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치매 치료제 레켐비, 중앙약심위 안 거쳐...식약처 “필수 절차 아니다”
[단독] 치매 치료제 레켐비, 중앙약심위 안 거쳐...식약처 “필수 절차 아니다”
  • 이석호 기자
  • 승인 2024.06.18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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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서도 안전성·유효성 논란 지속...FDA, CHMP도 자문위 검토 절차 밟아
레카네맙(상품명 레켐비)
레카네맙(상품명 레켐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알츠하이머치매 치료제 ‘레켐비주(Leqembi, 성분명 레카네맙 Lecanemab)’의 품목 허가 과정에서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식약처 측은 중앙약심위 회의가 의약품 수입 품목 허가의 필수 절차가 아니라고 항변했으나 해외에서도 안전성·유효성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전문가 집단의 충분한 숙의 과정을 거쳤는지 의문이 남는다.

18일 <디멘시아뉴스>의 취재를 종합하면, 식약처는 지난달 24일 수입 품목 허가한 레켐비와 관련해 중앙약심위 회의를 열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앞서 <디멘시아뉴스>는 품목 허가 직후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식약처에 레켐비의 중앙약심위 회의록을 요청했다. 이에 식약처 바이오의약품정책과는 레켐비주 품목 허가 관련 중앙약심위 회의를 열지 않아 회의록도 없다고 ‘부존재’ 통지했다.

중앙약심위는 약사법 등에 근거해 의약품의 안전성·유효성에 대한 조사·연구 및 평가에 관한 사항, 의약품 부작용 피해 구제에 관한 사항 등을 심의하는 자문 기구다.

레켐비는 일본 에자이(Eisai)와 미국 바이오젠(Biogen)이 공동 개발한 ‘아밀로이드 베타(Aβ)’ 표적 단일 클론 항체 치료제로 알츠하이머치매 초기 단계 환자에게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지난해 7월 미국 식품의약품청(FDA)으로부터 정식 승인받은 이후 12월 일본, 올해 1월 중국에 이어 한국이 세계 네 번째로 받아들였다. 세계 최초 알츠하이머치매 치료제인 아두카누맙(Aducanumab, 성분명 아두헬름 Aduhelm)이 올해 임상 및 판매를 전격 중단하기로 하면서 사실상 유일하게 시판되고 있다. 이번 식약처 허가로 국내 판매의 길도 열렸다.

 

정보공개 청구 통지서
정보공개 청구 통지서

 

다만 의료계와 학계, 제약업계 일각에서는 레켐비와 관련해 안전성·유효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 왔다. 레켐비는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하는 원인 물질로 알려진 혈관 내 Aβ 플라크의 제거 과정에서 부종이나 미세출혈 등 ‘아리아(Amyloid-Related Imaging Abnormalities, ARIA)’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일라이 릴리(Eli Lilly and Company)가 개발 중인 도나네맙(Donanemab)도 Aβ 표적 단일 클론 항체 치료제로 레켐비처럼 아리아 부작용을 유발한다. 릴리는 지난해 1월 FDA에 신속 승인을 신청했으나 안전성 데이터가 더 많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반려를 받았다.

레켐비와 도나네맙은 모두 FDA의 말초·중추신경계 약물 자문위원회 회의를 거쳤다.

지난 11일에는 자문위 회의에 참석한 위원 11명이 도나네맙이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질병 진행 속도를 늦추는 데 효과적이지만 약물의 위험성보다 이익이 더 크다는 판단하에 만장일치로 FDA에 승인을 권고했다. 비록 만장일치라 하더라도 약물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경고한 것이다.

유럽연합(EU)의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자문기구인 의약품위원회(CHMP)도 현재 절차적 이유로 지연된 상태지만 곧 회의를 열어 심의할 예정이다.   

FDA나 EMA의 독립적 자문위 역할을 중앙약심위가 맡고 있다. 식약처 측은 의약품 품목 허가 시 중앙약심위 회의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는 입장이다. 레켐비의 심사 과정에서 자료 검토 등을 통해 충분한 검증을 했다고 판단해 약심위 위원들의 의견 청취나 자문 절차 없이 허가를 내줬다는 것이다.

박현정 식약처 바이오허가TF팀장은 “모든 의약품은 부작용을 가지고 있다”면서 “사후 관리를 하고 제약사도 전문가와 환자에게 항상 알리도록 조처를 내리며 이를 모니터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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