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요양병원의 환자분류체계와 장기입원에 대한 소고
[기고] 요양병원의 환자분류체계와 장기입원에 대한 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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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7.18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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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효자병원 김대훈 원장

김대훈 원장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는 요양병원의 장기입원 환자에 대한 이슈에 의료기관 적정성 평가 위원회의 일방적인 입원기간 단축 계획에 대한 소식을 듣고 이에 대한 몇 가지 중요한 점들을 이야기해 보도록 하자.

의료라는 사회현상은 학문적인 의학과 참여자들의 행태, 그리고 의료제도가 유기적이고 연속적으로 형성되고 영향을 주며 변화하는 점을 전제로 할 때, 미시적 접근의 위험성을 항상 경계하면서 정부는 의료제도라는 체계의 도구가 과학적 정합성을 어느 정도 포괄할지와 참여자들의 행태에 줄 영향을 함께 고려하여 정치적으로 조율해야 한다.

요양병원 의료적정성을 평가하는 내용의 주요 기준을 본다면,

적정한 의료 자원이 투입되고 있는가? 의료 자원에는 인적, 물적 자원이 포함된다.적절한 환자 분류가 이루어지고 있는가? 현재의 환자분류체계에 맞는 환자군이 올바르게 보고되고 있는지가 관심사가 된다.

그리고 적정성 평가 위원회에게 다음 주제를 다룰만한 자격이 있는지는 차치하더라도

‘각 분류체계의 환자군들의 입원을 어느 기간까지 인정하고 사회적으로 합의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1, 2번의 결과에서 낮은 의료 자원이 투입되는 환자의 경우 강제퇴원에 해당할 수 있다고 의료기관 적정성 평가 위원회는 결론 내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의료 자원을 보는 관점

이 지점을 바라보는 입장(view point)과 관점(perspective)은 매우 큰 차이를 보인다. 예를 들자면, 119를 타고 이송되어온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해 심폐소생술을 15분간 받은 후 심장기능이 회복되어 생체징후 모니터링을 받고 혈액검사, 영상검사 후 심혈관 확장술을 받은 뒤 중환자실로 입원하고 3일 뒤에 일반병실로 전실되어 다시 4일 뒤에 퇴원했다고 하자.

의료 공급자의 입장과 관점에서는 구급요원과 이송 중 통화부터 응급실 도착의 순간까지의 대기 시간, 심폐소생술과 그 이후의 검사 결과가 나오는 시간까지의 모니터링 시간, 검체를 나르는 요원과 결과를 입력하는 임상병리사의 노동, 환자를 이동하는 보조인력의 투입시간과 중환자실에 옮겨지기 전에 환자를 받기위한 준비를 위한 간호인력의 시간, 챠팅을 위한 시간, 환자의 상태를 서로 인계하는 시간, 의사와 간호인력 간의 환자 상태에 대한 정보교환 시간 등등 모두를 자원의 투입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기호화되고 코드화된 정보를 다루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나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입장과 관점은 기록된 행위와 연계된 수가와 상병코드와 연계된 점수가 투입된 자원이고 나머지는 고려하지 않는다. 요양병원의 의료 행위에 대해서 기호화된 정보를 다루는 심사평가원의 입장에서는 어쩌면 상상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환자의 진료 뿐 아니라 환자들의 상태변화에 따른 호출, 식사 동안의 대화나 상태체크, 대변의 상태파악, 가래의 냄새변화, 보호자의 상담과 심신지지적인 대화 등등 이러한 기호화될 수 없고 무형한 형태의 의료 자원의 투입을 인정하지 않고 투약되는 약의 가격, 의사나 간호사대 환자 비율만으로 평가된 투입 비용 산출법으로 바라본다면 의료 공급자와 합의점을 도출하기 어렵다. 의료 수가를 말할 때 환자와 의료진이 같은 공간에서 만들어내는 교감에서부터 침습적인 수술 뿐 아니라 그 행위를 지원하는 모든 자원을 고려하여 합의 가능한 기호로 대체하여 수가를 만들어 왔음을 인정해야 다음의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 더욱이 요양병원형 수가는 그 모든 행위를 일당수가라는 비약적으로 생략된 산출방식을 도입했고 10년 넘는 기간 동안 산출방식에 대한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요양병원 환자분류체계

의료제도는 전제에서 언급한대로 인간의 욕망을 과학적으로 검증된 방식을 이용해 제도를 다루는 정치행위의 결과물이다. 더 좋은 서비스를 더 낮은 비용으로 받고 싶은 주체들의 행태를 의학적으로 검증된 전문지식과 기술을 습득한 공급자들로 하여금 적절히 제공할 수 있도록 국가는 지불비용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방향을 정하는 정치가 아닌 데이터를 다루는 과정에는 가치판단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 분류체계가 옳은지 아닌지에 대한 사실판단이 필요할 뿐이다.

