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치료기기 '코그테라' 해외서 호평...연내 '치매 디지털 치료제 1호 처방' 목표
# 지난 6일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90대 어머니와 60대 자매 2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두 딸은 치매를 앓던 노모를 10년간 함께 돌본 것으로 전해졌다. 어머니가 자연사하자 불과 몇 시간 뒤 자매도 극단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사건이 발생한 이후 이른바 '노(老)-노(老) 간병'에 시달린 치매 환자 가족의 비극이 되풀이된 것이란 보도가 줄 잇고 있다.
2024년은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사상 처음 1,000만 명을 돌파하는 역사적 분기점이자 초고령사회(전체 인구 20% 이상) 진입이 확실시되는 해다. 이와 동시에 65세 이상 치매 환자가 올해 첫 100만 명을 넘어서며 우리 사회에 경고등이 켜졌다.
초고령사회 진입과 함께 치매 노인이 급증하는 현상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를 게 분명한 상황이다. 치매는 온 국민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환으로 꼽힌다. 이미 ‘노노 간병’, ‘간병 살인’, ‘간병 파산’ 등 노인 돌봄과 관련된 암울한 조어들이 우리 곁에 스며든 지 오래다. 이에 대한 구체적 대비책 마련이 요원한 현실에서 곧 거대한 파도처럼 밀어닥칠 ‘노인성 치매’라는 질병에 한국 사회는 과연 어느 정도 준비가 돼 있을까.
미국 알츠하이머병협회(AA)에 따르면, 신경퇴행성 뇌질환인 알츠하이머병은 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전체 60~80%를 차지한다. 또 알츠하이머치매의 경우 증상이 나타나기 20년 이상 전부터 주요 발병 인자로 알려진 아밀로이드 베타나 타우 단백질 수치 등 뇌 변화가 일어나는 진행성 질병이다. 그만큼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아직 마땅한 치료제가 출시되지 않은 가운데 치매 예방과 극복을 선도하기 위해 ‘디지털 치료기기’(DTx)로 야심차게 승부수를 던진 스타트업이 ‘이모코그’(Emocog)다. 회사 이름은 ‘감정’(Emotion)과 ‘인지’(Cognition)라는 뜻의 영문 앞 글자를 따서 지었다.
이모코그는 노유헌 전 중앙대 의과대학 교수와 이준영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이자 보라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윤정혜 차의과대학 상담심리학 교수 세 명이 2021년 공동 창업했다. 현재 노 대표와 이 교수가 각자대표를 맡고, 윤 교수는 고문이자 이사회 멤버로 있다. 주요 제품과 서비스는 디지털 인지 검사 ‘기억콕콕’, 디지털 치매 진단기기 ‘코그노시스’(Cognosis), 디지털 치매 치료제 ‘코그테라’(Cogthera), 메타기억 기반 인지 훈련 프로그램 ‘기억챙김’ 등이다.
예방부터 검사, 진단, 치료까지 디지털 뇌 건강 솔루션으로 생태계를 구축 중인 이모코그의 발자취와 미래에 대해 <디멘시아뉴스>가 노 대표의 생각을 들어봤다.
- 창업 동료와의 인연이 궁금합니다.
이준영 교수님과는 제가 박사 과정을 밟던 2008~2009년께 처음 만났어요. 그때 잠시 있었던 서울대 약리학 교실에서 이 교수님을 소개해 줬어요. 당시 저는 20대(80년생)이고 이 교수님은 30대(70년생)였을 거예요. 저랑 딱 10살 차이 나거든요. 벌써 알고 지낸 지 15~16년 정도 됐네요. 이 교수님과는 계속 함께 연구했어요.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저와 이 교수님이 AI 관련 의료 기술 연구를 각자 진행 중이었던 거예요. 그러던 중에 제가 과제 준비를 하면서 우울증 환자나 고령자를 위한 목소리와 심전도가 필요할 것 같다고 도움을 요청했는데 이 교수님도 이미 같은 연구를 하고 계셨어요. 이후 함께 연구하다가 코로나 시기에 이 교수님이 치매 환자를 위한 사업을 해보자고 제안하셔서 윤정혜 교수님과 같이 창업했어요.
