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장 풀린 대마의약품 사용, 치매환자에는 '그림의 떡'
빗장 풀린 대마의약품 사용, 치매환자에는 '그림의 떡'
  • 최봉영 기자
  • 승인 2019.03.11 1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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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적응증 없어 처방 난감…1년에 3천만원 비용도 부담
에피디올렉스
에피디올렉스

환자의 치료 기회 확대를 위해 대마를 원료로 하는 의약품을 국내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치매환자에는 '그림의 떡'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설령 치매환자가 운 좋게 약을 먹을 수 있다해도 1년 약값이 3,000만원에 달해 복용을 지속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11일 한국의료용대마합법화운동본부 강성석 목사는 "대마를 환자 치료를 위해 사용할 수 있게 길이 열렸지만, 해외에서 허가된 의약품 4종으로 한정하고 있어 환자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대마 단속 48년만에 대마를 의료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마약류관리법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3월 12일부터 희귀·난치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국내 대체치료 수단이 없는 경우 해외에서 허가된 대마성분 의약품을 수입해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수입 가능한 대마성분 의약품은 에피디올렉스, 사티벡스, 세사멧, 마리놀 등 4종이다.

해당 제품을 사용하길 원하는 환자는 식약처로부터 자기치료용 수입품목에 대한 취급승인을 받고, 한국희귀의약품센터에 수입신청을 하면 제품을 공급받을 수 있다.

제도를 통해 대마의약품을 사용할 수 있게 됐음에도 한국의료용대마합법화운동본부를 비롯한 환자들은 불만이 많다.

수입할 수 있는 의료용 대마가 해외에서 허가된 의약품으로만 한정됐으며, 대마오일이나 대마추출물 등은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허가된 의약품의 경우 일단 가격이 만만치 않다. CBD 오일을 주성분으로 하는 에피디올렉스는 한병에 165만원에 달한다.

한병으로 약 20일 정도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1년에 약 18병이 필요하기 때문에 약값은 3,000만원에 달한다. 급여혜택도 받을 수 없어 전액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비용 부담이 가능한 환자라 할지라도 해당 의약품에 적응증이 없다면 처방을 받기는 한층 더 복잡해 진다.

에피디올렉스의 적응증은 뇌전증이다. 국내에 허가는 돼 있지 않지만 뇌전증학회는 국내 환자의 치료기회를 확대를 대비해 처방 가이드라인을 학회 차원에서 만드는 등 제도 시행을 대비해 왔다.

CBD 오일을 주성분으로 하는 에피디올렉스는 해외에서 치매나 파킨슨병 증상완화 등을 목적으로 처방되고 있다. 하지만 적응증에는 포함돼 있지 않아 경험적인 처방 외 의학적인 근거가 많지 않다.

실제 해외에서 대마를 통한 치매 증상이 완화되는 사례 등이 알려져 국내에서도 에피디올렉스 등 대마성분 의약품 처방을 원하는 치매환자도 상당수 있다. 그럼에도 수입 허용되는 대마성분 의약품은 치매에 적응증이 없어 즉각적인 사용은 불가능하다.

다만 제도를 통해 치매환자가 대마의약품을 수입해 복용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적응증 범위를 벗어난 질환의 환자가 사용하기 위해서는 해당 질환 전문의의 진단서와 소견서를 받는 등 전문가 자문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의약품 허가초과 사용에 대해서는 치매학회 등 관련학회에서는 어떤 움직임도 없으며, 국내에서는 대마의약품에 대한 사용 경험도 없어 전문의들의 개별적인 판단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해당 제도의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대마의약품이 가지고 있는 적응증에 해당되고, 1년에 3,000만원 정도의 약값 부담이 가능한 환자만 활용할 수 있게 설계된 셈이다.

의료용 대마 사용이 합법화됐음에도 돈이 없으면 제도의 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어 '있는 자'들을 위한 제도로 전락할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해당 제도를 통해 더 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허가된 의약품에 한정돼 있는 현행 제도를 대마오일이나 식품 등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대마오일 등의 제품은 10만원대 중반으로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강 목사는 "미국이나 캐나다 등 상당수 국가에서는 의사의 처방 없이도 대마오일이나 식품 등을 구입할 수 있다"며 "해외에서 대마오일은 비타민이나 홍삼같은 제품으로 인식되고 있는만큼 한국도 대마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불필요한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요구에 대해 식약처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대마 성분 식품이나 대마오일 등은 의약적 효능과 안전성이 입증돼 있지 않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환자를 위한 대마성분 의약품 사용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급여나 사회적 합의, 치매 등 다른 질환에 대한 사용 확대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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