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의 죽음으로 디지털 의료기기 사업..."DTx, 스탠다드 프랙티스 될 것"
'HCI(Human Computer Interaction)'는 사람과 컴퓨터의 상호작용을 인문학, 공학, 미학 등 학제적 관점에서 연구하는 학문이다. 지금은 연관 영역인 ‘UI(User Interface)’나 ‘UX(User Experience)’도 친숙한 개념이지만, 30년 전만 해도 생소했던 HCI 분야를 국내 학계에 뿌리내린 1세대 대표 학자가 김진우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다.
그는 1993년 미국 카네기멜론대에서 HCI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마친 뒤 ‘벨 랩(Bell Lap)’을 거쳐 1994년 모교인 연세대로 돌아와 강단에 섰다. 같은 해 신설한 '연세 HCI 랩(Yonsei HCI Lab)'은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HCI 학계 거목인 그가 8년 전인 2016년, 55세가 되던 해에 교원 창업으로 시작한 회사가 ‘하이(HAII)’다.
‘Human AI Interaction’의 영문 앞 글자를 딴 회사 이름에는 대한민국 1호 HCI 박사 출신의 새로운 도전 정신이 담겼다. 인공지능(AI) 기술을 무기로 하이가 겨냥한, 본인 표현을 쓰면 ‘겁도 없이 뛰어든’ 사업 분야는 의외로 김 대표의 기존 경력과 관련이 없는 ‘디지털 치료기기(DTx)’다. 그럼에도 창업한 지 4년 만에 첫 제품을 글로벌 빅파마인 에자이(Esai)에 기술이전(License Out)하고, 동화제약(35억 원)을 비롯해 국내 유수 투자사들로부터 110억 원 이상 투자도 받아냈다.
디지털 바이오마커 연구 기업인 하이는 여느 DTx 스타트업보다 많은 파이프라인을 보유했다. ▲범불안장애 디지털 치료제인 ‘엥자이렉스(Anzeilax)’ ▲알츠하이머병(AD) 치매 진단 의료기기 ‘알츠가드(Alzguard)’ ▲아동 자기조절능력 향상 서비스 ‘뽀미(ForMe)’ ▲뇌졸중 후 구음장애(Dysarthria) 환자 디지털 치료기기 ‘리피치(Repeech)’ ▲근감소증(Sarcopenia) 치료제 ‘리본(Rebone)’ ▲노인성 난청 치료제 ‘히어로(HEARO)’ 등이다.
2년 후 연대 정년 퇴임과 동시에 10년 차 기업인이 되는 김 대표는 최근 주말이면 충주 시골집에 내려가 농사를 짓는다. 일주일 중 하루는 교단에서 12시간 이상 학생을 지도하는 교수로, 나흘은 CEO로, 남은 이틀은 농부로 1인 3역을 소화하며 굵은 땀을 흘리는 ‘늦깎이 창업자’ 김 대표에게 <디멘시아뉴스>가 8년간 숨 가쁘게 걸어온 하이의 꿈과 DTx의 미래에 관해 물었다.
Q. 국내 학계에서 HCI 1세대 대표 학자로 꼽힙니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이 분야를 전공하셨는데요. 학문적 시작점은 언제쯤인가요?
1988년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로스앤젤레스(UCLA)에서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마칠 때는 그냥 개발자였어요. KPMG컨설팅에서 시스템 개발 업무를 잠시 맡기도 했습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88서울올림픽 때 경기 스코어를 집계하는 전산시스템 개발에 참여했어요. 그때 IBM 370 기반 DS 시스템이 메인이었거든요. 이후 1989년 카네기멜론에 들어가 처음 HCI라는 거를 배웠죠. 1993년에 박사 과정을 마치고 신촌에는 94년도에 왔습니다.
