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치매
-우리가 직면한 이 질병에 관한 최신 과학-
저자: 캐슬린 테일러
옮긴이: 강병철
출판사: 김영사
정가: 15,800원
■ 목차
1장 치매라는 문제
2장 치매의 원인은 무엇인가?
3장 아밀로이드를 넘어서
4장 위험인자
5장 진단 및 치료
6장 치매의 미래
참고문헌
더 읽을거리
유용한 단체 및 웹사이트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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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치매에 관한 의학적 성취와 영원히 떼려야 뗄 수 없는 알로이시우스 알츠하이머는 독일의 신경과학자이자 의사다. 그는 동료이자 가장 친한 친구인 프란츠 니슬이 개발한 세포 염색 기법을 이용해 치매 여성인 아우구스테 데터의 뇌에서 비정상적 소견들을 밝혀냈다. 아우구스테 D.로 알려진 그녀는 1901년 입원해 5년 뒤 50대의 나이로 사망할 때까지 알츠하이머의 보살핌을 받았다. 증상은 기억상실, 혼란, 지남력 저하, 섬망 등이었다. 사후 연구를 통해 알츠하이머가 밝혀낸 비정상적 소견들은 비슷한 연령의 건강한 뇌에 비해 치매 환자의 뇌에서 훨씬 흔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_10쪽
대부분의 치매 증례는 원인을 단 한 가지 유전자 돌연변이로 추적해낼 수 없으며, 설사 그럴 수 있다고해도 그 돌연변이가 일으킨 효과는 놀랄 정도로 복잡하다. 성장과 영양과 생존, 단백질 형성과 운반과 노폐물 처리, 신경세포 시냅스의 기능과 화학적 신호의 전달 등 다양한 세포 안팎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과정을 조절하는 수많은 생화학적 경로에 관여하기 때문이다. 알츠하이머병에 관련된 주요 분자들이 이런 경로 중 한두 가지와 상호작용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면 지금쯤 우리는 좋은 치료 방법을 알고 있을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그런 분자들은 모든 경로와 작용을 주고받는 것 같다. 바로 이것이 ‘아직까지도’ 치매를 완치하지 못하는 이유다. 치매란 실로 어려운 문제다. _33-34쪽
오늘날의 과학자들은 아밀로이드-베타 중에서도 더 작고 수용성인 저중합체가 가장 독성이 강하다고 생각한다. 연구에 따르면 저중합체는 시냅스를 손상시켜 학습에 필요한 가소성을 저하시키고, 중요한 단백질들의 수치를 변화시키며, 심지어 공극을 만들어 세포막에 구멍을 뚫는 것 같다. 세포 안팎의 화학적 농도차를 유지하려면 명확한 경계를 이루는 세포막의 기능이 매우 중요하므로, 이런 변화는 치명적이다. _68쪽
치매의 과학은 알로이스 알츠하이머와 동료들이 특정한 세포 염색기법을 이용해 치매 환자의 뇌에서 아밀로이드 판이라는 특정 대상을 관찰했다는 사실을 기반으로 형성되었다. 추론 과정은 단순하다. 건강한 뇌와 건강하지 않은 뇌 사이에 눈에 보이는 차이가 있으니, 그것이 질병의 원인과 관련이 있을 것 아닌가? 당연히 이런 질문이 이어졌다. 그렇다면 그 판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나오자 자연스럽게 아밀로이드 가설로 이어졌고, 다시 발병 과정을 밝히려는 학문적 시도(예컨대 동물에게 아밀로이드-베타를 주입한 후 그 결과를 관찰하는 등), 판을 감소시키려는 임상적 시도(치매를 완치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 속에서), 판을 더 잘 검출하려는 기술적 발전(PET 영상 등)으로 이어진 것이다. 비판자들은 이 추론 과정에 잠재적 허점이 있었다고 지적한다. _84쪽
미세아교세포를 비롯한 식세포들은 평소에 비활성 상태로 조용히 지낸다. 하지만 일단 활성화되면 어떤 사이토카인을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염증을 촉진하거나 감소시킨다. 건강한 뇌에서 미세아교세포는 상황에 따라 적절히 반응한다. 하지만 미세아교세포도 노화하며, 노화된 뇌에서는 너무 많은 일을 한 나머지 일종의 세포 번아웃 상태를 경험하는 것 같다. 보다 쉽게, 더 오랫동안 활성화되며, 항염증성 사이토카인보다 염증 유발 사이토카인을 방출할 가능성이 더 높아지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뇌의 면역 환경은 뇌를 손상시키는 사이토카인이 더 많아지고, 염증이 더 쉽게 일어나며, 미세아교세포가 시냅스와 뇌세포를 먹어 치우기 쉬운 쪽으로 변해간다. _106-107쪽
