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300만 이상의 성경 낭독 콘텐츠를 책으로 출간 후 독자들과의 만남
전 KBS 아나운서 신은경 작가의 《잠언 읽고 잠언 쓰자》의 출간기념 북토크가 9일 CTS 컨벤션홀에서 열렸다. 평일 낮임에도 신 작가의 책 출간을 축하하기 위해 방송 선후배, 공직자, 기업인 등 여러 인사가 참석했다. 사회는 손정은 전 MBC 아나운서가 맡았다.
디멘시아뉴스의 칼럼니스트로 따듯한 인생 이야기를 연재하며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는 신 작가는 이번에 성경 잠언의 필사와 자신의 에세이를 곁들인 《잠언 읽고 잠언 쓰자》를 출간했다.
신 작가는 1981년부터 1992년까지 KBS 9시 뉴스 앵커이자 아나운서로 일했다. 영국 웨일스 대학교에서 언론학 석·박사 학위를 받은 후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해 왔다.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이사장을 지냈고, 차의과학대학교 의료홍보미디어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유튜브 ‘신은경TV’와 CTS ‘위드 바이블’의 <성경 읽는 신권사>에 자신의 목소리로 성경을 녹음해 전달했는데 조회수 300만이 넘을 만큼 큰 사랑을 받았다. 특히 잠언과 시편이 많은 구독자를 위로해 이번에 잠언을 중심으로 한 필사 에세이를 출간했다.
손정은 아나운서의 저자 소개로 북토크를 시작하며 신 작가는 “원래 성공한 사람은 이름 석 자만으로 긴 소개가 필요 없는데 길게 잘 소개해 주셨습니다”라며 유머로써 참석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신 작가는 올해 8월이면 성경 전체의 녹음을 마친다며 독자들이 편안하게 들을 방법을 강구 중이라고 전했다.
유튜브 라이브로도 중개된 북토크 전반부에 신 작가는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왜 제가 성경을 읽어 전달하는 일을 했을까요? 16년 전에 남편은 정치를 하고 있었고 저는 돕는 배필이었습니다. 다음 선거에 남편이 공천받지 못했습니다. 당선될 때도 낙선할 때도 주민들 의견이 중요한데 왜 주민들 의견을 묻지 않을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대신 나갔다가 보기 좋게 떨어졌습니다. 그 당시 국회의원 낙선은 처참한 일이어요. 원숭이는 나무에서 떨어져도 원숭이인데 국회의원 낙선한 사람은 사람도 아니게 되는 모양새로 추락합니다. 가족의 위로가 필요한 상황에서 남편도 저도 힘들어했고 사람들 얼굴 보기도 어려웠습니다. 찾는 사람도 기억해 주는 사람도 없었어요.
세상이 우리를 거절했다는 거부감을 견디며 2년을 광야생활을 했습니다. 수입도 할 일도 없던 시기였어요. 하나님이 저를 어떻게 생각하실까, 고민하며 한 세미나에 참석했어요. 제목이 <하프타임 세미나>였습니다. 축구 경기처럼 우리 인생도 전반이 있고 후반이 있다는 것을 들었습니다. 전반이 어떻든 모든 이의 목표는 후반에 승리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하프타임에 들어온 제 인생을 성찰했어요. 나는 누구인가? 왜 오늘 이 일을 할까? 돌아보면 뉴스 진행과 외국 유학 모두 내가 잘나서 한 것이 아니란 것을 깨달았어요. 하나님이 저를 이끌어 주셨고 준비시켜서 허락하신 일이었습니다.
어려운 일도 많았지만, 그때도 하나님은 저를 몰라라 하지 않으셨습니다. 비유하자면 저는 작은 꽃병이고, 색색이 꽃으로 좋은 일을 주시기도 했고 때로는 조각칼을 꺼내 저를 빚으셨습니다. 제가 아플 때도 하나님은 작품 활동을 하신 것입니다. 신은경이란 작품을 만드시려고 기쁨도 고난도 함께 주셨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렇다면 인생 후반전에 저는 무슨 일을 할까? 영어 학원을 내볼까? 요리를 배워볼까?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제가 오랫동안 한 일은 말하는 것이었어요. 이것도 하나님이 준비시켜 주신 것이란 생각이 들어 ‘인생사명 선언서’를 썼습니다.
성경에서 말씀하는 말하기에 대해 공부할게요.
이 중요한 이야기를 방송, 책, 강연으로 전달할게요.
인생의 무거운 짐을 지고 사는 분들을 돕고 싶어요.
지난 15년 동안 제가 서약한 내용대로 살아왔습니다. 오늘도 책과 말로 여러분을 만나고 있습니다. 그렇게 삶이 변했습니다.
