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벤처에게 치매를 묻다 ⑫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최순옥 이사장
소셜벤처에게 치매를 묻다 ⑫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최순옥 이사장
  • 황교진 기자
  • 승인 2024.06.29 2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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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여도 안심하고 나이 드는 마을을 만들어 갑니다!”
여성주의 건강관을 기반으로 지역주민들이 협동해 운영하는 의료·복지·돌봄기관

서울 은평구에는 지역 주민이 힘을 합쳐 만든 의료·돌봄 통합기관이 있다. 사회적기업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하 살림의료사협)이다. 2009년 ‘여성주의 의료협동조합’이란 이름의 준비모임으로 설립 기반을 조성했다. 여성주의는 성별, 인종, 성적 지향 등으로 인한 차별과 사회적 불평등이 없는 사회를 만들어 모두 함께 건강해지자는 목표를 추구한다. 살림의료사협의 3대 이사장 최순옥 씨는 누구나 평등하게 건강할 권리를 누리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만으로 건강해질 수 없다는 것, 이웃이 건강할 수 있는 사회에서 우리 역시 건강할 수 있다는 것이 여성주의에 기반한 의료사협의 정체성임을 강조했다.

살림의료사협의 조합원들은 건강 상담과 안내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이 필요해 2012년 2월 은평구에 348명의 조합원이 뜻을 모아 가정의학과 ‘살림의원’을 세웠다. 이어서 2016년 ‘살림치과’를 개원했고, 살림의원에 정신건강의학과와 부인과 협진을 시작했다.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에 따른 ‘방문요양’과 ‘주간보호센터’를 운영하는 ‘살림데이케어센터’도 갖추었다. 2022년부터는 방문진료를 전담하는 ‘살림재택의료센터’를 설립해 돌봄 기능을 확대했다. 운동 공간 ‘다짐’, 치매 케어가 필요한 분과 보호자가 쉬어가는 ‘서로돌봄까페’를 조합원들의 힘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지역 자조 모임과 취미, 건강 모임 등 건강과 안부를 묻고 나누는 관계망을 넓혀갔다. 현재 조합원 4천4백여 명에 이르는 튼튼한 사회적협동조합이다. 사회적경제 영역에서도 이름난 돌봄 기관인 살림의료사협의 최순옥 이사장을 만났다.

 

최순옥 이사장 / 황교진 기자
최순옥 이사장 / 황교진 기자

Q. 치매 가족에게 정확하고 유용한 정보를 드리는 디멘시아뉴스에서 살림의료사협을 소개하게 돼 영광입니다. 조합원인 분이 제보해 주셔서 뵙게 되었습니다.

제가 세 번째 이사장직에 오른 지 얼마 안 된 시기라 인터뷰에서 많은 내용을 제대로 전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디지털케어와 바이오기업을 다룬 인터뷰 기사들을 보았습니다. 저희가 치매 문제를 바로 해결하는 그런 기업이 아닌데, 디멘시아뉴스에서 치매 관련 소셜벤처를 인터뷰한 기사들의 연장선에서 살림의료사협을 만나주시니 감사한 마음이 드네요.

 

Q. 살림의료사협은 저희가 꼭 인터뷰해야 할 곳이란 확신이 들었습니다. 바이오와 제약 현황도 다루지만, 치매 가족의 돌봄 영역 또한 현실적으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니까요.

살림의료사협은 치매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사회적기업은 아니지만, 돌봄사업 영역에서 치매를 중요한 과제로 삼고 있어요. 5월부터 ‘돌봄살롱’이라는 것을 시작했어요. 노년 돌봄, 케어러 돌봄, 1인 가구 돌봄, 아동 돌봄 등으로 주제를 정해 이어가고 있는데 5월에 노인 돌봄으로 진행했죠. 노년 가족을 돌보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와 장기요양보험제도의 이해와 활용을 다뤘고, 6월의 돌봄살롱에서는 돌보는 주체인 케어러(Carer)는 정작 누가 어떻게 돌볼 것인가의 내용을 나눴어요. 돌봄 경험을 지닌 사람들이 자기 경험을 들려주고,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독박 돌봄’에서 서로 혜택을 주고받는 ‘호혜적 돌봄’으로 전환을 꾀하는 것이죠.

