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옵션 하나 추가한 무리수, 도나네맙 승인되나
[기자의 눈]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옵션 하나 추가한 무리수, 도나네맙 승인되나
  • 황교진 기자
  • 승인 2024.06.11 12: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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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볼에 가까운 궤적을 홈런으로 착각하게 하는 FDA 자문위 승인 권고
FDA는 고통받는 환자보다 제약사의 꽃길을 열어주는 곳인가?
도나네맙의 FDA 말초 및 중추 신경계 약물 자문위원회 6월 10일 공개 브리핑 자료

 

기적의 치료제가 아닌 그들만의 칵테일이다. 얼마나 효과가 좋은 칵테일인지 현재 나온 데이터로는 입증이 안 된다. 오히려 잘못하면 사망할 수 있는 부작용이 더 드러나 보인다. 그런데도 FDA 자문위원회는 기적의 치료제로 포장된 ‘도나네맙’을 알츠하이머병 초기 단계의 환자를 치료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제약사의 연구 결과에 만장일치로 동의해주었다. 패널은 도나네맙의 이점이 잠재적인 위험보다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난해 7월 미국의학협회지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도나네맙은 위약 그룹에 비해 초기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이 평균 35% 느려졌다고 했다. 27% 지연효과가 있는 것으로 발표된 레카네맙과 경쟁하며 더 나은 약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도나네맙의 궤적은 레카네맙과 별반 다르지 않다. 타석에 선 제약사의 방망이 휘두르는 소리만 듣고 볼이 떨어지는 지점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홈런이라고 밀어준 격이 됐다.

이제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도 전문가라는 집단의 신뢰성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장기 안전성 보장이 충분하지 않으며 효과성에 대한 세밀한 임상시험이 요구되는 상황임에도 FDA 자문위원회에서는 도나네맙의 승인을 권고했다.

미국 시각 10일 열린 자문위원회 토론에서 이전에 승인받은 에자이와 바이오젠의 레카네맙 임상시험 설계와는 다른 일라이 릴리 시험의 몇 가지 독특한 방식에 초점을 맞춰 받아들였다. 두 약물 모두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서 독성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제거하도록 설계됐다. 일라이 릴리는 통합 알츠하이머병 평가 척도(iADRS)를 중추적 임상시험의 주요 평가지표로 사용했다.

iADRS는 일라이 릴리가 개발한 것으로, 기존의 두 가지 알츠하이머 임상 척도인 알츠하이머병 평가 척도-인지 하위 척도(ADAS-Cog 13)와 알츠하이머병 협력 연구-도구적 일상생활 활동 하위 척도(ADCS-iADL)를 결합해 초기 단계 환자의 치료 효과에 더 민감한 단일 측정으로 기능과 인지를 평가하기 위해 설계됐다.

도나네맙의 안전성과 효능을 평가한 임상시험 TRAILBLAZER-ALZ 2는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 1,736명을 대상으로 4주마다 도나네맙(n=860)과 위약(n=876)을 투여한 대규모 3상 이중 맹검 위약 대조 시험이다. 최대 72주 동안 8개국 277개 의료 현장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는 통합 알츠하이머병 평가 척도(iADRS) 점수(최소제곱평균 Least-Squares Mean, LSM)의 변화였으며, 점수가 낮을수록 장애가 더 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연구는 저(낮은)/중간 타우 병리(68.1%, n=1182) 또는 높은 타우 병리(31.8%, n=552)를 가진 환자로 구성했다. 타우가 없거나 매우 낮은 사람들은 제외시켰다. 저/중 타우 모집단에서 76주 차 iADRS 점수 기준선 대비 LSM 변화는 도나네맙군과 위약군의 점수 차이가 2.92로 전체 모집단에서 영향이 덜 두드러졌으며 이는 질병 진행의 22.3% 둔화를 나타냈다.

TRAILBLAZER-ALZ 2는 도나네맙의 원래 생물학적 제제 허가 신청의 기초가 된 2상 TRAILBLAZER-ALZ 연구(NCT03367403)의 후속 연구였다. FDA는 일라이 릴리의 신청에 대해 서신으로 응답하며, 최소 12개월 동안 지속적인 도나네맙 치료를 받은 최소 100명의 환자로부터 얻은 데이터를 제공해야 한다고 전달했다. FDA는 기대치를 충족하기 위해 데이터가 완료되면 TRAILBLAZER-ALZ 2의 비맹검 안전성 데이터를 포함하겠다고 밝혔다.

2017년 시작된 TRAILBLAZER-ALZ는 18개월 만에 도나네맙이 위약에 비해 iADRS 감소를 32% 늦추는 것으로 1차 시험을 종료했다. 회사는 인지 및 기능의 모든 2차 평가변수가 개선됐다고 주장했지만 대부분(4가지 중 3가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는 않았다. 또한 항아밀로이드 요법에 대한 우려 사항인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ARIA)이 치료받은 환자의 27%에서 발견됐으며, 6%에서 증상이 나타났다. 이 연구에는 100명 이상의 환자가 포함되었다. 그러나 환자가 미리 정의된 아밀로이드 플라크 제거 수준에 도달하면 치료 과정을 완료하도록 설계했다.

