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멘시아문학상 수기부문 장려상] 내게 남은 마지막 하루⑨
[디멘시아문학상 수기부문 장려상] 내게 남은 마지막 하루⑨
  • 천정은 작가
  • 승인 2021.10.14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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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은 작가
천정은 작가

Part9. 부와 권력을 가진 자의 하루

우리는 부와 권력이 최고라 생각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런 사람은 하루를 어떻게 살아갈까?
끼리끼리 모인다고 내 주위에는 먹고 살 정도의 여유가 가장 최고의 부인 사람들이다.
병원 생활 18년을 해서 병원장, 의사, 부장들, 과장들을 만나봤지만 그 사람들이 부와 권력자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겉으로는 평범한 사람과 비슷해 보였기 때문이다.
끼니를 거르며 환자 보느라 뒤늦게 빵과 우유를 먹고, 외제차보단 건강을 위해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 하는 의사들도 몇몇 눈에 띄었다.
물론 평범한 사람이 버는 한 달 월급보단 훨씬 많을 테고 부자동네의 아파트에 살 것이라 추측해본다.
다만 겉모습은 평범한 월급쟁이와 다를 게 없어 보였다.

우리가 생각하는 부와 권력을 가진 자들이 누구일까?
대표적인 인물로 대기업 총수나, 그분들의 자녀들 그리고 잘나가는 연예인 정도가 떠오른다.
그분들의 하루는 어떨까?
식사는 호화스런 호텔에서 여유 있게 먹을까?
집에 비서들은 몇 명씩 있을까?
명품관을 제 집 드나들 듯 할까?
시간과 돈에서 자유로운 그들의 삶은 행복할까?
한 번씩 뉴스에서 잘나가던 연예인, 기업 총수가 프로포폴 투약 혐의, 마약혐의로 조사 중이다 라는 뉴스를 본다.
남의 부러움을 자아낸 그들이 왜 그럴까? 의문을 자아낸다.
그들의 삶도 행복하지 않는 걸까?
우리가 알지 못한 또 다른 세계가 있는 걸까?
나는 그런 부와 권력자들을 만나 본 적이 없어서 알 수가 없다.
다만 그들에게도 우리처럼 똑같은 하루라는 시간을 살아간다는 것이다.
그들은 언제 까지나 부와 권력을 쥐고 있을 수 있을까?
그들은 언제 까지나 화려한 삶을 살 수 있을까?
그들은 지금 행복할까?
궁금증이 남는다.
과거에 부와 권력을 가진 자도 어느 날 치매 환자가 되었다.
과거에 화려한 삶을 살았던 환자도 지금은 가족도 모른다.
과거에 행복했던 사람도 지금은 죽고 싶다고 외친다.
다만 공평한건 누구나 하루라는 시간을 살았다는 것이다.

지금의 나는 간호사로서 치매 환자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 분들도 과거에 부와 권력을 갖고 살았던 사람이었다.
건물주였던 사람도 있고, 공무원이였던 사람도 있고, CEO도 있다.
다만 지금은 자신의 과거조차 기억하지 못한 치매 환자가 되었다.
인생이 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부와 권력을 쥐고 평생 행복 할 줄 알았는데, 영원할 줄 알았는데..
더 높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느라 마음 편한 날이 없었을 텐데..
지금은 과거의 자신을 기억조차 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들은 죽음을 앞두고 이렇게 이야기한다.
부와 권력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고 말이다.
그때 조금은 내려놓을 줄도 알았어야 했다고..
더 많은 걸 쥐기 위해 마음편한 날이 없었다고
그때 마음의 여유도 가질 줄 알았어야 했다고..
쉴 시간이 없어 가족을 돌보지 못했다고..
그때 주위도 둘러봤어야 했다고 ..
그 말은 부와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앞만 보고 달린 자신의 인생이 행복하지 않았다는 말이기도 했다.
지금의 자신은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치매 환자이기 때문이다.
부와 권력이 최고라 생각하는 대한민국은 지금도 나이 어린 사람이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가정부, 기사들에게 갑질 논란이다.
자신의 권력 앞에 무릎 꿇는 걸 대단한 것처럼 말이다.
그들의 인권을 무시한 채 행동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역겹다.
물론 부와 권력을 이용해 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도 많다.
책을 통해 알게 된 김승호 회장님의 경우는 자신의 부와 권력을 무료 강의와 직원들의 복지에 힘쓰고 있다.
자신이 회장이기 전에 직원들이 주인이라는 신념으로 살아간다.
본받을 점이 많은 회장님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회에 많은 재산을 환원하는 CEO들을 보면서도 느낀 점이 많다.
땀 흘러 벌어들인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건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아는 게 아닐까?
어차피 왔다가 가는 인생 
모든 걸 내려놓겠다는 자세
그 많은 부와 권력을 자신의 자식에게 주지 않고 사회에 환원하는 분들을 보면서 그분들이야 말로 진정한 인생을 살다 가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분들의 하루는 땀과 노력으로 맺은 결실이었을 것이다.
똑같은 부와 권력을 가져도 어떻게 그걸 이용하고 베푸는 지에 따라 행복과 불행의 길이 갈리지 않을 것이다.
부와 권력을 꼭 쥔 채 더 많은 욕심 부리는 삶은 훗날 후회를 남기게 된다.
부와 권력을 사회에 환원하며 하루를 겸손하게 사는 삶은 훗날 존경을 받게 된다.

내가 있는 이곳의 어르신 중 한분은 과거에 CEO로서 잘나가는 기업의 총수였다.
그렇게 주위 부러울 거 없이 살았는데, 어느 날 치매 진단을 받게 되었다.
했던 말을 반복하고, 거동도 불편하고, 시간과 날짜도 알지 못했다.
두 아들은 매일 아침마다 식사도 같이하고 센터 차를 탈 때도 늘 모시고 나왔다.
시간이 흐를수록 어르신의 상태는 호전되지 않고 몸은 말을 듣지 않았다.
그 많은 재산을 아들들에게 넘겨 주고 나서 어르신은 한마디 하셨다.
인생이 허무하다고 말이다.
시간이 흘러 결국 어르신은 요양원으로 가게 됐다.
과거에 부와 권력을 가진 사람의 하루도 지금은 이렇게 저물어 간다.
우리 인생에서 중요한 게 무엇인지 한번쯤 생각해 볼 여유를 갖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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