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향학적 특징으로 치매 전조인 인지장애 징후 포착"
"음향학적 특징으로 치매 전조인 인지장애 징후 포착"
  • 조재민 기자
  • 승인 2023.03.21 1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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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건국대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신정은 교수
이비인후-두경부외과 신정은 교수.

"1분 미만의 목소리로 음성의 음향학적 특징을 분석해 치매의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징후를 포착하고 진행 정도를 예측합니다. 정확도는 80% 이상으로 평가합니다."

최근 2세대 항체치료제인 바이오젠&에자이의 레켐비가 FDA 가속 승인을 받은 가운데 치매 치료의 시기를 앞당기는 다양한 시도가 의료현장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레켐비가 경도인지장애를 타깃으로 한 만큼 주관적인지저하와 경도인지장애의 조기진단을 통한 치료의 시기 조율이 중요해지는 추세다. 

쉽게 말해 빠른 진단으로 치매를 사전에 관리하고, 레켐비 등 치료제 사용 시기를 포착하는 데 치매 치료의 주안점이 변화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물론 혈액 검사를 활용한 베타 아밀로이드 검출이 차세대 바이오마커로 주목받지만, 기타 바이오마커가 사장되는 건 아니다. 소위 말해 치매 조기진단에 효과가 좋으면 장땡이라는 이야기다. 

이에 건국대병원의 교수창업을 통해 탄생한 '보이노시스'의 음향 인식 치매 조기진단의 가능성도 주목된다. 음향 인식을 인공지능과 결합해 경도인지장애를 넘어 주관적인지저하 징후까지 포착을 예고하면서 상용화의 기대감을 한껏 높이고 있다. 

물론 음성을 활용한 치매 조기진단이 처음 선보인 기술은 아니다. 하지만 이전 기술이 진단 대상자의 단어 선택과 어휘에 주목했다면, 해당 기술은 진일보한 음향학적 특징 포착에 착안했다. 음향의 미세한 변화가 주관적인지저하나 경도인지장애를 넘어 치매를 포착할 많은 단서를 제시한다는 것이다. 

해당 기술을 활용해 건국대병원 이비인후과-두경부외과 신정은 교수팀은 IEEE(International Conference on Acoustics, Speech and Signal Processing)학회가 개최한 세계 알츠하이머 인공지능 판별 세계대회에서 우승을 거두며, 상용화에 한 발짝 다가섰다. 

디멘시아뉴스는 보이노시스 창업을 통해 CEO의 길로 들어선 건국대병원 이비인후과-두경부외과 신정은 교수를 만나 음향학적 특징을 활용한 치매 조기진단의 가능성과 미래에 대해 들었다. 

◆보이노시스가 개발 중인 치매진단 인공지능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보이노시스에서 개발 중인 인공지능 프로그램은 1분 미만의 목소리로 음성의 음향학적 특징을 분석해 치매 전 단계인 인지장애 여부와 정도를 80% 이상의 정확도를 가지고 예측할 수 있다.

이비인후과에서도 이(耳)과 세부 전공으로 22년간 난청 환자를 진료했다. 난청 환자의 경과를 보면서 임종 직전 대부분 치매를 앓고 돌아가시는 경우를 상당수 목격했다. 환자의 목소리 변화를 추적한 결과, 인지장애를 앓을 때 목소리가 일반 난청과 다르다는 점을 포착해 이를 기술화하는 과정을 시작했다.  

과거 치매 진단을 위해서는 사용 단어 등에 집중했지만, 교육수준이나 기타 요인에 의해 결과가 좌우될 수 있다. 반면 음향학적인 변화에 초점을 맞추면 더욱 세밀한 관찰이 가능하다. 기본적으로 음성은 감정조절 중추와 연관됐다. 입술의 조작 등에서도 증상을 관찰한다.  

쉽게 말하면 음향학적 특징으로 주관적인지저하를 찾아 치매예방 시스템을 연계하는 형식이다. 소리로 뇌를 자극해서 치매 징후를 포착한다면 해당 부분과 연관된 부위의 치료적 개입도 기대하고 있다. 

