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정복 나선 K-바이오텍] ① 아임뉴런 김한주 대표 (上)
[치매 정복 나선 K-바이오텍] ① 아임뉴런 김한주 대표 (上)
  • 이석호 기자
  • 승인 2024.06.19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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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BBB 투과 항체 플랫폼 기술 개발...“파괴적인 기술혁신 없는 고령화는 재난”
성균관대, 유한양행과 '산학 융합 시스템'으로 R&BD 생태계 구축...‘뉴 런 뉴 벤처’

127개, 14년, 3,600억 달러

미국 알츠하이머협회(AA)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 기준으로 글로벌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 파이프라인은 총 127개다. 또 개발부터 임상 3상 시험을 거쳐 미국 식품의약품청(FDA) 최종 승인까지 걸리는 평균 기간은 14년에 달한다. 미국에서 올해 알츠하이머병이나 다른 질병에 따른 치매 환자 관리에 드는 비용은 무려 3,600억 달러(한화 약 496조 2,600억 원) 규모다. 가족 돌봄 등의 비공식 간병 비용은 제외한 금액이다.

우리나라로 눈을 돌려보자. 올해 국내 65세 이상 인구는 1,000만 명을 넘길 것이 확실하며, 치매 환자 수는 1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한다. 독거노인도 200만 명에 육박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사적 간병비는 총 10조 원으로 추산되지만, 일부 전문가는 이를 훌쩍 넘어 15조 원 이상까지도 내다본다. 문제는 고령화 속도다. 2030년에는 국민 4명 중 1명꼴로 65세 이상 노인이고, 치매 유병률이 40%에 가까운 85세 이상도 15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초고령화와 치매는 보폭을 넓히며 우리 곁에 성큼 다가오고 있다. 어떻게든 극복하지 못하면 한 국가의 사회·경제적 자원을 모조리 집어삼킬 것이다. 그 최전선에, 이 무시무시한 숫자의 숲을 헤치며 글로벌 치매 정복에 나선 K-바이오텍 수장들이 있다. <디멘시아뉴스>가 그들을 찾아 희망을 만나본다. [편집자주]

 

“대부분의 선진국은 고령화 인구 증가와 생산성 인구 감소가 동시에 일어나는 거대한 인구 구조의 변화를 앞두고 있습니다. 치매는 수명을 단축하는 대신 많은 자원을 환자 돌보는 일에 투입하도록 합니다. 이에 따라 환자와 가족의 정신·재정적 고통을 넘어 천문학적 사회 비용 증가 및 총 생산성 감소로 이어지는 심각한 경제적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이 분야에서 파괴적인 기술혁신 없는 고령화는 재난이 될 수 있습니다. 수많은 이들이 도전하고 실패했지만, 누군가는 기필코 성공해야만 하는 이유입니다. 질환의 진행을 최소 5년만 더 늦출 수 있다면 인류 전체에 획기적인 사건이 될 것입니다. ‘치매 정복’이라는 사명감 아래 많은 인재가 모여 기초 과학부터 치료제 개발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 총력을 다해 매달리고 있습니다.”

아임뉴런(IMNEWRUN) 본사가 있는 경기 수원시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내 N센터 5층. 복도 한쪽 벽면에는 ‘NEW RUN, NEW VENTURE’라는 슬로건과 함께 기업문화를 보여주는 7가지 키워드가 적혀 있다. 계속 새로운 시도와 모험을 하겠다는 의지다.

2015년, 20년간의 미국 생활을 뒤로하고 유한양행에 입사해 4년간 사업개발을 총괄하며 글로벌 기술 이전을 선봉에서 주도해 나가던 아임뉴런 대표 김한주 박사는 모든 임무를 완수하고 누구도 예상치 못하던 시점에 퇴사했다. 벤처 정신을 앞세워 새로이 신발 끈을 묶은 김 대표는 공동 창업자들과 치매 정복의 꿈을 향해 활시위를 힘껏 당겼다. 김 대표가 겨냥한 좁은 과녁은 의료계의 오랜 난제인 치매. 뇌질환 중 미개척 불모지나 다름이 없다.

김 대표를 만나 아무도 가지 못한 치매 정복의 정상을 향해 새 길을 내며 달리는 아임뉴런의 창업 과정과 앞으로의 포부를 물었다.

