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많이 받을수록 치매가 빨리 온다?
교육 많이 받을수록 치매가 빨리 온다?
  • 최봉영 기자
  • 승인 2019.02.14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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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특별등급 자료 분석을 통해 기존 연구와 상충되는 결과 도출

교육 수준이 낮을수록 치매 발생의 위험이 높아진다는 기존의 연구를 뒤집을만한 연구가 나왔다. 해당 연구에서는 교육을 많이 받을수록 치매 진단 나이가 더 어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연구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치매 특별 등급(장기요양5등급) 자료 분석을 통한 치매 예측 모델 개발 및 조기 개입 효과 조사' 연구보고서를 공개했다.

해당 연구 책임연구자는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재활의학과 김형섭,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신경과 김종헌, 연세대학교 재활의학교실 조한얼,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연구분석팀 임현선 등이 참여했다.

이번 연구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장기요양5등급인 일명 '치매특별등급' 환자 3만2,35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치매특별등급 환자 중 알츠하이머치매가 73.3%, 혈관치매 9.9%, 상세 불명의 치매 14.64%, 기타 치매 2.2%였다. 초로기(60세 미만) 알츠하이머치매는 0.7%, 초로기 혈관치매가 1.98%였다.

특히 이번 보고서에서 주목할 점은 기존 연구를 뒤집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교육 수준이 낮은수록 치매 위험이 높다는 기존 연구와 배치되는 결과였다.

치매특별등급 승인 받은 환자를 교육 수준에 따라 분류했을 때 치매 진단 시 나이는 문맹 81.38±6.55, 글을 읽을 수 있음 80.82±6.64, 1~6년 교육 78.42±7.05, 6~12년 교육 76.86±7.95, 12년 이상 교육 77.04±8.03였다. 12년 이상 교육을 받은 환자의 치매 진단 나이가 더 낮았다는 결과였다.

이 같은 결과는 알츠하이머치매 진단을 받은 군, 혈관치매군, 도시, 지방 거주자 할 것 없이 동일했다.

교육 수준에 따라 치매특별등급 신청 시점은 문맹  82.34±6.26, 글을 읽을 수 있음 81.96±6.31, 1~6년 교육  76.65±6.72, 6~12년 교육 78.09±7.74, 12년 이상 교육 78.48±7.78였다. 치매진단 시기와 마찬가지로 치매특별등급 신청 시점도 교육을 많이 받은 환자들이 빨랐다.

이 같은 결과 도출에 대해 연구진들은 세 가지 가능성을 고려했다.

첫째로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치매 발병 후 발생하는 인지 기능 저하 혹은 새로운 이상행동을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가능성이다. 즉, 교육 수준이 높은 환자일수록 평소의 기능 상태가 높아 보호자들이 인지기능저하를 발견하는 데 민감하다는 가능성이었다.

둘째는 인지예비용량 (Cognitivereserve)을 제시했다. 인지예비용량이란 조직학적·영상학적으로는 치매가 진행됐지만 임상학적으로 인지기능 저하를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설명하기 위해 도입된 개념이다. 인지예비용량이 치매발병시점과 연관이 있는지는 불명확하나, 인지예비용량이 높을 경우 치매발병 이후 인지기능 저하 속도가 빠르다는 점을 많은 연구에서 밝힌 바 있다. 교육 수준에 따른 치매 예방 효과의 경우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값은 없었으나 교육수준이 높은 환자들의 경우 치매가 발병했을 때 인지기능저하 속도가 빨라 치매 진단 및 등급 신청 시점이 빠를 수 있다는 얘기다.

셋째로 교육 수준이 낮을수록 치매환자가 장기 요양 보험의 혜택에 대해 무지해 신청을 미룰 수도 있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세부 분석에 따라, 의료기관 접근이 쉬운 대도시뿐만 아니라, 중소도시 및 읍면 거주자 모두 학력이 높을수록 치매 진단과 신청 시점이 빠른 것과 대부분 치매 환자들의 진료와 치매특별등급 신청이 본인이 아니라 가족에 의해서 이뤄지는 것을 보면, 앞의 두 가지 가능성이 더 높다고 추측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실제 환자 교육수준에 따른 치매특별등급 신청시의 MMSE를 확인했을 때 치매특별등급 승인자 기준,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치매특별등급 신청시의 MMSE가 평균적으로 높았다.

이는 앞서 세운 가설 중 두 번째(인지예비용량) 가설에 비해 첫 번째(치매 이상 증상을 보호자들이 민감하게 확인)가설의 신뢰도를 높여주는 결과였다. 다만 MMSE가 교육 수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연구자는 "치매특별등급 신청 나이가 학력이 높을수록 낮을 것을 볼 때, 학력이 높은 사람들이 인지 저하에 좀 더 민감하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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