7월에는 1인 가구가 서로 돌볼 수 있는 여건에 대해 논의하려고 해요. 아동 돌봄, 반려동물 돌봄, 마음건강 돌봄을 거쳐 마지막 시리즈가 주거 문제입니다. 돌봄에서 주거 공간의 역할이 중요하니까요. 돌봄살롱의 다음 기획은 좀 더 심화된 내용으로 많은 분이 요청한 치매와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에 대해 다뤄보려 해요.

 

살림의원 /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살림의원 /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Q. 협동조합 형태는 명맥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함께 시작한 사람들과 계속 뜻이 맞아야 하고, 중간에 이탈하는 창업 동료가 생기면 운영이 어려워지고요. 그런데 살림의료사협은 조합원이 4천 명이 넘고 2022년에는 기획재정부 주최 이달의 협동조합에 선정되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살림의료사협의 성장 동력과 함께 최 이사장님을 소개해 주세요.

올해 13년 차인 살림의료사협은 첫 설립 당시 기준으로 지난 5월 조합원 4,366명으로 13배, 출자금 25억 원으로 83배 성장했습니다. 현재 병원과 데이케어센터의 직원까지 모두 80명 정도가 상근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살림의료사협의 성과는 주변에서 경이롭게 보고 있는데 그 배경엔 철저한 준비가 있었습니다. 첫 출발은 여성주의 건강관을 기반으로 한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하 의료생협)이고요. 협동조합의 세 가지 협동인 ‘자본의 협동, 노동의 협동, 생각의 협동’이라는 조합원의 참여 활동을 가장 중요하게 유지해 왔습니다. 조합이 커지고 사업도 많아지면서 제가 3대 이사장으로 취임했고, 상근 이사장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저는 풀뿌리 시민운동 활동가로 주로 은평구 지역사회에서 활동해 왔습니다. 2년 전까지 서울마을센터장, 서울시청에서 지역공동체과장으로 6년 정도 일하다 은평지역으로 복귀했습니다. 살림의료사협 창립 전 발기인대표를 맡았고 이사, 대의원 등 직함으로 조합원 활동을 꾸준히 하다 보니 올해 이사장 역할을 맡게 됐어요.

제가 은평시민사회 활동가로 한창 일할 때 ‘여성주의 의료생협’을 만들려고 준비 중인 여성주의 운동가들을 만났어요. 초대 이사장인 민앵 님이 그분들과 저를 연결해 주면서 은평에 ‘의료생협’이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적극적인 제안을 받았습니다. 그 활동가들이 반짝거리는 눈빛은 잊을 수가 없어요. 젊고 유능한 활동가들이 만들어 낼 에너지와 결과물에 대한 기대가 컸습니다. 설립 초기부터 뜻이 맞았고 지금까지 그 철학과 정신이 변하지 않고 잘 유지된 것이 성장 동력이란 생각이 듭니다.

 

Q. 마포구와 은평구가 사회적협동조합, 돌봄리빙랩과 같은 활동이 활발하더군요. 이유가 있나요?

마포와 은평이 지역적 연결성은 크게 없었는데 최근에는 6호선으로 교통연결이 좋아지면서 마포에서 일하고 은평에서 거주하는 분들이 많아졌다고 들었어요. 은평에서 보면 마포는 부러운 지역이기도 하지요. 지역자원의 관점에서 보면 대학교와 청년문화, 문화예술거점들이 많고 일종의 사회혁신 실험을 하는 연구자와 새로운 시도가 풍부한 지역이에요. 마포 성미산마을은 육아공동체로 시작한 다양한 커뮤니티가 활성화돼 있고요, 국장님이 취재한 연세대 김모임간호학연구소 등 외부 연구 기관과의 네트워크도 활발합니다.

은평구는 전형적인 베드타운적 성격이 큰 지역인데 정주성이 높고, 오랫동안 꾸준히 유지되는 다양한 시민활동이 활발한 곳입니다. 흔히들 은평구는 서울의 주변부에 위치하고 지역발전도 더디고 저소득층이 많다고 아쉬워하는데 관점을 바꾸면 그래서 개발보다는 안전하고 평화롭고 따뜻한 삶의 문화에 대해 주민들의 동의가 넓게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희 사업과 연결된 과제인데요. 노인 인구도 많고 빈곤한 노년층도 많아 사회적 돌봄이 더 절실한 지역이기도 합니다.