- 왜 창업 아이템으로 ‘치매’를 선택했나요?
치매 치료에 대한 현실 인식이 컸습니다. 이 교수님은 워낙 치매 환자를 많이 보셨고 연구 과정에서도 많은 접촉이 있었어요. 회사 업력은 막 4년째로 접어들었지만, 창업 동료분들이 경도인지장애(MCI) 환자나 치매 환자를 치료하며 임상 데이터와 노하우를 축적한 기간은 20년에 달합니다. 저희는 치매 환자에게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확실히 알고 있어요. 그리고 환자 때문에 고통받는 돌봄자의 니즈도 분명하게 알고 있죠. 어느 날 이 교수님의 해준 말이 마음에 딱 와닿았습니다. 이 교수님은 “내가 치매 환자에게 해줄 게 없어”라며 “‘당신은 경도인지장애에요. 치매는 아니지만 치매일 가능성도 있으니 무엇을 하세요’라 할 때 ‘무엇’이 너무 한정적이다”라고 했어요. 그 말을 듣자마자 “이거 만들면 되겠구나”라는 감이 왔습니다.
- 요즘 의료 스타트업계에서 의사들이 창업한 회사들이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저도, 이 교수님도 태생이 과학자예요. 그래서 업계나 학계, 기술적 부분에 대한 이해도가 다른 창업자보다 높다고 봐요. 어느 자리에 가도 확실한 정보를 전달하고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기본은 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저희 장점이지만, 그럼에도 제가 아직 비즈니스적으로는 약간 부족한 부분이 있어요. 다만 창업할 때 가졌던 맨 처음 생각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돈을 따라가다 보면 헬스케어 기업들은 다 망가지더라고요. 결국 헬스케어 업계에서는 세 가지를 다 충족하는 회사만 살아남았어요. 첫째는 환자. 둘째는 의사. 셋째는 보험이나 급여를 주는 기관. 이모코그도 이 세 가지를 모두 만족하는 서비스를 내놓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어요. 이모코그만의 강점 중 하나를 꼽으면?
무엇보다 ‘신뢰’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이 교수님이 20년 가까이 임상을 하면서 쌓아온 기술을 디지털로 전환할 때 문서화나 표준화를 통해 하나하나 축적해 온 과정이 있었어요. 저희는 어떤 거 하나를 만들 때도 다 근거를 갖고 만들고, 그걸 다 문서로 남겨요. 처음 개발에 착수할 때 일주일에 한 번씩 경도인지장애나 치매 환자를 찾아가 직접 테스트했어요. 이분들이 진짜 이걸 사용할 수 있는지 모두 다 녹화하고 녹음했죠. 그걸 또 다 문서화시키고 보고서까지 쓰는 작업을 매주 하고, 또 매주 개발을 새로 해 나가고를 반복했어요. 이런 식으로 97회까지 하고서야 현재 제품이 만들어진 거예요. 이 과정에서 저희 제품의 차근차근 신뢰가 쌓이는 거죠. 그러면서도 성장 속도는 무척 빠른 편이에요. 저희가 디지털 치료기기, 특히 확증 임상을 받은 기업 중에선 가장 이력이 짧아요. 세운 지 4년밖에 안 된 회사인데도 16개 확증 임상시험 승인을 받았어요. 걸린 시간도 가장 짧습니다. 업계에선 이런 부분을 높게 평가해 주는 것 같아요.
- 디지털 치매 치료기기인 ‘코그테라’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코그테라는 경도인지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한 노인 맞춤 처방형 디지털 치료기기예요. 인지치료 소프트웨어로 분류되고, 환자의 상태에 따라 맞춤형 인지 훈련을 제공해요. 현재 경도인지장애를 치료하는 전략은 세 가지 정도가 있습니다. 첫째는 ‘신경 보유고’(Neural Reserve) 즉 신경세포를 보호해 주는 거예요. 둘째는 ‘인지 보유고’(Cognitive Reserve)를 늘리는 과정이고, 마지막이 '동반자 관리'(Companion Care)입니다. 현재까지는 신경 보유고가 없었는데 최근 항체 치료제가 나오기 시작했어요. 올해 안에 임상 절차가 모두 마무리되면 저희 제품을 통해 인지 보유고 치료가 가능합니다. 장기적으론 항체 치료제와 병용 처리하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어요.