2018년 7월 2일 현재 입원 중인 환자 A의 경우,

67세 남자환자로 알콜성 간경변증으로 반복적인 간성 혼수로 간헐적 복수 천자를 받고 있다. 거동은 가능하지만 낙상의 위험이 높아 상당한 도움의 보조가 필요하고 하루 1회 이상은 식사 보조가 상당한 도움으로 필요하다. 낮 시간의 이동과 산책은 휠체어로 가능하며 간헐적인 야간 이상행동으로 억제대가 필요한 경우가 있고 간헐적으로 혈액 검사 결과에 따라 락툴로스 관장이 필요해 처치를 받고 있다.

위 환자의 환자분류체계에 따른 등급은 무엇일까?

MMSE가 13점 이하면 인지장애군이고 MMSE가 14점 이상이면 신체기능저하군이다. 이 환자에게 투입되는 의료 자원을 다시 한 번 고려해보길 바란다. 그리고 인지장애군과 신체기능저하군이 왜 요양병원 분류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지 궁금해하길 바란다. 그리고 MMSE 13점이라는 기준이 왜 여기에 추가되는지도 의문을 가져야 한다.

다른 경우를 보자. 85세 환자 B는 6개월 전에 진단받은 말기 위암으로 인한 통증과 식욕부진, 전신기력저하로 입원하여 심한 근육량 감소(sarcopenia), 영양실조(malnutrition)로 간헐적인 영양수액과 기타 수액을 처치받고 있고, 지속적인 통증으로 펜타닐 패치제의 사용으로 완화되었으나 하루에도 여러 차례 통증을 호소하고 빈번한 오심과 구토로 투약과 완화치료를 받으며 식사는 간병보조인이 떠먹여야 하는 상태이고 화장실 출입은 불가능하고 체위변경에도 상당한 도움이 필요한 상태이고 피하 혈류 저하로 체중압박 부위에는 항상 욕창의 발생이 가능하다.

위 환자의 등급은 무엇일까?

MMSE가 18점 이하이면 인지저하군이고 19점 이상이면 신체기능저하군이다.

이렇게 알듯 말듯한 환자분류의 기준이 도대체 무엇인가라는 생각이 들어야 한다. 요양병원형 수가체계를 직접 만든 이들도 이제는 환자의 상태와 분류기준이 관련을 갖는다고 생각하기 어려울 것이다. 분류체계 및 기준을 명시한 도표를 보면 이런 문제의 기원을 예측할 수 있다. 요양병원형 수가체계를 개발할 당시의 시범사업 공고 공문과 현재의 환자분류 기준을 보고나면 정부의 의도와 의료계의 주장이 융합되지 않았고 단순히 통합되는 과정에서 공백이 심하게 생겼고 그 공백에 분포하는 환자들이 모두 인지저하군과 신체기능저하군으로 분류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의도는 ADL(Activies of Daily Living, 일상생활능력평가) 기준에 따른 수가체계를 원한 것이고 의료계는 상병에 따른 특성을 주장한 것이다. 여기에 심평원의 지원 혹은 내부방침에 따른 재분류의 결과로 환자가 특정 상병(뇌성마비, 척수손상, 편마비, 파킨슨 증후군, 신경성희귀난치성질환)이 아니면 모두 ADL에 상관없이 인지장애군이나 신체기능저하군으로 분류된다.

치매환자와 관련된 환자분류는 인지저하군과 문제행동군이 있는데, 적정성 평가 위원회에서 활용하고 있는 심평원 청구자료에는 요양기관에서 청구한 문제행동군이 거의 없다. 왜 문제행동군이 없을까? 이것은 정부가 임의로 체계를 손대고 이에 따라 의료공급자의 행태가 변한 사례이다. 2012년으로 기억하는데, 당시에는 서울지원에서 본원을 담당하고 있었고 문제행동군으로 청구한 환자 모두를 인지저하군으로 삭감-변경하여 문제 제기를 하니 문제행동군은 정신병원에서 치료받아야 한다는 알 수 없는 답변을 받는다. 이런 상황은 본원 뿐 아니라 전국적인 상황이었던 것 같고 이로 인해 치매환자가 문제행동군으로 분류되는 경우는 거의 사라졌다. 다시 재심사청구를 한다면 신체기능저하군으로 더 강력하게 삭감하고 그걸 3개월 유지한다는 친절한 안내까지 받게된다. 현재 요양병원에 입원하고 있는 치매환자에게 문제행동(배회, 환각, 초조, 공격성, 탈억제, 케어에 대한 저항, 배회)이 없다는 심평원 데이터는 이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고 이 데이터를 기초로 다른 연구나 적정성 평가자료의 기초자료가 된다. 물론 각 요양기관이 안일하게 대처한 문제도 크다. 청구를 하면 삭감되니 간호사의 기록이 의미가 없어지고 그런 시간이 지나다보니 점점 기록을 안하게 되어버린 상태가 정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좋은게 좋은거라고 넘겨버린 요양병원들의 책임도 크다.

