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영양제, 일반인에겐 효과 '글쎄'…치매 예방 근거 '無'
뇌 영양제, 일반인에겐 효과 '글쎄'…치매 예방 근거 '無'
  • 강성기 기자
  • 승인 2023.04.05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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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뇌졸중 발생 위험 높여…“무분별한 처방·과복용 줄여야”

치매 환자에게 특화된 의약품…외국선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
사진 왼쪽 위에서 부터 시계방향으로 종근당 글리아티린 연질캡슐, 대원제약 알포콜린 연질캡술, 종근당 글리아티린 주, 대웅제약 글리아스타 연질캡슐.
사진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종근당 글리아티린 연질캡슐, 대원제약 알포콜린 연질캡술, 종근당 글리아티린 주, 대웅제약 글리아스타 연질캡슐.

우리나라 국민은 자신들의 건강 관리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질병관리청이 지난해 국민을 대상으로 식이보충제 복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 국민 10명 가운데 4명 이상이 종합비타민, 프로바이오틱스 등 식이보충제를 복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이보충제는 일상 식사에서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하거나 건강을 위해 복용하는 제품으로, 비타민, 무기질 및 기능성 원료를 함유한 정제, 캡슐 분말, 과립, 액상, 환 형태 등으로 출시되고 있다. 

식이보충제 복용률은 지난 2018년 32.1%에서 2019년 41.5%, 2020년 44.9%로, 3년 사이 12.8%p 늘었으며 같은 기간 여성이 45.7%로 남성(37.5%)보다 식이보충제를 많이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인체의 가장 중요한 부위인 뇌 건강에 관한 관심도 남다르다. 치매치료제로 쓰이고 있는 콜린알포세레이트가 뇌 영양제로 호도되면서 건강보험료 청구 순위에서 단일 품목으로 항암제에 이어 2등을 차지할 만큼 많은 사람이 애용하고 있다. 

콜린알포세레이트는 치매 초기나 치매 환자에게만 효과가 있지 치매가 없는 사람에게는 효과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서울 소재 의대에 근무하는 한 교수는 “의료계 일선에서 무분별한 콜린알포세레이트 처방을 줄여야 한다”면서 “이 제품은 뇌를 건강하게 해주는 영양제가 아니고 치매 환자에게 특화된 의약품이다”고 경고했다.

더구나 콜린알포세레이트가 뇌졸중 발생 위험을 크게 높인다는 국내 연구팀의 연구 결과가 나와 충격을 안겨줬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상민·이경실 교수팀이 2021년 50세 이상 성인 1,200만8,977명을 대상으로 10년간 콜린알포세레이트 복용 여부 및 복용 기간 등을 추적 관찰한 결과, 복용하지 않은 사람보다 뇌졸중 발생 위험이 43%, 뇌경색은 34%, 뇌출혈은 37%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어 2021년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의 처방액이 5,000억 원에 달했다. 
 
콜린알포세레이트가 우리나라에서 치매 예방 전문의약품처럼 쓰이는 것과는 달리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건강기능식품 정도로 분류되고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는 치매 예방은 커녕 뇌기능 개선효능도 제대로 입증되지 않았다”면서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이 제품 판매사가 ‘인지능력 개선효과’ 등의 문구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단속까지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뇌 영양제는 근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대형 포털사이트 등을 통해 치매 예방 또는 인지기능, 기억력 개선에 효과적이라며 활발하게 유통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 관계자는 “무엇보다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금주, 금연 등 생활 개선이나 사회생활 확대, 운동 등을 통한 치매 예방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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