- 코그테라의 장점은 무엇일까요?
코그테라는 인공지능(AI)이 탑재된 반응 대화형 모델입니다. 시작할 때 버튼 한 번만 누르면 대화만으로 진행이 돼 어르신 혼자서도 쉽게 사용하실 수 있도록 했어요.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혼자 버튼을 눌러 다음 단계로 진행하는 방식이 어려울 수밖에 없거든요. 또 자체 개발한 알고리즘이 매번 단어를 생성해 계속 새로운 훈련을 만들어내요. 난이도 조절이나 훈련 선택도 자동으로 됩니다. 현재 1년 넘게 진행 중인 임상도 거의 마무리 단계고요. 지난해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혁신 의료기기로 지정·인증을 받았고, 지난해 말 유럽 CE 인증까지 획득해 해외 진출 발판도 마련했어요. 가격 경쟁력도 갖출 계획입니다. 고객이 부담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인 월 3만 5,000원가량 생각하고 있어요. 이 금액은 보통 환자가 지출하는 약값 수준밖에 안 돼요. 일반 의원급에도 같은 금액을 적용할 방침입니다.
- 검사 문턱을 낮추는 작업에도 공을 들이시고 있다고요.
치매 환자를 빠르게 선별하는 작업 못지않게 자기 뇌를 걱정하는 고객이 쉽게 관리 구조 안에 들어오게 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희 검사 도구가 상당히 의미 있는 첫 서비스가 돼야 한다고 판단했어요. 일단 저희에게 의뢰하면 단 한 번의 검사로 끝나는 게 아니라 저렴한 비용으로 3년간 추적 관찰해 드립니다. 검사 기간을 길게 잡은 이유는 3년간 자기 상태를 보다가 갑자기 뚝 떨어지는 시점을 확인하기 위해서예요. ‘건망증이 심하고 예전 같지 않아 불안하네’라는 생각이 들 때 서비스에 가입하시면 됩니다. 모든 과정이 디지털화돼 저희 비용 부담도 크지 않고, 고객이 번거롭게 병원에 오시거나 치매안심센터로 가지 않아도 됩니다. 검사 비용은 3년에 1만 원입니다.
- 혈액 검사 서비스도 하고 있어요.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 등 퇴행성뇌질환의 조기 진단과 진행상황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혈액 분석 서비스(IMR)도 하고 있어요. 식약처로부터 ‘임상시험검체관리기관(GCLP)’으로 지정돼 경기 시흥시에 자체 진단센터를 구축했죠. 아밀로이드 베타나 타우, 미세신경섬유경쇄 등 뇌질환 바이오마커 11종을 분석해 50대 초반부터 나오기 시작하는 치매 원인 물질을 다 봅니다. 원천 기술을 해외에서 가져와 서비스하고 있지만 올해부터는 자체 개발한 서비스로도 의미 있는 매출이 나오기 시작할 거예요.
- ADHD 테스트 업계 1위인 해피마인드를 인수했어요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를 위해 지난해 종합주의력검사(CAT) 전문업체인 해피마인드를 인수한 이후 올해 합병 절차를 마무리했어요. 이제 어린이와 노인 이 두 가지에 집중하는 회사가 됐습니다. 업력이 10년이 넘은 해피마인드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테스트로 잘 알려져 있죠. 현재는 소아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검사에 집중하고 있지만 성인으로도 대상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전후로 ADHD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디지털 검사에 대한 거부감도 없어지면서 매출이 확 커졌어요. 인수 후 시스템도 고도화됐습니다. 정확하게 정량화가 되고 자동으로 보고서도 나오거든요. 현재 난독증이나 난산증 등의 학습장애 검사도 이미 개발을 마치고 유통하고 있어요. 치료 영역까지도 넓혀갈 계획입니다. 다만 ADHD는 약이 너무 좋아서 디지털 치료 쪽으로는 안 할 생각이에요. 지금도 1700여 개 병원을 고객으로 보유한 1등이지만 앞으로도 선두 업체로서 기반을 공고히 다지면서 전자의무기록(EMR)이랑 연동도 시키고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어요.
