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아리바이오 AR1001 알츠하이머 미국 임상 2상 결과를 분석하다
[칼럼] 아리바이오 AR1001 알츠하이머 미국 임상 2상 결과를 분석하다
  • 양현덕 기자
  • 승인 2021.12.17 15:2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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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차평가지표 (ADAS-Cog 13, ADCS-CGIC) 충족하지 못해
보도자료에 학회발표 주요내용 포함시키지 않아

바이오벤처 ‘아리바이오(이하 ‘회사’)’는 지난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 후보물질 ‘AR1001’이 알츠하이머치매의 진행속도를 억제하고 인지기능을 향상시키는 다중기전을 통해 미국 임상 2상에서 약제 효과를 성공적으로 입증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내년 1분기에 미국 FDA에 임상 3상을 신청해 획기적 경구용 치매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보도자료(2021년 12월 16일 아리바이오 배포) 발췌

회사는 11월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2021년 알츠하이머 임상학회(Clinical Trials on Alzheimer’s Disease, CTAD)에서 AR1001의 임상 2상 결과를 발표했으며, 미국 내 21개 임상센터에서 환자 210명을 대상으로 12개월간 AR1001을 10 mg 또는 30 mg을 투여한 결과 인지기능평가, 신경정신행동검사, 우울증상 및 삶의 질 평가 등 다차원 평가에서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추고 인지기능을 유지 또는 향상시키고 치매성 우울증을 개선하는 의미있는 결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이번에 배포된 보도자료에 앞서 회사는 지난 11월 11일에도 보도자료를 통해 CTAD 2021에서 AR1001의 성공적인 미국 임상 2상 결과를 발표했으며, 그 결과는 학회 참석자들은 물론 의료계를 놀라게 할 만큼 획기적이었고 성공적인 임상 3상 진행을 위한 검증이 완료됐다고 밝혔다.

보도자료(2021년 11월 11일 아리바이오 배포) 발췌
보도자료(2021년 11월 11일 아리바이오 배포) 발췌

하지만, 회사가 두 차례의 보도자료를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바와 같이, 이번 AR1001 임상 2상에서 알츠하이머치매 환자의 인지기능, 우울증 등 신경정신행동증상, 그리고 삶의 질을 개선시키는 효과가 정말로 검증이 완료되고 전세계를 놀라게 할 만큼 획기적인 결과인가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에 본지는 회사가 2021년 11월 10일 미국 보스턴에서 발표한 AR1001 알츠하이머병 임상 2상 발표자료 전문을 확보하여 분석했으며 보도자료에는 포함되지 않은 중요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CTAD 2021 발표 슬라이드 발췌

이번 임상 2상 연구의 제목은 ‘경증 및 증등도의 알츠하이머 환자가 AR1001을 26주간 복용했을 때의 효능과 안전성에 대한 이중맹검, 무작위배정, 대조군 연구(A Double-Blind, Randomized and Placebo-Controlled Study to Evaluate Efficacy and Safety of 26-Week Treatment of AR1001 in Patients with Mild to Moderate Alzheimer's disease. NCT03625622)’이다.

연구는 210명의 경증 또는 중등도의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미국 21개 임상 센터에서 총 26주 간 이뤄졌다. 환자는 위약군, AR1001 10 mg 복용군, 또는 AR1001 30 mg 복용군으로 무작위 배정됐으며, 위약군 환자는 선택적으로 참여한 추가 26주 연장시험에서 10 mg 또는 30 mg 복용군으로 재배정됐다(Intervention Model Description: After the first 26 weeks, subjects can participate in an optional extension study to receive either 10 mg or 30 mg AR1001 for another 26 weeks.).

CTAD 2021 발표 슬라이드 발췌

연구에서 치료 약제의 유효성을 평가하는 두 가지 일차평가지표는 ADAS-Cog 13 (Alzheimer's Disease Assessment Scale-Cognitive subscale 13)과 ADCS-CGIC (Alzheimer's Disease Cooperative Study-Clinical Global Impression of Change)로, 시작점 대비 26주 후 위약군과 치료군의 점수 변화를 비교하여 위약군보다 치료군에서 점수 변화가 작다는 것을 검증하는 것이 이번 연구의 목적이다.

이 연구가 성공했다고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AR1001 (10 mg 또는 30 mg)을 복용한 환자에서 26주 후의 ADAS-Cog 13과 ADCS-CGIC 점수 변화가 위약군보다 작다는 통계적 유의성이 확보돼야 한다.

그러나, 회사가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위와 같은 26주 결과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다만, AR1001 10 mg을 52주간 복용한 경우 ADAS-Cog13 점수가 시작점 대비 1.17점, 그리고 30 mg 복용한 경우에는 0.76점 악화됐다고만 밝혔다. 이렇게 52주 후의 점수 변화에 대한 정보만 제공하고 있을 뿐, 첫 26주 복용 후 위약군과의 비교 결과나 26주 및 52주 후 복용 용량에 따른 시작점 대비 점수 변화의 통계적 유의성에 대한 내용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학회 발표자료를 보면 첫 26주 위약군과 치료군(10 mg과 30 mg) 사이의 통계학적 차이는 없었으며, 위약대조군이 없는 52주 후에도 역시 통계학적 의미는 제시되지 않았다.

