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면 구긴 서울대병원, 치매 적정성 평가 개선 과제는?
체면 구긴 서울대병원, 치매 적정성 평가 개선 과제는?
  • 조재민 기자
  • 승인 2022.12.30 17:2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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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병원 운명 가른 혈액검사, 기계식 평가 완화 의견도
자료사진.

처음으로 실시된 치매 적정성 평가에서 우리나라 최고의 병원으로 불리는 빅5의 희비가 엇갈렸다. 당연히 모두 1등급을 받을 줄 알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모두 1등급을 받았으나 서울성모병원과 서울대병원이 각각 2등급과 3등급으로 자존심을 구기게 된 것이다. 

또 서울, 경기지역의 당연한 선전이 예상됐지만, 놀랍게도 1등급을 가장 많이 배출한 지역은 제주도로 선정됐다. 다만 평가기관의 수는 가장 적었다. 

최근 심사평가원은 2021년(1차) 치매 적정성 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889기관을 대상으로 5만 2,504건이 진행됐고 이 중 25.1%인 223기관이 1등급을 획득했다.  

이번 적정성 평가는 정확한 진단을 통한 적기 치료 제공을 유도함으로써 증상 악화를 지연시키는 등 치매 의료서비스 질 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이다.

평가 항목은 ▲신규 치매 외래 환자 담당 의사 중 신경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비율 혹은 치매 관련 교육을 이수한 의사의 비율 ▲치매 진단을 위한 구조적 뇌영상 검사 비율 ▲필수 혈액검사 비율 ▲선별 및 척도검사 비율 등 4개 평가지표와 치매환자 지역사회 연계비율까지 포함한 5개 모니터링 지표로 구성됐다. 

이번 적정성 평가는 오히려 상급종합병원에서 볼멘소리가 다수 터져 나왔다. 그렇다면 어디서 대상 의료기관들의 희비가 엇갈렸을까? 

결론부터 보면 외부에서 검사한 결과를 참고해서 상급종합병원이 진료에 활용한 경우 평가점수에 반영이 제대로 되지 않아 혼란이 많았다는 지적이다.

상급종합병원의 특성상 외부 환자의 전원이나 1, 2차 병원을 내원한 환자를 다수 받게 된다. 이 경우 외부에서 받은 검사 자료를 기초로 진료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시가 영상이나 혈액검사다. 

결국 치매 적정성 평가의 우수 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외부에서 검사를 진행했더라도 검사를 재차 진행하는 비합리적인 행위를 시도해야 점수가 높게 나온다는 이야기다. 

주요 지표 중 '치매 진단을 위한 구조적 뇌영상 검사 비율'과 '치매 진단을 위한 필수 혈액검사 비율'은 외부 의료기관에서 시행한 결과를 대체로 가능토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검진센터에서 시행한 결과는 평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검진에서 받은 검사 결과의 경우 상급종합병원에서 다시 검사를 시행하라는 이야기인 셈이다. 실제로도 전체 평가의 세부 비율을 보면 영상과 혈액검사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먼저 평가지표 중 치매 진료 의사의 전문성을 평가하는 신경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혹은 치매 관련 교육을 이수한 의사의 비율은 전체의 80.9%로 나타났다. 

반면 필수 혈액검사 27항목을 모두 시행한 환자의 비율은 전체 35.7%에 그쳤다. 신규 치매 외래 환자 중 구조적 뇌영상검사(CT 또는 MRI)를 시행한 환자의 비율도 전체 63.9%였다.

3등급을 받은 서울대병원 역시 해당 항목에서 발목을 붙잡혔다. 서울대병원은 혈액검사 항목에서 34.8점을 받았다. 상급종합병원 평균이 70.1%인 데 반해 크게 못미친 수치다. 

또 치매 진단을 위한 구조적 뇌영상 검사 비율의 전체 평균은 73.9점이었지만, 서울대병원은 53.2점을 받았다. 

다만 다수 병원이 높은 적정성 평가를 받기 위해 혈액검사까지 신경 써서 진행했다는 이야기까지 들린 만큼 서울대병원은 평가만을 위한 평가 준비에 미흡했을 가능성이 높다.

혈액검사 항목은 의원급과 정신병원, 요양병원, 병원급 기관에도 막대한 타격을 줬다. 의원급은 검사 비율이 평균 15.3%에 그쳤고, 정신병원 역시 19.6%에 그쳤다.  

◆적정성 평가는 의원급으로 가지말라는 심평원의 시그널?

치매 적정성 평가를 보면 5등급이 가장 많이 분포된 곳은 의원급 기관이었다. 그렇다면 이 같은 지표를 접한 환자들은 어디로 쏠릴까? 바로 1등급을 받은 대형병원이다. 

치매 의심증상으로 MRI나 CT, 아밀로이드 PET-CT의 활용를 위해 상급종합병원을 먼저 찾는 경우도 많지만, 의원급을 거쳐 가는 경우도 상당수다. 

하지만 전반적인 의료체계와 진료 환경 등을 모르는 국민이 해당 평가 등급만을 보면 의원급에 대한 불신이 생기기에 충분한 수치다.  쉽게 말해 의료기관마다 동등한 잦대로 평가를 하면 의원급은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는 셈이다.  

그렇다면 해당 적정성평가 지표는 어디부터 개선이 필요할까? 치매에 정통한 대학병원 교수는 혈액검사 부분을 지목했다. 평가가 지나치게 기계적이라는 의견이다. 

특히 혈액검사의 경우 1등급을 맞추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만큼 어려운 지표 수준이라는 항변이다. 현실성있는 혈액검사의 완화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가톨릭 여의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현국 교수(대한노인정신의학회 총무이사)는 "해당 지표를 보면 의원급으로 가지말라는 불신을 심어줄 수 있는 지표로 보인다. 평가가 너무 기계적으로 이뤄진 탓"이라며 "혈액검사 등 치매진료 현장의 현실에 맞는 적정성 평가의 완화가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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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용태 2023-01-01 09:15:44
환자의 만족도나 치료 결과가 제외된 적정성이 진정으로 의료기관의 질을 반영하는지는 의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