- ‘플랫폼’이 아니라 ‘에코시스템’을 강조하는 까닭은?
우리 사업은 플랫폼이 아니라 에코시스템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치매 환자가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처음부터 자연스럽게 우리 깔때기(Funnel) 안으로 흘러 들어가는 경험 구조를 만들어야 관리와 치료가 되거든요. 그래서 맨 처음에 검사를 손해만 보지 않는 가격 선에서 우선 책정한 거예요. 저희가 이걸 1회로 하면 환자 관리가 안 되니까요. 장기로 보고 시간과 관리를 하나로 묶어서 환자가 들어오는 턱을 낮춘 거죠. 쉽게 들어올 수 있게. 환자가 3년간 조기 선별 검사를 받으면서 관리가 되면 다음 서비스는 혈액 검사로 갈 수밖에 없고, 또 다음 단계에는 치료로 들어갑니다. 여기에 추가된다면 환자 가족들의 정신 건강 관리와 같은 게 서비스로 붙을 수 있지만 기본적인 사업 구조는 플랫폼이 아니라 디지털 에코시스템을 만든다는 개념인 거죠.
- 지난 2월 스페인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도 참석하셨는데 어떤 성과를 거두셨나요?
저희가 올해 처음 참가했는데 아시아 헬스케어 기업 중 가장 먼저 발표했어요. 다른 곳은 다 유럽 회사였거든요. 이 과정에서 치매 분야 디지털 치료기기가 있다는 존재감을 처음 인식시켰고, 방식 면에서도 대화형으로 하고 있다는 데 관심을 끌었어요. 보험급여를 어떻게 구성할 것이며 독일로 시작해서 다른 나라에는 언제쯤 진출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문의가 있었어요. 현지에서 미팅이 많이 이뤄졌고, 현재는 플랫폼, 헬스케어 등 다양한 글로벌 회사와 협력을 논의 중입니다.
- 해외에서 국내 디지털 치료기기는 어떤 평가를 받나요?
해외에선 우리 기업이 엄청 높은 평가를 받고 있어요. 지금 전 세계에서 인지 장애 부문이나 기억력 개선 쪽으로 나온 디지털 치료기기가 거의 없거든요. 지금 독일에서 나온 게 한두 개 정도 있긴 한데 게임 기반으로 만들어서 효과성이 떨어져요. 그리고 임상적 유효성이 밝혀진 게 없어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번 MWC에 가보니 저희처럼 고령자가 사용하기 쉽도록 UI나 UX를 적용하고 알아서 난이도나 훈련 내용이 조절되는 디지털 치료기기는 없었어요. 의사가 직접 디지털 치료기기를 개발한다는 점에서 큰 점수를 받는 것 같아요. 해외에는 그런 사례가 거의 없어요. 그래서 저희에게 함께 논의해 보자는 업체도 많았어요.
- 해외 시장 진출 전략은 어떤 방향으로 추진 중인가요?
물론 저희가 한국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미국이나 유럽 전역을 겨냥해서도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선 독일 시장 진출과 더불어 보험급여 영구등재를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어요. 독일은 독특하게 ‘디가’(DiGA)라는 디지털 치료기기만의 보험급여 체계를 구축하고 있어요. 2019년부터는 계속 급여를 주면서 시장이 확대되는 양상이에요. 저희가 빨리 들어가 매출을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가에서 급여로 지정했을 때 시장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를 예측하는 모델로 삼을 수도 있어요. 저희는 독일에서의 경험이 한국에 새로운 에코시스템이 만들어질 때 핵심 경쟁력으로 작용할 거로 생각해요. 우리가 유통망을 구축해 볼 수도 있고 향후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변수에 대한 대응력도 늘어날 것이라 기대합니다. 독일 지사를 맨 처음 만든 것도 그 이유에요.
