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두헬름 퇴출에서 얻는 교훈, 무리한 승인과 시판 목적은 오명으로 남을 것
스타 두 명의 뉴스(사실 확인을 정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가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다. 그보다 더 중요한 뉴스들이 병풍 뒤에 숨어 안도의 숨을 쉬는 게 아닌가 싶다. 음주 운전과 난폭 운전은 교통질서를 훼손하고, 대중 스타의 갑질 경영은 회사 질서를 훼손한다. 순간의 잘못된 선택은 거대한 후폭풍을 일으키기 마련이다. 정당했고 있을 수 있는 실수였다면 이해해 주는 여론도 있겠지만, 치명적으로 여러 사람을 다치게 하는 일이니 당사자는 바짝 엎드려 사과하고 돌이키는 것이 해결책이다.
치료가 어렵고 치명적인 한국인의 3대 질병이 암, 심혈관, 뇌질환이다. 암과 심혈관 질환은 많은 연구가 됐고 치료법이 세워져 있다. 그러나 치매를 포함한 뇌질환은 환자 회복이 어렵고 치료비도 많이 들어 고통의 폭이 넓고 깊다. 자기 인생을 포기하는 환자와 그 가족의 뉴스가 계속 터져나오고, 돈이 목적인 돌봄 인력의 갑질과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되기도 한다. 돈이 없으면 더 고통받는 것이 뇌질환 환자 가족이다.
지난 24일, 알츠하이머병 치료제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품목 허가됐다. 레카네맙(상품명 레켐비)이라는 주사제다. 그동안 디멘시아뉴스에서 여러 번 다뤘고 올 하반기에 시판 허가될 것으로 예상은 했으나, 이렇게 빨리 허가가 이뤄져 시판 준비에 들어갈지는 예상 못 했다. 미국, 일본, 중국에 이어 네 번째 승인 국가가 한국이다. 앞의 3개국이 승인했으니 우리도 서둘러 승인해야 할 약제라고 생각하면 경솔한 판단이다. 제약회사가 일본의 에자이, 미국의 바이오젠이다. 레카네맙의 역사를 다시 훑어보고 판단해야 한다.
미국 식품의약청(FDA) 자문위원회는 레카네맙을 2023년 1월 6일 신속 승인(Accelerated Approval)한 후 7월에 정식 승인했다. 이어서 일본이 2023년 9월에, 세 번째 국가로 중국이 올해 1월 10일 승인해서 시판 절차에 들어갔다. 유럽의약품기구(EMA)는 2023년 1월 승인 요청을 받았지만, 아직 승인하지 않고 연기한 상태다.
작년 6월 10일, FDA 말초·중추신경계 약물 자문위원회(Peripheral and Central Nervous System Drugs Advisory Committee)는 치매 환자 1,79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3상 임상시험(CLARITY AD) 결과를 평가했다. 이 임상시험에서 레카네맙이 투여된 실험군이 위약이 투여된 대조군보다 기억력, 판단력과 기타 인지기능 저하 진행 속도가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임상시험 참가자의 '치매 임상 평가척도-박스 총점'(CDR-SB[1~18점], Clinical Dementia Rating-Sum of Boxes)은 임상시험 시작 때 평균 3.2점이었다. 임상시험이 끝난 18개월 후 점수는 실험군이 1.21점 더 나빠진 데 비해 대조군은 1.66점 더 나빠져 0.45점의 차이를 보였다. 이는 진행을 5개월가량 늦춘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3상 임상시험의 결과를 두고, 치료군과 위약군 간의 차이가 통계적 의미는 있지만, 존스 홉킨스 대학의 기억 및 알츠하이머 치료센터 공동 소장인 에스더 오(Esther Oh) 박사는 “경도인지장애(MCI)와 초기 알츠하이머치매에서 최소 임상적으로 중요한 차이(Minimum Clinically Important Difference)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임상의들은 이러한 레카네맙의 이점과 위험 및 금기 사항을 비교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레카네맙은 마치 알츠하이머병으로부터 세상을 구원할 신약으로 포장됐다.
레카네맙에 대해 익히 알려진 내용이지만 다시금 반복한다. 중요한 내용의 경각심은 반복만이 길이다. 다섯 가지를 기억해야 한다.
첫째, 완치 개념 치료제가 아니다. 레카네맙은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을 늦추는 효과를 보이며 FDA에 승인된 최초의 약이다. 약 27% 늦추는 결과는 어떤 의미일까? 레카네맙 3상 임상시험은 일차 평가변수를 18개월 동안 CDR-SB 점수의 변화로 설정했다. 연구 시작점에서의 레카네맙 투여군과 대조군의 CDR-SB 평균 점수는 3.2점(치료군 3.17 vs. 대조군 3.22)이었다, 18개월 후, CDR-SB 점수가 대조군에서는 1.66점 증가했으며 치료군에서는 1.21점 증가해 대조군 대비 치료군에서 27%만큼의 효능을 보였다고 회사는 발표했다. 아두카누맙의 23%에 비해 약간 나은 임상 효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18개월 동안 CDR-SB 점수 변화 대신 18개월 후 치료군과 대조군의 CDR-SB 점수 자체(치료군 4.38 vs. 대조군 4.88)를 비교하면, 두 군 간의 CDR-SB 점수 차이는 0.5점으로 치료 효능이 27%에서 11%로 급감한다. 11%만큼의 차이가 임상에서 얼마나 피부에 와 닿을 것인지에 관한 평가가 궁금하다.
