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초고령사회 태풍' 앞 노인 의료...디지털 헬스케어에 거는 미래
[현장] '초고령사회 태풍' 앞 노인 의료...디지털 헬스케어에 거는 미래
  • 이석호 기자
  • 승인 2024.05.20 2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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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훈 모두의연구소 CVO “새 시대, 역사는 무조건 앞으로 가”
진창호 경희대 교수 “기술 진보로 맞춤형 의료 서비스 제공할 것”
김광준 연세의대 교수 “현재 의료시스템 한계...DT로 극복해야”
정지훈 모두의연구소 CVO / 이석호 기자
정지훈 모두의연구소 CVO / 이석호 기자

 

올해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IT 기술 발전과 더불어 최근 부상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이 노인 의료에 가져올 변화를 전망하고, 진료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대한노인의학회는 지난 1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 호텔에서 진행한 제40회 춘계학술대회 첫 프로그램으로 <디지털 시대의 노인 의료>라는 주제를 다뤘다. 좌장은 김한수 이사장과 정준근 부회장이 맡았다.

◆ 디지털 헬스케어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PC·윈도우에서 스마트폰, 이제는 ‘AI’ 시대로

첫 발표는 정지훈 모두의연구소 최고비전책임자(CVO)가 ‘노인 진료에서 꼭 알아야 할 디지털 헬스’라는 주제로 열었다.

정 CVO는 디지털 시대의 전환 시기를 크게 세 번의 분기점으로 나눴다. 그는 패러다임 시프트에 대해 “하나의 기술로 지배되는 게 아니라, 비슷한 시기에 나타나는 여러 종류의 기술이 집단화되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일어난다”고 분석했다.

이번 발표에 따르면, 첫 사이클은 PC·윈도우·인터넷의 등장으로 발생했고, 두 번째는 스마트폰·소셜미디어의 출현이 기점이 됐다. 세 번째 사이클은 AI·메타버스·웹3 기술이 새로운 디지털 대전환을 가져올 것으로 예측했다.

먼저 1980년대 말부터 2000년대 후반까지 20년가량을 첫 번째 패러다임 시프트가 나타난 시기로 규정했다. 의료 현장에서는 ▲OCS(Order Communication System, 처방전달시스템) ▲EMR(Electronic Medical Record, 전자의무기록) ▲PACS(Picture Archiving Communication System, 의료영상전달시스템)가 도입되면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환경으로 변화가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슬립을 중심으로 커뮤니케이션 오더를 전달하는 방식이 OCS로 바뀌기 시작했고, 진료기록을 차트에 쓰던 게 EMR로 대체됐다”며 “필름으로 인화해서 인턴들이 관리하던 영상 자료도 PACS를 통해 디지털 정보로 전환해서 쉽게 찾고 연결하고 해석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사이클은 ‘모바일 헬스케어(mHealth)’의 대중화로 개인이 자신의 의료 데이터베이스(DB)를 직접 확보하게 된 시기다. 스마트 워치·밴드 등 웨어러블 기기 보급 확산으로 심박수나 수면 상태 등 개인화된 의료 DB 수집이 가능하면서 ‘예방의학(Preventive Medicine)’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엠헬스에 대해서는 “빅테크인 애플이나 삼성전자가 보급형 기기를 내놓으면서 답을 어느 정도 찾아가고 있다”며 “두 번째 패러다임 시프트는 아직 안 끝났지만 이제 나올 건 다 나온 것 같다”고 진단했다.

앞으로 닥칠 세 번째 사이클은 AI와 안경형 디스플레이 기기(Head Mounted Display, HMD), 로봇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기대했다. HMD의 경우 2027~2030년에 많이 보급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 CVO는 “모바일 기기 등 커넥티드 디바이스가 2030년이 되면 개인당 10개에 육박할 것”이라며 “AI가 자료 정리를 잘하고 의미 파악도 도와줘 개인 정보를 분석하고 추천하는 부분이 많이 발전할 것으로 본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웨어러블 기기, IoT 센서를 활용한 실시간 건강 데이터 수집과 AI 기반 이상 징후 감지, 화상 진료를 통한 비대면 진료·처방, 환자의 의료 및 생활 습관 데이터 분석과 건강 위험 예측 등 노인 맞춤형 관리를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또 메타의 VR 기기 운영체제(OS)인 ‘호라이즌(Horizon)’을 사용한 노인층의 호응을 사례로 소개하며 “디바이스만 덜 무겁고 보급이 잘 된다면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가상 커뮤니티를 통한 우울증이나 고독감 해결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봤다.