 

다짐운동 "건강한 노년 흰머리 휘날리며" /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다짐운동 '건강한 노년 흰머리 휘날리며' /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Q. 사회적경제 활동가들도 그런 기반 위에 활발하게 활동하는군요. 살림의료사협의 홍보 리플릿을 보니 여성주의 건강관을 기반으로 했다는 문구가 눈에 띄더군요.

저희는 여성이라는 젠더의 위치가 우리 사회에서 동등하지 않다는 점에 주목했어요. 역사적‧사회적으로 그랬고 현재도 여성의 사회적 기회와 대우는 평등하지 않지요. 돈으로 보면 경제적 약자이거나, 건강으로 보면 질병이 있거나 장애 유무로 보면 장애를 가진 분들이 사회적 약자라는 시각에서 ‘사회적 약자’가 온전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지향하는 관점이 살림의료사협의 설립 기반이며 핵심입니다. 그 관점으로 함께 공부하면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시작한 협동조합이죠. 보통 협동조합은 7원칙인데 저희는 3원칙을 추가했어요. 그중 하나가 '사회적 약자의 시각으로 모두가 평등하게 건강을 누리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한다'입니다.

조합원 중에 퍼머컬쳐 운동을 하는 분이 계세요. 은평에서 시작해 전국적으로 퍼머컬처 운동을 펼치고 있죠. 생태 다양성을 추구하며 퀴어텃밭도 가꾸고 있고요. ‘단순히 환경을 보호하자’가 아니라 여성주의 관점으로 지구와 인간이 공존하는 문명과 생산을 고민하면서 본격적인 생명운동을 하는 분이 저희 조합원입니다. 이렇듯 살림의료사협의 다양한 조합원 중에는 사회약자의 입장을 대변하거나 당사자 운동으로 펼치는 분들이 있습니다. 청년운동, 장애인 인권운동, 성소수자 운동가들과 저 같은 지역활동가와 지역 주민 당사자들이 한데 섞여 연대합니다.

 

Q. 최 이사장님의 청춘 시절이 궁금합니다. 간호학이나 사회복지학 계열을 공부하셨나요?

학부는 국문학을 전공했어요. 84학번으로 학생운동을 열심히 했죠. 힘든 시대에 학교를 다녔어요. 가톨릭 신자로 종교의 영향도 좀 있었고요. 어렸을 때부터 성당에서 항상 어려운 사람들 가까이서 돕고 정의를 추구하고 사랑의 계명을 실천하라는 것을 배우며 자랐어요. 학생운동을 하면서 사회 부조리와 부정의를 고쳐야 한다고 생각했고요. 지금은 은평구에서 지역활동가로 일하면서 내가 좋아하고 잘하고 관심 있는 것으로 지역에 기여하자는 뜻을 실천하고 있어요. 운동의 방식이 구체적인 ‘지역’을 근거로 ‘협동. 참여’를 중심으로 하면서 서서히 ‘의료와 돌봄을 통합하는 살림의료복지사협’으로 이동하게 된 거죠.

 

Q. 살림의료사협 주소지가 은평구 구산동도 있고 여기 역촌동도 있더군요.

저희는 사업소가 있는 곳을 기준으로 ‘구산살림’과 ‘역촌살림’으로 부릅니다. 구산살림은 건물 2층에 살림의원(가정의학·정신건강의학·부인과)과 재택의료센터, 법인사업부가 있고, 10층에 살림치과가 있습니다. 역촌살림은 1층에 한의원, 2~3층에 데이케어센터 그리고 4층에 조합활동팀과 이사장, 전무이사가 상근하며 전체를 총괄합니다.