하지만 위험인자의 과학을 대중에게 전달할 때는 확실성이라는 유혹보다 더 크고 미묘한 인지적 함정이 있다. 완벽함이라는 신화다. 대중매체 기사는 완벽한 생활습관이란 것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암시를 준다. 존재의 모든 측면을 적절히 조절한다면 평생 신체와 정신의 완벽한 건강을 누리고 살 것처럼 묘사한다. 이런 생각은 필연적으로 한 가지 결론을 이끌어낸다. 건강이 나빠진다면 그 개인의 책임이란 것이다. 의도적으로 죄를 지었든, 전문적 조언에 제대로 따르지 못했든, 건강을 완벽하게 관리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든, 건강을 잃었다면 그것은 모두 개인의 잘못 때문이다. 광고도 똑같은 개념을 전달한다. 더 쉽게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방법이 있다고 유혹할 뿐이다. 자기네 제품을 살 돈만 있다면 말이다. _119-120쪽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유전자가 고정되어 있다 해도, 그 유전자를 어떤 방식으로 이용할지는 호르몬, 섭취하는 음식 속에 들어 있는 화학물질, 이웃 세포에서 보내오는 신호 등 세포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무엇을 먹고 마시는지, 운동을 얼마나 하는지, 심지어 상황을 어떤 태도로 받아들이는지에 따라 우리 몸과 뇌가 영구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유전적’이라는 말은 ‘돌에 새겨 있다’는 뜻이 아니다. _123-124쪽
치매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단순히 진단 기준을 충족하는지 따지는 데서 점차 진행하는 증상들의 스펙트럼으로 보게 된 것이다. 예컨대 현행 DSM-5에서는 중증 치매 및 기억상실을 주요 ‘신경인지장애(neurocognitive disorder, NCD)’로, 경도인지장애를 경도 NCD로 정의한다. 인지장애에도 뚜렷이 정의하기 어려운 회색지대들이 있으며, 따라서 초기 치매는 진단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한 데 따른 조치다. 사회인지손상(social cognitive deficit)의 역할을 강조하는 병명이기도 하다. 또한 일상생활을 크게 방해할 정도로 심한 기능저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_164쪽
고령자에게 약물을 처방할 때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고령자는 여러 가지 의학적 문제를 지닌 경우가 많으므로 새로운 약물을 투여하면 기존에 쓰고 있던 약물과 예상치 못한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며, 노화된 몸과 뇌가 젊은 사람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반응할 수도 있다. 물론 시판되는 모든 약물은 자원자 대상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을 검증하지만, 특별히 노년층을 겨냥한 약이 아니라면 임상시험 자원자는 대부분 젊고 건강한 성인이다. 아직까지 노화가 다른 문제로 인해 처방된 약물에 대한 신체 반응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여러 가지 약물을 사용하거나, 인지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약물을 사용한다면 말할 것도 없다. _178-179쪽
연구 측면에서 치매의 미래는 희망차다. 과학자들은 신경변성이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는데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도구를 손에 쥐고 있다. 아밀로이드와 타우 등 주요 단백질을 검출하고, 더 세밀한 뇌 영상을 획득하고, 그 연결성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주는 첨단 신경영상 기법들이 개발되고 있다. 데이터는 날로 풍부해져 보다 신뢰성 있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줄기세포 기술과 유전학의 발달로 개인 맞춤형 의료가 실현되리라는 희망이 대두되는 한편, 후성유전학, RNA, 번역 후 처리 과정에 대한 연구를 통해 유전-환경 상호작용의 복잡성이 밝혀지고 있다. 면역과 인슐린, 미토콘드리아와 미세아교세포, 혈액-뇌 장벽 등에 대한 연구에서는 뇌뿐 아니라 신체 변화가 신경변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밝혀지고 있다. 치매의 과학은 놀랄 정도로 복잡하고 어렵지만, 적어도 이제 우리는 그 복잡성을 확실히 인식한다. _190-191쪽
■출판사 서평
치매에 관하여 우리는 어디까지 알고 있는가?
