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노인의 행복지수’, 우리는 초고령사회를 대비하는가?
‘한국 노인의 행복지수’, 우리는 초고령사회를 대비하는가?
  • 황교진 기자
  • 승인 2024.05.10 1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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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국 노인은 불행할까?
노인은 결국 나의 미래, 행복한 노인의 삶을 준비하려면...

9일 오전, 전북 장수군 천천면 한 다리 인근에서 70대 노인이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해 잡초를 뽑다가 5m 아래 도랑에 추락하는 사고가 벌어졌다. 이 사고로 머리 등을 크게 다친 노인은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장수군 관계자는 “마을 단위로 이뤄지는 잡초 뽑기는 대개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을 한다”며, 구체적인 사고 경위를 확인하겠다고 했다.

 

사고가 난 도랑 / 전북자치도소방본부 제공
사고가 난 도랑 / 전북자치도 소방본부 제공

2022년 경기 양평에서는 노인일자리로 쓰레기를 줍던 노인이 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서울행정법원은 “공익형 노인일자리 근무 중 사망한 경우는 산재로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행정소송을 제기한 유족 측은 복지관의 지시에 따라 급여를 받으며 지속적으로 일해왔다는 점에서 근로자가 맞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공공형 공익활동은 노인이 자기만족과 성취감 향상, 지역사회 공익증진을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봉사활동”이라고 판단했다.

사고를 당한 노인의 지인은 “손주들 용돈 주고, 자식들한테 조금이라도 부담 덜 되려고 시작한 노인일자리인데, 안전은 누가 지켜 주느냐”고 호소했다.

권영국 노동 전문 변호사는, “업무 강도가 낮더라도 노무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는 사람을 근로자가 아니라고 보는 것이 적절한 판단인지 의문이 든다”며, “노인일자리 종사자가 법적 보호장치로부터 예외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해 1조 5,400억 원이던 노인일자리 예산을 올해 2조 262억 원으로 대폭 확대했고, 노인일자리를 올해 14.7만 개 확대한 103만 개로 늘리겠다고 했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 따르면 노인일자리 안전사고는 2022년에만 1,658건 발생했다. 2018년 964건이던 안전사고는 2019년 1,453명으로 급증한 뒤, 매년 1,600명 이상의 수준에 달하고 있다. 사망사고 역시 늘어나는 추세다. 2018년 사망사고는 1건에 불과했는데, 2020년에는 10건, 2021년에는 9건이 발생했다. 사고가 잇따르지만, 노인일자리 참여자에 대한 관리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은 OECD 국가들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비슷한 수준의 국가들과 비교해도 노인 빈곤율이 높고 행복지수가 낮다. 특히 노인 자살률은 OECD에서 매우 심각하다. 소일거리로 노인일자리에 나온 이들도 있지만, 생계형 일자리가 필요한 노인이 다수다. 안전사고 예방과 대비 그리고 법적인 보호 체계마저 부실한 일자리 문제 외에도 한국의 노인 세대 좌절감은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나이 들수록 행복감이 떨어지는 사회

통계청 통계개발원이 발표한 보고서 <국민 삶의 질 2023>의 2020년~2021년에 조사 지표에 따르면, 삶에 만족한다고 답한 노년층 비율은 29.9%에 그쳤다. 아동·청소년(56.6%), 청년(41.8%), 중장년(38.0%)에 비해 낮았다. 노인의 불만족 비율은 19.4%로 아동·청소년(10.2%), 청년·중장년(17%)보다 높게 나타났다. 즉, 나이가 들면서 행복감이 떨어지는 사회가 한국 사회다. 반면에 행복지수가 높은 국가들은 은퇴 후 삶의 행복도가 올라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전체 인구 중 65세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20%가 넘으면 초고령사회다. 통계청은 2025년 우리나라 인구의 20.6%가 65세 이상 고령자로 예측한다. 그러나 현재의 인구 분포 변화를 보면, 초고령사회는 올해 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2000년 고령화사회(7% 이상), 2017년 고령사회(14% 이상), 올해 말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사회가 나이 들어가는 속도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한국의 고령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노인과 관련된 여러 지표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노인 자살률’이 그중 하나다. 우리나라는 OECD 가입국 중 노인 자살률이 가장 높다. 수년째 평균을 크게 웃돌며 1위 자리에 있다.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중은 2025년 20.6%, 2035년 30.1%, 2050년 40.1%로 예상하고 있다. 지금의 30~40대가 고령 인구가 될 때쯤이면 국민 5명 중 2명이 노인이다. 더 늦기 전에 사회 구성원 모두가 노인의 삶의 질, 빈곤, 자살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노인의 극단적 선택 수는 2016년 3,615명, 2017년 3,372명, 2018년 3,593명이다. 자살률(인구 10만 명당 극단적 선택 수)이 줄어들고는 있으나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높다. 연령대별 노인 자살률은 60대 33.7명, 70대 46.2명, 80세 이상 67.4명이며, OECD 평균(60대 15.2명, 70대 16.4명, 80세 이상 21.5명)보다 2.2배, 2.8배, 3.1배나 높다. 2위인 리투아니아(60대 29.8명), 슬로베니아(70대 35.2명, 80세 이상 58명)는 물론,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지 오래인 일본, 이탈리아와도 꽤 차이가 난다.