CTAD 2021 발표 슬라이드 발췌

또한, 보도자료에서는 이번 연구에서의 위약군의 실제 점수 변화를 제시하는 대신 기존의 다른 여러 알츠하이머병 임상 연구의 메타분석 결과에서 12개월 동안 위약군의 ADAS-Cog 13가 약 5.5점 악화되는 것을 감안할 때 AR1001 투약에 의해 인지기능 악화 속도가 현저히 저하되는 것을 의미한다고만 밝혔다.

하지만 연구의 동질성이 담보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12개월 동안 다른 연구에서 위약군의 ADAS-Cog 13가 약 5.5점 악화된 반면 이번 연구에서는 치료군의 점수가 0.76 ~ 1.17점 악화됐으므로 치료 효과가 검증됐다고 결론 내리기는 아직 어렵다. 더욱이, 학회 발표자료를 보면 위약군에서 첫 26주 동안 ADAS-Cog 13 점수가 1.3점만큼 호전되어 기존 메타분석 결과와 상이한 경과를 보이고 있다.

또 다른 일차평가지표인 ADCS-CGIC의 경우, 보도자료는 시작점과 비교하여 AR1001 10 mg 복용군은 0.13점 그리고 30 mg 복용군은 0.37점 저하되었으나 통계적 유의차를 갖지 못해 기능이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기술하고 있다. 그렇지만, 여기서도 26주간 복용 후 위약군과 비교한 내용은 제시되지 않았다.

반면, 학회발표자료에 의하면 위약군에서 ADCS-CGIC 점수가 첫 26주 동안 0.42점 저하되었으며 치료군과 비교할 때 통계학적 차이는 확인되지 않았다.

CTAD 2021 발표 슬라이드 발췌

나아가 회사는 층화분석 결과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 일반적인 알츠하이머 치매약과 AR1001을 병용한 경우보다 AR1001을 단독으로 복용한 경우, 그리고 중등도 알츠하이머보다 경증의 알츠하이머에서 효과가 좋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연구계획서에 사전 명시되지 않은 사후 하위그룹분석(post-hoc subgroup analyses)은 향후 추가 연구를 위한 가설을 설정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뿐 본 연구 결과에 대한 근거로 활용될 수는 없다.

위와 같이 두 가지 일차평가지표인 ADAS-Cog13과 ADCS-CGIC의 점수 변화에 대한 내용을 종합해보면, 이번 연구가 두 가지 일차평가지표를 모두 만족시켰다고 볼만한 근거가 충분치 않기 때문에 성공한 연구라 하긴 어렵다. 또한, 회사가 보도자료에서 이번 임상 2상 결과를 통해 임상 3상 진행을 위한 검증이 완료됐다고 결론을 내리기에도 그 근거가 부족하다.

첫 26주와 달리 연장 26주 연구에서는 위약군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첫 26주 자료가 연장 26주를 포함하는 1년 연구 결과보다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회사는 학회에서 첫 26주 결과를 포함하여 발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보도자료에는 이 내용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학회에서 이번 임상 2상 연구가 일차평가지표인 ADAS-Cog13과 ADCS-CGIC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11월 11일과 12월 16일에 배포한 두 차례의 보도자료에서는 이 내용을 밝히지 않은 채 미국 임상 2상에서 성공했으며 그 결과가 의료계를 놀라게 할 만큼 획기적이었다고 밝혔다.

아리바이오 배포 보도자료

2021년 12월 16일
국내 바이오 벤처 ㈜아리바이오: 미국서 ‘치매치료제 임상 2상 성공' 주목!

2021년 11월 11일
2021년 알츠하이머 임상학회(CTAD) 개최: 아리바이오, 세계 최초의 ‘경구용 치매치료제’ 성공 눈앞에! 

ARIBIO AR1001 Phase 2 Clinical Trial

Efficacy and Safety of 26-Week Treatment of AR1001 in Patients with Mild to Moderate Alzheimer's Disease
ClinicalTrials.gov Identifier: NCT03625622   
https://clinicaltrials.gov/ct2/show/NCT03625622?term=NCT03625622&draw=2&ran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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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정 2021-12-21 10:30:05
안타깝네요... 젬백스에 대한 심도있는 분석부터 해보시지요. 아 맞다. 이미 젬백스로부터 돈을 받았지요... 아쉽습니다. Post hoc analysis를 통해 FDA 허가까지 받은 바이오젠의 경우를 보면, 다른 임상보다 알츠하이머 임상에 대한 기준이 많이 완화 되었음을 알 수 있고, ITT에 대한 통계적 유의성은 임상 3상에서 확보하면 됩니다. 임상 2상에서는 장기 투여에 대한 안전성, 그리고 sub group analysis를 통한 임상 3상 디자인 확보만으로도 성공적으로 볼 수 있죠. subgroup analysis에서 어떤 획기적인 결과가 보였는지는 모두 무시하고, 편협적으로 쓰신 기사 아쉽네요. 인용하신 보도자료들이 아리바이오가 직접 배포한 자료인지 또는 기자들의 해석인지 확인은 해보셨는지.

파이팅 2021-12-18 11:54:29
요약 정리하면 임상 성공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노벨상 받을 정도로 호들갑은 떨지 마라..메시는 아니다 단지 박지성 정도다, 라는 말씀이군요.. 의학전문가다운 분석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