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치매 어르신들의 기억을 지켜 드립니다"
"우리동네 치매 어르신들의 기억을 지켜 드립니다"
  • 원종혁 기자
  • 승인 2021.09.17 1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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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9월 21일 치매 극복의 날 지정, 민간주도 치매카페 성공사례 엿보기  
사진: 채널A 다큐멘터리 '우리동네 치매카페' 중 의왕시 발표자료 발췌.
사진: 채널A 다큐멘터리 '우리동네 치매카페' 중 의왕시 발표자료 발췌.

"삶의 가장 젊은 날인 바로 이 순간, 오늘을 행복하게 기억하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때로는, 나이든 치매 어르신과 다양한 사람들이 한 공간에 만나 새로운 기억을 쌓을 수 있는 장소가 되기도 한다.

지역사회 치매 어르신들이 할 수 있고, 또 해야할 일들이 여전히 많이 남았다는 생각을 실천으로 옮긴 결과물이기도 했다.

'새로운 희망의 기억을 만드는 치매카페'로도 불리는, 전국 최초의 민간주도 치매카페 '기억마루'의 얘기다. 

경기도 의왕시에 위치한 기억마루는 의왕시보건소 치매안심센터와의 협업을 통해 민간에서 운영 중인 커피숍의 장소와 재료, 기술 등을 제공받아 치매 어르신이 직접 커피 주문부터 서빙, 정리까지 담당하는 공간이다.

디멘시아뉴스는 오는 9월 21일(세계보건기구·국제알츠하이머협회 지정) '치매 극복의 날'을 맞아 치매카페 기억마루의 성공 사례를 들여다봤다.

그렇다면 '까페 이름이 왜 기억마루일까' 가족이 모여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시간을 보내는 마루처럼 '치매 어르신들의 기억을 지켜드리는 따뜻한 공간'이란 뜻에서다. 

치매가 있는 사람도, 아직 남아있는 기억으로 다른 사람들을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곳이라는 의미기도 하다.

이러한 이름엔 지역주민들의 적지않은 관심이 담겼다고 한다. 의왕시가 치매카페 네이밍 공모전을 진행한 결과, 총 98건의 참여 중 기억마루가 최종 선정된 것이다.

#연간 200여 명 참여, 질환 인식 개선 공감대 확산 "사회적 고립 예방"

현재 3호점까지 문을 연 기억마루 카페는 코로나19 대유행 사태로 인해 일부 운영이 잠정적으로 중단되기도 했지만, 민간 커피숍 운영자와 자원봉사자, 방문간호사, 지역 내 안심리더 등이 돈독한 협력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르면, 매주 한 번 정해진 요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2시간씩 매장은 운용된다. 해당 시간 만큼은 민간 커피매장이 아닌, 기억마루의 공간이 되는 셈이다.

카페에서 어르신들은 간단한 체조와 뇌 운동으로 워밍업을 시작한다. 이후 어르신 전용 메뉴판을 가지고 직접 주문을 받기도 하고, 서빙부터 뒷 정리까지의 순으로 활동을 한다.

전용 메뉴판은 어르신들이 기억하기 쉬운 이름으로 메뉴를 재구성했다. 이를 테면 단커피와 쓴커피, 노랑 과일차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사회 활동을 통해 치매 어르신에는 우울감을 극복하고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성취감을 유도한다는 설명. 

실제 긍정적인 변화도 나타났다. 사업에 참여한 어르신 및 가족을 대상으로 진행한 기억마루 카페 운영 만족도 조사(2019년 12월 진행)에서는 '삶의 활력(57%)' '기억력 증진(29%)' '교제능력 향상(14%)' 등 높은 만족도를 보고했다. 

더불어 치매카페 활동이 치매 환자 가족들의 교류공간으로서도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치매 가족에는 정서적 지원과 정보 공유로 심리적 부담이나 사회적 고립을 예방한다는 얘기. 가정별 상담을 통해 맞춤형 사회복지서비스와 의료비 지원 등의 민간후원을 연계하고 있다. 

사진: 초고령화 대응우수 정책우수사례 발표 일부.
사진: 초고령화 대응우수 정책우수사례 발표 일부.

의왕시에 따르면, 치매에 대한 인식개선과 사회적 공감대 확산을 가장 큰 결과물로 꼽는다. 경증 치매 어르신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해당 치매카페 3개 사업장에는 그동안 연간 236명이 참여했다.

#지역사회 주도 네트워크 공간 "실천적 정책 발전한 대표적 사례"

현재 우리나라에 치매를 앓고 있는 노인의 수는 70만명을 넘긴 것으로 조사된다. 환자 본인은 물론, 치매 가족까지 막중한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전국 지자체별로도 다양한 치매 관련 인프라 확대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치매카페는 경기도 의왕시가 2018년 7월 치매 관련 다양한 정책 및 아이디어를 발굴하자는 취지로 결성한 치매정책연구모임 '치중진담'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치매를 중심으로 진지한 담론을 가지는 모임'의 준말인 치중진담이 제안한 연계사업으로 치매카페가 올랐던 것.

의왕시를 비롯해 공공부문 인력 12명과 건강복지센터, 노인복지관 등 민간부문 13명 등 총 26명으로 구성된 모임에선 여러 아젠다가 논의된다. 치매 간병 및 돌봄, 치매케어 공공디자인 접근 등의 주제를 놓고 다양한 의견이 제시된다.

치매 카페의 경우엔, 지역사회 주도의 치매예방 및 치매 환자 가족 네트워크 공간을 조성하는 데 목표를 뒀다. 

의왕시 관계자는 "치매카페는 치중진담에서 제안된 아이디어가 실천적 정책으로 발전한 사례"라면서 "시와 자원봉사센터가 치매 관련 프로그램 지원 협약을 체결해 95명의 자원봉사자가 치매 어르신 케어 봉사를, 출근부터 퇴근까지 돌봄을 지원하는 작업치료사 및 방문간호사, 배회어르신 돌봄 서비스도 지원한다"고 소개했다. 

한편 이러한 시도는 올해 작은 결실을 맺기도 했다. 지난 달 해당 치매카페 사업은 (사)한국공공정책평가협회와 한국거버넌스학회가 공동으로 주관한 2021년도 우수행정 및 정책사례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현재 기억마루는 2019년 6월 특허청 상표등록까지 끝마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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