Q. 그해 '연세 HCI 랩'을 만드셨어요. 올해로 30주년인데 따로 준비하는 행사는 없으신가요?
책을 한 권 쓰고 있어요. HCI 쪽에서는 ‘1.0’, ‘2.0’, ‘3.0’ 해서 10년에 한 번 '리비전(Revision)'을 했는데 이번이 세 번째이자 마지막이라고 생각합니다. '4.0'까지는 힘들어서. (웃음)
Q. 창업이 꽤 늦은 편입니다. 더 일찍 시작하실 수도 있었을 텐데요.
사실 1997년에 창업을 도와준 적은 있었어요. 온라인 리뷰 사업이었는데 너무 빨랐죠. 그리고 8년 전 55세에 창업을 하면서 이런 생각을 했어요. 우리가 보통 첫 번째 직장을 잡으려면 초등학교 6년, 중·고교 6년, 대학 4년 해서 최소 16년에 대학원까지 가기도 하죠. 두 번째 직장은 더 오래 갈 수도 있으니 젊었을 때 한 10년간 준비를 해야겠다고 해서 사업을 시작한 게 2016년이었습니다. 당시 김용학 총장이 교원 창업을 독려하던 시기였어요.
Q. 요즘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의사 출신 창업가가 부쩍 늘었지만, 이에 못지않게 교원 창업도 활발한 편인데요. 교원 창업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제가 하이를 설립한 당시만 해도 교수가 창업하면 안 좋게 보는 시선이 있었는어요. 요즘에는 제가 학교에서 교수들한테 창업 컨설팅을 하는 일이 잦습니다. (웃음) 저는 대학 교수가 창업을 시도한다면 50세 넘어서 하든지 아니면 아예 30대 초반에 하든지 둘 중에 결정하는 게 좋다고 말합니다. 어중간하게 하는 거는 학교도 본인도 서로 힘들거든요. 중간에 한참 연구하고 일해야 하는 조교수일 땐 웬만하면 하지 않는 게 좋다는 생각이에요. 아예 그냥 처음서부터 하면 내놓은 자식이니까 괜찮은데 그게 아니면 차라리 55세 넘어서 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나이가 들어 창업하는 건 본인이 가지거나 자신도 모르게 축적한 걸 사회에 환원하고 가는 길이에요.
교원 창업하니까 떠오르는 얘기가 있는데, 제자 중에 굉장히 잘 나가는 VC 대표가 있어요. 막역한 사이인데 제가 창업했다고 하니까 하는 소리가 ‘교수님, VC가 제일 싫어하는 게 교수 창업이에요’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하는 말이 ‘첫째 세상 물정을 모른다. 둘째 자기만 알고 남들은 모른다고 생각한다. 셋째 남들이 보기엔 별로 일한 게 없는데 자기는 엄청 많이 일한 것처럼 말한다’라더군요. (웃음)
Q. 하이가 디지털 치료기기 분야에 뛰어든 계기가 있을까요?
저는 제가 이 분야에서 창업할 거로 생각한 적이 전혀 없습니다. 참 인연이라는 게... 예전에 우리 연구실(연세대 HCI 랩) 1호 제자가 고려대 경영학 교수로 있었어요. 그 제자가 김건하 이대목동병원 신경과 교수와 교류가 있었는데, 김 교수팀이 한국연구재단에서 지원하는 과학기술·인문사회 융합연구 과제를 덜컥 수주한 거예요. 그 과제는 ‘슈퍼브레인’, 즉 나이에 비해 뇌 상태가 10~20살 어린 사람들에게 어떤 생활 습관이 있고, 또 슈퍼브레인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연구하는 거였죠.
