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풀리자 치매 어르신 실종 사고 잇따라 … 자칫 큰 사고로 이어져
날씨 풀리자 치매 어르신 실종 사고 잇따라 … 자칫 큰 사고로 이어져
  • 강성기 기자
  • 승인 2023.04.21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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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자‧지역주민 각별한 관심 요구 … 경찰서에 지문 사전등록 해놔야

경도인지장애환자 급증 … 매년10~15%가량 알츠하이머 치매로 진행
요양병원에서 무단이탈한 치매 할아버지를 전남화순경찰서 도곡파출소와 능주파출소 직원들이 주변 하수구 및 야산 일대를 수색하여 갈대밭 웅덩이에 쓰러져있는 할아버지를 발견 해서 구조하고 있다.
요양병원에서 무단이탈한 치매 할아버지를 전남화순경찰서 도곡파출소와 능주파출소 직원들이 주변 하수구 및 야산 일대를 수색하여 갈대밭 웅덩이에 쓰러져있는 할아버지를 발견 해서 구조하고 있다.

날씨가 풀려 바깥 활동이 늘면서 치매 환자 등 취약층 안전에 주의가 요구된다. 봄철 야외 활동에 나선 치매 어르신이 길을 잃거나 숨진 채 발견되는 안타까운 사고가 이어지면서 봄철 치매 어르신 실종예방을 위한 보호자와 지역주민의 각별한 관심이 요구되고 있다. 

치매 어르신은 실종시 지리감이 없어 인적이 드문 산이나 저수지 주변을 배회하는 경우가 많고 치매 특성상 동선 파악이 어려워 수색에 많은 인원이 동원될 뿐만 아니라,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21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 관심질병 통계에 따르면 치매 어르신은 2017년 약 46만 명에서 2021년에는 60만 명으로 최근 5년 간 약 30% 증가했다. 같은 기간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2017년 약 18만 명에서 2021년 30만 명으로 67% 급증했다.

정상인이 뇌의 인지 기능에 문제가 생겨 치매를 앓는 경우는 1~2% 정도다. 경도인지장애 환자 중 10~15%는 해마다 알츠하이머 치매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이 이상 징후에 각별히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치매는 후천적으로 기억, 언어, 판단력 등의 여러 영역의 인지 기능이 감소하여 일상생활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임상 증후군을 의미한다. 알츠하이머병이라 불리는 노인성 치매, 뇌졸중 등으로 인해 생기는 혈관성 치매, 이 밖에 다양한 원인에 의한 치매가 있다.

치매의 종류는 100가지가 넘는다. 알츠하이머는 치매를 일으키는 병 중 일반인에게 가장 흔히 알려진 병이며 전체 치매 사례의 70%를 차지한다. 주요 위험 요인은 노화이며 유전, 다운증후군, 머리 부상, 우울증도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한다. 

혈관성 치매는 뇌졸중, 즉 뇌경색과 뇌출혈에 의해 뇌가 손상되어 발생하는 치매이다. 증상은 일반적으로 주의력 저하로 시작한 뒤, 알츠하이머와 비슷하게 진행된다. 원인은 당뇨와 고혈압을 비롯해서 뇌를 비롯한 심혈관계 질환의 유전, 잘못된 식습관, 운동 부족, 스트레스, 흡연, 과도한 음주 등을 꼽는다. 

루이소체 치매는 뇌 속에 알파시누클레인 단백질이 쌓여서 생기는 치매로 이들 세종류가 치매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경도인지장애는 건망증과 알츠하이머 치매의 중간 단계다. 일상생활이 가능해 주변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인은 건망증과 경도인지장애, 치매를 구분하긴 어려워 경도인지장애나 치매가 의심된다면 병원을 방문해 검사 후 진단을 받아야 한다. 만 60세 이상이면 각 지역 보건소 치매안심센터에서 치매 선별검사를 무료로 받아볼 수 있다. 경도인지장애가 있더라도 조기에 치료를 잘 받으면 이 중 25~30%는 인지 기능이 정상으로 회복될 수도 있다.

지난 12일에는 마을을 산책하다 실종된 80대 치매 어르신이 하루 밤새 무사히 구조됐다. 화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후 2시 40분께 인천에 사는 A(84)씨 며느리로부터 “전남 화순에 사는 A씨가 아침에 산책을 나갔는데 지금껏 귀가하지 않는다”며 신고 전화가 접수됐다.

화순경찰은 실종전담팀을 편성하고 현장 인근 CCTV를 분석해 이동 동선을 확인한 후 최종 목격 지점 인근을 집중 수색했으나 그날 밤 11시까지 A씨를 찾는 데 실패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수색을 재개한 끝에 오전 11시 50분께 최종 목격지에서 3㎞가량 떨어진 야산 골짜기에 쓰러져 있는 A씨를 발견, 구조에 성공했다.

충남 서산 고북면에서 치매를 앓는 80대 노인 B씨가 실종됐으나 경찰의 빠른 수사와 수색으로 실종 20여 시간 만에 발견할 수 있었다. 서산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후 8시 42분경 알콜성 치매 증세가 있는 독거노인 B씨가 집에 돌아오지 않는다는 집주인의 실종신고가 접수됐다.

곧바로 수색에 나선 서산경찰은 이날 오후 1시 40분경 주거지 인근 수색 및 주변 CCTV 등을 확인했으나 B씨를 발견할 수 없었다. 실종 2일 차 경찰은 반경을 넓혀 수색하던 중 B씨 주거지에서 직선거리로 500m 떨어진 비닐하우스 옆 밭에서 신발도 신지 않고 강풍과 추위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B씨를 발견했다.

목포경찰서는 지난 4일 신안군 자은면에서 민·관 합동 수색으로 아침에 사라진 치매 어르신 C씨(82·여)가 집을 나선 지 8시간 만에 발견, 무사히 가족들에게 인계했다.

밀양경찰서는 수색 11시간 만인 4일 오전 6시 30분께 집에서 15㎞가량 떨어진 곳에서 치매 어르신 D씨(70대·여) 발견하고 인근 병원으로 후송해서 건강 상태를 확인한 후 무사히 가족 품으로 돌려보냈다.

지난달 24일 부산 강서구에서는 쑥을 캐러 간 치매 어르신 E(80대·여)씨가 한 야산 절벽 아래서 숨진 채 발견됐다. E씨는 발견 나흘 전인 20일 오전 쑥을 캐러 갔다가 실종됐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구조견을 동원해 수차례 합동 수색을 벌인 끝에 E씨를 발견했지만 이미 숨진 이후였다.

전남경찰청은 “보호자가 가까운 경찰관서에 치매 어르신과 함께 방문하여 지문 사전등록을 해두고 보건소에서 무료로 배부하는 치매 인식표를 옷에 부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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