 

Q. 살림의료사협은 설립 후 병원들이 합류한 것이 아니고 설립 초기부터 병원 설립을 목표로 추진한 건가요?

그렇습니다. 요즘은 보건복지부가 의료복지협동조합을 인가할 때 병원까지 준비해서 신청하라고 한다는데요. 병원을 준비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들죠. 저희는 처음부터 병원을 설립하되 조합원들의 힘으로 만들고 싶어서 준비모임부터 시작해 조합 창립 후 병원 오픈까지 1년이 걸렸어요. 조합원들이 출자해 살림의원을 가장 먼저 개원했고 그다음에 치과 개원, 2020년 조합원들의 대대적인 출자캠페인으로 역촌살림 건물을 사고 한의원과 데이케어센터를 개원했습니다.


Q. 운영하는 데 필요한 수익 상황은 어떤가요?

영리를 목적으로 병원이나 사업소를 운영하지 않고 조합활동을 중요한 사업영역으로 보고 있어서, 사업소 운영으로 만들어지는 잉여와 조합원들의 살림비(조합후원금)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살림료사협의 조합원이 되면 병원들을 이용하며 받는 혜택이 있어요. 조합원들은 인바디 연 2회 무료 검사, 예방접종 10%, 예방에 관한 비보험 진료비는 10~20% 할인을 받아요. 치과의 경우 비보험 진료는 3%, 스케일링, 불소도포 등 예방 관련 치료는 20% 할인 혜택이 있습니다. 건강거점 다짐(일종의 운동센터)을 이용할 수 있는 자격도 주어지고요.

살림의료사협은 활발한 조합원 활동이 강점이에요. 조합원들은 협동운동, 산행 모임 등 운동을 같이 하고 텃밭 가꾸기, 반찬 만들기 등 다양한 소모임을 만들어 활동하며 당사자는 물론 지역사회의 소외 계층과 노년층의 건강 증진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 마을 주치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내 건강을 수시로 점검받고 내 질환을 정확하게 파악해 진료해 주는 전담주치의가 있는 건데요. 내 주치의가 분야별로 있다는 것을 상상해 보세요. 아플 때 나를 잘 아는 주치의와 충분한 대화를 나누고 자기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것은 병원을 쇼핑하듯 떠돌지 않아도 되니까 조합원의 입장에서는 믿을 수 있는 주치의와 상의하면서 어느 의원에서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 비빌 언덕이 생기는 거지요.

 

조합원쓰담걷기 캠페인 /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조합원 '쓰담걷기' 캠페인 /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Q. 1층에서 살림한의원에 진료받으러 오신 환자분들을 보니 어르신이 많고 다른 의료기관과는 좀 다른 느낌이 들었습니다. 우선 간호사님이 꽤 친절하고 대화를 길게 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고요. 의료진도 일반 병원보다 다른 사명감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일반 병원에는 없는 직원 교육과 모임이 좀 많다는 의견도 있습니다만, 살림의료사협의 정신과 방향을 잃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어요. 각 진료과의 대표 원장들은 정기적으로 회의를 하고 협진을 의논해요. 지역 주민 한 사람의 건강을 단일 과에서만 돌볼 수 없으니까 치과에 오신 분께 필요하면 정신건강도 의뢰해 협진 시스템을 가동하다 보니 의료부 협진도 있고 간호부 협진도 있어야 하거든요.

통합 돌봄으로 은평구 전체를 책임지긴 어려워도 환자 한 사람의 주변 환경을 살피면서 질병과 삶의 문제를 우리가 최대한 해결해 드리고자 해요. 한편으론 저희 살림 같은 지향을 가진 의료 현장에서 의료인들이 근무하기가 까다롭다고도 할 수 있지만, 다른 병원에서는 해볼 수 없는 경험들, 의료인으로서 역량을 높일 수 있는 연구, 협진, 타 영역과 협업, 민관협력 등의 경험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환자를 접수받고 진료하고 처방하는 방식을 넘어서 환자의 건강을 위해 다양한 지역자원과 솔루션을 연결하고 의료인의 직업적 완성도를 높이면서 더 성장하는 의료인과 병원을 추구해요.