일라이 릴리의 임상시험은 주로 낮은 수준에서 중간 수준의 타우를 가진 환자에 초점을 맞췄으며, 이들은 높은 타우를 가진 환자보다 치료 혜택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알츠하이머와 연관된 단백질인 타우(tau)가 아예 검출되지 않거나 낮은 수준인 환자에게 도나네맙이 얼마나 효과를 내는지를 입증하려면 추가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단서를 무시했다.

도나네맙의 효과를 명확하게 하는 임상시험 과정을 무시한 것은 아두헬름 철수의 교훈을 의도적으로 무시한 것이다. 오답 노트를 공부하지 않은 수험생이 좋은 성적을 기대한 것과 다름없다. 일라이 릴리가 해당 환자군을 임상시험에서 제외했는데도 FDA 자문위원회는 만장일치로 승인을 권고했다.

자문위의 몇몇 위원은 일라이 릴리가 흑인, 히스패닉 환자, 다운증후군 환자 및 기타 가족력이 있는 환자에 대한 도나네맙의 영향을 계속 연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시아 환자의 데이터 언급은 확인이 안 된다. 자문위 위원 중 한 명인 코넬대의 콘스탄티노 이아데콜라(Costantino Iadecola) 교수는 “추가 분석이 필요한 일부 하위 그룹이 있다면 이 약이 대중들에게 제공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가장 중대한 사항인 부작용에 관한 내용을 살펴보자. 도나네맙을 복용한 임상시험 참가자의 약 24%가 뇌부종을 경험했고, 31%는 뇌출혈을 경험했다. ARIA 사례의 대부분은 경증에서 중등도였으며, 뇌부종이 있는 참가자의 6%와 뇌출혈이 있는 참가자의 1%가 증상을 경험했다. 두통, 혼란, 현기증, 메스꺼움, 드물게 발작이 포함됐다. 연구 기간에 3명이 ARIA 부작용으로 사망했으며, 연구가 끝난 후 약물을 계속 복용한 2명도 같은 부작용으로 사망했다.

FDA는 도나네맙 시판 시 뇌부종과 뇌출혈의 위험에 대한 강력한 ‘박스형 경고문’이 라벨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환자의 부작용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MRI에 대한 권장 사항도 표기될 것이다. 이는 레카네맙의 승인 라벨과 일치한다.

심각한 부작용 위험을 비롯한 투약 효과가 미비하다는 의견에도 도나네맙은 올해 말 미국에서 완전한 승인을 받아 시판의 길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도나네맙이 65세 이상 성인의 사망 원인 5위인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600만 명 이상의 미국인에 대한 치료 옵션이라고 홍보하지만, 까다로운 대상자와 부작용 위험, 약값 지불의 경제력 유무 등을 고려하면 치료 대상자 수는 전체 환자 수에 비해 제한적일 것이며 효과를 봤다는 결과를 낙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일라이 릴리는 다이어트 주사제 젭바운드로 시가총액 기준 세계 1위 제약사로 도약한 데 이어 이번에 알츠하이머 치료제 도나네맙으로 연타석 홈런을 칠 전망으로 보도되고 있다. 그 주가 상승세 뒤에 작은 글씨로 숨겨진 도나네맙의 잠재적 부작용과 효과의 과대포장은 꽃길로 착각하지 말라는 선명한 경고문으로 읽어내야 한다.

승인 과정에서 보여준 미비한 점과 위험성이 해결된 후 신경과 의원에서 자신 있게 처방할 수 있는 약으로 등판할 수 있는 수준이 되기 전에는 국내 승인과 시판은 신중해야 한다는 게 상식이다. 현재 이용 가능한 치료법보다 일부 환자에게 더 나은 옵션이라고 해서 치매 치료제 길이 열렸다고 모두가 반길 약이라고 하기에는 무리수에 가깝다.

하버드 의과대학 신경과 레이사 스펄링(Reisa Sperling) 교수는 “의사는 잠재적인 부작용이 있는지 모니터링하고 환자에게 약물의 잠재적 위험과 이점에 대해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도나네맙의 위험성에 대해 증언하는 한편 “지금 우리는 이 끔찍하고 끝없이 진행되는 질병의 진행 속도를 늦추고 노인들이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갖게 하려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시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스펄링 교수의 맥락이 국내 신경과 교수들의 마음일 것이다. 그러나 파울 타구일 가능성이 높은 궤적을 홈런처럼 포장하면 관객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치매를 겪는 가족은 이미 반복되는 큰 낙심과 좌절로 약간의 희망이라도 보기 원하며 지푸라기라도 잡기를 원한다. 도나네맙은 그 지푸라기 역할을 할 수 있을까?

 

Primary Source

“DONANEMAB FOR THE TREATMENT OF PATIENTS WITH EARLY SYMPTOMATIC ALZHEIMER’S DISEASE” FDA 말초 및 중추 신경계 약물 자문위원회 6월 10일 공개 브리핑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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