- 우리 사회의 치매 인식 수준은 어떻게 보시나요?
우리나라에서는 치매라는 단어가 자꾸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줘서 오히려 검사와 치료 시기를 늦추거나 사회 활동을 막는 등 폐쇄형으로 관리하는 원인이 돼요. 특히 고위험군의 경우 계속 검사와 추적 관찰을 하고 꾸준히 관리하면 치매 단계까지 안 갈 수도 있다는 적극적이고 개방적 자세가 필요해요. 또 '치매'와 '노인'을 같은 선상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많아요. 고령자라고 해서 무조건 치매에 걸리는 게 아니라 나이가 들면서 주의 집중력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어요. 무엇보다도 치매 인식 개선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알츠하이머병에 대해 다룬 일라이 릴리(Eli Lilly)의 동영상 광고<클릭>를 봤는데 마지막 부분에 ‘You are still you’라는 문구가 나와 감동을 한 적이 있어요. ‘넌 아직 너야. 너를 잊지 마’라고 강조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많은 사람을 편안하게 해줄 수 있어요.
- 고통받는 치매 환자 가족들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는 뭐라고 보시나요?
치매에 대한 인식 전환이 가장 시급합니다. 치매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사회가 함께 관리하는 질환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어요. 그다음으로는 분리. 환자와 나를 분리하는 인식이 필요해요. 내가 환자하고 감정적으로 완전하게 동화되는 것이 아니라 환자와 돌봄 당사자인 나 자신을 분리해야 보살핌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물리적으로도 분리가 가능하게 해주는 여러 가지 제도가 필요해요. 환자 가족들이 느끼는 죄책감이나 괴로움 등 감정들이 유지되고 있어요. 이 감정을 단절시켜서 이들의 삶을 유지해 주고 환자도 그들의 삶을 유지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형 치매 마을 같은 모델을 도입하면 인식도 전환되고 단절도 가능할 것 같아요.
- 우리나라 치매 정책에 대해 조언하자면?
숫자나 성과 위주의 치매 정책이 아니라 고품질 치매 정책으로 중심이 옮겨졌으면 좋겠어요. 치매안심센터를 지역 단위의 ‘치매 주치의’ 제도와 연동시켜서 실제 지방에 계신 의사 선생님께서 주치의로서 치매를 관리하고 같이 운영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게 좋을 거로 생각합니다. 지방에는 인지중재 치료와 같은 전문 의료 서비스를 해줄 치매 전문의가 많지 않거니와 설령 계시더라도 제공할 콘텐츠가 마땅히 없을 정도로 열악한 환경이에요. 그래서 환자들이 치료를 받기 위해서 서울이나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몰리는 거구요. 저희가 디지털 검사나 치료기기 사업을 하는 사명도 이 지점에서 생기는 것 같아요. 향후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나 약이 개발된다면 지역 단위의 치매 주치의가 조금 더 환자를 적극적으로 볼 수 있을 거로 봅니다. 이 부분에서 국가가 도움을 줬으면 좋겠어요.
- 이모코그의 꿈과 올해 계획은?
저희는 치매처럼 당장 치료 약이 없는 질환에 있어서 디지털 치료기기나 디지털 제약사처럼 디지털 기술을 적용해 환자를 돌보는 회사가 되고 싶습니다. 올해 계획은 독일과 한국에서 치매 디지털 치료제 1호 처방을 하는 것과 고령자 10만 명을 대상으로 3년간 추적 관찰하는 인지 관리 서비스를 해보는 것이에요.
- 마지막으로 <디멘시아뉴스>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치매 전문 매체라면 치매로 고통받는 사람들과 직접 소통이 활발하게 이뤄져야 할 거로 생각합니다. 앞으로 다양한 열독자들과 함께 깊이 소통하는 언론사가 되길 당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