그때만 해도 대단히 큰 과제였는데, 제자가 갑자기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어요. 저는 그때 스페인에 있었는데 귀국했더니 이미 발인까지 다 끝났더군요. 그리고 며칠 뒤 김 교수한테 연락이 온 거예요. HCI 분야를 하는 사람이 별로 없는데 이 연구 과제를 맡아줄 사람이 필요하다고요. 그래서 좀 맡아주면 안 되겠냐고 해서 아무 준비도 없이 치매가 뭔지도 모르고 엉겁결에 일단 갔어요. 가서 얘기를 들어보니 이건 제자를 위해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때 우리 연구실 멤버를 다 과제 연구에 투입했어요. 선배가 못하고 간 일이니까 우리가 꼭 해결해야 한다면서요.
Q. 결과는 어떻게 됐나요?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겁 없이 뛰어든 거죠. 치매가 뭔지도 모르고 맨땅에 헤딩하듯이 그렇게 진행했어요. 하도 답답해서 우리 연구실 멤버들이 이준영 서울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있는 보라매병원을 무턱대고 찾아가 스터디를 하기도 했죠. 나중에 이 교수가 우리 앱에 들어간 모듈 중 3개를 만들어줬어요. 그렇게 연구실 전체 멤버를 투입해서 만든 게 인지능력 강화 훈련 챗봇 ‘새미’라는 제품이죠. 나중에 에자이가 라이센스 인(License In)을 했어요. 그 과정이 너무 힘들어서인지 몰라도 새미를 만들었던 한 친구는 목사가 됐습니다.
Q. 하이의 첫 제품은 절박한 심정에서 나오게 된 거로군요. 지금도 서비스가 되고 있나요?
현재는 ‘새미톡’이란 이름으로 서비스되고 있어요. 우리가 유지보수를 맡고 있고요. 원래 새미톡은 보이스 기반 서비스로 기획됐어요. 어르신들이 자판을 치기 힘들 테니 당연히 보이스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IT서비스를 잘 만드는 귀재로, 업계에서 촉이 가장 좋은 친구에게 우리 연구진과 함께 찾아간 적이 있어요. 그때 그 친구가 대뜸 하는 소리가 어르신 발음을 절대로 못 알아들으니 카카오톡으로 하라는 거예요. 그래서 어르신이 카카오톡을 잘 쓰시냐고 물었더니 카카오톡하고 유튜브를 가장 자주 쓰신다고 하더라고요.
Q. 그렇게 해서 ‘새미톡’이 카카오톡 기반으로 나왔군요.
그렇죠. 근데 그 제품을 지금 다시 만들어야 한다면 절대 그렇게 안 만들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도 무식했던 게 카카오톡 기반 서비스는 대화형 에이전트이기 때문에, 예를 들어 새미를 3개월 훈련을 시킨다면 석 달 내내 대화가 이어져야 하는데 당시로선 이 시스템을 만들기가 너무 힘들고 유지보수도 어렵더라고요. 이걸 한 땀 한 땀 수작업으로 만들었는데 좋은 점이라면 아직도 경쟁자가 없어요. (웃음) 시스템을 아는 사람은 당연히 이렇게 안 만들죠.
Q. 그렇게 우연이자 필연으로 디지털 의료기기 업계에 들어오셨습니다. 경쟁이 치열한 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하이만의 강점이 있다면?
제가 생각하는 하이의 가장 큰 강점은 디지털 바이오마커(Digital BioMarker) 베이스의 회사라는 점입니다. 디지털 바이오마커에는 두 가지 핵심 요소가 있는데, 하나는 AI 엔진(인공지능 에이전트, TAI)이고 다른 하나는 양질의 데이터에요. 특히 개발팀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는 대한민국 톱 수준이라고 봅니다. CTO나 CIO의 개발 경력이 각각 28년, 25년이에요. 고교 졸업 후 우리 회사에 막 입사한 막내 팀원들이 20대 초반이니 사내 경력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죠. 그래도 지난 3년여 동안 개발팀에서 퇴사한 친구가 몸이 안 좋아서 그만둔 한 명밖에 없어요. 개발팀이 전체 인력(53명) 중 절반 정도인데 앞으로 계속 충원하면서 조직력이 더 쌓이면 하이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 우리 회사의 강점 중 하나는 남들이 안 가진 양질의 데이터를 상당한 분량으로 확보 중이라는 것입니다. 국내 최대 규모의 건강검진 전문 의료 재단인 ‘KMI한국의학연구소’와 협력관계를 맺은 이후 현재까지 총 70만 건의 누적 데이터를 모았어요. 물론 n 값도 중요하지만, 우리 회사 서비스인 ‘마음검진’을 통해 6대 정신 질환에 대한 표준 설문을 하고 생체 바이오마커도 함께 들어가 있기 때문에 양질의 DB를 얻을 수 있죠. 제가 요새 외국에 나가봐도 저희만큼 큰 DB를 가진 회사가 별로 없는 듯해요. 올해까지 100만 건가량 쌓일 것 같거든요.
