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치매 명칭 변경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실현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달 26일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페이스북을 통해 "문 대통령은 티타임 참모회의를 통해 치매라는 용어도 새롭게 검토할 때가 됐다“고 언급한 데 따른 것이다.
치매(癡呆)는 현재 어리석을 치(癡)와 어리석을 매(呆)를 함께 사용한다. 이에 현재 명칭이 치매환자에 대한 부정적인 의미와 비하를 내포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변경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앞서 치매 명칭 변경은 정치권과 민간영역 등에서 수차례 시도가 있었지만, 공감대 형성과 사회적 합의 도출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성공에 이르지 못했다.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 2006년 복지부의 치매 명칭의 변경이 첫 시도 된 후 15년이 지난 지금에도 결실을 보지 못한 셈이다. 반면, 이번 사례는 대통령의 직접적인 언급에 따라 명칭 변경이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모이는 것이다.
◆치매 명칭 변경 사회적 요구가 낮다고?…글쎄?
치매 명칭 변경을 바라보는 입장과 시각은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다. 단순히 명칭을 바꾸는 작업과 의미로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복지부가 일반 국민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치매 용어에 대한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 응답자의 43.8%가 치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다고 응답했다.
반면 가장 중요한 ‘치매’ 명칭 변경에 대해서는 ‘변경해야 한다’가 21.5%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 기타 답변을 보면 ‘그대로 유지하든지 바꾸든지 무방하다’는 응답이 45%로 가장 많았고, ‘유지해야 한다’가 27.7%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치매 명칭 변경에 대한 인식은 해당 조사처럼 정말 낮을까?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실제 해당 조사는 치매 관련 이해 당사자의 의견 반영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조사 대상자 1,200명 중 치매환자 가족은 319명이 포함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결국 250여 명에 그친 이해 당사자와 관계자인 치매환자 가족 비중이 늘어났다면 찬성의견도 크게 달라졌을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엇갈리는 전문가 의견…시기상조 vs 적극 필요
일선 전문가의 의견도 다소 엇갈리고 있다. 단순히 병명을 바꾸는 의미를 넘어 사회적 소모 비용과 합의 등 여러 난관을 생각하면 현실적 지원 확대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치매 명칭 변경에 따라 환자와 환자 가족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와 치매친화사회 조성 등의 긍정적 효과를 생각하면 변경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최근 개최된 치매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도 치매학회 박건우 이사장(고대안암병원 신경과)과 차기 회장 이애영 교수(충남대병원 신경과)는 명칭 변경에 관해 상반된 의견을 피력했다.
박건우 이사장은 ”치매 명칭 변경에 대한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사회적인 합의와 구체적인 합리성이 도출된 진행이 필요하다“며 ”사회비용 부담 등은 물론 다양하게 쏟아지는 합의되지 않은 명칭 변경에 대한 성급함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차기회장인 이애영 교수는 긍정적인 부분을 더욱 크게 보고 있으며, 지속적인 사회적 관심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애영 교수는 “치매환자가 기억은 잃어버려도 삶이나 존엄성을 잃어버리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치매라는 질병명을 순화시켜 환자와 가족들이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두 교수 모두 현재 국회에 발의된 개정안은 너무 명칭이 다양하고,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부정적인 의견에는 공감의 뜻을 나타냈다. 즉, 명칭 변경은 최근 진행된 대통령의 지시나 특정 영역의 여론 형성이 아닌 전문가들과 이해 당사자의 의견 합치가 필요하다는 해석이다.
치매 명칭 변경에 대한 여론이 점차 고조됨에 따라 사회적 합의 도출 등을 위한 사전준비 작업은 꾸준히 진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