반면에 의료계 일각에서는 설령 의료 AI 기술 수준이 높아지더라도 현장에서 법적 리스크가 완전히 해결되기까지는 제도 정비 등에 시간이 걸릴 것이란 의견도 있다. 이에 정 CVO는 “새로운 시대에 대응해야지 이를 막는다고 앞으로 못 가지는 않는다”며 “역사는 무조건 앞으로 간다”고 답했다.

 

진창호 경희대 헬스케어 빅데이터센터장 / 이석호 기자
진창호 경희대 헬스케어 빅데이터센터장 / 이석호 기자

 

◆ 웨어러블 기기 보급 확산...데이터 기반 개인별 맞춤 의료 서비스 도입

두 번째 연자인 진창호 경희대 헬스케어 빅데이터센터장은 노인 진료에서 AI 및 스마트 밴드의 도입과 활용 방안에 대해 다양한 사례를 들어 소개했다.

진 센터장은 지난해 서울시에서 시행한 스마트 헬스케어 사업의 컨설팅을 담당했다. 서울시는 약 40만 명의 시민에게 스마트 밴드를 무료로 나눠주고, 이를 통해 생활·생체 데이터를 모아 스마트폰으로 피드백하는 건강 관리 플랫폼 사업을 하고 있다. 이 사업은 2026년까지 진행될 계획이다.

스마트 밴드는 실시간 생체 신호 모니터링을 통해 환자의 활동량, 수면 패턴, 식단 등 지표를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분석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의료진이 더 정확한 진단과 처방을 내릴 수 있고 상담 과정에서 효율성과 효과성을 높일 수 있다.

이에 더해 AI 기술은 환자의 데이터와 의료 정보를 분석해 최적의 치료법을 제안하고, 약물 관리나 재활 프로그램 등을 지원하는 등 맞춤형 건강 관리가 가능하도록 돕는다.

특히 노인 의료 분야에서는 스마트 밴드와 같은 웨어러블 기기와 AI 기술 진보에 더해 근력 약화 등 신체적 한계와 사회적 고립감을 극복하는 로봇의 대중화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진 센터장은 예상했다.

그는 “AI와 로봇 기술, 디지털 디바이스를 통합적으로 활용하면 노인의 인지적·신체적·사회적 한계를 극복하고 노인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조망했다.

이어 “이러한 혁신은 의료 자본의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노인 환자의 건강 상태를 효과적으로 파악해 맞춤형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통해 병원의 비용 절감과 수익 증대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광준 연세대 노년내과 교수 / 이석호 기자
김광준 연세대 노년내과 교수 / 이석호 기자

 

◆ ‘치료→예방’, ‘병원→가정’, ‘의사→환자’로 의료 패러다임 전환

김광준 세브란스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디지털 헬스케어와 노인 재택의료의 미래’라는 발표로 마지막 연단에 섰다.

김 교수는 디지털 헬스케어가 ‘치료’에서 ‘예방’, ‘병원’에서 ‘가정’, ‘의사’에서 ‘환자’를 중심으로 의학의 기존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고 역설했다. 이러한 흐름에서 노인 의료도 현재 시스템으로는 곧 한계에 부딪히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을 통해 재택 의료와 비대면 진료 등 새로운 시스템을 중심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IT 기술의 발달로 개인별 의료 DB 수집이 손쉬워지면서 디지털 헬스케어 영역이 ‘치료’에서 ‘예방’으로 무게 중심을 옮길 것으로 판단했다.