둘째, 까다로운 대상자다. 알츠하이머병의 초기 단계인 MCI나 경증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가 주요 치료 대상이다. 처방을 위해서는 표적 물질인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의 축적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아밀로이드 PET 양성, 나이 50~90세 범위지만 효과는 늙지 않은 연령에서 관찰 됨, MMSE 22~30, 다른 인지 조절제들의 사용이 가능, 보호자 동반, 잠재적 위험에 관한 내용을 환자와 보호자 모두 이해, 최근 12개월 내 뇌졸중 등 병력이 없어야 함, 정신질환 없어야 함, 우울증과 자살 충동이 해결된 환자, 면역억제제 사용 중이면 안 됨, 출혈 장애가 없어야 함, 항응고제를 복용 중이면 안 됨, 불안정한 의학적 상태이면 제외, 그리고 경제적 여건이 좋아야 한다. 이 모든 상황을 통과해야 한다. 레카네맙은 한 마디로 효과가 미비하면서 까칠한데 주목받고 있는 이상한 자부심의 약제다. 헌혈하고 싶어서 헌혈박스에 들어갔다가 여러 제한 요인에 걸려 자격이 안 돼 그냥 나온 적이 있을 것이다. 아무나 쉽게 헌혈할 수 없듯이 아무나 쉽게 레카네맙 치료를 받을 수 없다.
셋째, 부작용이다. 레카네맙은 뇌부종, 뇌출혈 등 심각한 부작용이 있었다. 임상시험 중 환자 2명이 뇌출혈을 일으킨 후 사망했다. 그러나 FDA 자문위는 이들의 사망이 레카네맙 자체가 원인인지 아니면 뇌출혈을 일으킬 수 있는 항응고제 복용 등 환자의 다른 기저 요인(Underlying Factors) 때문인지 분명하지 않다고 했다. 로버트 알렉산더 자문위원장은 “부작용은 있다. 그러나 모니터할 수 있다”면서 레카네맙의 효과 측면을 강조했다. 마치 “탁자에 술이 있다. 그러나 마셔도 이전의 술보다 취하지 않게 조절할 수 있다”는 말로 들린다.
넷째, 불편함이다. 투약 양은 체중에 따라 다르고 2주에 한 번 정맥에 주사하는 방식이다. 약물 농도를 조절해 월 1회 투약의 옵션도 있다. 매번 병원에 가서 불편하게 주사를 맞아야 한다. 주사를 맞고 있다가 부작용이 발견되는 등 상태가 나빠지면 투약을 중단해야 한다. 이 모든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현재 치매 학회는 MCI나 초기 치매 환자의 중증도를 상향 조정해서 상급병원 주사실에서의 투약이 원활해지길 희망하고 있다.
다섯째, 약 가격이다. 미국이 연간 2만 6,500달러(한화 약 3,600만 원)이며, 일본도 이보다 약간 낮으나 비슷한 수준이다. 국내 약값은 3,000만 원 중반대로 예상한다. 미국에서는 아밀로이드 뇌 양전자방출단층촬영(A-PET)이나 뇌 자기공명영상장치(MRI) 스캔, 뇌척수액(CSF) 검사 등 검진에 드는 비용까지 포함하면 연간 비용이 8만 5,600달러(한화 약 1억 1,700만 원)에 이를 정도로 경제적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있다.
레카네맙은 연구를 거듭해서 효과에 관한 명확한 임상 결과가 나오도록 하는 것이 순서다. 현재의 검증 결과는 ‘효과 부족 혹은 없음’을 합의하며, ‘난제를 풀지 않고 시판하겠다’는 격이다. 게다가 비싸다. 아두헬름이 왜 자진 철수했는지를 반면교사로 삼았는지 묻고 싶다. 방위산업체 비리를 보는 듯하다. 치유에 관한 기대가 높은 환자와 가족이 직접 판단 못하면, 의사들이 이 역할을 해야 하는데 치매 학회를 취재해 보면 레카네맙 국내 승인에 환호하며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치매 학회와 관련 제약사에서 서두르는 분위기와 레카네맙의 연구결과에 근거한 효능·안정성 미비는 그 인식의 차이가 크다. 과거 학회에서는 문제 많아 퇴출당한 아두헬름도 국내에 승인되길 바라는 분위기였다. 알츠하이머병이라는 거대한 적과 싸우려면 뭐라도 무기를 쥐어야 한다는 의미다. 허술해도 일단 무기로 승인되고 차근차근 개발되길 바라는 논리지만, 엉터리 무기로 피해를 보는 환자에게 무슨 해명을 할 것인가. 사전 주의만 제대로 전달한다고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넷플릭스 <더에이트쇼>의 중반을 보면, 똑같이 게임장에 초대받았다가 결국 자본에 따라 지배계급이 나눠지고 만다. 시간당 얻는 돈이 높은 상층부는 권력을 쥐고 하층부를 부려 먹는다. 하층부는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한다. 실재 현실에서 돈이 있는 자와 돈이 없는 자로 구분돼 서로 반목하는 모습을 드라마가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돈이 없는데 얻고 싶은 것이 있는 사람은 불행해질 뿐이다. 그런데 레카네맙처럼 효과가 미비한데 상층부의 돈이 넘쳐나는 이들을 위한 ‘초기 알츠하이머병 진행 지연제’에 어떤 카피가 어울릴까? 새로운 치매 치료 신약, “드디어 승인”이라며 반길 게 아니고, “누구를 위한 승인?”이란 질문이 필요하지 않을까.
디멘시아뉴스는 레카네맙의 실효성을 계속 밝혀갈 것이다. 한마디로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다. 완치를 향한 긴 여정에 첫 승인된 약이란 정도로 기억하는 것이 옳다. 신약은 승인이 중요한 게 아니라, 효과성과 안전성이 기본이다. 그렇다면 어쩌란 말인가? 레카네맙이 지닌 현재의 한계를 해결하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약이 나오면 그 누구보다도 성원할 것이다. 이 당연한 얘길 계속 해야 한다는 게 치매 치료 시장의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