저는 유교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엄마는 일 년에 12번의 제사를 지내는 종갓집 맏며느리였어요. ‘없는 집 제사 돌아오듯 한다’는 말처럼 계속 집안의 큰일이 돌아왔습니다. 제가 맏이고 동생이 셋인 이남이녀인데 엄마가 알뜰하게 살림을 꾸려가는 가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중학교 2학년 때 아버지가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갑자기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조문을 오신 분들은 ‘죽은 사람만 불쌍하지’라고 하는데 저는 ‘왜? 살아가는 우리가 불쌍하지’라고 생각했어요. 장례식에서 ‘엄마, 오늘은 슬프지만 내가 열심히 살아서 엄마를 기쁘게 할게’라고 약속했어요. 발랄한 학생으로 살지 못하고 언제나 땅만 보며 책임감에 눌려 살았습니다. 표정이 별로 없었어요. 뉴스에서 웃으며 방송할 일이 없어서 원래 제 성품을 그렇게 보는 분이 많았어요. 사석에서 웃으면, ‘어머, 웃기도 하시네요’ 소리를 들을 만큼요.
긴 시간이 흘렀습니다. 서른 후반 늦은 나이에 영국 유학을 다녀왔고 결혼했습니다. 남편은 모태신앙이었어요. 시댁은 평안북도 선천 분들로 한경직 목사님과도 인연이 깊은 조선의 예루살렘으로 불리는 지역에서 신앙생활을 하셨습니다. 잘 때 찬양을 틀어두고 자는 가정이었어요. 저는 끝까지 듣느라 잠을 못 잤습니다. 남편은 가정에서 기도를 많이 받으며 자랐습니다. 친정어머니는 제가 결혼하면 남편 따라 교회에 다니라고 당부하셨습니다. 예수 믿는 집으로 시집갔으니 친정 분위기보다 시댁 가풍을 따르라고 말씀하셨어요. 결혼과 함께 저는 편안하게 교회에 가서 영적 갓난아기로 새로 태어났고, 삶의 우선순위가 바뀌었습니다.
교회에 다닌 지 얼마 후 남편이 정치를 시작했습니다. 당시 교회 목사님이 부활절 칸타타의 내레이션을 제게 부탁하셨습니다. 아, 나도 교회에서 쓰임 받는 날이 오는구나, 기뻤어요. 과거 선거에는 합동유세가 있었습니다. 후보자들이 20분씩 연설하며 표심을 얻는 중요한 자리였는데 남편의 첫 번째 합동유세 날과 제가 교회에서 섬기는 날이 겹쳤습니다. 그때 어려운 선거여서 남편을 도와 현장 유세에 힘을 실어주지 못하니 고심이 됐습니다. 남편에게 교회 일정과 겹친 것을 의논하니, 남편은 교회와의 약속은 하나님과의 약속이니 교회에 가라고 했습니다.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게 모태신앙이구나.
저는 합동유세 날 교회에서 내레이션 역할을 하는 데 예수님이 우리 죄를 대신하는 모습이 너무 불쌍하게 다가왔습니다. 제물로 바쳐지는 모습, 죄 없는 어린양의 역할로 십자가를 지시는 예수님의 모습에 감정이입이 됐습니다. 그 예수가 조롱받는 모습에 목이 메서 꺽꺽 우는 소리가 나왔습니다. 사흘 만에 부활하신 예수를 생각하며 울고 웃는 시간이 됐습니다.
그런데 당시 합동유세장에서 20분을 연설한 남편에게 사람들의 마음이 열렸습니다. 생활 정치로 섬기겠다는 주제로 연설한 남편에게 표심이 쏠렸어요. 말을 잘하는 남편과 저는 말싸움을 하지 않습니다. 질 게 뻔합니다. 교회와의 약속을 하나님과의 약속으로 지킨 그 일 이후 걱정하지 않고 살아가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여러분이 보시는 조용한 성품처럼, 하나님은 저를 조용히 만나 주셨습니다. 사실 일찍 하늘로 간 제 육신의 아버지는 슬픔보다 분노에 가까웠습니다. 일찍 돌아가셔서 우리 가족이 힘들게 살았기 때문이죠. 그런데 하나님은 사랑하는 내 딸아, 무거운 짐을 내려놓아라, 내가 도와줄게, 하시면서 땅만 보며 내 힘으로 살아보겠다고 한 저를 회복시키셨습니다. 저는 어깨의 짐을 내려놓고 두 손을 들어 하나님께 항복했습니다. 제 손을 잡아주시고 인생을 이끌어 주세요, 라고 고백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 각자 최악의 모습을 알고 계십니다.