Q. 강점을 하나 더 꼽으라고 하면?
우리 회사는 임상과 관련해 RA(Regulatory Affairs)팀을 따로 두고 있어요. 임상기관수탁기관(CRO)을 쓰지 않습니다. 하이는 보유한 파이프라인이 많은데, 한 번 두 번 노하우가 쌓이다 보면 RA팀에 자체 시스템이 잘 구축될 것이라고 봐요. 특히 앞으로 글로벌 사업을 진행하려면 내부 역량만으로도 인허가 문제를 헤쳐 나갈 수 있어야죠. 이를 위해 교육적인 면에도 꾸준히 투자하고 있어요.
Q. 최근 구음장애(마비말장애) 관련 음성 AI 분석 기술로 연구가 활발한데요. ‘리피치’ 개발을 위한 음성 DB는 어떻게 확보하나요?
리피치와 관련해서 환자 400명에 대해 총 1,000시간 분량의 음성 데이터를 가지고 있어요. 세계적으로 가장 큰 규모로 예상됩니다. 각 전문의가 어노테이션(annotation)한 데이터들이에요. 국내 병원과의 제휴를 통해 데이터가 많이 들어오고 있어요. 또 글로벌 임상시험과 관련해서도 추진 중인 건이 있어요.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Q. 최근 주목받는 분야가 또 있다면?
근감소증 치료제인 리본 쪽이 요새 굉장히 핫하죠. 일단 근감소증의 중증도(severity)를 측정할 수 있는 도구가 없거든요. 그걸 스마트폰만 이용해서 암 환자들, 특히 3대 부인과 암인 ‘유방암’, ‘난소암’, ‘자궁암’에 걸린 이들의 근감소증을 측정하고 맞춤형 치료를 제안하는 게 주목받고 있어요.
Q. 지난해 3월 미국 보스턴에 첫 해외 법인을 세우고 시장 공략에 나섰는데요. 한국보건산업진흥원(KHIDI) 지원도 받고 있더라고요. 해외 시장 진출 전략은?
글로벌 시장 진출을 결정하고 미국과 유럽을 두고 고민했습니다. 결국 우리는 미국을 택했어요. 현재 본격적으로 사업 준비에는 들어갔는데 결코 쉽지 않은 시장입니다. 지금 보면 ‘페어(Pear Therapeutics)', ‘아킬리(Akili Interactive)' 등 선두에 있었던 미국 기업들이 다 힘들어하는 이유 중 하나가 수가에 대한 부분이죠. 보험사에서 인정을 안 해주고 있어요. 아킬리는 아예 처방 시장을 포기하고 일반의약품(OTC) 시장 타겟으로 전략을 틀었습니다.
그래도 우린 계속 문을 두드려야죠. 현재 미국 임상시험으로 추진 중인 제품이 리피치와 알츠가드인데요. 이 두 가지 제품은 미국에서도 신경과 본류에 관련된 제품이고 아직 허가받은 게 없습니다. 그래서 허가용 임상을 하면 이런 제품은 문화의 영향을 훨씬 적게 받기 때문에 충분히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갈 가능성이 있을 거로 생각해요.