MMSE는 무엇인가? 2016년 심평원 수원지원에서 담당할 시기에 알 수 없는 담당자가 80세 이상인 환자는 MMSE 18점 이하, 80세 미만의 환자는 MMSE 13점 이하면 인지저하군으로 분류한다고 방침을 전달했고 어떠한 이의제기에도 의료자문단의 합의결과라고 반응하지 않았고 그 이후로 청구는 그렇게 이루어져 대부분의 환자들이 인지저하군이나 신체기능저하군으로 분류되고 있다. (치매 치료제를 투약하면 상관 없이 인지저하군에 포함될 수 있지만 간경화 환자에게 원인에 상관없이 치매 치료제를 투여할 수 없는 의료인들의 양심이 있다.)

위의 언급한 사례들이 특수한 경우가 아니다. 특정 상병을 가지지 않으면 어떠한 질병상태에 있어도 인지저하군이나 신체기능저하군으로 분류될 수 있다. 그렇다면 인지저하군과 신체기능저하군으로 분류된 환자들은 의료 서비스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말할 수 있는가?

환자분류체계에서 인지저하군/신체기능저하군

2018년 7월 3일자 연합뉴스 기사 제목을 보면 매우 정서적 반응을 유추할 수 있다.

“요양병원서 생활-요양? 환자 10명 중 1명 입원 불필요”

이 기사에서 언급하는 입원 불필요 대상자는 신체기능저하군을 의미한다.

요양병원형 수가체계에서 ADL을 기초로 투입 자원을 계산하는 과정에서 전체 ADL 10개의 항목 중에서 4개만으로 환자 상태를 판단하고 있으며, 기록할 수 없는 의료 자원의 투입은 배제되고, 투입되는 자원마저 수가로 인정하고 있지 않으며(물리치료나 수액 기술료, 모니터 처치료 등등 무수하다.) 환자의 의학적 상태가 아무리 나빠도 특정 상병을 가지지 않으면 인지저하군이나 신체기능저하군이 된다. 만약 이렇게 만들어진 데이터를 가지고 환자분류 기준에 따른 연구를 한다면 의료고도나 의료최고도 환자의 사망률과 인지저하군/신체기능저하군의 사망률이 차이가 없는 이해하기 어려운 결과를 얻을지도 모를 일이다.

더 나아가 10년이 넘은 요양병원형 수가체계의 개발 취지가 이렇게 퇴원이 어려운 신체기능저하 환자들에게 저비용 고효율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었는데, 이제 와서 국가가 나서서 퇴원을 종용하는 상황을 의도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은 품위있는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

국가 의료자원의 효율적 분배를 고려하려는 의지는 충분히 공감하는 바이지만 어떻게 2시간 방문간호수가보다 24시간 요양병원 입원수가가 낮을 수 있는지 설명이 필요하다. 그리고 신체기능저하군이 정말 다양한 질병으로 신체기능이 저하된 환자이므로 입원치료가 필요하다는 의미가 아닌 정상에 가까운 유사환자를 요양병원이 입원시키고 있다는 정치적 구호로 이용되는 것은 정말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사회적 입원환자나 유사환자를 구분할 수 있는 세밀한 분류체계로 다듬는 과정이 먼저이고 사무장병원을 골라내는 것이 먼저다.

우리나라의 의료체계는 의료 공백을 없애기 위해 무수히 노력해 왔다. 그 공이 누군가의 위업이든 누군가의 희생이든 상관없이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왔고 그로 인한 결과가 건강 증진의 결과로 나타나고 있고 질병의 예방과 치료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좋은 사례로 꼽히고 있다. 그렇게 어렵게 쌓아올린 공든 탑을 조금 더 세밀하고 단단하게 고쳐야 할 시점에서 편향된(biased) 데이터를 토대로 미래를 결정하는 일이 결코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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