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정복 나선 K-바이오텍] ③ 바스테라 강상원 대표
[치매 정복 나선 K-바이오텍] ③ 바스테라 강상원 대표
  • 이석호 기자
  • 승인 2024.07.11 13: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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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독스 신호 전달 기술 태동기부터 30년 외길...2018년 이대 교원 창업
2005년 퍼록시레독신 효소 최초 발견...반응성 성상교세포 표적 치매 치료제 개발

127개, 14년, 3,600억 달러

미국 알츠하이머협회(AA)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 기준으로 글로벌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 파이프라인은 총 127개다. 또 개발부터 임상 3상 시험을 거쳐 미국 식품의약품청(FDA) 최종 승인까지 걸리는 평균 기간은 14년에 달한다. 미국에서 올해 알츠하이머병이나 다른 질병에 따른 치매 환자 관리에 드는 비용은 무려 3,600억 달러(한화 약 496조 2,600억 원) 규모다. 가족 돌봄 등의 비공식 간병 비용은 제외한 금액이다.

우리나라로 눈을 돌려보자. 올해 국내 65세 이상 인구는 1,000만 명을 넘길 것이 확실하며, 치매 환자 수는 1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한다. 독거노인도 200만 명에 육박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사적 간병비는 총 10조 원으로 추산되지만, 일부 전문가는 이를 훌쩍 넘어 15조 원 이상까지도 내다본다. 문제는 고령화 속도다. 2030년에는 국민 4명 중 1명꼴로 65세 이상 노인이고, 치매 유병률이 40%에 가까운 85세 이상도 15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초고령화와 치매는 보폭을 넓히며 우리 곁에 성큼 다가오고 있다. 어떻게든 극복하지 못하면 한 국가의 사회·경제적 자원을 모조리 집어삼킬 것이다. 그 최전선에, 이 무시무시한 숫자의 숲을 헤치며 글로벌 치매 정복에 나선 K-바이오텍 수장들이 있다. <디멘시아뉴스>가 그들을 찾아 희망을 만나본다. [편집자주]

지난해 레켐비(Leqembi, 성분명 Lecanemab)에 이어 키라(Kisunla, 성분명 Donanemab)가 미국 식품의약품청(FDA) 승인을 받아 시판을 앞두면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인 아밀로이드 베타(Aβ) 표적 단일 클론 항체 약물로 의료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미국 알츠하이머협회(AA)가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Alzheimer's & Dementia: Translational Research & Clinical Interventions>에 실린 제프리 커밍스(Jeffrey Cummings) 미국 네바다대 뇌건강학과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올해 기준으로 임상 중인 알츠하이머병 치료 약물은 총 127개이며, 이 가운데 Aβ 표적 치료제가 18%(23개)에 이른다.

하지만 이와 다른 접근법으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연구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바이오 회사도 늘고 있다. 강상원 바스테라(VasThera) 대표는 레독스 신호(Redox Signaling) 전달 기술을 기반으로 한 치료제 개발로 알츠하이머병 극복 과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강 대표는 서울대와 연세대에서 학업을 마친 뒤 한국생명공학연구원(KRIBB)을 거쳐 1995년 미국으로 건너가 국립보건원(NIH)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레독스 신호 전달 기술 분야를 접했다. 당시는 NIH가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이 분야 연구를 막 시작하던 태동기였다. 그는 이후 이 분야에서만 30년 외길을 걸어온 학자이기도 하다.

2002년 한국으로 돌아온 강 대표는 이화여대 생명과학과 교수로 부임하면서 연구를 이어갔고, 2018년 1월 교원 창업으로 바스테라를 설립하고 관련 특허 기술을 학교로부터 양도받았다. 바스테라는 퍼록시레독신 결핍 증후군(Peroxiredoxin Deficiency Syndrome, PDS)을 표적으로 한 경구용 저분자 치료제 개발 회사로, 폐동맥고혈압(PAH)과 암을 비롯해 알츠하이머병 등 신경 퇴행성 질환으로 파이프라인을 넓히고 있다. 강 대표에게 레독스 신호 전달 기술의 발전 과정과 치매 신약 개발 가능성을 물었다.

