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운전자 교통사고 급증…운전조작 미숙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급증…운전조작 미숙
  • 강성기 기자
  • 승인 2023.03.17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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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액셀 혼동 ‘쾅’…젊은 운전자보다 치사율 높아

택시사고 80% 이상 고령 운전자… 자격유지검사 강화해야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일인 지난 8일 전북 순창군 구림농협 주차장에서 화물트럭이 조합장선거 참여를 위해 대기 중인 인파를 들이받아 4명이 사망하고 16명이 중경상을 입은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74세 고령 운전자가 제동장치와 가속페달을 오인한 운전조작미숙으로 돌이킬 수 없는 사고를 낸 것이다. 

도로교통공단 연구결과, 고령자 운전미숙으로 인한 사망자는 젊은층에 비해 2배 이상 많았다. 최근 5년간 운전미숙으로 인한 사망자수는 20대부터 40대 운전자가 평균 12% 수준이며, 65세 이상 고령운전자로 인한 사망자수는 약 30%에 달했다.

위험운전행동에 있어서도 고령운전자와 비고령자 간에 다소 차이가 있었다. 고령운전자들은 정지 상태에서 출발(급출발)하거나 급좌·우회전, 급유턴 등 조향장치 조작 시 95% 신뢰수준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비고령운전자에 비해 위험행동을 더 보였다.

고령운전자는 평균 속도와 과속 빈도가 그리 높지 않았으나 돌발 상황에 대한 대처능력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인천시 서구 공천동 한 도로에서는 80대 운전자가 몰던 45인승 회사 통근 버스가 굴착기를 들이받고 언덕 아래로 추락해 버스에 타고 있던 22명이 다쳐 인근 6개 병원에서 분산돼 치료를 받았다. 

지난해 3월에는 부산에서 80대 운전자가 몰던 SUV차량이 주민센터 벽면을 충격한 후, 후진하여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2명을 덮쳐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역주행 사고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지난 1월 대전통영고속도로 함양 분기점 인근에서 70대 운전자가 몰던 제네시스 차량이 역주행하여 마주 오던 5t트럭을 들이 받아 승용차 운전자가 숨지고 트럭운전자가 다쳤다.

공단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21년까지 10년간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65세 이상 고령운전자로 인한 사망자 비율이 13.3%에서 24.3%로 11.0%p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65세 이상 고령자 인구 비율 증가율 5.4%p와 비교할때 약 2배 이상 높은 수치이다.

고령자 인구가 늘면서 고령운전자 사고 역시 급증하고 있다.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최근 5년간 경찰청 교통사고 자료를 분석한 결과, 비고령 운전자 사고는 9.7% 감소한 반면 고령운전자 사고는 19.2% 증가했다. 

고령화 사회가 현실화되면서 오는 2025년에는 만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고령운전자의 특성을 고려한 안전대책이 시급히 요구된다. 

더구나 2025년에는 65세 이상 인구 중 약 47%인 498만명이 운전면허를 보유하고 2040년에는 76%인 1,316만명이 운전면허를 소지할 것으로 전망돼 고령운전자에 대한 우려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운수종사자 중 개인택시 운전자의 고령화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2021년 12월 부산, 71세 택시기사가 몰던 택시가 운전조작 부주의로 대형마트 5층 주차장에서 건물 외벽을 뚫고 추락하여 주행 중이던 차량 17대가 파손되고, 운전자 포함해 14명의 사상자(1명 사망, 13명 중경상)를 낸 끔찍한 사고가 일어났다. 

전체 운수종사자 중 65세 이상 고령운전자는 전체의 17.4%인 13만1,311명이며, 개인택시 운전자 중 65세 이상 고령운전자 비중은 39%인 6만4,063명으로 고령화율이 높다.

서울은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서울 택시 기사 중 60대 이상이 74%이며, 60대 이상 택시 기사 사고 비율은 80%를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고령의 택시 기사에 대한 자격유지검사 강화가 시급하다”면서 “검사항목을 늘리는 것도 사고를 예방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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