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치매 치료 저해 현실화, 포스트코로나 대비책 '절실'
코로나 치매 치료 저해 현실화, 포스트코로나 대비책 '절실'
  • 조재민 기자
  • 승인 2023.03.08 1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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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지연에 따른 유병률 감소와 항정신병 약물 추적 통해 규명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의 장기화가 치매 환자의 발굴과 적기 치료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우려가 결국 사실로 드러났다.

코로나 대유행이 치매 환자의 치료를 방해했다는 사실은 진단 지연에 따른 특정 기간의 치매 유병률 감소와 항정신병 약물 사용 증가를 토대로 한 빅데이터 연구에서 규명됐다.

향후 포스트코로나에 대비해 치매 환자의 치료 질을 보장하기 위한 개입전략이 필요하다는 각국 치매 전문가들의 주장이 더욱 힘을 얻을 전망이다.

최근 홍콩대학교 사회사업 및 사회행정학과 교수인 Hao Luo 박사는 "코로나 대유행 기간 치매환자에게 사용되는 항정신병 약물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사실로 증명됐다"고 밝혔다.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은 환자의 최소 25%에서 50%가량은 환각 및 망상 등과 같은 정신병을 경험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관련 증상이 심한 치매 환자를 항정신병 약물로 관리하는 데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는 비약물 치료 등이 어려워 항정신병 약물 투약이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 가설이 제기된 바 있다.

빅데이터 전문 연구로 주목받는 책임저자인 Hao Luo 박사는 다국적 네트워크 코호트 분석을 위해 6개 국가(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한국, 영국, 미국)의 8개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65세 이상의 개인의 전자 건강 기록 및 청구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를 기반으로 치매의 연간 및 월별 발생률과 항정신병 약물을 처방받은 치매 환자와 치매 유병률을 도출했다. Interrupted time series 분석을 통해 코로나 제한 조치 도입 전후의 처방률 변화를 정량화했다.

그 결과, 2016년 65세 이상 치매환자는 총 85만 7,238명(여성 58.0%)으로 확인됐지만, 팬데믹 초기인 2020년 4월, 5월, 6월의 3개월간 7개 데이터베이스에서 치매 발병률 감소가 관찰됐다. 미국 2개 데이터베이스 중 1개 데이터베이스에서는 가장 뚜렷한 감소가 보였다.

특히 참여한 모든 국가의 데이터베이스에서 치매 환자에 대한 항정신병 약물 처방률의 증가가 관찰됐다. 우려가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이 중 2019년과 2020년을 비교할 때 가장 두드러진 증가는 한국(강원대학교 데이터베이스)의 5월과 영국의 6월에서 발견됐다.

미국 메디케어 데이터베이스에서도 코로나 제한 조치 도입 후 항정신병 약물의 처방률이 즉각적으로 증가한 사실도 발견됐다. 6개 데이터베이스의 항정신병 약물 처방률은 2021년에도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또 프랑스, 이탈리아, 한국, 영국, 미국에서 항정신병 약물을 처방받은 총 치매 환자 수 감소가 발견됐다. 이는 치매환자의 발굴 지연으로 전체 유병률이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더불어 연구진은 코호트 연구 대상 6개국에서 코로나 팬데믹의 급성기가 종결된 이후에도 항정신병 약물의 사용이 이전 수준으로 감소하지 않았다는 일관된 증거도 발견했다.

결국 이 같은 증거가 팬데믹이 치매 환자의 치료에 지장을 줬으며, 치료의 질을 보장하기 위한 개입전략의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대유행 후기 단계에서도 관찰된 바와 같이 치매 진단의 증가로 치료 접근성은 개선됐지만, 대유행의 후유증을 완전히 떨쳐내진 못했다는 결론이다.

연구진은 치매환자를 위한 치료 질 개선 수단으로 ▲관련 정보의 공유 ▲커뮤니케이션 기술 ▲비약물적 개입 ▲치료 지원 프로그램 ▲약물 검토 장려 프로토콜 개발 등을 지목했다.

Hao Luo 박사는 "항정신병 약물 처방 감소 캠페인을 장려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며, 팬데믹 기간 항정신병 약물 처방률의 유사한 변화가 저소득 및 중간 소득 국가에서도 발생했는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2021년 국정감사에서는 요양병원에서의 항정신병 약물 처방에 관한 논란이 가열됐다.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노인에 대한 항정신병 약물 사용이 과도하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약물을 처방받은 환자 대부분이 치매 환자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항정신병 약물 처방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치매 환자에게 항정신병 약물 복용 시 고열, 근육 강직, 불규칙한 맥박이나 혈압 등의 심한 부작용이 나타날 우려가 있다.

<논문>
Luo H, Lau WCY, Chai Y, Torre CO, Howard R, Liu KY, Lin X, Yin C, Fortin S, Kern DM, Lee DY, Park RW, Jang JW, Chui CSL, Li J, Reich C, Man KKC, Wong ICK. Rates of Antipsychotic Drug Prescribing Among People Living With Dementia During the COVID-19 Pandemic. JAMA Psychiatry. 2023 Mar 1;80(3):211-219. doi: 10.1001/jamapsychiatry.2022.4448. PMID: 36696128; PMCID: PMC9878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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