국내 치매 인구 100만 명 시대,
유형부터 진단과 치료, 예방, 돌봄, 앞으로의 돌파구까지
치매에 관해 우리가 알아야 할 핵심 지식
수명이 길어질수록 치매와 같은 뇌의 질병으로 고통받는 노후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인생의 종점에 이를 때까지 꾸준히 진행되는 증상들은 숱한 어려움을 낳고, 많은 환자들과 가족, 그들을 돌보는이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중앙치매센터의 추산에 따르면 2023년 국내 치매 인구는 90만 명을 넘었고 65세 이상 인구의 치매 유병률은 10.51퍼센트로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치매 인구가 1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간으로서의 존엄마저 손상시키는 것 같은 증상들 탓에, 2014년 중앙치매센터에서 실시한 조사에서 우리나라의 60대는 압도적인 비율(43%)로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으로 치매를 꼽았다. 치매는 전 세계를 통틀어 다섯 번째로 흔한 사망 원인이기도 하다. 때문에 이를 이해하고, 예방하고, 치료하는 것은 국제적으로 긴급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치매국가책임제’와 건강보험보장 범위를 둘러싼 논쟁, 환자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강화할 수 있는 ‘치매’ 용어를 ‘인지증’ ‘뇌인지저하증’ ‘인지이상증’ ‘신경인지장애’ 등으로 바꾸자는 논의(관련 법안도 여럿 제출된 상태다)도 이어지는 등, 치매는 우리 사회의 뜨거운 이슈이기도 하다. 치매에 관한 기초적인 사실들을 알아야 할 필요는 절실해지고 있다.
치매란 무엇인가? 치매 연구는 어디까지 왔는가?
신경과학 분야에서의 최근 연구는 치매와 싸우는 환자, 간병인, 의료인들을 도울 방법을 찾는 일에 점점 가까이 다가가고는 있으나, 여전히 효과적인 치료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왜 이리도 발전이 느린 걸까? 어떻게 해야 이 질병에 걸릴 위험을 낮출 수 있을까? 이 책에서 영국의 신경과학자이자 저술가인 캐슬린 테일러 박사는 독일의 알로이스 알츠하이머가 기록한 환자 ‘아우구스테 D.’의 증례 기록부터 오늘날의 연구까지, 치매와 뇌의 노화에 관한 과학 전반을 소개한다. 그림과 도표를 곁들여 연구결과를 명확히 설명하면서 그동안 치매 연구의 방향을 결정해온 개념들, 그리고 새로운 방향에서 경쟁하는 아이디어를 모두 제시한다. 치매 발병의 가능성을 높이는 위험인자들과 치매에 굴복당할 가능성을 낮추는 방법도 보여준다. 현재의 치료법과 미래에 활용 가능한 방법들, 약물과 그 밖의 치료를 객관적으로 소개하고, 치매 환자를 위해 어떤 도움의 손길이 주어질 수 있는지, 치매를 안고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도 설명한다. 이 질병이 야기하는 인간적 슬픔도 그려내고, 치매가 사회에 지우는 부담 또한 빼놓지 않고 서술한다. 신약 홍보, 무분별한 낙관론은 없다. 기전이 복잡하고 치료가 어려운 질병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 그려내는 희망, 현실적이고 신중한 접근이 책에 대한 신뢰를 높여준다.
