를 통해 미묘한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는 질환”이라며, “이런 종류의 미묘한 조언을 하는 데 전문성을 가진 주치의와 해당 전문 지식을 갖춘 행동 신경과 전문의, 노인병 전문의, 정신과 전문의에게 환자를 의뢰하는 의사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세샤드리 박사는 "치매 클리닉에 내원하는 환자의 약 10%가 잠재적으로 LANS에 해당되며, LANS 가능성을 더 정확하게 진단하기 시작하면 그 비율은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주치의는 치매 진단을 돕기 위해 다양한 평가를 사용할 수 있다. 여기에는 투여에 약 10분이 걸리는 몬트리올 인지 평가(MoCA)나 해마 위축 정도를 파악하기 위한 MRI가 포함된다. 셰샤드리 박사는 “p-tau 217에 대한 혈액 검사와 기타 혈장 검사로 위험을 계층화해 신경과 전문의에게 의뢰할 수 있다. 또한 임상의는 비타민 B12, 엽산 또는 갑상선호르몬 결핍과 같은 기억 장애의 가역적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의사가 뇌 영상 촬영과 실험실 검사를 지시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치매는 종종 심혈관 질환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잘 관리해야 한다. 환자나 가족이 기억력에 대해 우려를 표하지 않더라도 의사는 진료 중에 특정 징후를 찾아야 한다. 환자들이 같은 질문을 계속하거나 자신을 돌보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 특히 독립적인 일상생활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 치매 진단의 단서가 될 수 있다.

LANS와 알츠하이머병은 기억력 장애라는 유사점이 있지만, 근본 원인은 다르다. LANS는 알츠하이머병보다 증상과 경과가 나으며 증상 발현 나이도 LANS가 더 늦고 수명도 길다. 나이가 들어 기억력에 문제를 느끼면 알츠하이머병을 의심할 수 있지만, LANS일 가능성도 있으니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

 

Primary Source

Nick Corriveau-Lecavalier, Hugo Botha, Jonathan Graff-Radford, Aaron R Switzer, Scott A Przybelski, Heather J Wiste, Melissa E Murray, Robert Ross Reichard, Dennis W Dickson, Aivi T Nguyen, Vijay K Ramanan, Stuart J McCarter, Bradley F Boeve, Mary M Machulda, Julie A Fields, Nikki H Stricker, Peter T Nelson, Michel J Grothe, David S Knopman, Val J Lowe, Ronald C Petersen, Clifford R Jack, David T Jones, Clinical criteria for a limbic-predominant amnestic neurodegenerative syndrome, Brain Communications, Volume 6, Issue 4, 2024, fcae183,
https://doi.org/10.1093/braincomms/fcae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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