노인 극단적 선택의 원인은 다양하면서도 복잡하다. 가족구조 변화와 은퇴 후 사회적 역할 축소와 상실, 배우자 사망, 죽음에 대한 두려움, 신체기능 저하, 경제력 감소 등 노년기에 맞닥뜨리는 여러 변화와 문제가 우울, 외로움, 고립감, 자괴감 등을 일으킨다. 이러한 감정들이 해소되지 않고 각자도생하면서 삶의 의욕이 떨어지고, 살아야 할 이유마저 잊는다.

특히 노인은 높은 치매 유병률로 인지능력이 저하되면서 감정 조절 능력, 판단력 등이 떨어져 부정적인 감정을 더 크게 느끼고, 충동성·공격성이 증가해 극단적인 방법으로 상황을 해결하려 할 위험이 크다. 살아갈 날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거나, 근본적인 문제 해결 노력 없이 음주만으로 현실을 회피하는 행동도 노인의 극단적 선택 위험을 높이는 원인이다.

한마디로 초고령사회는 곧 닥치는데 이에 대한 준비는 안 돼 있다. 은퇴, 사별, 질병 등 삶의 의욕이 떨어진 다양한 원인의 노인 세대에게 삶의 의미를 찾게 해주는 정책이 무엇일지 고민해야 한다. 공공 일자리 사업만 해도 공급 계획은 발표하지만, 사고 예방 측면의 인력 투자는 부실하다. 노인에게 삶의 의미를 찾아주려면 무엇부터 보강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주변인이 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일로 ‘대화’를 들었다. 노인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노인에게 맞는 대화법이 필요하다.

 

마음생각연구소 제공
마음생각연구소 제공

주관적 웰빙 수준에서 본 노인 인구의 낮은 만족도

노인에 대한 이해를 위해 우선 ‘주관적 웰빙’ 수준의 변화를 살펴보자. OECD의 삶의 질 측정과 관련해 반드시 포함해야 하는 권고 사항이 ‘주관적 웰빙’이다. <세계행복보고서>에도 주관적 웰빙을 측정해 제시하도록 하고 있다.

주관적 웰빙은 삶의 질을 총괄해서 사회 구성원이 삶의 전반에 대해 스스로 느끼는 바를 요약한 것이다. 장기적인 삶의 만족도(자신의 삶을 회고할 때 얼마나 만족하는가), 단기적인 긍정, 부정 등 정서 경험, 그리고 자기 일에 대한 만족감인 ‘유데모니아’가 주관적 웰빙의 지표다.

통계청이 발간한 <한국의 사회동향 2023>에서 “주관적 웰빙 영역의 주요 동향”(한준, 연세대)에 따르면, 2013년에 삶의 만족도가 높은 집단은 20대였고, 가장 낮은 집단은 50대였다. 연령이 높을수록 만족도가 낮았다. 2018년에는 30대의 만족도가 가장 높게 나왔고, 60대가 가장 낮았다. 2022년에는 40대가 가장 높았고, 20대가 가장 낮았다. 2013년의 20대는 삶의 만족도가 가장 높았지만, 2022년의 20대는 가장 낮게 나타났다.

삶의 만족도가 가장 낮은 집단을 정리하면 2013년은 50대, 2018년과 2022년은 60대 이상(2022년은 20대도 근소하게 낮음)이었다.

주관적 웰빙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긍정적 정서 경험이 늘어나고, 부정적 정서 경험이 줄어드는 것이다. 2013년 행복감 경험 비율이 가장 높은 집단은 20대이며 가장 낮은 집단은 50대였다. 2022년은 행복감 경험 비율이 높은 집단이 30대, 낮은 집단이 60대 이상이다.

주관적 웰빙은 객관적 현실뿐 아니라 사회 구성원의 주관적 의식이나 가치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그래서 사회 구성원이 현실이나 상황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틀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실 속 자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은 주관적 웰빙의 수준이 객관적 현실의 수준에 비해 낮게 나타난다. 즉, 경제 수준은 높아졌으나 주관적 웰빙의 수준은 그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또한 집단주의에 비해 개인주의가 주관적 웰빙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데 한국은 집단적 압력이 강한 사회다. 2013년에 공동체 이익 대비 개인주의 비율이 가장 높은 연령대는 20대(14.8%)였고, 가장 낮은 연령대는 50대(11.2%)였다. 2022년에는 20대가 26.9%, 60세 이상이 19.4%로 상승해 60세 이상의 증가폭이 높아졌다.