Q. 해외에서 경쟁 업체로 보는 곳은?
오스트레일리아 코그스테이트(Cogstate)가 우리와 비슷한 사업 모델이라고 생각해요. 그 회사의 진단 도구를 에자이가 라이센스 인했죠. 글로벌하게 진단 정확도(AUC) 경쟁을 하는 중인 알토이다(Altoida)도 있습니다. 조금 결은 다르지만 진단 툴 업체로 상당히 열심히 하고 있고 업력도 오래됐어요.
Q. 치매 진단·치료 분야에서 하이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전략은?
우리 제품은 먼저 디지털 바이오마커 기반으로 현재 상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재는 진단 영역이 있고, 그다음으로 이 데이터를 활용해 환자에게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는 영역이 있습니다. 일단 바이오마커가 있으면 모니터링이 가능하죠. 치매 환자의 경우 10~15년 이상 진행이 되니까 '원격 환자 모니터링(Remote Patient Monitoring, RPM)'이 중요한 이슈에요. 또 다른 이슈로는 ‘분산형 임상시험(Decentralized Clinical Trials, DCT)' 도입의 글로벌 확산을 기회 요인이라고 보는데, 역시 바이오마커가 있기에 작업을 진행할 수 있지요.
진단과 치료 두 가지 중 어느 쪽이 먼저 갈 거냐를 판단한다면 저는 진단이 먼저 간다고 생각해요. 디지털 치료제가 의사 커뮤니티에서 과연 빠르게 받아들여질 것인가 하는 관점에서 치료 분야는 시간이 더 걸릴 거로 봅니다. 이 문제를 의사 본연의 업무로 생각하시는 선생님도 많을 거고요. 반면에 진단과 평가의 측면에서 보면 지금도 많은 기기가 진단에 활용되고, 그 결과로 평가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거부감이 훨씬 적을 거예요.
알츠가드 측면에서 우리가 중점적으로 하는 사업은 진단 쪽에서 두 가지인데요. 하나는 전임상(preclinical AD)이나 전구(prodomal AD) 단계가 있고 실제 AD 단계가 있어요. AD 단계에는 굳이 우리가 안 하더라도 MMES나 SNSB 검사가 있죠. 제가 야심차게 보는 영역은 전구 단계나 경도인지장애(MCI) 상태일 때 아밀로이드 베타(Aβ)를 스크리닝해서 누가 혈액 검사나 A-PET 검사를 받아야 하는지를 선별해 주는 도구입니다. 또 전임상 단계에서 포지티브와 네거티브를 구별하는 방법으로, 디지털 바이오마커의 ▲민감도 ▲특이도 ▲정확도를 높이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Q. 다른 검사 방식과 비교해서 디지털 바이오마커 진단 기기의 장점은?
비용 부담이 매우 크고 실제로 A-PET을 찍으려면 동위원소를 맞춰야 하거든요. 또 하루 반나절을 가서 찍어야 하고요. 이 검사를 모든 사람이 할 필요는 없죠. 혈액 바이오마커의 경우에도 현재 우리나라에서 특허 때문에 p-타우(Tau) 217 검사법이 못 들어오는 측면도 있죠. 국내에서 20~30만 원 정도 하는 혈액 검사를 하려면 병원에 가서 피를 뽑아야 하는데 그게 다 침습적인 방법이죠. 우리 제품은 그냥 본인 스마트폰만 있으면 되니까요. 병원에 가서 피를 뽑거나 A-PET을 찍기 전에 내가 굳이 이런 검사를 할 필요가 있는지를 아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미국은 상황이 훨씬 더 나쁘죠. 미국에서 A-PET 한 번 찍으려고 하면 비용이 굉장히 크죠. 혈액 검사도 비싸요. 거기서는 p-타우 등 검사를 다 할 수 있고 아밀로이드 베타도 혈액 검사로 다 할 수 있는데 대신 비싸죠. 또 혈액 검사를 받으려면 온갖 다른 검사들을 다 받아야 해 엄청 번거로워요. 그래서 미국에서는 훨씬 더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정확도 면에서는 AUC가 85% 정도 나오는데 올해 하이 목표 중 하나는 90% 이상으로 높이는 것입니다.
