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정보통신기술과 치매
[칼럼] 정보통신기술과 치매
  • 양현덕 발행인
  • 승인 2020.07.27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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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대 과학기술부 장관을 역임한 서정욱 박사는 1996년도 한국이동통신 사장으로 재직 중 발간한 ‘미래를 열어온 사람들: 통신과 함께 걸어온 길’이라는 저서에서, ‘정보고속도로를 이용한 의료혁명’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멀티미디어와 정보통신기술을 응용하면 의료서비스를 고도화하고, 특히 고령화 사회를 인간화할 수 있다. •••. 의료서비스 분야의 발전은 복지 문명국가가 되는 첩경이다. •••. 초고속 정보통신망 구상이 실현된다면 우리나라 의료서비스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게 될 것이다."

그의 예견은 현실이 되어, 우리나라는 2019년 4월 3일 오후 11시, 세계 최초로 5세대 이동통신 기술(5th Generation Mobile Telecommunication, 5G)을 상용화하며 ‘4차 산업혁명’가 도래했음을 알렸다.

최첨단 이동통신(Mobile communication) 기술인 ‘5G’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 및 빅데이터와 융합하여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인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 자율주행(Automatic Driving) 등을 구현할 수 있어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스마트시티(Smart City)’의 확산이다. ‘스마트시티’는 위와 같은 정보통신기술(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y, ICT)을 이용하여 주거, 환경, 교통, 재난, 사고, 범죄 등의 도시 문제를 해결하고 도시의 기능을 최적화할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로 등장했다.

서정욱 박사의 예견대로, 이러한 최첨단 ICT는 우리나라 의료서비스에 비약적인 발전을 가져와, 고령화 사회의 필연적인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치매’ 분야에도 적용되고 있다.

치매 분야에 적용된 ICT는 활용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 받고 있으며, 치매 발병 예측, 예방, 조기 진단, 인지치료, 치료약제 개발 및 돌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현재 AI와 빅데이터 기술을 이용하여 치매 발병 위험도를 예측하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며 의료영상을 분석하여 치매를 조기에 진단하는 기술도 임상에서 활용 중이다.

치매 예방과 진단 목적의 인지 평가를 위해 AI를 활용한 게임도 활용되고 있으며, 치매 예방, 인지 평가 및 치매 환자의 인지 훈련 영역에서 VR과 로봇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을 위한 연구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며 기간도 오래 걸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현실이다. 최근에는 AI의 일종인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을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후보 물질 발굴에 활용하고 있으며, 치료제 개발 시기를 조금이나마 앞당기고 연구 비용을 줄이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치매 환자는 길을 잘 잃고 배회하는 증상을 보인다. 이로 인해 실종의 위험이 있어 외부 활동에 제약을 받고 사회적으로 더 고립되어 인지와 정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위치기반서비스(Location Based Service, LBS)를 활용한 스마트워치(Smart watch) 배회감지기와 드론(폴리스 드론) 기술을 활용하면 치매 환자가 안전하게 외출하여 사회활동을 유지하고, 실종을 방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고령의 치매 환자는 가족이 하루 종일 돌봐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돌봄 부담은 치매 환자의 방치와 환자에 대한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환자를 더 이상 집에서 돌보지 못하고 요양시설로 보내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또한, 요양시설도 돌봄 인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돌봄 공백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의 부담과 종사자의 업무를 보조할 수 있는 ‘돌봄 로봇’의 확대도 기대되고 있다. 또한, 웨어러블 디바이스(Wearable device)를 이용해 수집된 치매 환자의 일상생활능력에 대한 정보를 분석하여 IoT에 결합시키기 위한 연구도 진행 중이며, 이를 통해 치매 환자 돌봄 부담을 줄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위와 같은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의 하나인 ‘건강사물인터넷(Internet of Health Things, IoHT)’을 구현한 ‘스마트홈(Smart Home)’이 가정과 요양시설에서 치매 환자의 효율적인 돌봄에 도움을 줘 간병부담을 줄여주고, 궁극적으로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시킬 수 있다.

현재 코로나 감염 사태의 장기화로 요양병원•요양시설에 입원해 있는 치매 환자의 면회가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다. 물론, 비접촉 면회가 제한적으로 허용되기는 하지만, 가족의 염려와 치매 환자의 정서적 불안정은 여전하다. 이런 경우, 스마트폰을 이용한 영상통화를 통해 환자의 정서적인 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좀 더 발전된 비대면(언택트, untact) 스마트 기술(증강현실)인 입체화상(홀로그램, hologram)을 활용한 가상방문(Virtual visits)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위와 같이 최첨단 ICT는 예방, 발병 예측, 치료, 돌봄 등 치매의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이 치매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의료서비스를 더욱 발전시킬 것으로 기대한다.

앞으로 연재할 칼럼에서는 현재 치매의 각 분야에 다양한 ICT가 어떻게 적용되고 있고 어디까지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하여 하나씩 다루고자 한다.

 

참고 문헌

서정욱. (1996) 미래를 열어온 사람들 (통신과 함께 걸어온 길). 서울: 한국경제신문사.

Astell AJ, Bouranis N, Hoey J, et al. Technology and Dementia: The Future is Now. Dement Geriatr Cogn Disord. 2019;47(3):131-139. doi:10.1159/000497800

D'Onofrio G, Sancarlo D, Ricciardi F, et al.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ies for the Activities of Daily Living in Older Patients with Dementia: A Systematic Review. J Alzheimers Dis. 2017;57(3):927-935. doi:10.3233/JAD-16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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