그는 “예전에 의학적 지식이나 의료적 장비가 부족했던 시기에는 아픈 사람을 치료하기에도 벅찼다”며 “그렇기에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살릴 수 있을 사람만 살리는 사후 치료 중심으로 자원을 배분하는 게 합리적이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점점 의료 자원이 늘고 기술적인 보조도 많아지게 되면서 사후 치료에서 맞춤형 치료로 가고 있다”며 “앞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이 더 발전하면 맞춤형 치료를 넘어 예방적이거나 전방위적 케어가 가능해지는 방향으로 의료가 변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이 고령화 시대의 노인 돌봄 의료에서도 큰 변화를 일으킬 것이란 관측이다. 그는 “1세대 노인 의료에서는 자원을 중요한 데 써야 하니 응급 상황에 대한 케어에 중점을 뒀다”며 “응급 알람 서비스로 낙상 환자에게 구조대가 빨리 갈 수 있게 했다면 그다음 단계에는 아예 낙상을 예방하는 시스템이 도입된다”고 예를 들었다.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경험한 재택 의료 역시 환자의 공간을 '병원'에서 '가정'으로 옮겨놨다고 언급했다. 김 교수는 “예전엔 모든 의료기기가 병원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집에서도 쓰고 개인 이용도 늘고 있다”며 “이는 의료의 중심이 의사에서 환자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연속혈당측정기나 스마트 밴드 등의 보급 확산이 홈 케어를 구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의료 공간이 병원에서 가정으로 바뀌는 패러다임 전환의 또 다른 축은 고령화다.

김 교수는 “우리 병원 환자 중 대리 진료를 하시는 분이 30%가 넘고 비대면 진료를 신청하고 전화로 진료하는 고객이 20% 이상”이라며 “결국 제가 보는 재진 환자의 반 정도가 병원에 못 오고 계신 분”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세브란스병원 노년내과의 경우 가정간호 서비스 이용률이 전체 환자의 절반 이상인 54%에 달한다.

또 “일본에서 노인에게 ‘찾아가는 진료’를 시행한 뒤 입원 기간이 단축되고 사회 경제적 비용 감축과 함께 환자 만족도가 올라갔다”며 병원에 오기 힘든 고령층의 재택 의료 서비스 필요성을 제기했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거동이 어려운 노인 환자가 급증해 방문 진료나 원격 의료 시장이 자연스럽게 열릴 거로 봤다.

다만 중증도가 높은 환자를 돌보는 게 어렵고 환자의 상태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데 따르는 위험성이 높다는 점은 걸림돌이다. 하지만 이 같은 문제도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이 진보하면 해결될 것이라는 게 김 교수의 주장이다.

 

(왼쪽부터) 대한노인의학회 이상범 공보부회장, 안지현 총무이사, 송태호 학술이사 / 이석호 기자
(왼쪽부터) 대한노인의학회 이상범 공보부회장, 안지현 총무이사, 송태호 학술이사 / 이석호 기자

 

의사에서 환자로 패러다임의 변화를 일으키는 축은 데이터다. 앞으로 개인이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로 데이터를 축적함에 따라 바이오 사이언스에서 데이터 사이언스로 무게 추가 기울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보호자가 환자의 데이터를 의료진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보고, 의사들이 모르는 내용을 보호자가 알게 되는 상황도 생긴다”며 “자격증이 있는 전문가만 할 수 있던 의료 행위가 점차 많은 사람이 할 수 있는 범용 기술로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인력 문제 또한 디지털 헬스케어 시대로의 전환을 앞당기는 요인이다. 기존 의료계가 사람이 사람을 대체하는 비효율적 시스템이었다면, 앞으로는 AI 기술로 사람을 대체해 인력 효율화가 더 가속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노년내과에서는 환자의 특성상 외래 진료 시 걸리는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는데, 챗봇이나 챗GPT와 같은 AI 기술이 의료 현장에 도입되는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발표가 끝난 뒤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의 확산을 두고 향후 발전 방향성에는 동의하나 공급자 중심의 산업계 논리만 반영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이상범 공보부회장은 “마치 의사 없이 개인이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을 다 잘 활용할 수 있는 것처럼 하는데 실제로 그럴지는 잘 모르겠다”며 “노인의 경우 이러한 기술을 쓰는 능력이 떨어지는데 산업계 논리로만 계속 가다 보면 적절한 의료 서비스에서 배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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