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가 추천하는 책] 조금씩, 천천히 안녕
[사서가 추천하는 책] 조금씩, 천천히 안녕
  • 홍수명(디멘시아도서관 사서)
  • 승인 2021.01.28 0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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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천천히 안녕 (Long Goodbye)

저자: 나카지마 쿄코

출판사: 엔케이컨텐츠

정가: 13,500원

■ 목차

-Chapter 1 전 지구 위치 측정 시스템

-Chapter 2 내 마음은 샌프란시스코에

-Chapter 3 집으로 돌아가자

-Chapter 4 프렌즈

-Chapter 5 연결되지 않는 것들

-Chapter 6 틀니를 쫓는 모험

-Chapter 7 엎드려 지내기

-Chapter 8 퀄리티 오브 라이프

 

■ 책 소개

"많은 것들이 점점 멀어져...."

서서히 기억을 잃어가는 아버지.

 

엄마의 성화에 못 이겨 아버지 생신에 모인 세 자매는 치매가 심해진 아버지와 마주하게 된다.

첫째 딸은 미국에 산다는 이유로, 둘째 딸은 전업주부지만 아이 키우기 정신없다는 이유로,

막내 딸은 아직 독신이지만 일이 바쁘다는 이유로 아버지의 간병은 엄마에게 미뤘다.

그러던 중 자신을 돌볼 겨를이 없던 엄마가 망막박리 증세로 수술을 받고 입원하게 된다.

이제 혼자서는 생활이 불가능한 아버지의 간병을 엄마를 대신해 딸들이 도맡게 되는데...

 

<조금씩, 천천히 안녕>은 치매에 걸려 조금씩 기억을 잃어가는 아버지를 중심으로,

그 아버지 곁을 지키는 어머니와 세 딸들의 이야기를 소소하게 그려내고 있다.

평소 무뚝뚝하고 완고한 성격 탓에 좀처럼 아버지에게 다가가기 힘들었던 딸들은

아버지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각자의 삶에서의 고민들도 털어놓게 되고,

자신들의 이름도 헷갈려하고 표현도 서툴지만 진심이 느껴지는 아버지의 마음에 오히려 위로받게 된다.

 

, 남편은 나를 잊었어요. 근데 그게 무슨 대수라고요

남편은 아내의 이름도 잊었고, 세 딸을 함께 키웠다는 사실도, 집 주소도,

가족이라는 단어도 잊었지만 슬퍼하거나 절망하지 않는 아내.

남편이 많은 것을 잊었다 해도 그가 다른 누군가로 바뀐 건 아님을,

틀림없이 존재했던 무언가를 통해 남편은 자신과 유대감을 나누고 있음을 믿는 아내는

자신을 가엾게 여기며 위로하는 주변사람들의 말들에 개의치 않아 하고 어느새 남편의 병과 친해져 있다.

 

집이 여기 있는데, 자꾸 집으로 돌아간다니 무슨 말이야?”

자꾸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가족들 모르게 길을 나선 아버지가 도착한 곳은 전철을 타고

한참 가야하는 놀이공원.

왜 여기 왔는지 알 수 없고, 무엇을 하러 왔는지, 어떻게 하면 집에 돌아갈 수 있는지도 모른다.

그저 이끌리듯 다가와 회전목마 앞에 서 있는 그.

아버지에게 집이란, 돌아가고 싶은 때의 기억이었을지 모른다.

활짝 웃으며 좋아라하는 어린 딸을 안고 회전목마를 함께 타던 기억은 아버지에게 가장 돌아가고 싶은 집이었다.

기억을 잃어도 마음은 잃지 않고 살아 있음을. 내가 누구였는지, 이곳은 어디였는지 잃어버렸으나 내가 당신에게 전하고자 했던 마음은 그대로 남아있다는 메시지를 준다.

 

서서히 기억을 잃어가는 아버지, 그러나 멀어질수록 더욱 가까워지는 가족.

가족이란 이름 아래 부부, 부모, 자녀 등 각자의 입장에서 긴 헤어짐의 시간을 준비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힘이 되어 주는 과정을 잘 묘사하고 있다.

 

실제 치매를 앓던 아버지를 둔 작가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진 소설답게

아버지를 곁에서 돌보며 느꼈던 세밀하고 현실적인 장면들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치매를 다룬 작품은 간병하는 가족의 어려움을 그린 것이 많더라고요.

겪어 보니 아이러니하게도 웃음을 자아내는 순간도 일상에 가득했습니다.

치매를 앓던 아버지는 돌아가셨지만, 아버지가 살아계셨던 일상의 소중한 순간들을

소설로 따뜻하게 담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고 전한 작가.

치매를 긴 이별의 시간으로 표현하며, 가족 모두가 고통스러워 질 수 있는 상황이지만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가족과의 이별을 일상의 웃음과 여유, 가족의 사랑을 담아 따뜻하게 묘사했다.

 

실은 이 책을 읽는 것이 처음엔 망설여졌던 것이 사실이다.

책 제목도 슬프고, 아버지와의 헤어짐이라는 소재와 애써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평소 아버지를 많이 따르고 사랑하며 친구처럼 지내는 나는

내가 만약 소설 속 딸들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를 상상해 본다.

나의 이름을 다르게 부르고, 소리 없이 집을 나가신 후 집에서 멀리 떨어진 놀이동산에서

아버지를 발견한다면 나는 어떤 심정일까.

무엇보다 나의 아버지가 돌아가고 싶어 하는 마음속 진짜 집은 어디일까 궁금해진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사랑을 넘치게 받고 좋은 기억이 참 많은 내게,

과연 나는 아버지에게 따뜻한 기억을 얼마나 안겨드렸나,

아버지의 마음속에 사랑스런 딸로 남아 있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한다.

 

돌아가고 싶은 진짜 집, 진짜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책

<조금씩, 천천히 안녕>이었습니다.

 

■ 저자 소개  

나카지마 쿄코

1964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2003년에 다야마 가타이의 『이불蒲?』을 모티프로 한 장편소설 『FUTON』으로 데뷔하여 노마문예상 신인상 후보에 올랐다. 2010년에 발표한 『작은 집小さいおうち』으로 제143회 나오키상을 수상했으며, 일본에서 최고의 감독으로 꼽히는 야마다 요지 감독의 연출로 영화화되어 베를린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다. 2014년 『아내가 표고버섯이었을 즈음妻が椎茸だったころ』으로 이즈미 교카 문학상을 수상, 2015년 『외뿔!かたづの!』로 가와이 하야오 이야기상과 시바타 렌자부로상을 동시에 수상하고, 같은 해에 발표한『조금씩, 천천히 안녕長いお別れ』은 중앙공론 문예상과 일본의료소설대상을 수상하는 등 주요 문학상을 연이어 받으면서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로 평가되고 있다. 국내에 소개된 저서로는 『작은집』『어쩌다 대가족, 오늘만은 무사히!』『문자공화국의 꿈』『조금씩, 천천히 안녕』이 있다.

 

■ 역자 소개

이수미

일본 문학 전문 번역가. 옮긴 책으로는 『무지개 곶의 찻집』, 『쓰가루 백년 식당』, 『히카루의 달걀』, 『어젯밤 카레, 내일의 빵』, 『앙』, 『스마일, 스미레』, 『술이 달아 큰일이야』, 『타마짱의 심부름 서비스』, 『문제가 있습니다』, 『그럭저럭 살고 있습니다』, 『홀가분하게 산다』, 『내친구 기리시마 동아리 그만둔대』 등 다수가 있다.

 

디멘시아도서관 http://dementia.winboo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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