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제품 섭취·파킨슨병 발병 "인과관계 가능성 포착"
유제품 섭취·파킨슨병 발병 "인과관계 가능성 포착"
  • 원종혁 기자
  • 승인 2022.02.10 16: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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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유전인자 보유 남성, 파킨슨병 위험 70% 증가 확인

'유제품 섭취에 따른 파킨슨병 발병 사이에는 연결고리를 가진다?'

최신 분석연구를 통해 일부 긍정적인 신호가 포착됐다. 성별에 따라서 유제품 섭취가 파킨슨병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일말의 가능성이 제시된 것이다.

특히 유제품 소비(dairy consumption)를 예측해볼 수 있는 특정 유전적 인자(rs4988235)를 가진 유럽계 남성들의 경우, 그렇지 않은 인원에 비해 파킨슨병 발병 위험이 70%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시행된 코호트 결과들에서도 유제품 섭취에 따른 파킨슨병 발병 위험이 지목되는 만큼 우유 등의 유제품 섭취를 제한하는 '지중해식 식단(Mediterranean diet)'을 고려해보는 것이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의료계에 따르면, 글로벌 전문가 네트워크인 MDEdge Neurology에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첫 문헌고찰(literature review) 결과가 보고됐다. 

책임저자인 프랑스 파리 제11대학(Université Paris-Sud) Cloé Domenighetti 교수는 운동장애 보고서를 통해 "이번 분석 결과 유제품 섭취로 인한 파킨슨병 발병 사이에는 인과관계(causal relationship)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선 연구들에서도 유제품 섭취가 파킨슨병의 위험인자로 지목된 바 있다"며 "전향적 연구를 메타분석한 결과에서도 유제품 섭취가 가장 많은 참가자들의 경우 파킨슨병 발생 위험이 40%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연구팀은 "통상 파킨슨병 자체가 진단 전까지 긴 전구증상기(prodromal phase)를 가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인과 또는 역인과 관계, 교란인자로 작용하는지엔 명확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멘델리안 무작위연구 분석 채택…"유제품 섭취 남성서 위험 증가, 기존 코호트 결과와도 일치"

이번 연구를 살펴보면, 유럽파킨슨병컨소시엄(European ancestry from the Courage-Parkinson's disease consortium)에 등록된 23개 연구를 기반으로 9,823건의 파킨슨병 증례와 8,376명의 대조군 사례를 비교 분석해 연관성을 평가했다.

주목할 점은 연구의 메타분석에는 멘델리안 무작위연구(Mendelian randomization study)라는 유전체 기반 연구 분석법을 접목했다는 대목. 참가자들의 유전자형을 이용해 행동을 예측하거나, 설문을 통해 행동을 포착해내는 기술 등 두 가지 표본의 멘델식 무작위 추출 분석이 이뤄진 것이다.

먼저 연구팀은 유럽계 혈통의 환자에서 유제품 섭취를 예측하는 방안으로 '락타아제(lactase)' 유전자의 단일염기다형성(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 이하 SNP) 업스트림 인자인 'rs4988235'를 스크리닝했다.

여기서 SNP는 인간 유전체 30억 염기쌍 가운데 1개의 염기서열이 달라진 것을 뜻하며, 락타아제는 락토스(젖당)를 포도당과 갈락토스로 가수분해할 때 촉매로 사용되는 효소를 말한다.

연구팀은 "멘델리안 무작위연구는 노출(exposure)과 결과(outcome)값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기 위해 노출과 관련된 유전적 변이를 이용했다"며 "이러한 분석법을 택한 것은 일련의 가정만 충족시킨다면 관찰연구보다 교란 또는 역인과 관계에 의해 편향될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분석 결과를 보면 rs4988235를 가진 인원이 유제품을 섭취할 경우 파킨슨병 발병에는 주요한 연관성이 관찰됐다. 하루에 1인분의 유제품을 섭취하는 인원에서는 파킨슨병 발병 위험이 70% 높게 나타난 것이다(odds ratio, 1.70; 95% confidence interval, 1.12-2.60; P=0.013).

또한 성별에 따른 추가 분석 결과에서도 경향성만큼은 포착됐다. 하루 1인분의 유제품을 섭취한 남성에서는 여성들에 비해 파킨슨병 발병 위험도가 2.5배 증가했다(OR, 2.50; 95% CI, 1.37-4.56; P=0.003). 하지만 연령이나 파킨슨병의 유병기간과 관련해서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연관성이 관찰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결론적으로 유제품 섭취가 파킨슨병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시사한다"면서 "따라서 우유 섭취를 제한하는 지중해식 식단과 같은 식이습관이 파킨슨병 예방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분석 결과에 대한 논평도 달렸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학 Silke Appel-Cresswell 교수는 "이는 유제품 섭취가 많을수록 파킨슨병의 위험이 증가한다는 종전의 전향적 코호트 연구들과도 일치하는 결과"라고 평가했다.

특히 "이전 연구와 마찬가지로 유제품 섭취가 여성보다 남성에서 위험하다는 성별 차이도 발견됐다"고 전했다.

아울러 식이요법과 파킨슨병 사이의 연관성을 뒷받침하는 임상적 증거들도 언급됐다. 그는 "최근 들어 파킨슨병 발병 위험을 놓고 노출환경인자를 의미하는 엑스포좀(exposome) 등과 같은 식이요법의 역할에 대한 근거들이 축적되고 있다"면서 "추후 연구에서는 성별 차이를 비롯한 여러 잠재적인 요인들을 고려해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유럽연합 퇴행성신경질환 공동연구프로그램(European Union Joint Program for Neurodegenerative Disease Research) 및 미국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등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첨부> MDEdge Neurology 문헌고찰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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