 

김한주 아임뉴런 대표 / 아임뉴런
김한주 아임뉴런 대표 / 아임뉴런

 

Q. 2019년 4월 아임뉴런을 창업했습니다. 첫 창업인데 이전까지의 경력이 궁금합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미국으로 유학을 갔습니다. 졸업 후 조지워싱턴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다, 한국에서 군 복무 후 미국 식품의약품청(FDA) 출신의 교수님 추천으로 임상통계를 알게 되었어요. 통계학 학사를 거쳐 펜실베니아대(UPENN) 의대 바이오통계학 박사 과정으로 들어갔고, 그중 마지막 2년은 글로벌 제약사인 와이어스(현 화이자)에서 펠로우 자격으로 제약 회사에서 근무하는 기회를 얻었죠. 이후 포레스트랩(현 앨러간), 노바티스, 에자이에서 임상통계 과학자로 근무하다 2015년에 유한양행 R&D 전략팀장으로 자리를 옮겼어요. 당시 유한양행 연구소장이던 남수연 박사와의 인연이 닿아 이직하게 됐습니다. 동시에 미국 생활 20년 만에 가족과 함께 완전히 귀국한 거였어요. 집도 팔고 귀국 후에는 영주권도 포기했죠. 언젠가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은 늘 있었습니다.

Q. 유한양행에서는 어떤 업무를 맡았나요?

합류할 때 남 박사님과 유한양행의 R&D 전략 및 사업개발 부분에 대한 여러 가지 얘기를 했어요. 저한테는 상당한 도전이었던 게 해당 분야에서 실전경험이 없었죠. 다만 글로벌 제약사에서 글로벌 신약개발팀의 일원이자 임상통계 리더로서 임상개발 계획안 작성 및 시험 설계, 미국·유럽·일본 등 규제기관과의 회의, FDA 자문회의 디펜스 및 품목 승인 등 운이 좋게도 정말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중개연구에 대한 중요성이 크다는 걸 깨닫고 평소에 늘 관심을 가졌죠. 그때 마침 남 박사님과 인연으로 R&D 전략과 사업개발을 담당하는 역할도 맡게 됐어요.

Q. 남 박사님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을까요?

한올바이오파마 대표인 정승원 박사님이 소개해 줬어요. 정 대표님과는 노바티스에 있을 때 만났어요. 노바티스에는 글로벌 신약개발 전략을 총괄하는 GPT(Global Program Team)라고 있었는데, 저는 통계 분야 리더였고 정 박사님은 전략 마케팅 분야 리더였어요. 당시 GPT에 있는 한국 사람들은 손에 꼽을 정도로 없었는데 우연히도 한 팀에 저와 정 박사님 이렇게 2명이 같이 있었어요. 그때 인연을 맺은 이후 정 박사님이 남 박사님을 소개해 주셨어요. 이후 인연이 이어져 지금은 한올바이오파마 사외이사도 맡고 있습니다.

Q. 유한양행에서도 큰 성과를 내셨어요.

남 박사님께서 씨앗을 뿌려놓은 게 좋은 결실로 이어졌어요. 레이저티닙(제품명 렉라자 Leclaza)이 대표적이죠. 운이 좋게도 글로벌 기술 이전을 했던 과제들은 제 손을 거쳤어요. 씨 뿌린 사람이 있으면 중간에 물도 주고 가꾼 사람이 있고 마지막에 걷는 사람도 있는 거죠. 당시 소수 정예로 모든 파트너링 및 글로벌 기술 이전 전 과정을 이끌었어요. 그 과정에서 마이클 마크(Michael Mark) 박사(전 베링거인겔하임 수석부사장, 현 아임뉴런 과학자문위원)와의 인연도 맺을 수 있었습니다.

