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용태 칼럼] 당신의 어머님은 아직 살아 있습니다
[곽용태 칼럼] 당신의 어머님은 아직 살아 있습니다
  • 디멘시아뉴스(dementianews)
  • 승인 2020.06.01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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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용태 효자병원 신경과장

최신 치매 논문 내 마음대로 읽어 보기(5)

- 당신의 어머님은 아직 살아 있습니다

제목: 트로이 펩타이드를 이용한 아밀로이이드 베타 원섬유형성 조절 (Modulating Aβ Fibrillogenesis with ‘Trojan’ peptides)1)

저자: Pandey G, Morla S, Kumar S, Ramakrishnan V.

결론: 트로이 펩타이드를 처치하면 아밀로이드 베타 형성을 억제하고, 독성 물질형성을 멈추게 하며, 신경모세포종 IMR-32과 인간 신장세포인 HEK-293에 투여한 결과 신경세포의 독성을 감소하게 하였다.

논문명; Neuropeptides. 2020 Jun;81:102030

현대의학에서 병이라는 것은 어떤 원인에 의해서 발생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대장균에 의한 설사, 복통 등은 대장균에 의한 장염이고 최근에 유행하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한 폐렴은 코로나19 폐렴입니다. 병의 원인을 알 수 있다는 것은 원인을 제거하면 완치를 기대할 수가 있는 것이지요. 만약 병의 정확한 원인을 모르더라도  발병 후에 생기는 치명적인 중요 부작용의 병태생리를 알고 이를 막을 수 있다면 이 또한 의미있는 치료가 됩니다. 예를 들어 당뇨병의 부작용에 의한 실명은 최근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어서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가 있습니다.

불행하게도 알츠하이머병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원인을 아직도 모릅니다. 하지만 여러 연구를 통해서 이 병의 병태생리에 대해서는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가설이 독성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의 뇌내 침착이 알츠하이머병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만약에 이 독성단백질의 뇌내 침착을 막을 수가 있다면 병이 완치는 아니더라도 알츠하이머병의 자연경과를 크게 바꿀 수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요.

저자들은 첫번째로 견고하게 결합되어 있는 독성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우회해서 침투하여 이를 변화시킬 수 있는 단백질(펩타이드)을 만듭니다. 그리고 이를 트로이 목마에 비유 트로이 펩타이드라고 명명합니다. 두번째는 실험실의 배양 접시에서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 모델을 만듭니다. 여기에 트로이 펩타이드를 투여 후 이 독성단백질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관찰합니다. 즉 동물이나 인간 실험에 앞서 실험실에서 새롭게 만든 물질이 독성단백질 침착과 증식에 어떤 영향을 주는 지를 봅니다. 세번째로는 이것을 실험용 인간세포인 신경모세포종 IMR-32과 신장세포인 HEK-293에 투약하는 실험을 하여 독성을 평가합니다. 일종의 약물 개발 단계의 첫번째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자는 14개의 화합물질을 만들었는데 실험결과 이중 2개가 독성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 형성을 막고 세포독성도 적어서 알츠하이머병 치료의 유망한 물질이라고 결론 내립니다.

결론적으로 일반인이나 임상의사가 읽기 어려운 논문입니다. 하지만 조금만 아는 사람이 보면 실험실내에서 알츠하이머병의 병태생리기전인 독성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 형성에 영향을 주는 물질을 만들고 그 효과를 입증했다는 간단할 수 있는 논문입니다.

1951년 1월 29일 30세된 젊은 흑인 여성이 심한 복통과 하혈로 존스 홉킨스 병원에 방문합니다. 그녀는 근처 담배농장에서 노동을 하던 다섯 자녀를 둔 흑인 여성이었습니다. 그녀는 임신으로 생각하였지만 그를 진료한 산부인과 의사는 악성 경부 종양으로 진단합니다. 그녀는 곧 방사선 치료를 받고 이후 다시 치료를 받으라는 권고와 함께 퇴원합니다. 그녀는 치료 중 두번의 조직 검사를 하였는데 한번은 정상 조직이었고 또 한번은 암세포 조직이었습니다. 하지만 무진장 가난하고 무지하였던 그녀는 조직 검사에 대해서 전혀 설명을 듣지 못하였고, 동의도 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는 죽을 때까지 조직 검사를 했다는 사실조차 몰랐습니다. 1951년 8월 8일 결국 그녀는 암으로 사망하게 됩니다.

당시 존스 홉킨스 병원에서 일하던 가이 박사는 몸에서 빼낸 인간 세포를 인공적으로 키우는 배양 실험을 하고 있었습니다. 매우 중요한 실험이었지요. 인간세포를 대상으로 하는 실험에는 수많은 양의 같은 세포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인간에게 채취된 세포를 배양하면 처음에는 동일한 모양으로 계속 분열하지만 어느 단계에 이르면 분열하지 않고 죽어 버립니다. 즉 세포는 대부분 분열할 수 있는 횟수가 50회 정도로  정해져 있었고 이 이상 분열하면 더 이상 분열하지 못하고 죽습니다. 세포도 수명이 있는 것이지요.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던 가이 박사는 매번 대량 배양에 실패했습니다. 이때 이 흑인 여자 환자 세포 조직 가이 박사에게 전달되었습니다. 놀랍게도 이 세포는 다른 세포와 달리 50회 이상 분열하여도 죽지 않고 매우 빠르게 계속 분열 증식하였습니다. 가이 박사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영원히 죽지 않는 세포를 만들어 낸 것입니다. 가이 박사는 이 놀라운 세포의 이름을 ‘헬라 세포’라고 지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무한 증식하는 이 세포를 과학 연구를 하는 모든 사람에게 무료로 배포하였습니다. 이 세포는 전 세계로 퍼졌으며 이를 이용하여 수 많은 의학적인 성취를 가능하게 하였습니다.