 

강상원 바스테라 대표 / 이석호 기자
강상원 바스테라 대표 / 이석호 기자

 

Q. 대표님은 레독스 신호 전달 분야 1세대 선구자입니다. 이 기술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레독스는 일반인에게 활성산소라는 용어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활성산소가 증가하면 산화 스트레스가 늘어 세포 손상을 일으킨다는 거죠. 활성산소는 두 가지 종류로 구분되는데 일반인은 대부분 산화 스트레스와 관련해서 알고 있죠.

레독스가 실제 세포 내에서 작동하는 신호라는 개념은 1995년 처음 연구 보고됐어요. 이전 까지는 학계에서도 중요하게 다루지 않았어요. 마침 제가 있던 미국 NIH에서 이 분야 연구를 시작했죠.

이후 한국에 들어온 뒤 이화여대에서 연구를 계속해 2005년에는 레독스 신호 메커니즘의 핵심 조절 효소인 퍼록시레독신(Prdx)을 처음으로 발견했습니다. 연구를 시작한 지 10년 만이죠. 퍼록시레독신은 세포질과 세포 소구체 내에서 과산화수소(H₂O₂) 농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 연구는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Nature)’에 실렸습니다.

또 8년이 지난 2013년에는 퍼록시레독신 효소의 비활성화가 원인이 돼 동맥혈관 질환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발견했어요. 이 연구는 심장혈관 임상 분야 국제 학술지인 ‘서큘레이션(Circulation)’에 실렸죠.

제가 처음 연구하던 시기만 해도 불모지나 다름이 없었는데 이제는 독립적으로 학회가 세워져 활발히 운영될 정도로 레독스 신호 전달이 주목받는 분야가 됐어요.

Q. 연구를 이어오다 2018년 창업을 하셨어요. 이 기술이 사업화가 될 정도로 성숙한 단계에 진입했다고 봐도 될까요?

여전히 미개척지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나마 기초 연구는 활발한데 사업화 단계까지 넘어가진 못하고 있어요. 제가 이 연구를 시작하면서 특허를 많이 받았는데 국내에서는 기술 이전에 관심을 보인 회사가 없었어요. 그러던 중 2017년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진행한 창업 과제 공모에 신청해 최종 선정됐어요. 평가위원들이 새로운 물질과 매커니즘을 알아본 거죠.

2013년에 퍼록시레독신 효소가 없으면 조직 증식이나 기능 장애 및 손상이 이어져 질환이 생긴다는 사실을 발견한 이후 5년간 신약 물질을 연구했어요. 효소가 죽어서 질병이 발생했다면 효소를 다시 활성화하는 방법을 찾아 치료제로 만들면 된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죠.

바스테라는 이 효소를 대신해 활성을 내놓는 저분자 화합물을 찾아 신약 개발에 나선 세계 최초 회사입니다. 우리 회사가 성공하면 이 분야에 대한 글로벌 바이오텍의 관심도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바스테라 홈페이지
바스테라 홈페이지

Q. 바스테라의 주력 파이프라인을 설명해 주세요.

바스테라는 퍼록시레독신 효소의 퍼록시다제(Peroxidase, GPx) 활성화를 모방하는 스캐폴드(scaffold)를 기반으로 저분자 화합물 신약을 개발하는 플랫폼 회사입니다. 첫 번째 플랫폼 기술인 레독시자임(Redoxizyme)은 퍼록시레독신 모방 합성 저분자 나노 효소를 설계할 수 있어요.

이 플랫폼 기술로 다양한 물질들이 나와서 만성 질환 관련 파이프라인 확장이 가능합니다. 다양한 공동 연구도 가능하고요. 현재는 동맥혈관 질환과 치매 치료제 개발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개발한 약물이 워낙 작은 분자 화합물이라 뇌혈관장벽(BBB)을 통과해서 혈관 벽으로 잘 들어가요. 암 영역에서는 기초 연구 단계에서 진행 중이에요.