 

아임뉴런 본사 입구 벽면 / 이석호 기자
아임뉴런 본사 입구 벽면 / 이석호 기자

 

Q. 어떠한 계기로 창업에 뜻을 두셨나요?

처음에는 창업할 생각이 없었어요. 다만 렉라자 기술 이전 이후, 글로벌 유한이 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하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기술도입·개발·이전 모델 외 어떻게 하면 지속 가능한 R&D 성장엔진을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었습니다. ‘오픈 이노베이션 버전 2’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런 과정에서 이정희 사장(현 유한양행 이사회 의장)님 및 여러 임원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일단 치매 치료제 분야가 지난 30년간 큰 진전을 이루지 못했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초거대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봤습니다. 노동층의 감소, 고령화에 따른 부양 인구의 증가, 보건의료 및 간병인 비용 등 이 모든 것은 주요 선진국 경제에 엄청난 부담이 될 것으로 봤어요. 즉, 급격하고 거대한 인구변동 측면에서 세계 경제는 최대의 도전에 직면해 있고, 파괴적인 기술 혁신에 대한 니즈는 더 커질 것으로 봤습니다. 뉴로사이언스 분야에서 기술 혁신이 나오는 건 시간문제라고 생각했어요.

Q. 유한양행에는 뇌질환 파이프라인이 없었나요?

없었습니다. 이 분야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는 게 지난 30년간 계속 실패만 했잖아요. 중개임상을 통한 치료 개념 입증 후 글로벌 제약사로 기술 이전을 하는 유한의 사업 모델에서는 부담스러운 분야일 수밖에 없고요.

Q. 공동 창업을 한 서민아 부사장(성대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과 김용호 부사장(성대 나노종합기술원 교수)은 어떻게 만나셨나요?

김용호 교수님은 저와 유펜에서 같은 해 박사 과정을 시작한 동기입니다. 가족과도 깊은 친분이 있고요. 유한에 재직할 때 차세대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구상하던 중 김 교수님을 종종 찾아가서 여러 대화를 했어요.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서민아 교수님을 소개받았습니다. 그때 성대와 좋은 관계를 맺으면 좋겠다고 판단했죠. 성대는 이미 첨단 뇌과학 이미징 장비 및 동물 시설을 보유한 N센터가 있었고, 기초과학연구원(IBS) 뇌과학이미징연구단도 들어와 있었어요.

Q. 2019년 1월에 퇴사하고 3개월 뒤인 4월 아임뉴런을 설립하셨어요. 언제 창업 결심을 하셨나요?

퇴사 전에 검토해 보니 뉴로사이언스는 시간이 오래 걸리겠더라고요. 기술도 굉장히 정교해야 하고 알아야 할 것도 많고요.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기전적 이해는 깊어졌고 다양한 항체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었지만, 항체를 뇌 안에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기술적 진보는 수십 년 째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어요. 항체는 일반적으로 뇌 모든 조직에 촘촘히 있는 모세혈관 및 세포로 구성된 뇌혈관장벽(Blood-brain barrier, BBB)를 투과하지 못합니다. 만약에 우리가 항체의 BBB 투과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기술을 만들 수 있고, 그것이 전 세계 표준이 된다면 그 임팩트는 엄청날 것으로 생각했어요.

김 교수님과 서 교수님도 이 부분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대학의 우수한 연구진과 N센터라는 인프라도 있어서 성대 안에서는 충분히 이런 식의 혁신 기술을 인큐베이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체계적으로 시스템화를 해야 할지도 함께 고민했어요. 이것이 차세대 미래 먹거리가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죠. 이런 생각이 깊어지니 자연스레 퇴사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1월에 퇴사하고 계속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있었어요. 이런 구상의 명칭을 고민하다 ‘산학 융합 시스템‘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어요. 현재 아임뉴런의 산학 융합 시스템은 전 세계에서도 가장 독창적인 모델 중 하나일 겁니다. 이곳에 다수의 글로벌 제약사에서 관계자가 꽤 많이 오셨는데 다들 깜짝 놀라시더라고요.

Q. 국내에서 산학 융합 시스템을 모델로 창업을 한 바이오텍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어떤 아이디어로 접근하셨나요?

항체 치료제에 있어 BBB 투과 표준을 만드는 일은 정말 아무도 해낸 적이 없는, 아주 고난도 기술력이 필요합니다. 퍼스트 무버 기술이고, 성공하면 그 임팩트와 시장가치가 엄청난 분야이기도 하고요. 이를 위해선 두 가지가 필요했습니다. 첫째는 인재와 인프라, 자본입니다. 둘째는 그 위에 만들어 가는 기업문화입니다.

