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20%가 보유한 ‘APOE4 동형접합형’과 알츠하이머병 징후
한국인 20%가 보유한 ‘APOE4 동형접합형’과 알츠하이머병 징후
  • 황교진 기자
  • 승인 2024.05.09 16: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바르셀로나 대학 연구팀, “반드시 걸린다” 단정, 학계선 논란
후안 포르테아(Juan Fortea) 신경과 박사 연구팀의 해당 논문이 실린 '네이처 메디슨' 캡처
후안 포르테아(Juan Fortea) 신경과 박사 연구팀의 해당 논문이 실린 '네이처 메디슨' 캡처

 

‘APOE4 동형접합형’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알츠하이머형 치매에 '반드시' 걸린다는 연구 결과를 바르셀로나 대학 연구팀이 발표했다.

6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산트 파우 병원의 후안 포르테아(Juan Fortea) 신경과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APOE4 유전자 동형접합형’ 유전자 사본을 2개 보유한 65세 이상의 95% 이상에서 알츠하이머병의 징후가 확인됐다는 논문을 생명과학·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에 발표했다.

DNA 이중나선 구조를 발견한 제임스 왓슨이 2008년 자신의 게놈을 해독한 뒤 감추고 싶었던 유전자가 'APOE'다.

2017년 <네이처>에는 “인간 게놈에서 가장 인기 있는 유전자”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는데, 인기의 기준은 논문에 인용된 수로 암 억제 유전자 TP53이 1위를 차지했고 2~4위도 암 관련 유전자였다. 그다음 5위가 바로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APOE 유전자다.

APOE는 2형, 3형, 4형 이렇게 세 가지 변이형이 있는데, 분포 비율은 APOE3(3형)이 77%로 가장 많고, APOE4가 15%, APOE2가 8%를 차지한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위험성은 부모 한쪽에서 APOE4를 받으면 3~4배이고 부모 양쪽에서 APOE4를 받으면 8~12배에 이른다. 반면 APOE2는 오히려 발병 위험성이 낮다. 2008년 80세의 왓슨은 자신이 혹시라도 APOE4 변이형을 지니는 것으로 나오면 치매에 걸릴지 걱정하며 여생을 보낼 것 같아서 덮기로 했다고 한다.

APOE 유전자의 산물인 APOE 단백질은 지방의 대사에 관여하는데, 유전형에 따라 아미노산 한두 개가 달라 단백질 구조가 달라진다.

APOE4 사본이 2개라는 의미는 ‘APOE4 동형접합형’를 갖고 있다는 의미로 동형접합형은 특정 형질을 나타내는 대립유전자가 서로 같은 개체를 의미한다. APOE4 동형접합형을 갖고 있다는 것은 APOE라는 유전자를 물려받을 때 엄마와 아빠에게서 똑같이 APOE 변이인 APOE4를 물려받았다는 의미다.

APOE4 동형접합형 유전자는 한국인의 20%가 보유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유전자로 한국인의 치매 발병 가능성이 세계 평균보다 3배 이상 높다고 알려져 왔다.

연구팀은 미국 국립알츠하이머조정센터의 뇌 기증자 3,297명의 데이터와 유럽과 미국의 1만 명 이상의 코호트연구 대상자의 APOE4 동형접합형의 임상적, 병리학적 바이오마커 변화를 평가했다.

그 결과 APOE4 동형접합형을 가진 사람은 55세에 APOE3를 가진 사람 대비 알츠하이머병 관련 바이오마커 수준이 높았다. 또 APOE4 동형접합형을 가진 65세의 95% 이상은 알츠하이머병 초기 병리학 특징인 뇌척수액에서의 비정상적인 아밀로이드 수치가 확인됐다.

APOE4 유전자 동형접합형을 가진 사람이 알츠하이머병의 발병 위험이 크다는 점은 수십 년 전부터 알려져 왔지만 ‘반드시 걸린다’는 단정적인 주장은 이번 연구팀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알츠하이머병을 ‘유전 질환’으로 간주하며, APOE4 유전자 동형접합형은 알츠하이머병의 위험 요소가 아니라 ‘원인’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부모 모두에게 APOE4를 물려받으면 대부분 알츠하이머병에 걸린다는 점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APOE4는 알츠하이머병 발병의 가장 위험한 유전자로, 인구의 2~3%가 APOE4 사본을 2개 갖고 있기에 APOE4 연구는 매우 중요하다”라며, “이전에는 치매 병인을 1% 미만 사례에서만 확인할 수 있었지만, 이번 연구로 이제 15% 이상의 사례에서 치매 발병 원인 인자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알츠하이머병 예방 개입을 위해서는 젊을 때 APOE4 동형접합형 보유 여부를 체크해야 한다고도 설명했다. APOE4 사본이 2개인 유전적 특징을 가진 사람들을 모니터링하면 개별화된 예방 및 치료 전략을 세울 수 있다는 주장도 했다.

다만 학계 일각에서는 다소 급진적인 주장이라는 비판의 소리도 나왔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UCL 유전학 연구소의 데이비드 커티스 교수는 성명을 통해 “APOE4 유전자가 동형접합형인 경우 알츠하이머병이 유전적으로 발현된다는 주장을 정당화하는 어떠한 근거도 찾아보지 못했다”며 “APOE4와 상관없이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발병 과정은 대부분 유사하다”고 했다.

제대로 된 치료법이 나오기 전까지 APOE4 유전자 동형접합형을 보유했는지를 환자가 알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스탠퍼드 의과대학의 신경과 전문의 마이클 그레시우스 박사는 “알츠하이머병 증상이 없다면 APOE4 변이 유전자를 가졌는지 선제적으로 확인해 보려 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Primary Source

APOE4 homozygozity represents a distinct genetic form of Alzheimer’s disease
Fortea, J., Pegueroles, J., Alcolea, D. et al. APOE4 homozygozity represents a distinct genetic form of Alzheimer’s disease. Nat Med (2024).
https://doi.org/10.1038/s41591-024-02931-w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