이렇게 혁명적인 죽지 않는 세포가 전세계에 퍼진지 20년이 지나서 심각한 문제가 생깁니다. 분양 배양 과정 중에 이 세포가 오염되고 변형되기 시작하여 과연 어느 것이 진짜인지 논쟁이 벌어집니다. 일련의 과학자들이 이 논쟁을 해결하기 위하여 이 세포의 주인이 누구인지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지금처럼 개인정보의 개념이 없던 시기라서 곧 그녀의 이름을 알게 됩니다. 헨리에타 랙스. 가이 박사는 헨리에타 랙스의 첫이름과 두번째 이름의 약자를 따서 이 세포에 헬라(HeLa)라고 명명하였던 것입니다. 연구자들은 20년전 죽은 헨리에타의 가족, 즉 남편을 찾게 됩니다. 하지만 잘 배우고 잘난 연구자가 나이도 많고 매우 교육 수준도 낮았던 헨리에타의 남편에게 불쑥 전화 걸어 하였던 이야기는 “우리는 당신의 부인을 갖고 있습니다. 그녀는 실험실에서 살아 있습니다. 우리는 그녀의 자식이 암이 있는지 알기 위해서 검사를 해야 합니다”입니다. 또 이들이 어려서 어머니를 잃고 얼굴도 기억하지 못하고 힘들게 살아왔던 딸에게 하였던 말은 “당신의 어머님은 아직 살아 있습니다”였습니다.

아주 심플한 논문이군요!

제가 항상 신문사 사장님에게 컬럼을 쓰기 전에 컬럼에서 다룰 논문을 먼저 보냅니다. 쉽게 말하면 요리를 하기 전에 재료에 대하여 의견을 물어보는 것이지요. 이 논문을 읽어 보신 신문사 사장님의 첫 반응은 위와 같았습니다. 일반인이나 임상만 하는 의사들에게는 아주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렵지만 신약 개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전형적인 약물 개발과 관련된 가장 첫 단계인 전임상 과정입니다. 전임상 또는 비임상 시험이라고 불리는 이 단계는, 쉽게 이야기하면 사람에게 적용하기 이전 실험실이나 동물 실험을 진행하는 단계입니다. 대부분 다양한 실험용 동물들에게 약을 투여하여 실제 약리적 작용이 포유류에게서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확인하며, 혈액이나 호르몬 수치 등을 추적하여 이 약이 인간에게 투여했을 때 극단적인 결과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이 내려졌을 때가 되어서야 그 다음 단계인 임상 제 1상 시험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이때 많은 동물들이 희생된다고 합니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전 세계 동물실험에 쓰이는 동물은 한 해 1억 마리가 넘는다고 하며 국내에선 한 해 250만7,157마리(2015년 기준)의 동물이 희생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동물 보호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연구자들은 점차 동물을 이용한 실험을 줄이고 있습니다. 즉 동물보다는 세포 수준의 실험, 컴퓨터에 의한 모의 실험, 다양한 생체정보를 이용하여 동물의 희생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이지요. 이 중 가장 중요하고 많이 이용하는 것이 좋은 인간 세포 모형을 가지고 실험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인간세포는 어디에서 왔을까요? 헨리에타는 극도로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먹고 살기 위해서 어릴 때부터 가족들과 헤어져야만 했습니다. 14세때 처음 임신하고 30세때 까지 다섯 아이를 낳았고 살기 위해 담배 농장에서 죽도록 일만 하였습니다. 차별받았던 흑인 여성입니다. 왜소한 그녀는 암 진단을  받은 지 6개월 만에 사망한 이후에도 그녀의 가족은 극도의 가난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심지어는 전혀 의료 보험조차 받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전혀 동의하지 않고 남긴 몸의 일부는 이를 찾는 여러 사람들의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여 전용 공장까지 만들어 지금까지 20톤 넘게 증식하였습니다. 또 가이 박사의 처음 뜻과는 달리 한 병에 250달러에 파는 큰 의료 산업으로 성장하였습니다. 딸은 너무 어릴 때 엄마를 잃어 엄마의 얼굴도 기억 못하고 힘들고 가난하게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그녀에게 엄마가 죽은지 20년이 지난 어느 날 불쑥 “당신의 어머님은 아직 살아 있다” 는 전화 너머의 말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헬라세포처럼 유명한 존재가 아닌 이 연구에서 사용된 인간 신장세포인 HEK-293과 신경모세포종 IMR-32는 어디에서 왔을까요? 신장세포 HEK-293은 1973년 네덜란드에서 건강하였던 태아을 합법적으로 유산시킨 후 얻은 태아에서 채취되어 배양되었고, 신경모세포종은 생후 13개월 백인 남자아이에서 얻어졌다고 합니다. 이 이상의 정보는 접근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아마도 다들 힘들게 살아갔거나 살아갈 기회조차 얻지 못하였던 우리와 같으나 같지 않았던 존재들입니다. 현대 의학은 많은 것을 이루었고 또 이루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연구 과정 중에는 인간의 얼굴이 빠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험실 속에서 이루어지는 작은 세포 하나 하나에도 그 너머에는 인간의 고단함과 다양한 사연이 숨겨져 있을 수 있습니다. 과학논문이라고 해도 때로는 이런 인간의 얼굴과 존경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참고 문헌
1. Modulating Aβ Fibrillogenesis with 'Trojan' peptides.  Pandey G, Morla S, Kumar S, Ramakrishnan V. Neuropeptides. 2020 Jun;81:10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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