중장기적인 전략적 접근이 필요했어요. 사업 초기에는 고민 끝에 투자자가 아닌, 당시 취임하신 성대 신동렬 총장님을 찾아뵀어요. 취임사 중 ’기업가적 대학‘을 만들겠다는 말이 가슴에 와닿았죠. 다행히 두 분의 창업 교수님을 통해 총장님을 뵐 수 있었고, 무려 4시간이 넘도록 성대의 발전에 우리가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와 그 구체적 계획에 대해 피칭했습니다. 공대 출신이라 이런 부분에서 실전적으로도 이해가 넓으셨고요. 그 과정에서 또 자연스럽게 삼성그룹 대학 법인 리더십과도 대학의 비전에 대한 심도 있는 대화를 할 기회가 생겼고요.

그 이후에 당시 유한양행 대표였던 이정희 사장님을 비롯해 다수의 임원과도 유한의 미래 먹거리에 대해 논의하고 연결점을 만들어 갔습니다. 이는 자연스럽게 투자유치로 이어지고 더 나아가 대학 내 첨단 인프라 및 연구센터 투자로 이어졌죠. 돌이켜보면 각 기관의 이해관계가 다름에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공동의 비전을 세우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각 기관의 리더가 내린 결정이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도 독창적인 산학 융합 시스템을 만든 계기가 되었어요.

기업문화에 있어선 다양성에 기반한 서구의 개인주의와 한국인 특유의 근면·성실·민첩함이 합쳐지면 최고의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대학의 특징 중 하나는 다양성입니다. 그리고 기업은 전략과 이를 실행하는 능력이 있고요. 이 둘은 다른 것 같지만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입니다. 추격자에서 선구자가 되는 것, 즉 새로운 틀을 세우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채워가는 것은 기업의 DNA가 기존과 본질적으로 달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업의 높은 생산성은 결국 다양성을 통해 선택된 최고의 아이디어에 더 많은 자원이 집중되고 거침없이 추진되게 하는 것에 있다고 생각했어요.

우리가 만든 BBB 투과 기술이 전 세계 표준이 될 수만 있다면 그 임팩트와 시장가치는 정말 엄청날 것으로 생각했어요. 뇌질환 항체 치료제를 개발하는 다양한 글로벌 제약사 및 바이오텍과 파트너십을 맺고 현금 흐름을 창출해 지속 가능한 회사를 만들 수 있겠다는 결론을 냈습니다. 플랫폼 회사니까 데이터가 계속 우리에게 모이게 되잖아요. 이 과정에서 수많은 노하우가 내부에 축적될 것이고 경쟁력 있는 내부 파이프라인도 위험부담이 적으면서 자금 부담 없이 만들어 갈 수 있겠다고 판단한 거죠.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N센터 / 이석호 기자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N센터 / 이석호 기자

 

Q. 아임뉴런의 기술적 모체는?

서 교수님과 김 교수님 두 분의 연구가 아임뉴런 기술의 씨앗이 되었습니다. 이미 두 분께서 연구를 많이 해놓으셨어요. 창업하자마자 성대와 제3기관 가치평가를 통해 43억 원 규모의 특허 기술 양도 계약을 맺었어요. 그런데 두 교수님이 훌륭한 결정을 해주셨습니다. 계약에서 본인들 몫이 절반인데 선뜻 그걸 다 학교 발전에 기부하셨어요. 산학 융합 시스템을 만드는 데 있어 두 분의 헌신은 절대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회사 모든 구성원이 빠짐없이 회사의 핵심 기술을 완성해 가는 데 기여했습니다. 창업 때와 지금의 기술은 정말 다르다고 느껴질 정도로 획기적인 혁신을 거듭하면서 완성되고 있습니다.

성대의 강력한 인프라도 뒷받침을 해줬습니다. 성대·유한·아임뉴런이 추진하는 R&BD 생태계 구축 사업의 일환으로 내년 말에는 가칭 ’CNS(중추신경계) 센터‘가 대학 캠퍼스 내 들어서죠. 아임뉴런은 그곳으로 이전할 계획이고요. 그 일환으로 이미 작년에 초저온 전자현미경(Cryo-EM) 센터 및 슈퍼컴퓨팅센터가 설립됐습니다. 우리는 대학과 함께 임팩트 있는 분야를 발굴해 새로운 바이오플랫폼 기술을 계속해서 개발할 것입니다. 안 그러면 우리가 학교에 있을 이유가 없어요. 학교와 시너지를 내는 쪽으로요.