아밀로이드 가설과 그 너머
책은 다양한 치매 유형(혈관성 치매, 전측두엽 치매, 루이소체 치매 등)을 소개하되, 특히 알츠하이머병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현대의 치매 연구를 지배한 아밀로이드 가설과 그 밖의 접근법을 설명하는 2장과 3장은 다소 어렵지만 이 책에서 단연 돋보이는 부분으로, 다른 책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수준 높은 설명을 제공한다. 아밀로이드 가설이 무엇인지를 전달하는 2장에서는, 뇌에서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이것으로부터 어떻게 저중합체와 아밀로이드판이 만들어지고 이들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 등을 설명하고, 그 밖의 다양한 아밀로이드 단백질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3장에서는 아밀로이드 가설 외의 유망한 접근법도 설명하는데, 여기에는 최신 의학이라 할 신경면역학까지 포함된다. 뇌에 생긴 염증으로 인해 치매가 발생할 수 있다는 새로운 발견, 뇌의 면역계에서 미세아교세포의 역할 등에 관한 놀라운 사실들, 이 분야 연구에서 기대되는 돌파구 등도 보여준다.
최신 지식을 포괄적으로 담은 치매 개론서
‘중요한 첨단 과학 주제에 대한 기본적이면서도 깊은 핵심 지식’을 표방하고 김영사에서 출간하고 있는 <딥앤베이직(Deep&Basic)> 시리즈의 8번째 책으로 출간된 <치매>는 영국 옥스퍼드대학출판부(OUP)의 대표적인 시리즈인 VSI(Very Short Introduction) 시리즈의 <Dementia>(2020)를 번역한 것으로, 치매에 관한 최신 연구를 아우르며 지금까지 밝혀진 과학적 사실을 간결하면서도 포괄적으로 소개한다. 치매 환자와 가족의 에세이나 치매 예방법을 담은 건강서에 편중된 기존 출판 시장에서, 치매의 과학을 콤팩트한 분량에 정리한 이 책이 치매에 관한 최신 지식을 구하는 독자들에게 유용한 개론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출처: 교보문고>
■ 저자 소개
저자: 캐슬린 테일러
Kathleen Taylor
옥스퍼드 대학교의 생리・해부・유전학과 방문 연구원.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생리학과 철학을 공부했고, 스털링 대학교에서 신경약리학 연구로 심리학 석사학위를,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계산신경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박사후 과정에서 신경면역학과 인지신경과학 연구를 했다. 의식에서 잔인성까지, 난독증에서 치매까지, 뇌 연구와 심리학의 다양한 주제를 연구하며 글을 쓰고 있다. 〈가디언〉 〈타임스하이어에듀케이션서플먼트〉 등 다양한 매체에 기고했고, 심리 조작에 관한 책인 《브레인 워싱 (Brainwashing)》을 비롯하여 《잔인함에 관하여(Cruelty)》 《뇌 우위(The Brain Supremacy)》 《손상되기 쉬운 뇌(The Fragile Brain)》 등을 썼다.
옮긴이: 강병철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소아과 전문의가 되었다. 현재 캐나다 밴쿠버에서 번역가이자 출판인으로 살고 있으며, 도서출판 꿈꿀자유ㆍ서울의학서적의 대표를 맡고 있다. 《툭하면 아픈아이, 흔들리지 않고 키우기》 《이토록 불편한 바이러스》 《성소수자》(공저) 등을 썼고,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한국출판문화상 번역 부문 수상)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롯데출판문화대상 번역 부문수상)를 비롯해 《암 치료의 혁신, 면역항암제가 온다》 《치명적 동반자, 미생물》 《면역》 《뉴로트라이브》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