 

Q. 환자의 증상만 보는 게 아니라 환자의 삶을 보면서 돕는 시스템이군요.

그래서 병원에 환자들이 오시면 증상과 함께 많은 대화를 나눕니다. 진료 시간이 길어지는 단점을 감수하면서요. 재택의료센터에서 방문진료를 할 때는 그 사람의 환경 안에 있는 병의 원인을 함께 다루며 치료해요. 의사들은 완전히 치료가 달라진다고 합니다. 그런 경험이 저희한테 쌓여서 환자의 환경까지 관심을 두는 병원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어요.
 

Q. 살림의료사협에서 진료받은 어르신들의 사례와 피드백을 소개해 주세요.

저희는 휴머니튜드 케어가 중요한 모토인데 재택의료센터에서 방문진료를 가면 누워만 계신 분들 주변에 여러 물건이 쌓여 있어요. 통상 몸이 불편한 분들은 이동을 최소화하도록 손에 잡히는 곳에서 식사할 수 있게 하거나 누워만 계시니까 일어나서 움직인다는 것을 완전히 배제하고 지내시는 거죠. 그런 주거 환경의 환자를 돌보면서 불을 켜도록 하고 밤낮의 구분이 중요하다고 알려드리고 화장실도 직접 가도록 독려합니다. 굳어 있는 몸을 풀어드리기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응원하고 돌보는 분들께도 이런 점을 주지시키죠. 즉 자기 존엄성을 되찾도록 합니다. 하루에 몇 분 이상은 서고 걷게 하고 침대 곁에 있던 식기 도구를 전부 식탁으로 빼놓아요. 이렇게 생활환경을 바꾸도록 안내한 후 재택센터 직원들이 몇 달 후에 방문해 보면 어르신이 생활하시는 모습이 완전히 개선됐다고 해요.

 

Q. 살림의료사협의 의사는 사회복지사의 역할까지 하는군요.

의료진이 방문해서 의료적 시각으로 보면 환자분이 걸을 수 있는데 그냥 누워만 계시는 게 안타까운 일이고, 환자가 한 사람의 존엄한 인간이라는 측면으로 보면 '보고, 말하고, 스스로 먹고, 입고, 서고, 걷는 행위'가 기본이고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수행하시도록 돕는 거죠. 반드시 생활습관에 변화를 주어 몸 움직임을 개선하고 나아가 회복까지 적극적으로 도와야 합니다.

 

Q. 사실 그렇게 고립된 어르신들이 치매에도 더 잘 걸린다고 하죠.

그러니까요. 치매에 훨씬 취약하고 빨리 중증화되는 열악한 모습으로 계시니까요. 일단은 가족 치료 개념으로 환자의 습관을 바꾸는 것을 중요하게 보신답니다. 이번에 한의원 원장님이 지역 건강 강좌를 열었는데 제목이 '치료에서 습관으로'이에요. 환자 본인의 습관을 바꾸어 먹거리나 태도, 삶의 방식이 나아지지 않으면 증상도 나빠지고 삶의 질도 떨어지니 저희 의료진은 그 부분을 더 주목해서 진료하죠.

 

Q. 방문진료 외에 일반 시니어분이 직접 내원해서 진료받으신 후에는 어떤 말씀을 하시는지요?

한의원을 보면 아시겠지만, 의사 선생님이 환자 분과 길게 얘기합니다. 다른 일반 병원은 보통 진료 시간 5분을 넘기지 않죠. 보통 1분 컷, 2분 컷 하는데 살림의료사협의 조합원들이 말하는 장점과 단점이 같아요. 너무 길게 상담한다가 단점, 길게 상담받을 수 있다가 장점이에요(^^). 심지어 긴 진료 상담 때문에 민원도 들어와요. 살림의료사협의 병원 진료가 그렇기에 대기 시간이 긴 것을 당연시하는 분이 많으세요.

 

Q. 매우 중요한 부분이네요. 병원 수익을 위해서는 환자를 짧게 만나고 빠르게 처방할 수밖에 없는데, 어르신 환자는 외롭게 생활하시는 분이 대부분이고 많은 얘길 하고 싶어 하시니 말입니다.

그렇죠. 저희 살림의료사협은 올해 은평구를 치매 안심마을로 만들기 위해 구내 16개 동과 4개의 거점 총 20개 거점에서 '건강이웃 교육'을 시행하고 있어요. 각 동에서 진행되는 건강 강좌에 참여해 보시도록 권합니다. 진료실에서 1시간씩 치매에 관해 설명하는 것은 부족할 수 있으니까요. 2시간여의 기본 교육에서는 좀 더 많은 내용을 전달해서 안내해 드립니다. 조합원들이 주변 분들에게 소개하고 함께 손잡고 참가하고 계세요.