Q. 사업 초반부터 기술과 인프라, 인적 자원까지 잘 갖췄습니다. 첫 창업인데 위기의식이나 불안감은 없으셨나요?

미국에서의 안정적 삶을 모두 내려놓고 한국에 영구 귀국해 유한에 입사했을 당시가 위기의식과 불안감이 더 컸습니다. 오히려 창업을 결심했을 땐 확고한 믿음이 있었어요. 내일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지만 일단 절벽에서 뛰어내렸습니다. 뭔가를 새롭게 하려면 밀알이 되어야 합니다. 자기희생과 헌신이 없으면 절대로 그 이상의 일들이 안 일어나더라고요. 이상이 크면 클수록 구성원들 사이에 끈끈한 가치 공유가 생겨요. 서 교수님도 김 교수님도 그러셨고요. 가치관이나 저변에 깔린 사상과 철학이 우리 교수님들과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좋은 사람들과 서로 신뢰를 쌓아가며 함께 지향하는 곳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끈끈한 결속력이 생겼습니다.

유한 퇴사 후 7개월간 월급을 못 받았어요. 사무실도 없어 주로 카페에서 일하면서 직원 채용도 하고요. 대표를 맡고도 월급이 없었죠. 정말 80년대 스타트업에서 하듯이 했어요. 차고에서 회사 만들어서 ‘내돈 내산’ 그런 거 많이 하잖아요. 법인 설립 전 함께 온 직원에게는 월급도 제 쌈짓돈에서 꺼내 줬어요. 밖에서 보면 뭔가 다 세팅이 돼서 시작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제 나름대로는 숙성하는 기간을 거쳤습니다.

Q. 주요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유한양행과의 관계는 어떤가요.

협력적 관계로 잘 유지되고 있습니다. 기관 주주로는 가장 많은 20%의 지분을 가지고 있고 올해 주총에서 아임뉴런의 이사(Board of Director)로 이영미 R&BD본부장(부사장)께서 취임하셨죠. 그 전에는 오세웅 유한양행 연구소장(부사장)이 수년간 이사로 계셨고, 꼭 이사회라는 형식을 갖추지 않더라도 늘 허심탄회하게 소통하며 현안과 양사의 미래에 대한 논의하는 건설적이고 상호호혜적인 관계입니다.

일전에 공동 개발 과제 계약 파기 건으로 외부에서는 논란이 있었죠.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신약후보물질을 신속히 이끌어 가기 위한 양사의 전략적 경영상 의사결정이었다는 점입니다. 그 외 모든 것은 출처가 불분명한 가십에 불과합니다. 이게 문제가 있다면 처음부터 우리와 함께한 핵심 구성원들이 똘똘 뭉쳐서 갈 수 있었을까요? 회사에서 아무리 요란스럽게 대응하더라도 안에 있는 사람이 제일 먼저 알고 퇴사합니다. 어차피 회사는 성과로 검증을 받는 것이고 이런 해프닝은 이후에는 하나의 추억거리가 될 것입니다.

유한과의 관계는 중장기적이면서도 전략적인 관점에서 봐야 합니다. R&BD 생태계 구축 사업의 일환으로 아임뉴런의 원천기술을 적용하며 공동의 과제를 만들어 가는 것은 양사 경영진에서 이미 합의가 된 사항입니다. 또한 유한은 내년 10월 준공되는 CNS 센터에도 투자했습니다. 이에 맞춰 성대도 합의된 사항에 따라 초저온 전자현미경 센터, 슈퍼컴퓨팅센터 등 인프라 투자를 진행했습니다. 아임뉴런도 해당 건물로 이전할 계획이고요.

대학은 센터 내 학과를 만들어 국내외 우수한 교수들을 끌어들여 다양한 글로벌 인재가 교류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의 장이 되고, 세계적 수준의 연구 및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하는 도전이 이후에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산학 융합 R&BD 생태계로 발전하고, 환자와 그 가족에게 희망을 주고 더 나아가 국가 경쟁력에도 일조할 수 있다는 굳은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창업했을 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 믿음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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