공동체주의가 지배적인 사회에서 자기 뜻대로 삶을 영위하며 만족도 높은 구성원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야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대부분의 연령대가 자유로운 결정 비율이 높아졌지만, 특히 자기 삶의 결정을 자유롭게 한다는 응답이 높은 연령대가 40대였다. 2015년엔 40대가 가장 낮았는데 2022년엔 가장 높았다. 반면 60세 이상은 삶의 자기 결정권에 자유롭다는 응답 비율이 가장 낮았다.

60세 이상의 삶의 만족도가 낮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대는 개인주의를 중시하지만, 현실에서는 개인주의를 실현할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60대는 현실에서 누릴 수 있어도 개인주의를 도외시한다.

한국은 주관적 웰빙 수준이 2013년 이후 높아지고 있지만, OECD 국가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비슷한 나라들에 비해서도 낮은 수준이다. 특히 청년과 노인의 주관적 웰빙 수준이 낮다. 긍정적 정서 경험인 행복감에서도 마찬가지다. 세대교체에 따른 베이비붐 세대의 노인화 및 MZ세대의 성년화에서 나타나는 현상들을 유념해야 한다.

 

먼저 초고령사회가 된 일본의 이웃 연대 문화

우리보다 14년 일찍 초고령사회가 된 일본의 노인은 한국보다 행복지수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2023 세계행복보고서>, 일본 47위 6,129점, 한국 57위 5,951점). 일본은 세계 최초의 ‘노인대국’으로 2010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자연스레 노인학도 발달해 일본의 노인학 연구자는 300~400명에 달한다.

일본 노인학의 권위자 곤도 야스유키 오사카대 교수는 “120세 시대를 맞아 고령화 접근 방식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노화와 행복감은 반비례 관계가 아니며 고령화는 지방보다 도시가 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본은 노화가 본격화하는 60대에 접어들면서 행복감이 떨어지지만 80세를 넘어서면서 건강 여부와 상관 없이 행복감이 다시 높아졌다. 곤도 교수는 “노화를 인정하는 대신 행복의 기준을 바꾼 결과”라고 분석했는데 그 행복의 기준을 이끄는 중요한 요인이 가족·이웃과의 연대감이다. 일본은 마을마다 축제 문화가 활성화돼 있고 노인의 옥외 활동을 돕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구축돼 있다.

노인이 고립되면 고독감으로 쉽게 정신적 신체적 건강이 무너진다. 특히 사교 활동이 끊어진 상태에서 치매는 발병 후 빠르게 중증으로 악화한다. 그래서 주변인과 연대감이 약한 도시의 고령화 문제가 노인의 불행을 촉진한다. 일본은 도시로 몰려든 사람들의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일찍이 고독사가 사회문제가 됐다. 곤도 교수는 한국의 도시 고령화 문제는 매우 심각할 것으로 우려하며, 서울 집중화를 완화하고 은퇴 후 계속 일하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성장과 속도보다 존중과 이해

한국은 노인의 빈곤과 고독, 불행감 외에도 사회 전반에 우울과 자살률,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데 그 이유는 초고도 성장, 급속한 산업화와 현대화에 있다. 한국 사회는 단기간의 고도 성장, 치열한 경쟁 가속화에 내몰리며 자연스럽게 상대적 계급이 생성돼 있다. 모두가 힘들게 살던 시대와 달리, 자본 계급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으로 다수의 사회 구성원이 낮은 자존감에 시달린다. 이단과 사이비 종교가 창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경쟁의 고단함으로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으며, 노인이 돼 생산성이 사라지면 행복지수가 추락한다.

성장 과정에서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사람은 소외시키고 쓸모없는 존재로 치부했다. 그중 대다수가 노인이다. 게다가 대부분은 은퇴 이후의 삶이 경제적, 사회적으로 준비되어 있지 않고 이를 뒷받침할 연금과 복지체계 등 시스템이 빈약하기에 행복하지 못하다고 할 수 있다.

노인 스스로도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에서 벗어나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 자책하거나 우울감에 빠지지 말고 주변 배우자, 동네 주민들과 어울려 지내도록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노인의 사회성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도움이 필요할 때는 손을 내밀고, 노인 또한 젊은 세대를 존중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융합해야 한다. 노인을 존중하고 즐거운 대화 상대로 여기는 사회 전반의 분위기 개선이 필요하다.

노인 전문가들은 국가가 노인 관련 시설을 강화하고 프로그램을 홍보하고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노인이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가 우리 모두가 행복한 사회다. 노인은 결국 나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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