일부 환자에서 중추성 청각인지장애로 평소 생활은 문제없지만, 다수 사람과 대화에서 급격한 언어 인식이 격차를 보이는 경우가 있다. 환자의 불편감, 소리 순응도, 일상생활의 음성 등은 다양한 건강 정보를 담고 있어 데이터화해 분석한다.  

◆음성, 음향학적 특징을 활용해 치매를 진단한다는 개념이 생소하다. 원리를 설명한다면?

우리의 뇌는 스스로 발성하는 음성을 듣고 발음을 교정한다. 다음 단계에서 어떤 말을 할지 판단해 음성을 매개로 언어로 표현한다. 

우리가 소리를 듣고 교뇌, 중뇌, 측두엽, 전전두엽에서 상대방의 언어를 해석하고 언어중추에서 사고(전두엽)를 거쳐 상대방의 의도를 이해(전두엽+감정조절 중추)하고 그것이 다시 상대방이 이해하는 언어(전전두엽, 전두엽)로 전환돼 발성으로 언어를 전달한다. 음성은 가장 넓은 범위의 뇌를 동시다발적으로 사용하는 행위다. 

소리를 듣고 교뇌, 중뇌, 측두엽, 전전두엽에서 상대방의 언어를 해석하고 언어중추에서 사고(전두엽)을 거쳐 상대방의 의도를 이해(전두엽+감정조절 중추)한다. 그것이 다시 상대방이 이해하는 언어(전전두엽, 전두엽)로 전환돼 발성으로 언어를 전달한다. 복잡한 과정을 거친 음성은 뇌의 가장 넓은 범위를 사용하는 동시다발적 행위다. 

결국 듣고 말하고 생각하고 다시 말하는 과정이 뇌 기능의 전반적 상태를 가장 정확하고 예민하게 반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비인후과 전문의로서 진료 과정에서 환자의 음성 변화를 직접 확인하고, 뇌 기능의 퇴화를 가장 가깝게 지켜보면서 일정한 패턴을 확인했다. 

해당 패턴을 인공지능에 학습시켜 현재는 난청의 경우 90%에 가까운 진단 정확도를 보이며 인지장애의 경우 약 87%의 정확도를 도출했다.

이번에 제작된 인공지능 모델의 고도화를 거쳐 상용화 성공 시 수천, 수만 명의 목소리 분석을 통해 난청 단계에서 인지 관리가 가능하다.  

쉽고 안전하게 일상에서 우리의 뇌 기능을 확인하는 방법을 연구해 환자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되기 위해 보이노시스라는 벤처회사를 창업했다. 보이노시스의 기술이 치매 없는 사회에 이바지하길 바란다. 

신정은 교수와 알츠하이머 판별대회에 참가한 연구팀.
신정은 교수와 알츠하이머 판별대회에 참가한 연구팀.

◆챗GPT 이후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커졌다. 치매 진단에서 인공지능의 가능성은?

마취제의 최초 개발과 방사선의 발견으로 CT, MRI, 방사선 치료 등이 탄생하며 의료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도래했다. 이번 인공지능의 변혁은 이 같은 패러다임 변화와 유사한 형태로 발전될 걸로 본다. 

4차 산업혁명과 더불어 의학과 인공지능이 결합해 우리는 질병을 치료하고 예방하는 차원을 넘어 질병을 예측하는 시대에 도달한 것이다. 다만 의사를 대체하는 수준은 불가할 것으로 본다. 의사의 진료행위를 보조하는 기술로 패러다임의 변화가 예상된다. 

◆향후 개발한 인공지능의 사업화 확대 계획 등이 있다면?

일단 B to B (Business to Business), B to C (Business to Consumer), B to G (Business to Government) 등 모든 경로를 이용한 상용화를 계획 및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보험사와 협업해 보험상품에 초기 단계에서 '음성으로 알아보는 나의 세포 나이'라는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또 올해나 내년 초에는 '헬스케어 서비스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으로 정식 허가를 얻고 병원에 배포할 계획이다. 

인지장애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경우 현재 모든 병원에서 실시하는 K-MMSE (인지장애 설문지)를 대체하는 것이 목표다.

"모든 국민들의 스마트폰에 '보이스 헬스'(가칭)의 음성 기반 질환 예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싶다. 이를 토대로 여러 질환을 예측해 양질의 치료와 인지 재활 등의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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