 

창립 10주년 행사 /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창립 10주년 행사 /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Q. 살림의료사협의 출발과 여기까지 오신 길을 보면 어려움을 겪는 사회적기업들과 다른 점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최근 몇 년간 주거와 돌봄이 하나로 통합되는 공동체주택모델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사회적경제의 여러 조직 형태 중에 협동조합을 잘 만들어 좋은 모델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여겼거든요. 많은 창업조직이 사회적경제 생태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분투하지만, 지역사회의 주거와 돌봄 서비스는 오너 중심의 경제 조직보다는 네트워크 중심이 더 효과적으로 보입니다. 협동조합이 서비스의 질에 공을 들여도 경제적 효과는 늦게 나타나는 편이지만, 많은 사회적 약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유용한 조직입니다.

 

Q. 살림의료사협에서만 있는 프로그램들이 이색적입니다. 의료와 돌봄 외에 건강 관련 모임이 있고 조합원들이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다양한 활동도 있더군요.

저희 조직을 두 개로 나누면, 비즈니스 조직으로서 사업소(병원, 돌봄기관)와 조합원의 활동 영역(건강모임, 활동, 교육, 지역연대)이 있습니다. 조합원들 각자가 재능을 발휘해 조직에 생기를 불어넣고 미래를 만들어 갑니다. 조합원이 참여하는 다양한 활동을 권장하고 있고, 여러 건강 모임이 소모임으로 결성돼 운동도 하고 공부도 같이합니다. 개인 건강은 의료 문제만 해결한다고 이뤄지는 게 아니고 정서적 활동과 욕구 해소가 병행돼야 하니까요.

이런 다양한 건강 소모임과 함께 조합원들이 주인으로 참여하는 의사결정 구조가 잘 작동되도록 원칙과 방향성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살림의료사협의 시그니처는 '살림10원칙과 조합원의 약속'으로 여성주의 가치관을 사업과 조직 운영, 조직문화로 이어온 노력에 근본적인 힘이 있습니다. 여성주의 교육은 창립기부터 현재까지 해마다 교육과정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답니다.

우리가 어떤 시각으로 세상을 보고 역할을 해야 하는지, 우리 조합은 왜 존재하는지를 조합원들과 함께 공부하고 토론하고 탐구하는 과정을 소홀히 하지 않습니다. 또 신규 조합원들을 위해 매달 '살림파티'에 초대해서 살림의료사협이 무얼 하는 곳인지를 알려드리는 과정이 있고요. 건강하게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죽음을 잘 준비하고 맞이하는 사전연명의료의향 교육을 매달 두 번씩 진행합니다.

조합원이나 지역사회에서 요구하면 찾아가는 교육도 진행하고요. 건강 교육과 조합원의 인식과 활동력을 높이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매주 토요일에 '서로돌봄카페'를 열어 어르신들이 서로를 돌보는 시간과 공간을 함께 열고 있습니다.

 

Q. 현재는 이사장으로서의 어떤 업무에 매진하고 있는지요?

은평구는 시민사회 활동이 활발한 곳이라고 말씀드렸잖아요. 저희 살림의료사협이 만들어질 때도 지역 시민사회 일원으로 그 시작을 함께했는데 아무래도 여러 단체나 활동가들과의 친분과 거리가 가까워서 전담하고 있는 일이 있습니다. 지역의 여러 단체나 기관들이 운영하는 공간을 엮어 활동을 연결해서 '돌봄의 생태계'를 만들어 가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동네에서 만나고 관심사를 나누고 활동하며 배우고 필요할 때는 서로 돕는, 지역 내 '은평 서로 돌봄 공간'을 협업하고 있죠. 돌봄이라는 사회적 과제를 저마다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함께 풀어가는 겁니다. 열 군데가 같이하고 있어요.