그렇다고 그다음 날로 바로 햇빛 쨍쨍 기쁨만 있는 건 아니고요. 고난이 와도 그 포장지를 뜯고 하나님의 축복을 받는 연습이 계속됐습니다. 말씀을 읽고 찬양하고 기도하는 것이 포장지를 뜯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제 후반전 인생을 사용하고 계십니다. <성경 읽는 신권사>로 제게 주신 목소리를 사용하게 하셨습니다. 성경 말씀을 듣는 것 위에 필사를 하면 좋습니다.
저는 성경을 지도하는 전문 강사가 되어 25주 프로그램을 인도하고 있습니다. <슬기로운 열 처녀>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분을 만났습니다. 마태복음 25장, 혼인잔치에 들어가려는 열 명의 처녀가 등불을 켜고 있다가 모두 잠들었는데 한밤중에 갑자기 신랑이 나타났습니다. 꺼져가는 등불에 다섯 명의 처녀는 기름을 준비해 들어갔고 다섯 명의 처녀는 기름을 준비하지 못해 허둥지둥하다가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말씀을 잘 깨닫고 읽어서 기름을 준비하자는 동기로 준비해 성경 과외 선생 역할을 시작했습니다. <슬기로운 열 처녀>는 제 인생에 중요한 시간과 만남입니다. 언젠가는 이런 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오늘 여러분께 들려드렸습니다.”
신 작가의 강연은 큰 박수를 받으며 끝났다. 이어서 손 아나운서와 토크 시간이 펼쳐졌다. 《잠언 읽고 잠언 쓰자》의 시작은 유튜브 <성경 읽는 신권사>의 높은 조회수가 계기가 됐는데 좀더 구체적인 집필 동기가 궁금하다는 질문에 신 작가는 “아침마다 3페이지를 씁니다. 우리 안의 창조 달란트를 깨어나게 하려고 아침마다 저는 생각 나는 바를 써요. 1년 반 정도 쓰다가 필사 책을 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침마다 하는 필사는 머리가 맑아지고 슬픔이 해소됩니다. 손으로 뭔가를 계속 쓰는 일은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됩니다”라고 답했다. 눈 뜨자마자 꿈에서 봤던 것, 떠오르는 것 모두 쓰는 것이 머리를 맑게 하고 삶에 도움이 된다며 ‘매조꾸, 매일 조금씩 꾸준히’를 언급했다.
신 작가는 말에 대한 조언으로 “우리 삶의 말 중에 70~80퍼센트는 부정적인 말입니다. 불평, 불만, 비난, 비판, 부정, 자기 비하는 얼씬도 못하게 해야 하고, 이런 말 대신 감사와 칭찬, 찬양, 기도, 축복의 말로 채우면 좋습니다. 소소한 것을 감사하고, 감사할 수 없는 것을 감사하고, 미리 감사하는 것이죠. 칭찬도 마찬가지예요. ‘잘했어요’라고 자주 말하고, 찾아다니면서 칭찬하고, 미리 소망이 이뤄진 것처럼 불러주는 말을 해보세요”라며, 신 작가는 현장에 참석한 체육학 박사를 준비하는 제자를 향해 “정 박사님” 하며 불러주어 좌중을 미소 짓게 했다.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기에 기도하고 좋은 책과 강연으로 도움을 받으면 소망이 이뤄지는 날이 꼭 옵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어서 신 작가가 직접 잠언을 읽어주는 시간을 가졌다. 잠언은 우리 인생을 이끄는 구절들이 있다. 특히 말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많은 군데 쓰여 있다. 신 작가는 잠언서 18장 21절 “죽고 사는 것이 혀의 힘에 달렸나니 혀를 쓰기 좋아하는 자는 혀의 열매를 먹으리라”를 비롯해 “말은 배의 키와 같아서 인생의 배를 잘 운항해야 폭풍이 쳐도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 말은 작은 불씨여서 마른 숲에 옮겨붙으면 숲 전체를 태워버린다” 등 잠언서에 쓰인 교훈을 읽어주었다.
청중들의 질문을 받은 뒤 다음 책으로 시편 필사 에세이를 약속한 신 작가는 “잠언을 읽고 쓰면서 세상일에 바쁘게 사는 삶이 정리되고, 성경을 읽고 필사하면서 빗물이 삶에 스미듯이 받는 은혜가 큽니다. 그냥 읽을 때와 달리 소리 내어 읽을 때 은혜가 크고, 특히 쓰는 것은 외워질 정도가 되면서 머리를 쓰니, 말할 수 없는 은혜가 됩니다”라고 북토크의 소감과 감사 인사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