특히 치매에서는 반응성 성상교세포를 표적으로 해요. 지금은 치매 치료제로 아밀로이드 베타(Aβ)나 타우(Tau) 단백질을 없애는 항체 치료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잖아요. 성상교세포의 활성화도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입니다. 우리는 퍼록시레독신 효소로 성상교세포의 활성화를 막는 기전을 연구하고 있어요.

또 퍼록시레독신은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작용을 합니다. 우리가 연구하는 물질은 성상교세포의 활성화를 막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신경세포가 죽는 것을 막아주는 이중 기능을 합니다. 그래서 양쪽으로 효과가 있는 거죠.

Q. 다른 파이프라인은?

새로운 메커니즘으로 신약 개발을 하다 보니 임상 진단에도 관심이 있습니다. 조기 진단 기술도 같이 개발하고 있어요. 임상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진단 기술도 동반돼야 하거든요.

Q. 대표님이 생각하는 치매 치료제 연구 방향은?

치매 치료가 아밀로이드 베타만 없앤다고 되는 건 아닐 수도 있어요. 혈관성 치매 비율도 높고요. 신경망내에는 신경세포뿐 아니라 미세아교세포, 성상조세포 등 다양한 세포들이 조합돼 있잖아요. 레독스 신호 조절 기술은 멀티플 메커니즘이에요. 이 기술로 접근하면 치매 치료에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이 더 높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퍼록시레독신은 혈관이나 신경세포에서 모두 기능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한꺼번에 조절할 수 있고요.

Q. 올해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 과제에도 선정됐어요.

반응성 상상교세포 내 Prdx의 기능을 조절하는 First-in-class 알츠하이머 질환 치료제 후보 화합물의 비임상 연구’ 과제죠. 2026년까지 진행됩니다. 우리가 플랫폼 기술도 있고 마우스 모델도 있어서 연구를 빨리 진행할 수 있어요. 2년 전에 치매 분야 연구 경력이 풍부한 프로젝트 리더도 합류했고요.

과제 기간은 3년이지만 빨리 끝내는 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비임상 과제지만 임상 진입까지 해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항체가 아니라 생산이 쉽고 예비 실험도 마쳤기 때문에 단기간에 끝낼 수 있을 것 같아요.

 

바스테라 홈페이지
바스테라 홈페이지

 

Q. 치매 완치는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을까요?

신경망 재생은 성상교세포를 조절하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만 현재 기술 수준에서 완치란 상당히 도전적인 말입니다. 치매를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해 진행을 늦추는 효과를 확실하게 볼 수 있는 약물은 머지않아 개발될 것 같아요.

온통 항체 치료제에만 관심이 쏠려 있는데 완전히 새로운 분야에서 희망이 생길 수도 있어요. 접근법 자체를 아예 근본부터 바꾸는 거죠. 물론 레켐비 같은 항체 치료제가 나와서 치매 치료 영역에서 새로운 길을 열게 된 건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최근 치매 치료제 연구에 많은 빅파마들이 투자하고 있고, 기술 발전도 빨라지고 있어서 과거에 20~30년 걸렸던 신약 개발이 이제는 2~3년 안에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요.

Q. 창업 후 어려운 점은?

교수 출신이라 기술은 잘 아는데 사업 관리 부분은 어렵더라고요. 사업 초기엔 교수에서 사업가로 전환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어요. 지금은 직접 피칭도 하고 산업 관계자나 투자자들과도 활발하게 만나서 소통하는 게 그리 어렵지는 않습니다.

Q. 바스테라의 꿈은?

우리가 기초 연구부터 진행한 기술로 직접 신약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순탄치만은 않았고 현재도 어려운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국내 연구로 물질 특허도 세계에서 처음으로 받았고 새로운 메커니즘을 발견해 신약 후보물질도 발굴해 냈습니다. 여기서 임상까지 성공하게 되면 순수 연구에서 출발해 상업화 문을 연 국내 바이오 업계 최초 사례가 될 것입니다.

Q. <디멘시아뉴스>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씀.

치매 환자와 가족들이 겪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도 최근 바이오 업계에서는 희망적인 소식이 계속 들려오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치매 극복의 순간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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