'은평서로돌봄공간'은 다양한 사업과 활동이 진행되는 곳들인데 각 기관이 원래 하고 있던 일들을 잘 들여다보면 모두 이웃을 돌보는 일들입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공간. 공정무역 카페, 예술 창작소, 어린이도서관, 취미 동아리, 책 읽기, 장애인 친구 만나기 등 서로 돌봄이라는 키워드로 엮어서 한번 제대로 재미있게 해보자는 뜻으로 '은평서로돌봄공간'을 시작했습니다.

 

은평서로돌봄공간 소개 /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Q. 초고령 사회에 곧 진입하며 치매 환자가 많아졌습니다. 이미 각 가정에 많이 계시는데도 우리 사회는 두려워하고 은폐하고 고립시키며, 진단받으면 바로 시설에 보낼 생각부터 하잖아요? 살림의료사협은 치매 문제에 대해 어떤 대안을 갖고 있나요?

저희가 '건강 이웃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데 치매도 조기 발견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의료기관을 운영하다 보니 아무래도 치매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데 실제적으로 도움을 드리고 있지요. 저희는 나이가 들어 치매에 걸려도 마을에서 알아보고 치매 환자를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바른 인식을 만들어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배회가 산책이 되는 마을을 만들자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나이 들어도 안심할 수 있는 마을 그리고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마을을 만드는 것이 살림의료사협의 돌봄 방향이에요. 그래서 치매에 대한 기본 교육을 많이 시행해 미리 연습하고 훈련해서 치매 당사자가 됐을 때, 당사자의 가족이나 이웃이 됐을 때 그 누구도 불편하지 않은 마을을 만들어보자는 목표를 가지고 있어요.

장애인 따로 치매 따로 아이를 돌보는 엄마들 따로, 모두 별도의 환경을 만드는 게 아니라 그런 분들이 편안하고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마을을 목표로 올해 본격적으로 치매 안심마을을 만들기 위해 사회 제도도 제안하고 교육도 하고 있어요. 주민과 조합원 대상으로 800명이 교육을 수료하도록 추진 중이에요. 치매에 대한 이해가 높은 건강이웃이 동네에 많아져야 하니까요.

 

Q. 치매안심센터는 치매 환자를 발굴하는 데 여념이 없습니다. 이사장님이 치매 관련 정책에 관해 제안하고 싶은 보완책이 있다면요?

저희 힘만으로는 안 되는 게 너무 많은데요. 환자 발굴이 중요하지만, 발굴만 하면 안 되죠. 마을 생태계를 다양하게 변화시켜 놓지 않으면 소용이 없어요. 사실 치매 진단을 확인한 후 결국은 가족 내에서 독박돌봄만 이뤄지거나 시설로 바로 입소시킬 생각만 하죠. 여러 단계가 필요하고요. 자기 집과 익숙한 마을에서 오래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고 생각해요. 일반인들이 치매에 대한 이해가 높아져야 하는 게 우선이고, 지역 내 의료와 돌봄 지원이 함께 가야 한다고 봅니다.
 

Q. 살림의료사협과 최 이사장님의 꿈은 무엇입니까?

살림의료사협은 안심하고 나이 드는 마을을 만드는 게 꿈이에요. 그런 마을을 구현하는 협동조합으로 역할을 하고, 많은 조합원이 건강을 누리는 수혜자인 동시에 생산자로서 지역사회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모습을 지원하고 있어요. 저 개인적인 꿈도 그렇고요. 저도 돌봄 서비스 대상자가 될 사람이고요. 누구나 나이 들면 맞이하는 건강 약자로서의 문제를 잘 해결해 주고, 살림의료사협의 사업과 활동이 더 다양해지도록 발전시켜 마을 전체가 건강을 유지하고 치매에 걸려도 두려울 게 없는 모습으로 활동해 가고 싶습니다.


Q. 끝으로 디멘시아 뉴스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계속 사회가 나아지는 메시지와 사례들을 발굴해 주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일본과 북유럽 사례가 그림의 떡처럼 회자되는 게 아니라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로 확장해서 동기 부여가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지역 협동조합도 할 수 있고 일반 기업들과의 연계로 사회 공헌 활동이 확장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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