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치매의 묘약, 알츠하이머가 부르는 아리아
[칼럼] 치매의 묘약, 알츠하이머가 부르는 아리아
  • 양현덕 기자
  • 승인 2024.06.04 10:2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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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 치료의 희망과 눈물

최근 알츠하이머 항체 치료제(이하 신약)는 큰 관심과 기대를 받아왔다. 그러나 연구를 자세히 분석한 결과, ‘임상적 의미를 가지는 최소한의 차이(Minimal Clinically Important Difference, 이하 MCID)’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과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다.

오페라 “사랑의 묘약”에서 주인공 네모리노(Nemorino)가 묘약을 통해 사랑을 얻고자 하는 이야기는 흥미롭고 감동적이다. 알츠하이머병 신약의 등장과 그에 따른 논란은 이 오페라의 줄거리와 흥미롭게 닮았다. 초기에는 큰 희망을 주지만 실제 임상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신약은, 포도주를 판 약장수 둘카마라(Dulcamara)의 묘약을 연상하게 한다.

젊은 농부 네모리노는 지주의 딸 아디나(Adina)의 사랑을 얻기 위해 약장수 둘카마라가 파는 사랑의 묘약을 믿고 구매한다. 네모리노는 포도주에 불과한 묘약이 실제로 효과가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복용했고 결국 그의 진심과 상황이 맞물려 아디나의 사랑을 얻는다. 오페라의 줄거리는 최근 알츠하이머병 신약에 대한 논란과 흥미롭게도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

신약의 다양한 임상 연구 결과를 종합해 보면, 일부분의 인지 기능 개선 효과를 보이나 높은 빈도의 ARIA(Amyloid-Related Imaging Abnormalities,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 부작용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 인지 기능 개선 효과마저 MCID를 초과하지 못했으며, 결국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효과로 간주되지 않기에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사랑의 묘약”에서 가장 유명한 아리아가 "남몰래 흐르는 눈물"이다. 네모리노는 깊은 사랑의 갈망과 슬픔을 담아 이 아리아를 부른다. 눈물은 사랑의 고통과 희망을 표현하며, 우리가 감추고 싶은 깊은 감정을 드러낸다. 이 눈물은 우리가 알츠하이머 신약에서 흔히 발생하는 부작용인 ARIA와 유사성을 지니고 있다. 신약의 부작용은 네모리노가 사랑을 얻기 위해 흘린 눈물과 비슷하게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통과 어려움을 상징한다.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ARIA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의 도전과 진보를 상징하며 신약은 여전히 알츠하이머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네모리노가 사랑의 묘약을 통해서 사랑을 얻으려 한 희망처럼.

네모리노의 이야기는 결국 사랑을 이루는 해피엔딩이지만, 신약을 사용하는 알츠하이머 환자들의 경우는 다르다. 약물의 효과에 대한 과학적 검증과 임상적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환자들은 효과 없는 약물과 부작용의 위험만 감수하게 된다. 둘카마라의 묘약은 네모리노에게 일시적인 희망을 주었을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그를 위험에 빠뜨렸다. 마찬가지로 신약의 불충분한 효과와 높은 부작용 위험은 알츠하이머 환자들을 더욱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

이 비유에서 주목할 점은, 네모리노의 진심과 사랑을 향한 열망이 결국 아디나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신약에 대한 연구와 개발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비록 현재의 약물들이 충분한 효과를 입증하지 못하고 부작용을 동반할지라도, 끊임없는 연구와 개선을 통해 더 나은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다. 네모리노의 진심이 사랑을 이루었듯이, 과학적 진심과 지속적인 노력은 알츠하이머 치료에 새로운 희망을 가져다줄 것이다.

 

오페라 “사랑의 묘약” 중 아리아 "남몰래 흐르는 눈물"

오페라 “사랑의 묘약”(L'elisir d'amore) 포스터
오페라 “사랑의 묘약(L'elisir d'amore)" 포스터

"사랑의 묘약(L'elisir d'amore)"은 이탈리아 작곡가 가에타노 도니제티(Gaetano Donizetti 1797~1848)가 작곡한 오페라로 1832년에 밀라노에서 초연됐다. 이 작품은 극작가 펠리체 로마니가 작사한 대본을 바탕으로 한다. 주인공 네모리노와 애디나를 중심으로 사랑과 속임수, 희망과 절망이 얽힌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네모리노는 농부로, 아름답고 지적인 아디나를 사랑하지만, 그녀는 그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절망에 빠진 네모리노는 떠돌이 약장수 둘카마라에게 사랑의 묘약을 사서 아디나의 사랑을 얻고자 한다. 그러나 그 묘약은 싸구려 포도주에 불과했다. 그는 사랑의 묘약을 마시고 자신감이 넘치지만, 아디나는 자신만만한 군인 벨코레와 결혼을 서두른다. 다급해진 네모리노는 다디나가 벨코레와 결혼하기 전에 더 많은 묘약이 필요하다고 느껴 군대에 입대해 돈을 마련하려 한다.