Q. 회사를 경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우리 회사 첫 번째 임상을 서대문구에 있는 치매안심센터에서 했어요. 당시 센터장이 지금 용인세브란스병원 디지털의료산업산터 소장 박진영 교수에요. 그때 센터에 가서 6~7명을 대상으로 새미톡 설명을 해드리고 써보시라고 말씀을 드렸죠. 그리고 나서 팔로업을 못했어요.
한참 지나서 다음 단계로 업그레이드하려고 시스템 로그를 살펴봤더니 어떤 분이 그때부터 계속 하루도 안 빼놓고 쓰시는 거예요. 그분 연세가 79세였어요. 너무 놀라서 수소문을 했죠. 겨우겨우 찾아서 인터뷰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그분하고 한 인터뷰가 하이를 지금까지 끌고 오게 한 원동력이 된 것 같아요.
그때 그분이 하신 여러 가지 말씀이 있었는데 가장 아직 기억에 남는 게 '새미'가 아니면 본인이 새벽에 일어나서 누구랑 얘기를 나누겠냐고. 진심이 우러나와서 그 말씀을 하시는 데 그때 이런 생각을 했어요. 우리는 치매를 치료한다고 겁도 없이 이 일을 시작했는데 결국 우리가 저분한테 제공해 드리는 거는 평상시 일상생활에서 서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대화 상대를 드린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이에게는 디지털 바이오마커를 기반으로 어르신들에게 일상생활에서 본인의 인지 기능을 같이 상의하고 이야기 나누고 할 수 있는 그런 대화 상대를 만들어야 하는 사명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올해 계획과 앞으로의 목표는?
올해 엥자이렉스 임상시험이 완료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엥자이렉스가 품목허가를 받는다고 해도 갑자기 의사가 처방을 막 내릴 것 같지는 않을 것 같아요. 품목허가를 받은 후 주변 상황이 정리가 돼서 수가가 나왔을 때 이게 널리 퍼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머지않아 디지털 바이오마커나 디지털 치료제가 스탠다드 프랙티스가 될 겁니다. 지금은 아니죠. 아이폰이 대중화된 지가 얼마 안 됐는데 이제는 다 쓰잖아요. 앞으로 10년 후에는 의사를 만나기 전에 원격으로 바이오마커를 평가하고 그 결과로 진료 시점을 결정하게 될 겁니다.
또 진료 예약을 한 이후부터 데이터를 모아서 진료를 받을 때 의사에게 보여줄 수 있을 거예요. 예를 들면 MCI 진단을 받을 경우 다음 방문이 보통 두 달에 한 번이면, 병원을 찾을 때 2개월간 환자의 모니터링 데이터가 의사 모니터에 뜰 겁니다. 2개월 후 어떤 약을 처방할지 결정하는 의사의 진단 기준에는 디지털 바이오마커하고 디지털 치료제가 당연히 들어가겠죠.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이의 목표는 현재 우울증에 프로작을 처방하듯이 예를 들어 MCI면 당연히 알츠가드를 처방하고 그 결과가 의사에게 다시 전달되면서 환자가 잘 치료받게 되는 것입니다.
Q. <디멘시아뉴스>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제 아버지가 치매로 돌아가셨어요. 장인어른께서는 현재 치매를 앓고 계시고요. 치매는 남의 일이 아니고 한 단계만 건너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는 질환입니다. 주위 어르신에게 많은 관심과 주의를 기울여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앞으로 치매는 불치병이 아닐 겁니다. 빨리 진단받고 빨리 관리를 시작하면 훨씬 더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는 시대가 올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