네모리노의 아리아 "남몰래 흐르는 눈물(Una furtiva lagrima)"은 그의 진심 어린 사랑과 고통이 잘 드러나 있다. 이 아리아에서 네모리노는 아디나의 눈물을 발견하고 그녀도 자신을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눈물 한 방울이 네모리노에게 희망과 기쁨을 안기며, 그의 사랑이 보답받을 것이라는 확신을 준다. 네모리노의 순수하고 헌신적인 사랑은 결국 아디나의 마음을 움직여 행복한 결말을 맞는다.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Amyloid-Related Imaging Abnormalities, ARIA)

항아밀로이드 항체 치료제인 아두카누맙, 레카네맙, 도나네맙의 대표적인 부작용을 ARIA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증상이 없거나 경미하지만, 일부 환자에서 두통, 오심, 어지럼증, 착란, 경련을 일으켜 심하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실제로 레카네맙을 투여받은 3명의 환자가 뇌출혈로 사망했으며, 도나네맙을 투여받은 환자 중 4명이 사망했다.

ARIA는 항체가 혈관벽에 쌓인 아밀로이드를 분해하는 과정에서 염증 반응을 유발하고, 이로 인해 혈관벽을 손상시켜 발생한다. 약해진 혈관벽을 통해 액체가 흘러나와 뇌부종(ARIA-Edema, ARIA-E)을 일으키거나, 혈액이 새어 나와 뇌출혈(ARIA-Hemorrhage, ARIA-H)을 일으키기도 한다.

ARIA는 뇌 자기공명영상(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검사로 진단하며, ARIA-E는 T2-Weighted Imaging (T2WI)와 Fluid Attenuated Inversion Recovery (FLAIR) 영상을 이용해서, 그리고 ARIA-H는 Gradient Recalled Echo (GRE)와 Susceptibility Weighted Imaging (SWI) 영상으로 확인한다.

ARIA는 약물의 작용 기전에 따라 발생 빈도에서 차이를 보이는데, 침착된 형태의 아밀로이드에 작용하는 아두카누맙과 도나네맙에서 30~50% 정도로 흔하게 발생하지만, 아밀로이드가 혈관에 침착되기 전 형태인 수용성 원섬유에 작용하는 레카네맙에서는 10~20% 수준으로 덜 흔하게 나타난다.

ARIA가 잘 발생하는 경우를 사전에 파악해서 이런 환자에게 약제 투여를 피한다면 아리아 발생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알츠하이머병의 위험 유전자인 APOE ε4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아리아 발생 위험이 높기에, 약제 투여 전에 APOE 유전자 검사가 필요하다. 위험인자는 뇌에 미세출혈이 4개 이상 보이는 경우. 항응고제를 복용 중인 경우, 고령인 경우가 해당한다.

ARIA로 인해 증상이 발생하면 약제를 감량하거나 중단해야 한다. 증상을 조절하기 위해 스테로이드를 사용하기도 한다.

 

References

Cummings J, Aisen P, Apostolova LG, Atri A, Salloway S, Weiner M. Aducanumab: Appropriate Use Recommendations. J Prev Alzheimers Dis. 2021;8(4):398-410.

Cummings J, Apostolova L, Rabinovici GD, et al. Lecanemab: Appropriate Use Recommendations. J Prev Alzheimers Dis. 2023;10(3):362-377.

Ebell MH, Barry HC, Baduni K, Grasso G. Clinically Important Benefits and Harms of Monoclonal Antibodies Targeting Amyloid for the Treatment of Alzheimer Disease: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Ann Fam Med. 2024;22(1):50-62.

Muir RT, Hill MD, Black SE, Smith EE. Minimal clinically important difference in Alzheimer's disease: Rapid review. Alzheimers Dement. 2024;20(5):3352-3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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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재근 2024-06-04 13:43:20
안전한 부작용이 적은 신약이 언젠간 나와야 할텐데..

곽용태 2024-06-04 13:38:22
많은 사람이 최근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신약에 대해서 들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주 비싼 비용과 적지 않은 부작용(애써 치명적이라고 하지 않은)이 우려됩니다. 이 문제점을 아주 비유적으로 잘 지적한것 같습니다. 남몰래 흘리는 눈물이 자신일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좀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